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을 외쳐 봐라!
곧 좀비는 연기를 내면서 사라졌다. 좋았어! 그러면 좀비를 더 잡아 보실까?
“우랴!”
좀비가 한 마리. 좀비가 두 마리. 좀비가 세 마리. 좀비가 네 마리. 좀비가 다섯 마리. 좀비가 여섯 마리.
무아지경으로 좀비를 두드려 팼다. 그러다가 나는 아예 마력 공격도 강타도 쓰지 않고 좀비를 두드려 패서 잡았다.
약하다, 좀비.
괜히 최하급 언데드 몬스터가 아닌 거 같다. 영혼석도 제법 짭짤하게 드랍되었고, 그것은 내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들어갔다.
-띠링!
-레벨이 1 올랐습니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좀비 학살의 깨달음을 향하여 질주하던 내 귀에 새로운 소리가 들려 왔다.
레벨이 올라가는 소리였지만, 일단 멈추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좀비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탓이다.
그리고 모든 좀비를 다 쓰러트렸을 때 다시금 레벨이 1 올랐다.
여기서 레벨이 2나 오른 것이다.
“드디어 레벨 9가 된 것인가. 후후. 이거 참.”
마지막 좀비를 쓰러트리고서 이마에 쏟아난 땀을 닦았다. 뿌듯하구먼. 이걸로 스테이터스 포인트 10 획득이다.
예전 것을 포함하면 13 포인트가 남은 셈.
“레벨업 말고 노가다로도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좀 벌어 두어야 할 텐데.”
레벨업해서 스테이터스를 획득하고, 그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올리는 짓은 사실 아깝단 말이지.
왜냐면 단순반복 행동으로도 스테이터스가 올라가긴 하니까. 거 공부하다가 지능 올라간 일이라던가 하는 것도 있었고.
으음.
하지만 역시 시간이 문제구나. 노가다로 스테이터스 포인트를 버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다만, 현재 내 주변 상황이 어떨지 모르니까. 그러자면 역시 미리미리 스테이터스를 올려 두는 쪽이 낫다. 시간이 무한하다면 모를까.
-띠링!
-칭호 ‘견습 언데드 퇴치가’가 생성되었습니다.
“뭐?”
나는 잠시 얼이 빠진 얼굴이 되어야 했다.
* * *
칭호. 이른바 타이틀 시스템이라는 걸 채택한 게임들이 꽤 있다.
타이틀 시스템이란,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저런 칭호가 나오고, 그 칭호를 장착함으로써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어떤 게임에서는 벌레를 100마리 죽이면, 벌레 학살자라는 칭호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설마 나에게 칭호가 생겨날 줄이야!
“이, 일단 보자.”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일단 칭호의 효과를 확인했다.
$[견습 언데드 퇴치가]
종류에 관계없이 언데드를 50마리 처리하면 얻는 칭호.
언데드를 퇴치하는데 특별한 관심과 재능이 있는 당신!
언데드 퇴치가가 되어서 언데드를 박멸하자!
언데드 공격 시 공격력 30% 증가.
언데드 공격 시 방어력 30% 증가.
언데드 공격 시 올 스테이터스 5 증가.$
“뭔가 자극적인 문구로다. 이 문구는 누가 만드는 거야 대체? 가이아가 만들어 주는 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이거 능력 대단한데.”
정말 능력이 엄청나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30% 상승하고. 거기다가 스테이터스가 전부 +5가 된다는 부가 능력이 붙어 있다.
내 힘이 지금 14니까 언데드를 상대할 때에는 힘이 19가 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지능도 마찬가지고.
거기에 데미지가 30% 증가하면…….
뭐여 이건.
“언데드를 박멸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칭호를 클릭해서, 내 인벤토리 겸 스테이터스창에다가 붙였다. 그러자 내 칭호가 견습 언데드 퇴치가로 변하면서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감쌌다.
파앗.
힘만 감싸는 게 아니라, 빛도 번쩍이더니 곧 사라졌다.
칭호를 달면 일어나는 일인가?
“어디 보자. 좀비는 더 없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좀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략 60마리 정도의 좀비뿐이었으니, 많은 건 아니었다.
“그러면 슬슬 돌아가 볼까.”
나는 손을 들었다.
“인던 탈출.”
세계가 부서졌다. 그리고 나는 현실로 되돌아왔다.
* * *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지금 집에 돌아왔다. 사실 시간상으로는 그리 오래 걸린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마치 몇 주가 지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피곤했다.
하아. 게이머의 정신이 피로감까지는 어떻게 해 주지 않나 보구나. 하긴 이거까지 케어해 주면 무적이게.
공부할 때 스트레스 따위는 금방 없어질 거 아니야.
“하아. 힘들었다.”
선일이 녀석 집에 가서 겪은 일만 해도 얼마나 판타스틱하냐? 그것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좀비 던전에서 좀비를 때려잡다가 타이틀까지 얻었다. 정말 몇 주 지난 것 같은 착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오니?”
엄마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렸다. 나는 거실로 들어서면서 대답했다.
“응. 다녀왔어. 그래도 별일은 아니라고 하더라고.”
내가 연혼요상결을 익히지 못했다면 교통사고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야 했을 거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아들이 집에 왔는데 관심이 없어요.
어째 TV에서 고개도 안 돌리신담?
“선일이는 괜찮다니?”
“괜찮데. 낼모레까지만 쉬고 학교 나온대.”
“그래?”
엄마의 건성거리는 태도는 아무래도 좋아. 사실 저게 더 신경 쓰이니까.
<???>
엄마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물음표.
내 능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엄마에게도 뭔가가 있는 건가! 레벨이 보이지 않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물음표는 보통 내가 레벨을 확인할 수 없는 고렙일 때에 뜨는 것이 보통. 그렇다면 엄마의 레벨은!?
40대였던 환성곤도 레벨 확인이 가능했었다. 그렇다면 엄마의 레벨은 대체 얼마라는 거야?
“나 방에 올라갈게.”
모르겠다. 알려고 하지 말자. 하아. 힘들어.
“그래. 밥은 먹었니?”
“먹었어.”
그렇게 간단하게 대답하고서 방으로 올라갔다. 가방을 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반팔에 추리닝 바지 하나 입고서 일단 의자에 털썩하고 앉았다.
삐릭!
“헉.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 버렸다.”
무서운 습관이야.
고개를 흔든 다음에 멍하니 컴퓨터 부팅 화면을 쳐다보았다.
잠시 멍하니 화면을 보다가 윈도우 화면이 켜지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 신선일, 환성곤, 권시연, 좀비, 레벨, 스킬.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광란의 소용돌이처럼 춤을 췄다.
때문에 깊은 한숨이 쉬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진짜. 나 앞으로 어쩌지.
* * *
오늘도 학교에 간다. 매일매일 학교에 간다. 학생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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