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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7.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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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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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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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6화

DUMMY

어나더 월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지는 몰라도 몬스터의 수준이 강한 곳일수록 필드에 존재하는 몬스터의 숫자는 줄어들어 갔다.

방주 4층은 렉시아와 1대 1로 붙어도 밀리지 않는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었다. 보스몹도 아닌 통로를 돌아다니는 몹이 렉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 스티븐과 러실은 처음으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백상우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마황성에서 루시퍼를 겪어보았기에 턱을 이따금 쓸면서 두꺼운 손가락으로 머리를 벅벅 긁기도 했다.


그러했으니 4층 사냥은 백상우와 렉시아가 한예린의 보조를 받아 진행되었다. 백상우는 렉시아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다가 위험하거나 혹 다른 몬스터가 오는 게 보일 때만 나서서 도와주었다.

모두 렉시아가 원한 일이었다.


만약 몬스터의 수준에 더해 2, 3층처럼 이전 층에 있던 몬스터들이 내려오는 특성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쉽게 탐사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방금 안 막아줬어도 큰 상처는 안 입었을 거야."

"안 입었긴. 아마 네 심장 밑 배에 구멍 하나가 뚫렸을 텐데 그게 큰 상처가 아니라는 건가? 몬스터들의 골격이나 근육은 사람과 달라서 공격 각도가 끝에서 달라지기도 한다는 걸 너도 이제는 알 텐데. 그럼 네 심장이 함께 뚫렸을 수도 있어. 뭐 네 심장도 환인모드로 변형이 가능한가 보지?"

듣기로는 심장 같은 중요 장기는 변형이 불가능했다.

우리는 지금 4층 선실에 있는 탁자에 모여앉아 도시락을 까먹는 중이었다.

백상우의 말에 렉시아가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눈을 흘기면서 고기를 집어 먹었다. 성격답게 고기를 한가득 입에 머금고는 씹었다.

"구래 네 잘나따 이시키야."

백상우와 달리 렉시아는 입에든 음식을 뱉는 법이 없었다.

음식으로 빵빵해진 볼로 투덜거리니 그 모습이 꽤 귀여웠다.

러실이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렉시아 넌 참 귀여운 거 같애."

"네 눈에 귀여워 봐야 아~~무 쓸데없다. 뭐 다른 `한`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이 말과 함께 시선을 내 쪽으로 옮겼다.


"용환이 너도 내가 귀엽게 보이나?"


반짝이는 눈빛이 심히 부담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하나둘 모여드는 게 느껴졌다.

대답을 미루고 있으니 재차 물어왔다.


"응? 그랬으면 좋겠는데 난."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이은 건 렉시아였다.

치고 들어왔다가 빠지는 속도는 전투 때나 일상 때나 확실히 빨랐다.


"또 웃기만 하네 쳇. 뭐 앞으로 살날이 더 많으니 자꾸 보다 보면 언젠가 정은 붙겠지."


이후부터는 약간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고기를 꼭꼭 씹어 작은 입을 우물거렸다. 풀이 죽어 점점 내려가는 시선이 탁자로 향했다. 그러던 중에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백상우의 손을 발견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내 고기 먹지 마라 이 상어 같은 놈아! 누가 상어 아니랄까 봐 무법자 짓 하고 있어! 싸움만 잘하면 다냐 이 자식아!"


진짜 눈이 금붕어 같이 커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백상우의 손은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이미 자기 도시락을 비운 백상우는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시락까지 손을 대었다. 정확히는 대식가인 렉시아와 이네시아의 도시락만을 노렸다. 양도 양이지만 두 사람의 반응이 재밌어서 한다는 것쯤은 이제 느낄 수 있었다.

렉시아와 이네시아가 손으로 막아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음식이 손을 피해 허공을 미꾸라지처럼 돌아다녔다. 허공을 배회하다가 저절로 입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참다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가 등짝을 냅다 후려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지금을 즐겼다.

계속 때려도 웃음소리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꿋꿋이 먹으면서 웃었다.


참 재미있는 친구들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런 재미난 광경을 또 어디 가서 보겠는가.


어느 순간 백상우가 렉시아의 도시락을 들고는 선실 바깥으로 도망쳤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고함과 웃음에 남은 일행들의 입가에 미소는 걸렸다.

평소 장난을 많이 치는 백상우이기는 하지만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때로는 배려해준다는 걸 이제 여기 있는 모두는 알고 있었다.

