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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무림 힐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도덕생활
작품등록일 :
2023.07.28 17:26
최근연재일 :
2023.09.21 17:59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63,153
추천수 :
1,773
글자수 :
110,505

작성
23.08.04 20:00
조회
2,899
추천
86
글자
10쪽

나 혼자만 무림 힐러 #7

DUMMY

대호로서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서주 최고의 대장장이가 오랜 지병으로 죽은 건 1년 뒤다.

지금은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잘못되었거나 요양을 위해 서주를 떠난 모양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나마 제일 좋은 등급의 장비를 팔고 있던 대장간으로 향하던 도중 불이 꺼져있는 대장간을 발견했다.

대장간들 사이로 들어가는 길이 작게 나 있어서 발견하지 못했던 곳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호는 발을 움직였고 대장간 입구에 걸려있는 허름한 문패를 확인했다.


-철원방(鐵原幇)


“······!”


대호가 찾고 있던 서주 제일의 대장간이 바로 이곳이었다.

다른 대장간들이 장비를 잘 만들어봐야 은급의 최상급 정도라면, 철원방은 금급의 장비를 만들어서 파는 곳이다.

금급 중 최하급조차 은급의 최상급과 비교하는 게 금급 장비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 차이가 났다.

가격도 그만큼 엄청나게 비싸지만 말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대장간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먼지가 풀풀 날렸다.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된 것이다. 소매로 코와 입을 가린 대호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


몇 번 외쳤을 때쯤 안쪽에서 누군가 나왔다. 20대로 보이는 남자였다. 대호가 물건을 보고 싶다고 말하자 남자가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현재 철원방에는 판매하는 물건이 없습니다.”

“설마 물건이 하나도 없나요?”

“예. 저는 대장장이가 아니고 아버지께서 대장장이신데, 2년 전부터 지병으로 쓰러져 누워계시며 물건을 만들지 못한지 오래되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 의원은······?”

“서주제일의께서도 고개를 흔드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매크로처럼 대답하는 남자.

대호는 잠깐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 * *



마원보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서주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명성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아버지께서 지병으로 쓰려지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 중에는 서주제일의보단 못해도 나름 유명한 의원들도 많았다.

모두가 고개를 흔들었다. 지병의 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마원보는 아버지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아니었다.

아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고 눈만 겨우 뜨고 계셨다.

10년 전에 불운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이제는 아버지도 돌아가시려고 한다. 이런 세상에서 계속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하늘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죽으리라.

그런데 이상한 손님이 나타났다.


“저는 화로의 여신을 모시는 평신관 대호라고 합니다. 제가 한 번 아버님의 상태를 봐도 될까요?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말씀 어쩌고 여신님을 믿으면 건강 저쩌고 하면서 말했다.

이미 포기해서일까?


“알겠습니다.”


마원보는 저 이상하고 허황된 말에 대장간 안쪽의 방으로 안내해서 아버지를 보여드렸다.

하루하루 기운이 쇠해져서 이젠 눈빛도 흐려진 상태셨다.

허탈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완벽히 체념했기 때문에.


“이제 아시겠습니까? 아버지께서는 더 이상······.”


무덤덤하게 말을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따스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갑자기 웬 불이?!’


깜짝 놀란 마원보가 불꽃을 꺼트리려고 했다. 모든 것을 체념한 그였지만 아버지가 눈앞에서 불타죽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원보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왜, 왜 불이 꺼지지 않는 거야!’


점점 커져가던 불꽃은 방 안을 가득 채우기에 이르렀다.

마원보가 이상함을 느낀 건 그때였다.


‘뜨겁지 않다.’


불은 손을 가깝게 가져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 그가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이었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운 불꽃은 뜨겁지 않았다.

따스했고 부드럽게 아버지를 감싸 안는다.


“이, 이럴 수가······.”


믿기지 않는 광경에 신음을 흘리던 마원보는 불현 듯이 어렸을 적 아버지를 뒤따라서 대장장이가 되겠다며 말했을 때 아버지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에 떠올랐다.


‘무척이나 뜨겁지?’

‘네. 데일까봐 무서울 정도로 뜨거웠어요.’


대장간의 불은 어린 마원보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알게 해줬다.


‘불은 우리를 다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조심히 다뤄야 한단다.’

‘조심히 다룬다고 해도 무서운 걸요? 아버지는 무섭지 않으세요?’

