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을 했습니다.
한지한은 즉시 손에 힘을 주고, 힘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해 봤다. 그러자 실제로 뭔가 몸 안에서 꿈틀하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띠링!
-특정한 행동을 통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Mana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기술 ‘마력 공격’이 생성되었습니다.
$[마력 공격 (액티브) LV1 EXP : 0.0%]
마나를 뿜어내 공격하는 기술.
지능의 영향을 받아 공격력이 상승한다.
사정거리 10m.$
“헐. 이런 것도 생겼네.”
“인마. 뭐해?”
“아니. 새로운 스킬이 생겨서…….”
“뭐?”
신선일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보지 마. 나도 이럴 줄은 몰랐어.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 나가는 거부터 해봐.”
“아, 알았어.”
한지한은 다시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손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고, 즉시 말했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 그런 의지를 말까지 하면서 표현한 순간.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주변의 풍경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띠링!
-특정한 행동을 통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인스턴트 던전[허상 결계]를 나가는 기술 ‘인던 탈출’이 생성되었습니다.
$[인던 탈출 (액티브) LV1 EXP : 0.0%]
인스턴트 던전을 나가는 기술.$
이런 것도 스킬로 만들어지는 거냐?
“만들어 봐.”
한지한이 살짝 어이없어하는 동안, 신선일이 허상 결계를 만들어 보라고 시켰다.
“으음.”
손을 들고서 한지한은 생각했다.
만들어져라. 허상 결계. 만들어져라. 허상 결계.
파칭!
소리와 함께 한지한을 중심으로 세계가 바뀌었다. 그것은 그에게 몹시도 신기하고, 신비한 경험이었다.
더 게이머라는 능력을 얻은 이후로 이렇게 기이한 기분을 느낀 적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느낌을 느낌과 동시에 한지한은 그 스스로가 어느덧 허상 결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띠링!
-특정한 행동을 통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인스턴트 던전[허상 결계]를 만드는 기술 ‘인던 생성’이 생성되었습니다.
$[인던 생성 (액티브) LV1 EXP : 0.0%]
인스턴트 던전을 만드는 기술.
레벨에 따라 더 강한 인스턴트 던전의 생성이 가능해진다.$
역시.
이것도 스킬로 생기는 건가. 근데 이건 설명문이 한 줄 더 붙어 있잖아?
“야. 허상 결계에도 혹시 종류가 있냐?”
“있지. 그건 왜?”
“아니. 인던 생성이라는 스킬이 생겨서.”
“풉.”
갑작스럽게 물을 뿜듯이 숨을 토해낸 신선일은 얼빠진 표정이 되어 자신의 오랜 친구를 바라보았다.
“인, 인던 생성? 너답다고 해야 할지…….”
“여하튼 나가는 거랑 들어가는 건 알겠어. 고맙다. 정말 살았다고.”
불쑥.
손을 내뻗어 신선일의 목에 팔을 두르고는 한지한은 녀석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사실 그랬다. 신선일이 모른 척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그런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그는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런 한지한에게 붙잡힌 신선일은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나저나 너 앞으로 어쩔 거야?”
“응?”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이거지. 아까 내가 선천능력자가 있다고 했지?”
“그랬지.”
“선천이 있으면, 후천도 있는 거 아니겠어?”
신선일이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고는 손을 들어 보이자, 한지한의 시선이 그 손으로 향했다.
그의 손이 녹색 기류에 휘감겨 빛을 내고 있었다.
“후천능력자. 수련을 통해서 능력을 손에 넣은 자들을 뜻하지. 나는 바로 그런 후천능력자라고. 자, 봐.”
쐐에엑!
귀를 울리는 소리.
동시에 그의 손은 벽을 빠르게 후려쳤다. 콘크리트로 만들었음이 분명한 벽이 마치 스펀지처럼 퍽! 소리와 함께 뚫렸다.
“헛.”
한지한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졌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줄이야?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 모두 다 비정상적이었다. 이제 와 이런 걸로 놀라는 것도 사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물론 완전한 후천능력자는 아니야. 선천적으로 기(氣)에 민감한 재능 정도는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그걸 갈고 닦아서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 올린 거지. 네 눈에 내 레벨이 전에는 25였고, 지금은 28이라고 했지? 그거 꽤 정확하다고 볼 수 있어. 사실 일주일 사이에 좀 특별한 수련을 해서 더 강해지긴 했으니까.”
“그, 그러냐.”
한지한은 신선일의 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맨손으로 벽에 구멍을 낸다는 건, 일격에 사람도 죽일 수 있다는 의미.
이 녀석.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구나…….
한지한은 잠시 물끄러미 신선일을 봤다. 한지한이라고 하는 사람과 신선일은 친구라고 하는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그 관계는 신선일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쫄았냐?”
그런 한지한의 시선을 느꼈을까? 신선일은 조금 과장스럽게 히죽 웃으며 한지한에게 ‘쫄았냐?’라고 물어왔다.
장난스럽게 묻고 있지만, 어쩐지 그 눈동자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는 것 같다고 한지한은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이 녀석의 친구는 나뿐이었지.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하구나.
이 녀석의 성격이 나쁜 편도 아니고, 도리어 꽤 좋은 성격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도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이 녀석의 친구는 나뿐이었어.
오로지 나 하나뿐.
“헷. 쫄기는. 이 형님이 광렙해서 금세 따라잡아 주마.”
한지한은 너스레를 떨며 알통을 만들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라. 불안해하지 마라.
우리는 친구 아니냐?
빙긋.
신선일이 그런 한지한의 모습에 아까와는 조금 다른 부드러운 기색으로 웃었다.
이 녀석도 참. 역시 강하든 말든, 애는 애란 말이지.
뭐 나도 애지만.
“그래. 광렙해라. 그전에 내 질문에 대답이나 좀 하고.”
“무슨 질문?”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해 준 말은 아주 기초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거 알아?”
뭔가 더 있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거야?
“그, 그러냐.”
“좀 더 이야기를 해 줄게. 선천이든 후천이든지 간에 능력자들은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비합법적인 일들이지.”
비합법적인 일이라면 결국 불법이라는 거 아냐.
“그, 그러냐.”
“너도 능력을 가졌으니까. 앞으로 그런 작자들하고 얽힐 일이 생길 수도 있어. 당장 그 흑소환사라는 작자가 만든 허상 결계에 들어간 것만 해도 그렇잖아?”
“으음.”
“평범하게 살 거라면, 더 이상 능력을 올리지 마. 능력을 올릴 거라면 각오를 해 두고. 그렇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어.”
신선일의 진지한 눈이 한지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이 새끼. 나한테 그동안 거짓말을 했지만, 친구라고 걱정해 주는 거냐.
“이 ‘어비스’에서 산다는 건 그런 거야.”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서 손을 들었다. 허상 결계가 깨어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오늘 밤에는 나가지 마라. 그 흑소환사는 곧 처리할 거니까.”
“뭐?”
“그럼 내일 보자.”
“야!”
신선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 버렸다.
“야…….”
그를 잡으려던 한지한의 손은 허공에서 유영하다가 힘없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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