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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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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7.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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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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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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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0화

DUMMY

땅의 모험과 하늘의 모험은 달랐다.

하늘이 부리는 변덕을 땅에서 보고 맞이하는 것과 하늘 속에서 맞이하는 건 확실히 달랐다.


지나가는 길목에 가득 들어찬 먹구름이 맹렬히 빗물을 쏟아냈다. 모두 오랫동안 수련과 레벨업을 해온 사람들답게 비를 맞는 것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먹구름을 뚫고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경험은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경험이었다. 하물며 지금 타고 있는 게 배라면 더 이색적인 경험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배에 탄 사람들 중 생존에 자신 있는 사람은 갑판으로 나와 풍경을 구경했다.

몰아치는 비바람이 아무리 거칠어도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을 밀어내기는 힘들었다.


"하하하하!"


백상우의 웃음소리가 천둥소리와 하모니를 이루었다. 어느 순간엔 배 난간을 박차고 날아올라 허공을 뛰어다니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그런 백상우의 행동을 수레 길드 유저들은 약간 들뜬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거침없는 행동은 같은 남자가 봐도 혈기를 끓어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구에서는 보기 힘든 자유분방한 모습은 같은 남자가 봐도 호감을 느낄만한 매력이었다.

지금까지 함께 다니면서 유저 중에서 욕한 사람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이해하기 힘든 반응은 아니었다.


비전 특유의 원기를 돋는 음공이 웃음에 실려 있다는 사실을 유저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내공이 실린 외침은 가까이 있으면 빗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와 귀에서 메아리처럼 울려댔다.


먹구름을 뚫고 올라왔을 때 담담히 풍경을 내다보던 유저들 몇몇도 끝내 탄성을 내뱉었다.

비가 내리는 구름 아래와 달리 위는 평온했다.

구름이 끝없이 늘어선 아래를 멍하니 내려다보다 맑은 물을 떠올리게 하는 청명한 하늘도 같이 눈에 담았다. 성큼 가까워진 해가 한편에 걸려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문득 옛날에 한 번 들었던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에덴이 하나의 세계라면 과연 우주와 같은 곳도 존재하는 지다.


혹시 러실은 알까 해서 한 번 물어보았다.

돌아온 답변은 일정 구간에 이르면 더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오른다는 답변이었다.

의문이 들었던 당시에 해봤던 답변 중 하나라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는 배 난간 앞에 설치된 나무 의자에 앉아 풍경을 구경했다.

사람 여섯 명이 나란히 앉아도 될 정도로 의자는 길었다.


그런데.

"왜 빈자리 놔두고 내 무릎에 앉는 건데."

굳이 내 무릎 위에 비스듬히 앉아 태연하게 풍경을 구경하는 한 여성이 있었다.

렉시아였다.

"여기가 편할 거 같아서."

"난 안 편한데."

"둘 다 편한 건 욕심이지."

"순전히 네 욕심만 채우고자 하는 게 아니고?"

"둘 다 각자의 욕심을 채울 수 없다면 한 사람이라도 챙기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

"한 사람의 욕심 가득한 이득을 위해 한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게 좋은 건 아닌 거 같은데?"

"고통? 내가 무겁다는 뜻이야?"

"무겁다는 말은 안 했는데?"

좀 무서울 뿐이지, 속의 말은 꿈 삼켰다.

"그 말이 그 말이지."

"해석은 자유니 안 말리겠는데. 이 말까지 나오게 한 건 너라는 걸 알아둬."

"더 손해 보기 전에 빨리 일어나라는 소리로 들렸어 방금 말. 좋아, 뭐. 진도는 천천히 나아가면 되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뺄까."


이 말을 끝으로 일어나 배시시 미소 지었다.

바투아가 다른 사람들과 놀고 있으면 이처럼 적극적으로 한 번씩 표현을 해오는 렉시아다.

얼마 전에 여자보다는 그저 친구로 느껴진다고 말을 전했는데도 포기를 하지 않는 그녀였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니 내 대답에 했던 말도 떠올랐다.


