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발라더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7.27 00:01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148,932
추천수 :
5,936
글자수 :
617,092

작성
21.07.14 22:17
조회
589
추천
40
글자
11쪽

82화

DUMMY

번식기에 이르러 먹이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바반무타 떼도 피해 갈 정도로 앞에서 느껴지는 두 존재의 기세는 살벌했다.

마력 파장에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빙 둘러서 산을 타고 영양가 있는 먹이를 찾아 움직였다. 질퍽질퍽해진 땅을 잘도 나아가며 빠르게 나아갔다.

마력은 다룰 수는 없어도 단단한 등껍질과 테두리를 빙 두르고 있는 톱니바퀴 같은 날카로운 부분은 일반인에게는 확실히 위협적인 무기였다.

마비독 성분의 독샘도 있어 날카로운 이빨에 물리면 생명체는 마비독에 걸려 산채로 뜯어먹혀 죽고는 했다.


바반무타 떼는 앞에 인간 한 명이 나타나도 멈추지 않았다.

갈무리하고 있는 마력까지 읽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으니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희한하게 푸른빛이 몸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온다고 해서 도망치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다.

그저 먹이로 여기고는 다가갔다.


정신없이 다가가던 와중에 남자가 창을 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작은 동작하나에 생겨나는 기이한 현상에 바반무타의 나아가는 속도가 빠르게 느려져 가다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뚝 멎었다.

뭐지? 바다가 섬을 덮치기라도 한 걸까?

바반무타의 지능으로는 이 이상의 생각을 떠올릴 수 없었다.

허공에서 범람한 물은 나아갈수록 그 속도가 빨라져 눈 깜짝할 사이에 지척에 이르렀다. 원래 알던 친숙한 물이 아니라는 것을 부닥치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자신들이 알던 물의 온도와 세기가 아니었다.


덮쳐드는 물에 담긴 6서클 위력의 힘은 단단한 등껍질을 부수고 살갗을 사포로 긁은 것처럼 벗겨내어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사람을 먹이로 여기는 몬스터라는 걸 알기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썼다.

이곳에 오기 전에 괴수 네온이 사람을 먹는 것을 봐서 일말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죽어가는 바반무타를 보는 두 눈은 싸늘하기만 했다.


뒤늦게 따라 올라왔던 병사들이 수인왕의 왕관과 왕족의 오드아이와 정령 융합으로 온몸에서 옅은 푸른 빛을 뿜어내는 김용환을 보았다.

하프나타와 같이 이동 포털로 넘어온 가신이 뒷정리만 가서 하면 될 거라는 말을 그제야 이해한 모두였다.


스티븐에게 배운 이동 포털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 일단락되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백상우가 하프나타와 가신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괴수 네온과 맞서 싸우는 중이었다.

홀로 상대하고 싶다는 제안에 모두는 나서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부닥칠 때마다 펑펑 터지는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 사이로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감탄성이 중간중간 섞여 울렸다.

장난기 가득하던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네온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울상이 되어갔다.

네온은 2년 전 지구에 출현했을 당시 도시하나를 반파시킨 사례가 있는 높은 등급의 괴수였다.

전력으로 발휘하는 음공은 일대의 건물도 무너뜨리는 수준에 재생력도 뛰어나고 마력으로 신체도 강화시켜 여간 사냥하기 까다로운 괴수가 아니었다.

그런 괴수를 백상우는 무표정 속에 억누른 분노를 주먹과 손에 담아 힘차게 전신을 두들겼다.

네온은 부서진 뼈도 빠르게 다시 붙여 몰아쳐 오는 공세에 맞섰다.

살점이 뜯겨나가도 금방 재생시켰다.

오른쪽 눈알이 뽑힌 자리에 5분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똑같은 눈알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새하얀 기류를 온몸에서 스멀스멀 피워 올리는 백상우는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웃었다.

그제서야 네온은 깨닫게 되었다.

상대는 자신보다 강하다. 일부러 죽이지 않고 있는 게 분명하다. 상대하고 있는 백상우도 문제지만 뒤에 있는 다른 인간들도 문제였다. 꺼림칙한 느낌을 주는 한 인간이 아까부터 너무 거슬렸다.

하프나타의 시선에는 일전에도 느껴본 적 있는 격이 있었다.


실로 대단한 재생 능력과 힘에도 지켜보는 사람 중에 놀라게 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프나타를 포함한 함께 온 8서클 마법사와 7서클 마법사들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대결을 지켜보았다.


