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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ㅇ

던전 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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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수먹을래
작품등록일 :
2017.08.08 18:16
최근연재일 :
2017.10.06 20:13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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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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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0
글자수 :
400,683

작성
17.09.15 01:39
조회
763
추천
25
글자
13쪽

포성이 울리고

DUMMY

세상에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또는 평소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하여도 가끔 이해 못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싱크홀 앞에 앉아 있는 남궁쌍민도 그러했다.


무릎을 모으고 앞만 응시하고 있는 그는 사실 자기 자신도 설득하기 힘들었다.


'난 왜 여길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거지?'


헬은 충분히 받았다. 그간의 고생에 비하면 넘치도록 많은 헬이 입금된 것을 휴대폰으로 확인했다. 게다가 세진이 헬을 입금한 시점은 그가 구멍 안으로 사라진 후였다. 그러니 세진은 살아 있을 것이다.


아무런 미련도 남겨두지 않고 떠나야 할 그는 여전히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조금 갈등이 되긴 하네. 이대로 떠나면 저 탱크가 내 것인데."


중얼거리며 일어나 홍차를 끓였다. 그런데 그 홍차는 한 모금도 마시기 전에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이런 걸 보고 소변을 보면 바로 언다는 날씨라고 하는 것이다.


각설탕을 넣지 않아서 홍차는 그냥 쌍민에게 싱거웠다. 그는 입을 짭짭거리면서 다시 않았다. 그러면서 빨개진 코를 흥! 하고 풀다가, 소맷자락으로 연신 문질렀다. 궁상맞았지만 여기에서 그걸 보고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줄도 없는데 이 녀석 올라올 수는 있을까?"


그때 여진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정말 지진인가 싶을 정도의 진동이었다. 그런데 그 진동은 점점 동심원을 그리듯이 확대되었고, 더욱 강해졌다.


"으아아아! 으아아아!"


남궁쌍민은 소리를 지르다가 턱끼리 부딪혀 딱! 하는 소리를 내었다. 중간에 혀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극통을 맞볼 뻔 했다.


그는 그런 와중에도 엉금엉금 기어서 싱크홀에서 멀어지려고 애썼다. 싱크홀의 가장자리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제기랄!"


쌍민은 바로 떠났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등 뒤로 땅이 움푹 움푹 꺼지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넘어지면 바로 죽음이다.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 칠 테니까 말이다.


이게 무슨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도 아니고, 식은땀이 흘러내리다가 바로 말라 버렸다.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죽어라 달렸다. 그러다가 위 아래로 흔드는 진동에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죽는 건가? 여기서 죽는 거야!?


"안돼!! 안돼에에에!!"


두 팔꿈치를 귀 옆에 댄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때 지진이 잦아들었다. 지진이 끝난 후에도 쌍민은 지면에 남아있었다. 그의 등 뒤로 시커멓게 확장된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다. 간발의 차이로 살아난 것이다.


지하에서 폭탄을 터트렸는지, 왜 지진이 일어났는지는 이 순간 중요하지 않았다. 쌍민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


"역시 나는 운이 억세게 좋은 놈이야! 살아남았어! 복권에 당첨됐던 것처럼 운 하나는 끝내주는 놈이야!"


"........."


그때 흔들던 쌍민의 머리가 뭔가에 부딪혔다. 눈물범벅인 얼굴로 올려다보니 세진의 발이었다. 물론 발 위에는 세진이 있었다. 그는 뭔가···. 혼자 보기 아깝다는 얼굴로 쌍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나는.."


뭐라고 더 외치려고 했던 쌍민은 세진의 시선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겸연쩍어졌다. 그런데 사실 감격해서 울부짖어도 괜찮은 상황 아닌가? 죽다 살아났는데 말이다.


"너 왜 안 떠나고 여기서 이러고 있냐?"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 쌍민은 세진이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눈물범벅인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전쟁터에서 오래 굴러먹은 유저라고 해서 죽는다는 게 소풍처럼 느껴질 리는 없었다. 그건 천상병 시인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세진은 붉어진 얼굴로 바지를 툭툭 터는 쌍민을 바라보았다. 그 잠깐 못본 사이에 주접이 살짝 더 늘어난 것 같았다. 화들짝 놀라며 세진의 뒤에 서 있는 자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뭐야? 저건?"


거울처럼 연마된 금속 표면이 세진과 쌍민을 담았다. 던전 안에서 세진과 함께 나온 자는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존재였다. 눈까지도 노란색의 렌즈로 가린 자는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리고 등에 아주 큼직한 금속 상자를 메고 있었다. 걸친 갑옷의 무게 때문에 발로 딛은 땅이 깊게 파인 상태다.


