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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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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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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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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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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인티나인

DUMMY

문을 똑똑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에이리프의 헌서입니다. 선배님들한테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헌서는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나인티나인 멤버들을 훑어보았다. 이름과 얼굴을 미리 익혀두고 가서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고 인사했다.


“아, 네가 헌서구나.”

“에이리프로 데뷔했구나.”


이제 해산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멤버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듯했다. 서로 대화 없이 혼자 떨어져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 앞날을 고민하는 듯했다.


몬스터는 인기 멤버를 숙주로 삼는 경향이 있다. 나인티나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멤버는 진후와 더스틴이었다. 헌서는 음료수를 들고 직접 그들에게 건네며 가까이 가서 꾸벅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고마워. 잘 먹을게.”


음료수를 받은 진후가 아이돌 활동에 관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내 경험이 도움 될지 모르겠지만, 아는 대로 대답해 줄게.”


그 말을 듣자, 헌서는 요즘 그룹의 고민거리인 악개가 떠올랐다.

나인티나인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결성되어서 악개가 많았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멤버인 리더 더스틴과 진후의 악개는 2년의 활동기간 내내 상대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악개들은 무리지어다니며 서로를 비꼬고 욕하고 험담했다.

나인티나인은 악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했다.


“다른 멤버를 싫어하는 개인 팬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연차가 많아지면 좀 나아지려나요?”


“악성 개인팬?”


질문을 받은 진후는 다른 멤버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악개라. 우린 어떻게 했지?”


그러자, 더스틴이 대답했다.


“딱히 신경쓰지 않았던 거 같은데?”


폰으로 팬 플랫폼에 글을 올리던 그는 고개를 들어 헌서를 쳐다보고 대답했다.


“악개도 팬인데 우리가 팬한테 뭐라고 할 수 없지.”


그의 말대로 스타웨이브 엔터는 악개들을 그냥 방치했다.

악개로 인해서 멤버들이 악플과 루머로 고통받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어차피 한시적 그룹이라서 그룹이 해체하면 악개도 사라질 테고, 멤버들의 고통도 끝날 거라고 보았다.


몇몇 팬이 뒤에서는 멤버를 욕하고 다니는 악개라는 걸 알면서도 그들이 팬싸인회에 돈을 많이 쓰고 영향력있는 네임드 팬이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하기도 했다.


스타웨이브 엔터의 이런 행태는 악개들이 더욱 활개치고 다니도록 부추겼다. 악개는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노골적으로 멤버를 깎아내리고 비난하고 다녔다.


“그런데, 그러면 팬덤 분위기가 안 좋아지지 않나요?”


헌서는 스타웨이브 엔터가 악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방조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더스틴은 오히려 악개가 열성 팬이라며 두둔했다.


“악개는 로열티가 높은 충성팬이니까. 라이트한 팬보다 돈도 시간도 더 많이 쓰거든. 그냥 열정이 지나쳐서 오버하는 것 뿐이야.”


제한된 2년반의 시간동안 나인티나인으로 최대한 이익을 뽑아먹어야 하는 스타웨이브 엔터로서는 악개야말로 수익의 근원이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악개가 아닌 팬이 더 많지 않나요? 그런 팬을 떠나게 만드는 역효과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나, 더스틴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건 아니지. 열성 팬이 많아지면 악개 싸움은 당연히 따라오는 현상이야. 악개가 없다는 건 반대로 그룹에 충성도 높은 열성팬이 없다는 뜻이야.”


더스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악개들은 자신의 최애가 경쟁하는 멤버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도록 앨범도 많이 구매하고 최애의 영상의 조회수도 높이고 덕질에 더 매달렸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자신의 현생을 갈아넣어서 판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이 되곤 했다. 최애가 경쟁하는 멤버를 이기는 것에 강박적으로 집착해서 큰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하지만, 악개가 아닌 일반 팬과 라이트한 팬을 많이 끌어들여야 팬층이 넓어져서 그룹이 오래 갈 것이다. 악개에게 질려서 사람들이 떠나거나, 악개가 라이트한 팬을 편가르기 해서 쫓아내면, 장기적으로는 팬덤이 점점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나인티나인이 2년반의 한시적인 그룹이라서 악개의 장기적 악영향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더 크게 여기는지도 모른다.


“혹시 악개가 멤버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하지는 않나요?”


헌서는 악개가 팬덤뿐만이 아니라, 멤버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물었다.

나인티나인 멤버들은 너도나도 악개들에 대한 경험을 토로했다.


“진후 악개가 내가 진후 스케줄을 뺏어갔다고 시위 트럭 보냈잖아. 처음부터 나한테 들어온 스케줄이었는데 말이야.”