탐사에만 열중하는 러실과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스티븐과 배려심 깊은 착한 한예린과 지극히 평범한 성격인 나를 포함해, 지구인 4명을 매번 웃게 하는 건 이계인인 세 사람이었다.

세 사람이 없었다면 이처럼 탐사를 편하게 하기도, 재밌게 이어가지도 못했을지 몰랐을 일이다.

아무리 신규 지역 탐사에 보물이 많다해도 보물을 얻는 즐거움과 재미는 사람이 주는 것과는 또 달랐다.


이렇게 쉴 때는 풀어진 모습을 보여도 사냥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한 사람이 모두를 웃게 했던 세 사람이기도 하다.


다시 탐사를 이어가다 우리를 막아선 몬스터는 칼룸.


"좋아 좋아 용왕 좋아!"


말 그대로 사냥을 시작했을 때일 뿐, 어느 순간부터 렉시아가 몬스터를 상대하기 전에 외치기 시작한 구호가 모두를 웃게 하기도 한다.


칼룸은 사자 머리를 한 반인반수로 손과 발에 강기를 만들어내는 무투계열 몬스터였다.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체격은 장대해 안 그래도 일반 여성과 차이 없는 체구의 렉시아가 마주 서면 더 조그맣게 보였다.

그렇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검은 가죽으로 덮인 왼손 팔뚝에 자라난 날카로운 지느러미가 휘둘러질 때마다 바람 소리를 냈다. 왼손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 소리가 유독 더 큰 건 실제로 마력으로 바람을 만들어내어 휘두르고 쏘아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람을 칼룸의 공격을 흘리는 데 쓰기도 하거나 신체에 상처를 만들기도 하며 전투를 주도해갔다.

그리고 돌피부로 변한 기형적이게 큰 오른손은 칼룸이 휘두르는 주먹과 맞붙이치고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쾅쾅거리는 굉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오른손은 마력을 많이 머금은 상태일수록 강도와 속도가 빨라지는 특성이 있어 멀리서 보면 꼭 오른손이 두 개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능력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전투는 확실히 흥미진진하고 볼거리가 많았다.

이번 전투는 새삼 천재들의 장점을 또 한 번 깨닫게 하는 전투였다.


"공격이 너무 단조로운데 이 녀석들? 여러 번 상대해보니 별거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말은 이렇게 해도 렉시아가 숨을 거칠게 몰아쉴 정도로 전투는 격렬했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상처를 많이 입었던 걸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았다.

학습능력이 있는 인간 중에서도 무의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4층은 몬스터와 함정의 수준이 높은 곳답게 다른 층들보다 더 조심히 탐사를 이어갔다.

몬스터 여러 마리가 갑자기 소환되는 함정이나, 마력을 4시간 동안이나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독 함정이나, 만지기만 해도 4시간 동안 동물로 변하게 하는 특이한 함정이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해독 마법 같은 것도 들지 않는 함정들이라 조심해야 했다.

때문에 다른 층보다 탐사 기간이 두 배는 더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전부 돌아보는 데는 나흘이라는 시간이 걸려 끝내 우리는 한 대문 앞에 섰다.

손을 문에 갖다 대자 메시지는 떠올랐다.


[보스 방입니다. 보스방의 문을 여시겠습니까?]


놀랍게도 이 같은 메시지를 떠올리는 대문은 3개나 더 있었다. 보스가 4개체라는 건지 아니면 특수한 무언가가 있는 건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와 컨디션은 최상의 상태였다.

모두와 한 번씩 시선을 맞추고는 문을 힘껏 밀었다. 4층 몬스터가 아무리 강했기로서니 지금 파티 전력이면 사냥할 수 있을 거라 우리는 판단했다. 러실은 탐사 때는 쓰지 않았던 테이밍된 몬스터 7마리도 소환해 열리는 문을 보았다.

한예린은 모두에게 버프를 걸고 나서 제일 뒤에 자리해 보조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열리는 문틈 사이로 발밑에 자욱하게 깔린 연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깔린 연기를 따라 시선을 쭉 올리다가 발견한, 널찍한 홀 중앙에 자리한 뱀신장 석상을 찾아보고는 해왕의 창을 고쳐잡았다.


옆에 있던 백상우가 먼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석상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해도 나아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지점이 이르러 든든하고 널찍한 등이 뱀신장을 잠깐 가렸다.