"새로 생긴 동행자야. 이름은 레인."


"......"


레인은 절그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금속 건틀렛을 앞으로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건가? 두툼한 금속 장갑을 보니 저기에 잡혔다간 손이 박살 날 것 같았다. 쌍민은 손을 내밀어 레인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괴물? 기계?


세진은 느긋하게 청영으로 돌아왔다. 떠났을 때는 혼자였지만 돌아왔을 때 금속 갑옷을 빈틈없게 걸친 레인과 쌍민이 동행했다. 레인이야 그가 원한 것이지만 쌍민은 의외였다.


"안 그래도 헬을 적당히 벌면 어딘가에 정착하려고 했어."


쌍민은 그 외에 여러 가지 말을 했지만 세진은 정작 귀담아듣진 않았다. 그가 보기에 쌍민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청영까지 동행한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았다.


"인간들은 이유가 있어서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전부지. 왜? 라는 것은 의식이 생각하는 핑계야. 사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거지. 이유는 그다음에 만들어서 가져다 붙이는 거야. 그게 바로 합리화의 메커니즘이고. 그 작동원리는 인간을 관통하는 모든 것이지. 인간만큼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생물도 드물어. "



레인이 옆에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처럼 탁하고 노이즈가 많았다. 그의 말을 들은 쌍민은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냐는 듯이 레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레인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후였다. 지상 위로 나온 그는 풍경 구경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


청영에 도착한 세진은 발전한 내부보다는 나무들이 높고 넓게 많이 자라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도시밖에 허허벌판이 늘어가고 있었다. 누가 불을 지르는지 산불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쌍민은 도시의 진입로부터 테러로드라고 짐작되는 동상을 보았다.


"대단한 미인이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렇게 동상들이 많으니 나르시즘이 넘치는 도시의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쌍민이었다. 아무리 우상화를 즐겨하는 이들이라도 동상 숫자도 그렇고, 얼굴은 가면으로 가리던데 말이다.


테러로드의 익명성을 고집하지 않는 영을 보니 오히려 그점이 새롭달까.그게 바로 쌍민의 생각이다. 물론 정작 청영의 진짜 테러로드는 그 익명성을 아주 잘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바로 쌍민 옆에서 말이다.


레인과 쌍민은 인간의 거주구. 영의 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온 세진은 그동안의 도시 상황을 전해 들었다. 어떤 평가를 바라는 듯 긴장한 기색인 영과 태진의 앞에서 세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군."


"......."


그리고 침묵이 잠시 흘렀다. 마치 그게 답니까? 라는 태진의 눈빛을 받자 세진은 마지못해 고개를 작게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에 틀어박혔다. 그는 레인에게 줄 설계도 만들기에 돌입했다.


영이 세진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는 딱 잘라 말했다.


"내가 편해지라고 너희들을 가진 거야. 너희들의 목표는 내 신경 쓰이게 하지 않고 도시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거라고.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나를 귀찮게 안 하면서 잘해나갈지 생각해봐."


"지금 내가 묻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지만 말이야. 다 떠나서, 적어도 운영 방향성에 관해서는 이야기 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래야 그걸 참고로 해서 뭘 결정하든지 말든지 하지."


마음대로 도시에 세워놓은 동상에 대해서 말할까 말까 생각하던 영에게 세진은 딱 잘라 말했다.


"조언이 필요하거나 힘들 땐 기도해."


"......"


부하들을 왜 가지는가? 나만 편해지라고 가지는 것이다. 그게 지금 세진이 말하고 있는 요점이었다. 영은 뭔가 반박할 말을 찾다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가건물을 나갔다.


세진은 아이들이 잘 크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신경을 끄고 싶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관리해야 할 도시는 큰데 운영하는 인원은 극소수였으니 말이다.


설계도에 이것저것 추가하고 있던 세진은 하품을 하며 방을 나섰다. 그리고 운동장 한가운데로 가서 바람도 쐴 겸 커피를 마신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하늘이 너무 맑아."


눈이 시릴듯한 청명한 하늘에 약간 짜증이 났다. 아름답긴 하지만 호수 속에 갇힌 것 같아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도 안 가져왔으니 귀찮아서라도 그냥 내버려 두자고 생각하는 그이다.


그는 커피잔을 기울이며 한쪽에서 농구를 하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아이들은 훌쩍 자라 있는 상태였다.


"교복이 필요하겠군."


전에 영이 중얼거린 말을 그대로 중얼거리는 세진은 7대 7으로 하는 농구를 구경했다. 농구의 룰을 많이 벗어난 경기였지만 어쨌든 농구공으로 하는 거니까 농구인 거다. 에어 워크 후에 덩크를 하는 소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태진이 다가온다.