네온이 떼를 쓰듯 휘두르던 오른손이 어느 순간 물기 빠진 빨래물 마냥 비틀리고 쪼그라들었다. 이어 양발은 뼈가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 엉덩이로 땅을 뛰어다녔다. 우는 소리를 내다가 실제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도 해 이전에 저지른 만행을 보지 못했다면 불쌍하게 보일 정도로 처량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점점 거세지는 비가 바닥에 흥건하던 사람의 피와 괴수 네온의 피를 희석시켰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였는데도 백상우의 표정은 펴질 줄 몰랐다.

전투가 끝난 뒤 김용환이 제일 먼저 다가가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물줄기를 만들어내 시체들을 모아 옮겼다. 네온의 사체는 그 자리에 놓아두고 시체만 모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던 병사들에게 전달해주었다.


비는 이후로도 계속 내려 처참했던 현장을 씻어내렸다.


*


과연 대단한 가문답게 음식은 하나같이 작품에 가까웠다.

조리한 고기가 그 고기의 동물 모양으로 조각되어 접시에 올려져 나왔다.

말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소처럼 뿔이 있는 동물이 주먹만 한 크기로 조각되어 나왔다.

처음 보는 알록달록한 풀떼기에 머리를 대고 있는 걸 보면 풀을 먹는 걸 묘사한 게 아닐까 싶었다.

오오 감탄하면서 보고 있으려니 놀라운 일은 벌어졌다.

접시에 새겨진 문양에서 갑자기 불꽃이 피어올라 얼마나 놀랐던지...

음식이 완전히 다 나오기 전까지 손대지 말라는 말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소리 내면서 놀랐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마법이 있는 세계에서도 괜히 마법의 명가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화려한 불과는 달리 그렇게 뜨겁지는 않았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포근한 정도였다. 그러나 느껴지는 온도와는 다르게 사그라지는 불꽃 안으로는 풀떼기가 튀김같이 바삭하게 변해가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그사이에도 여러 가지 음식은 하나둘 앞에 놓였다.

긴 일자 화분도 나와 한편에 놓여졌다. 공기정화용 같은 장식품인가 했더니 심어진 여러 개의 식물 중 먹고 싶은 잎사귀를 직접 따먹는 것이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세척은 돼 있는 상태라고 한다.


다른 쪽에서는 수프 위에 작은 나무배가 통통통 떠다니며 눈길을 끈다. 실제로 계속 움직였다. 배에는 하프나타 가문 엠블럼 쿠키도 실려있다. 나무배도 알고 보니 비스킷류 음식으로 스프가 담긴 그릇 아티팩티에의해 움직이는 음식이었다. 게다가 스프의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는 효과도 있어 이 정도면 매직 아이템이라 봐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보면서 웃음이 났다.

먹기 아까울 정도의 꽃바구니를 연상케 하는 꽃 모양 케이크도 나오고 먹기 부담스러운 애벌레 같은 구이도 나왔다.

타조알같이 큰 알도 불타는 상태로 나와 달걀 반숙같이 익혀, 나중에 끝부분만 잘라내 국처럼 떠서 주기도 했다.


이것들 말고도 눈과 맛으로 즐겁게 하는 음식은 많았다.


차려지는 음식과 맛에 놀라고 이계에서 이계인과 함께한다는 점이 새삼 놀라워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운 시간은 이어졌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헤르마누의 요청으로 마법을 제외한 무예만으로 뒤뜰에서 대련을 해보았다. 전에 졌던 이력이 있어 시작은 탐색전으로 가볍게 검이 휘둘러지는 경로에 맞춰 창을 뻗었다.

양팔에 각각 7개씩 만들어낸 정법은 창을 보다 빠르게 뻗고 회수하게 해주어 상대하는 이를 놀라게 했다.

창을 쳐내는 검의 힘도 정법에서 대부분 해소해 마력이 담긴 휘두르기가 아니면 보통 사람은 밀어내지도 못했다.

왜 백상우가 렉시아랑 이네시아의 공격을 맨몸으로 맞아도 멀쩡했는지 이제는 좀 알 수 있게 되었다.

무의 고장인 천백 지역에서도 괜히 무공서열록 10위안에 드는 게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밀어내고 와도 천기환허보의 보법은 창술만큼이나 신묘해 검은 허공을 찔러댈 뿐이었다.

마력까지 활용해 전심전력을 다해왔는데도 마찬가지였다.


"해마가 창술도, 용왕도 대단하대."


대단한 건 창술과 내가 아닌, 바로 에덴의 세계였다.


*


제국 레마둔 지하 감옥 최하층.