“더스틴 악개는 팬싸인회에서 늘 제일 높은 금액을 적어내는 나인티나인 최우수 고객이라 안 마주칠 수가 없는데, 나한테 사인도 안 받고 눈도 안 마주치고 그냥 쌩까고 지나가. 그럴 때 무안하지.”


“나 싫어하는 악개가 매번 영상에 악플 남겨서 아예 영상 댓글 안 본 지 오래됐어.”


나인티나인 멤버들은 해산할 때가 되어서 체념한 건지, 아니면 이런 상황이 그냥 익숙해서 해탈한 건지, 악개를 두려워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없었다.


“뭐 그러려니 해야지. 어쩌겠어.”


더스틴의 말에 진후도 어깨를 으쓱 했다.


“우리가 팬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고.”


하지만, 인기 멤버인 더스틴과 진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더스틴과 진후의 악개가 다른 멤버를 공격해서 부당하게 욕을 먹거나 심지어 직접 사과나 해명을 하는 등 심리적 고통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나인티나인의 상황을 파악한 헌서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사하고 방을 나왔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 잘 가.”


에이리프 대기실로 돌아온 헌서는 나인티나인의 팬덤을 검색했다.

놀랍지도 않았다. 나인티나인의 팬덤 분위기는 악개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이 악개일 정도였다. 아마도 정상적인 팬은 분위기를 못 견디고 떠났기 때문에 악개만 남았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깎아내리고 비난하고 혐오하고 증오하기 위해서 덕질을 하는 것 같았다.


‘이건 뭐 좋은 멤버 보려고 팬클럽에 가입하는 게 아니라 싫은 멤버 욕하려고 가입하는 거 같네.’


최애를 칭찬하는 글 못지않게 다른 멤버를 견제하고 조롱하고 모욕하는 글이 많았다.


‘다른 그룹은 악개가 많다 해도 이 정도는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그룹 연차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팬덤이 악개에게 잠식당해 버린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나인티나인의 내부 사정은 잘 모르지만, 악개들의 말을 짜맞춰 이유를 찾다 보니,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이래서였구나.’


악개가 올린 글에 더스틴이 라이브 방송에서 한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더스틴이 이번 곡 군무에서 센터 포지션이 적어서 많이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는데?]

[2절에서 진후 부분은 더스틴을 센터에 세웠어야 했어. 그랬어야 분위기가 사는데.]

[걔 실력에 센터가 말이 되나? 당연히 더스틴이 섰어야지.]

[도대체 왜 스타웨이브는 진후를 매번 센터에 세우는 거야? 노래도 못하는데.]


더스틴이 자신의 센터 분량이 적어서 아쉽다는 언급을 하자, 악개들은 다른 멤버의 분량이 많다고 아우성치고 다른 멤버의 실력을 깎아내리며 화를 냈다.


‘은이사님이라면 이런 부정적인 말 하지 말라고 혼냈을 텐데.’


스타웨이브 엔터는 멤버들이 서로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별로 제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VIP인 악개들에게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제지할 의지도 없었다.


더스틴 만이 아니었다. 나인티나인 멤버들은 모두 팬들에게 종종 다른 멤버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자주 내비치며 힘든 티를 냈다.


[오늘 기운이 없어요. 제가 이동하는 동선이 맨 뒤라서 다른 멤버들보다 너무 길어서 노래하기 힘들었어요.]


[다들 개인 스케줄 하러 가고 나만 혼자 숙소에 있어요. 나만 스케줄이 없어서 외롭네요.]


[넌 살쪄서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자기들끼리만 뭐 시켜먹네요.]


다른 멤버 탓을 하며 농담을 하거나 서운한 티를 내곤 했다.

보통 팬은 같이 생활하다 보면 그런 날도 있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악개들은 눈에 불을 켜고 최애를 힘들게 한 원인제공자를 찾아내서 비난했다.


특히 리더인 더스틴은 너무 솔직하게 멤버들 사이에 힘든 일들을 다 털어놓으며 불평했다.


[힘들 때요? 멤버들이 말을 안 들으면 리더 하기 힘들죠. 연습하자고 했는데 늦게 올 때라던가. 내 메시지를 읽씹 안읽씹 한다던가.]


[진짜 몇몇은 그냥 포기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하고 내버려 둬요. 그게 서로 속 편하니까.]


[진후는 진짜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툭하면 삐져. 일부러 그러나?]


더스틴과 나인티나인의 악개를 보면서 헌서는 깨달았다.

에이리프는 저렇게 되면 안되겠구나 하고 확 와닿았다. 은이사가 왜 그렇게 디영이와 미강이의 대화를 걱정하고 문제 삼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 솔직한 것도 좋은 게 아니네.’