"세진님."


"왜?"


"요즘 바쁘시다는 것을 알지만 말입니다. 이것 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태진이 굳은 얼굴로 태블릿을 내밀자 세진은 딱 잘라 말했다.


"보기 싫어."


"......."


"정 내게 보여주고 싶다면 나와 싸워 이겨라. 그렇다면 특별히 봐주지."


레인을 데려온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설계도를 만들면서 휴대폰을 통해 레인의 의견도 수렴했는데, 세진은 아주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농담도 던지는 것이고 말이다.


태진은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없군요. 승리해 드리죠."


"승리는 남에게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남에게 갈취하는 것이지."


그래서 둘은 커피를 마시며 격투 게임을 했다. 소울 칼리버99탄이었는데 가드 임팩트가 현란했다.


7판을 내리 지자 세진은 태블릿을 볼 수밖에 없었다. 세진의 신경 써주겠다는 확답을 얻어낸 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지금 사안은 그가 신경 쓰고 싶어도 신경 쓸 수 있는 차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이스틱을 내려놓은 세진은 깍지를 끼고 의자에 앉은 상태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느긋한 자세가 되자 옆의 태진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눈치 끝에 나오는 의견 타진이다.


"친위대에게 제대로 된 무기를 들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무기 없어도 강하잖아. 급한건 아냐."

"무기는 무엇으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기본 세트를 만들어서 지급할 예정이다."

"혹시 그 기본 세트에 저격용 총도 들어갑니까?"

"당연하지."


태진은 침음성을 삼켰다. 분명히 세진은 최고급으로 맞춰줄 것 같은데 어마어마하게 헬이 깨지겠다 싶어서였다. 제대로 된 저격용 총은 무제한 투자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태진은 세진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그런 물음에 태진은 내키는 대로 대답해 주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도시 내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약간 버겁다는 말에 정색했다.


"아직 한참 부족해. 지금 네가 나를 귀찮게 하는 것만 해도 그래."


"........"



*****


쌍민은 세진에게 정식으로 고용되었다. 그는 도시의 상황을 이렇게 파악했다. 영이 테러로드고 세진이 측근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진의 묘한 여유나 강함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총애를 받는 몸이면 많은 혜택을 받았을 테니까 말이다.


"최측근에게 고용된 나에게도 떨어질 떡고물이 많겠지?"


그러나 쌍민은 왜 이렇게도 운이 없는 걸까? 결국, 그런 바람이 충족되기보다는. 비행기에서의 악몽이 재현되었다. 아 괜찮겠지~ 별거 아니겠지~ 싶다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그 기분 말이다.


그러니까 그날 밤 세진의 방문을 받고, 그가 하는 말에 쌍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뭐?"


"들은 그대로야."


"제정신이야?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제발 이 미친 소리가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해줘! 라는 눈빛을 무시하며 자리를 떠나는 세진이었다. 당황한 쌍민은 레인에게 설계도를 주러 가는 세진을 붙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쌍민은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며 생각했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하지만 그는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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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 +3 17.09.18 706 25 17쪽
43 3------- +3 17.09.17 719 27 12쪽
42 2------ +4 17.09.17 743 26 16쪽
41 1------ +4 17.09.15 739 24 11쪽
» 포성이 울리고 +1 17.09.15 764 25 13쪽
39 해외 직구 +7 17.09.13 773 32 8쪽
38 4---- 17.09.11 733 30 18쪽
37 3---- 17.09.10 779 28 10쪽
36 2---- +2 17.09.07 773 27 10쪽
35 1---- +2 17.09.05 810 25 11쪽
34 해외 +1 17.09.05 812 30 16쪽
33 그들은 그녀를 찾아내고 싶어한다. +2 17.09.04 836 25 15쪽
32 6---- +3 17.09.03 854 27 13쪽
31 5---- +3 17.09.02 833 31 12쪽
30 4---- 17.09.02 849 31 11쪽
29 3---- 17.09.01 864 29 11쪽
28 2---- +2 17.09.01 895 29 14쪽
27 1--- 17.09.01 948 35 13쪽
26 그들은 그녀를 죽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2 17.08.31 946 34 11쪽
25 테러나이트, 테러데이 +2 17.08.31 908 43 16쪽
24 9...... +2 17.08.31 890 32 12쪽
23 8..... +3 17.08.30 937 35 11쪽
22 7...... +2 17.08.30 943 33 11쪽
21 6..... +3 17.08.30 1,000 37 8쪽
20 5...... +1 17.08.30 1,017 36 13쪽
19 4...... +2 17.08.29 1,083 40 17쪽
18 3..... +4 17.08.29 1,349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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