`그렇게 단정 짓지는 말지? 뭐 친구부터 시작하는 관계도 있지 않나? 네가 나 싫다고 하면 좋아해 달라 강요는 안 하겠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조금 더 지켜봐 줘. 근데 만약 정말 정말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가, 꼴도 보기 싫을 정도가 되면 그때는 말해줘. 그러니까 징글징글하게 느껴질 때, 더러운 오물보다 더더더! 싫은 느낌이 들 때를 말하는 거야. 그때 말해주면 떠나줄 테니까.`


사람의 앞일은 모른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껴본 난 잘 알고 있었다.

마암병을 치료하고 지금에 이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모진 말로 렉시아를 밀어내기에는 지금이 좋고 재밌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는 말도 있듯 어떤 상황과 그 상황의 선택에 따라 마음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혹 중간에 렉시아가 마음을 바꿔 오히려 친구로 남자고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탁 트인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으려니 제린의 미소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햇살처럼 온화하고 그리운 미소였다.


제린은 죽은 게 아니다. 단지 다른 먼 곳에 있을 뿐이다.

30년 동안 목표가 없는 삶을 살아보았기에 목표가 있는 삶이 더 재미있고 보람차다는 걸 이제는 잘 알았다.

분명 더 피로하기는 했지만 피로한 만큼 경험과 켜켜이 쌓인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 채워졌다.

불어오는 바람을 한껏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부풀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으려니 어느 순간 맡지 못한 냄새는 풍겨왔다.


한예린이 편 돗자리 위에 앉아 있던 백상우와 렉시아와 이네시아가 그 사이에 도시락을 꺼내 먹고 있었다.

재들은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먹냐.


요즘 활동량이 늘어서인지는 몰라도 조금만 움직여도 허기가지고 전보다 먹는 양은 확실히 늘게 되었다.

보고 또 냄새를 맡고 있으려니 배꼽시계의 알람이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빨리 울어댔다.


"용환아 너도 지금 도시락 까먹지 그래? 러실이 그러는데 30분 뒤면 도착한다네. 나중에 탐사 중간에 까먹기 어중간할 지도 모르잖어."


내 시선을 느낀 백상우가 입안 가득 음식물을 우물거리며 한 소리였다. 그로 인해 튄 음식물은 세 사람의 눈총을 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러실은 우리보다 1살 어린 30살.


"죽을래? 지금 영역표시라도 하는 거야 뭐여?"

"아놔 이 상어 자식이."

한마디를 하는 렉시아와 이네시아와 달리 한예린은 눈빛과 표정으로만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다 불만 가득하던 세 여성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먹어야 힘을 쓰지! 여기 내 옆자리로 와서 앉아 먹어 용환! 네가 원하면 터억별히 내 음식도 나눠줄 수 있어."

"와서 상어 뒤치다꺼리 좀 해라. 재는 뭘 먹으면서 자꾸 흘리냐 왜. 네가 렉시아도 아니고."

"거기서 내가 왜 나와!"


마지막으로 한예린도 옆자리 바닥을 손으로 탁탁 치며 말했다.


"와서 같이 먹어요. 오빠."


구름이 쉬어 가는 하늘 한편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게, 생겼다는 게 이 순간이 소중하고 더 즐겁게 느껴졌다.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


천공의 요새 문에 열쇠를 갖다 대자 문은 열렸다.


서서히 드러나는 안의 풍경에 지켜보던 많은 사람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펼쳐진 구름 위로 세이프티 존 성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들이 늘어서서는 모두를 반겼다. 바닥이 구름이라는 점만 빼면 일반 세이프티 존과 구조는 비슷했다.

바닥의 구름이 일반 구름인지 아닌지는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힘들었다.

NPC로 보이는 몇몇의 사람들이 구름 위를 걸어 다녀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어나더 월드의 세계 에덴이었다.


문이 전부 열리기 전까지 모두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새로운 유적지의 등장에 숨죽였다.

완전히 열리고 나서 모두의 시선이 옮겨진 곳에는 러실이 있었다.

최초 발견자 보상은 러실이 받기로 약속되어 마력 날개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도 동요하는 사람은 없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가는 뒷모습을 쫓아 다시 하늘 유적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실로 그림 같은 풍경에 오랜만에 전율을 느꼈다.