지금껏 팬에게 솔직한 게 미덕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감정을 쏟아내는 한탄이 악개를 자극하는 걸 보니 팬과의 관계에서는 가급적 부정적인 사안은 발설하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디영과 미강의 거리낌없는 솔직한 대화도 보통 팬은 재미있어하지만, 둘 중 한 사람만 좋아하는 개인팬에게는 오해의 여지를 줄 수 있는 대화였다.


‘미강이형과 디영이한테 말 좀 조심하라고 해야겠네.’


지금까지는 미강이와 디영이의 사이도 좋고, 그들이 솔직하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화에 팬 반응이 좋아서 헌서도 굳이 그들의 대화 스타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나인티나인을 보니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초장에 분위기를 잡아야겠다고 느꼈다.


잠시 에이리프에 대한 생각을 하던 헌서는 원래 미션인 몬스터를 잡는 일로 돌아왔다. 나인티나인 멤버 가운데 몬스터일 것 같은 멤버를 떠올려보았다.


‘더스틴은 몬스터가 아니지 않을까?’


악개가 가장 많은 더스틴이 몬스터일 것 같지는 않았다.

몬스터는 성공한 아이돌을 숙주로 삼고 싶어하는데, 불평을 늘어놓아서 악개를 양산하고, 그룹에 팬을 갈라치고 상처받게 해서 떨어져나가게 만드는 행동을 몬스터가 하지는 않을 터.

팀의 리더로서 팀의 팬덤을 분열시키는 제 살을 깎아먹는 짓을 하는 더스틴이 몬스터일 것 같지는 않았다.


헌서는 다른 사람 없이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곳에서 승권에게 나인티나인 멤버들을 만난 이야기를 했다.

악개를 부추겨 그룹에 피해를 입히는 더스틴이 몬스터는 아니지 않겠느냐는 헌서의 말에 승권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꼭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지. 어차피 그룹활동기간 2년반이 만료되면 그룹이 잘 될 필요가 없잖아. 몬스터가 숙주로 삼은 아이돌 개인만 잘 되면 그만이지.”


몬스터가 나인티나인 멤버들 가운데 있다면, 나인티나인은 잠시 머무르며 이용할 그룹일 뿐, 해산 후에 새로 활동할 그룹이나 솔로 활동이 최종 목적일 거라고 했다.


“오히려 새 그룹으로 들어갈 때에도 따라갈 코어 팬에는 악개가 많을 수도 있지.”


“그러면 몬스터가 코어 팬을 늘리려고 일부러 정상적인 팬들을 악개로 만들고 있다는 건가요?”


“그렇지. 더스틴은 악개를 열성팬이라고 했다면서?”


승권은 다른 그룹의 팬덤보다 악개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나인티나인의 팬덤 구조를 보면 몬스터가 의도적으로 악개를 늘려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어쨌든 이렇게 악개가 판을 치는 건 몬스터와 연관이 있을 수 있으니 더 조사해 보자고.”


헌서는 몬스터를 많이 잡아온 헌터인 승권의 감을 믿었다.

나인티나인의 악개와 몬스터의 관계를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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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인티나인 +1 24.04.29 102 6 12쪽
72 악개 24.04.28 112 6 13쪽
71 라이브 방송 24.04.27 122 7 12쪽
70 팬클럽 모집 24.04.26 132 7 12쪽
69 사필귀정 24.04.25 134 6 12쪽
68 신뢰 24.04.24 129 5 12쪽
67 렉카 아담 +1 24.04.23 135 6 12쪽
66 추적 24.04.22 133 6 12쪽
65 음악방송 1위 24.04.21 133 6 12쪽
64 역바이럴 24.04.20 139 7 12쪽
63 루머 24.04.19 140 7 13쪽
62 프로모션 24.04.18 147 6 12쪽
61 데뷔 24.04.17 172 6 12쪽
60 폭로 24.04.16 165 7 13쪽
59 KPOP 합동 콘서트 24.04.15 157 6 13쪽
58 비밀 연애 24.04.14 163 7 12쪽
57 다이아몬드 24.04.13 159 7 12쪽
56 화려한 무대 만들기 24.04.12 171 6 13쪽
55 파워보컬의 합류 24.04.11 179 6 12쪽
54 일유의 속사정 24.04.10 180 6 12쪽
53 음악 방송 스타 24.04.09 194 7 12쪽
52 인과응보 24.04.08 196 7 12쪽
51 공포의 챌린지 24.04.07 187 7 12쪽
50 새로운 목표 24.04.06 192 6 12쪽
49 온제 영입 작전 24.04.05 192 7 12쪽
48 시지푸스 엔터테인먼트 24.04.04 201 7 13쪽
47 나의 미래 +1 24.04.03 205 7 13쪽
46 흡인력 24.04.02 20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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