후욱!


소리와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뱀신장이 백상우를 향해 언월도를 내리찍었다.

보스몹은 기세만큼이나 강한 위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콰르르릉!


양팔을 교차해 막은 백상우는 멀쩡한 반면.

딛고선 지면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오목하게 파여 들었다.

바닥에 깔린 연기가 충격에 놀라 달아났다.

발이 오목하게 파인 땅에 들어가자 그 큰 키가 나와 맞춰졌다.

몸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새하얀 기류가 이전에 마황성에서 봤던 독고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퍼뜩 제국 제일 기사 프린과의 대련 이후로 약간의 심득을 얻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저게 그게 아닐까.


새하얀 마력의 기류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백상우의 실루엣이 뱀신장을 향해 주먹을 힘껏 내지르고 있었다.


*


[봉함운封緘雲의 깃발](유니크)

설명: 봉인의 힘이 담긴 깃발. 구름을 만들어내고 부릴 수 있는 신비한 힘이 담긴 깃발이다.

효과: 마력+2

효과: 몬스터 한 마리를 지정해 능력치를 2% 감소시킬 수 있다.(보스 몬스터 제외)

효과: 일정량의 마력을 소모해 구름을 만들어내 부릴 수 있다.


수레 길드가 서쪽 깊어지는 구름 지대에서 처음으로 얻은 유니크 아이템이다.


"저기 있네요!"


한 길드원의 외침에 구름 한편에 있는 제단 주위를 서성이던 몬스터들이 기어왔다.

그에 78명이나 되는 베테랑 유저들이 장수풍뎅이와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몬스터 `본드`를 향해 마주 달려갔다. 아무리 뛰어난 몬스터라고 해도 수에는 장사가 없었다.

1대 1이면 모를까,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은 시간문제였다.

길드 마스터 양진호는 유저들에게 사냥당하는 본드 사이를 걸어 제단으로 향했다.


김용환이 탐사를 하는 동안 수레 길드 역시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이득을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해 탐사를 이어왔다.

지금 앞에 보이는 깃발까지 얻으면 총 3개째였다.

김용환이 보스방에 들어가던 시점의 일이었다.

2번째 깃발은 번개를 부리는 효과가 담긴 유니크 등급 아이템.


천사가 말하길.

깃발 4개를 모아 조합하면 날씨를 조종하는 깃발을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1개를 구해왔을 때는 알려주지 않았던 정보를 2개를 모아와 아느냐고 물었더니 알려준 정보였다.

날씨를 조종하는 레전드 아이템이라니 마법보다는 꼭 `신`과 같은 능력이 아닌가!


스티븐이 가졌다고 알려진 대마도사의 서와 같이 개인 능력을 월등히 향상 시킬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라고 해도 대단한 아이템인 건 분명했다.

이제 하나만 더 구하면 된다는 생각에 걷던 걸음은 자연스레 빨라져 갔다.

제단을 올라 깃발을 뽑으면서 확인을 외쳤다. 이번 깃발은 봉함풍封緘風이라는 깃발로 바람을 만들어내 부릴 수 있는 효과가 담긴 깃발이다.


이전에 구한 봉함뢰雷의 번개 화력은 일반 번개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잠시 그 자리에서 봉함풍의 바람을 시험해본 결과 일반 거센 바람 수준에, 범위를 의지로 늘려봐야 마력소모만 커질 뿐 위력은 더 강해지지 않았다.

봉함뢰와 같았다.


유니크 등급치고는 확실히 떨어지는 효과였지만 4개가 모이면 달랐다. 4개를 다 모으지 못하면 지금 고생한 게 말짱 도루묵이 될지도 몰랐다.

무조건 먼저 찾아야 했다.

김용환 파티가 찾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빠르게 다시 탐사에 나섰다.

며칠 전부터 마주친 적이 없다는 점이 걸리기는 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탐사를 이어나갔다.

만약 찾았으면 어떠한 조건을 걸어서라도 살 계획이었다.

먼저 찾은 3개를 상대에게 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결국 1개는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일정 기후를 조종하는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또 마력이 얼마나 소모되는지 모르지만.

얻기만 하면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칠 길드가 될 거라 함께한 모두는 여겼다.

평소 게으르던 기업의 자제들이 괜히 적극적으로 탐사에 임하는 게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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