러실이 구름 위에 안착해 일반 바닥처럼 방방 뛰는 순간.


"와-!"

"구름을 딛고 설 수 있는 도시야!"

"1년 넘게 고생한 보람이 있었어 역시!"


배 위는 또 한 번 탄성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에덴이라고 해도 설마 구름을 밟고 걷는 날이 올 줄이야!


"천공의 요새 세이프티 존을 포함한 연결된 하늘 지역 모두는 이공간화된 공간이라고 하니 걱정 마시고 넘어오세요 모두!"


이공간화된 구역이나 던전은 보통 시스템의 보정을 받은 지역을 뜻했다.

러실이 한 말에는 구름을 밟아도 빠지지 않는다는 뜻도 담겨 있다는 뜻이다.


물줄기를 타고 들어가자 메시지는 떠올랐다.


[천공의 요새에 입장하셨습니다.]

[천공의 요새와 연결된 하늘 지역은 이공간화된 공간입니다.]

[개방된 하늘 지역은 요새와 함께 에덴 전역을 떠다니게 됩니다.]

[하늘 지역 효과로 해당 지역에서만큼은 산소 농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늘 지역 효과로 바람 저항력이 50% 상승합니다.]


바닥은 구름 같이 생긴 돌을 밟는 느낌이었다. 요새의 바닥 구름은 평평한 곳도 있고 울퉁불퉁한 곳도 있었다.


러실은 모두가 넘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마공정을 역소환시켰다.

이어 수레 길드 대표인 양진호와는 짧은 대화를 끝으로 무운을 빌어주었다.

이미 사전에 이야기해 따로 움직이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다.

그리고 천공의 요새 개방 소식은 1개월 동안은 대중에 알리지 않기로 합의를 봐 기막힌 우연이 아닌 이상에는 이곳이 발견될 리가 없었다.

유적지 탐사하는 인원이 늘어봐야 이득은 줄어들 뿐이었으니 이 약속은 지금 함께한 인원 중에서 깰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


모여서 도시를 감상하는 수레 길드원들과 헤어진 우리는 먼저 여관을 찾아 움직였다. 분명 비슷비슷한 세이프티 존 건물임에도 지금 있는 곳이 하늘 높은 곳이라는 점에 모든 게 신비롭고 새롭게 다가왔다.

구경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 순간에 요새 중앙에 이르렀다.


우리는 중앙에 자리한, 만화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근두운 형태의 구름을 마주하고는 멈춰 섰다. 그 크기가 집채만 했다.

보통은 세이프티 존 중앙에는 분수대나 조각상이 장식돼 있고는 했다.

솜사탕 같은 큰 구름 덩이는 지형에 맞게 확실히 특이해 웃음이 났다. 보고 있으면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는 서로와 시선을 맞추면서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백상우가 제일 먼저 구름에 손을 얹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웃는 얼굴에 당황하는 감정이 스며들었다가.

"날씨를?"

놀라움에 눈을 부릅떴다가.

"설정할 수 있다고?"

다시 재밌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다들 구름에 손 얹어봐!"


[기상의 구름을 만지셨습니다.]

[기상의 구름을 통해 지상의 날씨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설정에 필요한 재료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재료 아이템을 기상의 구름에 넣을 시 날씨는 적용됩니다. 적용된 날씨는 정해진 유지시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다른 날씨로 바꿀 수 없습니다.]


날씨에 필요한 재료를 모아올 시 그에 맞는 날씨를 설정할 수 있다.


"재료만 있으면 지상에 비도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메시지를 보고 튀어나간 내 혼잣말에 스티븐이 말했다.

"그런 거 같은데? 이거 재밌네 재밌어. 범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아무 지역의 날씨도 막 조종할 수 있는 건가?"


이 의문을 해결해준 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제가 그 궁금증을 해결해 드려도 될까요. 에덴에 와서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사람은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나서고 말았네요. 전 저기 보이는 `별과 노니는 달`의 여관의 주인 로라에요.]


중년 여성의 외모를 한 천사 로라를 처음 만날 날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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