나라에 큰 해악을 끼친 존재들이 수감되는 이곳에는 원래 총 6명의 죄수가 수용되어 있었다. 모두 다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수만의 사람을 죽게 한 인물들로 원래라면 다시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사람들이었다. 어나더 월드의 세계는 그들에게 찾아온 한 줄기 빛이자 마지막 도피처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제국 레마둔이, 있는 대륙에서는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에덴에까지는 그 영향력이 미치지 못했다.

주어진 빛에서 조용히 숨어 살았다면 걸리지 않고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때는 쌓은 부와 힘으로 떵떵거리며 살았던 기억을 잊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옛 시절의 일은 떠올라 몸을 근질근질하게 했다.

몸이 편해지기 시작하자 생각이 많아졌다.

상식선에서 이해 가능한 사람이 최하층에 수용될 리 없었다.


누군가는 또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다가 보다 못한 천사들이 생성한 퀘스트의 몹으로 전락해 죽었다. 그런가 하면 상대의 수준을 알아보지 못하고 덤볐다가 같은 인간에게든 몬스터에게든 허무하게 죽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다른 욕망을 품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3개월 동안 에덴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만이 최하층 감옥 구석 철창에 갇혀 병사들의 감시를 받았다.


8서클 흑마법사 카르타니.

암흑교단의 모든 것을 이은 마지막 계승자 카르타니는 3개월 동안 살아남아 에덴을 돌아다녔다.

암흑교단이 건재하던 시절에 그가 원했던 건 암흑교단만의, 더 나아가 자신만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크고 신비로운 세계를 알고 나니 욕망이 바뀌었다.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하던 상황에 마주하게 된 에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암흑교단이 했던 인체실험은 인간을 초월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신이 준 세계는 그런 실험 필요 없이 레벨업을하면 신체스텟을 올려 초월할 수 있었으니 지금까지 한 실험은 의미 없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신이라 자칭했던 교주는 죽고 교단에서 한 실험은 의미가 없어지니 제국 레마둔에게 들었던 복수심도 사그라들었다.


정처 없이 걸으며 탐험에 나섰다. 새로운 것들로 가득한 세상을 걸었다.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감탄하고, 어느 날은 무릎 꿇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사를 표했다.

넓어진 안계는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경지를 한 단계 끌어올려 새로 생긴 꿈에 불을 지폈다.

에덴을 모험한 지 2개월째에 9서클에 올라 하나의 새로운 꿈을 꾸었다.

에덴에 비하면 레마둔은 아주 작디작은 나라에 지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

이곳에서 나의 나라를 만들고 싶다.

권속을 만들만한 재료는 널리고 널려 있어 문제 될 게 없었다.


백상우와 김용환이 하프나타 가문에서 식사를 하던 때.

어나더 월드에 접속해 보호막에 보호받고 있던 카르타니의 육신은 사라져 한바탕 소란은 일어났다.


현실을 떠나 에덴에서 오롯이 살고 싶다는 욕망을 이뤄줄 아이템을 찾아 이룬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7 87화 +10 21.07.27 991 38 14쪽
86 86화 +3 21.07.23 453 37 14쪽
85 85화 +5 21.07.20 474 38 17쪽
84 84화 +3 21.07.18 533 39 15쪽
83 83화 +4 21.07.16 572 37 15쪽
» 82화 +1 21.07.14 590 40 11쪽
81 81화 +2 21.07.12 606 43 15쪽
80 80화 +6 21.07.10 690 45 16쪽
79 79화 +5 21.07.09 671 46 13쪽
78 78화 +4 21.07.07 685 44 14쪽
77 77화 +4 21.07.05 709 43 14쪽
76 76화 +1 21.07.04 736 37 13쪽
75 75화 +3 21.07.03 779 40 18쪽
74 74화 +1 21.07.02 784 43 12쪽
73 73화 +4 21.07.01 830 45 13쪽
72 72화 +3 21.06.30 865 44 14쪽
71 71화 +3 21.06.29 917 52 14쪽
70 70화 +5 21.06.28 973 53 12쪽
69 69화 +3 21.06.27 992 51 12쪽
68 68화 +2 21.06.26 1,053 47 12쪽
67 67화 +3 21.06.24 1,168 56 14쪽
66 66화 +3 21.06.23 1,196 61 11쪽
65 65화 +3 21.06.22 1,321 61 21쪽
64 64화 +6 21.06.21 1,365 65 16쪽
63 63화 +2 21.06.20 1,361 66 24쪽
62 62화 +3 21.06.19 1,269 63 14쪽
61 61화 +7 21.06.18 1,294 74 16쪽
60 60화 +2 21.06.17 1,286 69 15쪽
59 59화 +3 21.06.16 1,262 66 15쪽
58 58화 +3 21.06.15 1,297 6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