‘무거운 건 나 역시 마찬가지란다. 하지만 먼 옛날 한 도사께서 말씀하시더구나. 불은 모든 것을 집어삼켜 불태우기도 하지만,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축복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직 어린 원보는 알 수 없을 거란다. 하지만 언젠간 그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 올 거다. 그때는 우리 원보가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고.’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어린 마원보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몇 번을 되물어봐도 그저 웃기만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따스한 불꽃이 아버지의 몸으로 스며든다.

아버지의 흐려졌던 눈빛이 찬란한 생명으로 불타올랐다.


‘아버지, 당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 눈이 천천히 아들에게로 향한다.


“원보야······.”

“네, 아버지.”

“그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


아버지의 말에 마원보는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마원보의 죽었던 감정이 살아난 순간이었다.



* * *



대호는 두 부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여신께 기도했다. 원래라면 마원보의 아버지 마철은 오랜 시간 쓰러져 있어서 치료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신님의 힘에는 가정을 화목하게 지킨다는 강력한 권능이 담겨있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로 인해 대호가 발휘할 수 있는 힘 이상을 발현하게 만들었다.

이 얼마나 자애로운 여신님이란 말인가!


[화로의 여신이 따스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아. 그 시선이 너무나도 따스해서 잠들 것 같습니다.’


대호는 눈물을 훔치며 무례한 기도를 마쳤다.

두 부자의 해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일어섰다.

발 하나가 문지방을 넘은 순간 마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는 저 말고······ 아니,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우선은 몸을 추스르세요. 그게 먼저인 것 같네요.”


대호는 마철이 환자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말을 고쳤다. 전도라는 건 아무 때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가끔 그런 걸 무시하고 하는 놈들이 있는데 역효과를 불러온다.


“허허. 오해가 있군요. 저는 화로의 여신님께 감사드린다고 한 것입니다.”

“여신님을 어떻게 알고······?”

“화로의 불꽃이 제 몸을 감싸 안았을 때 그분을 느꼈습니다. 몸을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의식은 남아있었거든요.”

“자애로운 여신이시여.”


대호는 신음을 흘리듯 여신을 찬양했다.

역시 여신님이셨다.


“그리고 여신님을 섬기는 당신께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당신이 저를 찾아오지 않으셨다면 제가 위대하신 여신님을 영접하지 못했을 테고 이 파리보다 못한 가벼운 목숨은 사그라졌을 것입니다.”

“······!”

“하여 저 마철이 맹세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화로의 여신님을 위해 살겠노라고.”

“저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마원보도 화로의 여신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대호는 씰룩거리는 입 꼬리를 누르고 돌아서서 두 부자를 바라보았다. 성호를 그으며 여신께 기도했다.


“화로 앞에 앉아서 가정을 수호하시는 자애로운 여신이시여. 지금 두 부자가 당신의 종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들의 가정을 수호하소서. 그들의 믿음을 받아주소서. 오롯이 당신께서 그들을 감싸 안아주소서.”


-나의 소중한 아들아. 내 그러하겠노라.


여신님께서 신언이 아니라 대호의 머릿속으로 직접 말씀하셨다.

너무 기쁘고 놀란 나머지 몸을 흠칫 떨고 말았다.

화로의 여신 교단에 무림의 첫 신도들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화로의 여신이 당신에게 작은 축복을 내립니다.]



* * *



이후 대호는 며칠 동안 두 부자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그들에게 화로의 여신 교단에 내려진 계명을 가르쳤다.

계명이라고 하지만 여신께서는 까다롭지 않으셔서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가정을 수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동방침에 가까웠고 짧게 요약을 하자면 아래와 같다.


1. 가정을 위해 살아가라

2. 부부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라

3. 부모는 자식을 소중하게 아끼며 살아가라

4. 자식은 부모를 존중하고 존경하며 살아가라

5.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라

6. 다른 가정의 행복을 미워하지 말라

7. 다른 가정의 행복을 해치기 위해 행동하지 말라

8. 바람을 피우지 말라

9. 가정을 미워하고 해치려는 자들이 있다면 맞서 싸워라


마지막을 제외한다면 참으로 평화로운 계명이었다.


‘사실상 정당방위니까 아무렴 상관없긴 하지.’


여신님께서는 왼쪽 뺨을 맞았다고 오른쪽 뺨까지 내어주라고 하시지 않으신다. 신도들에게 자애로운 것이지 적에게 자애로운 게 아니었으니까. 가정의 수호를 해친다고 여겨지면 절대로 물러서지 말고 맞서 싸우라고 하신다.

화로의 여신 교단 신도들이 늘었으면 늘었지 절대로 줄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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