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후라이드11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진짜 가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후라이드11
작품등록일 :
2024.09.03 17: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3: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986
추천수 :
35
글자수 :
73,375

작성
24.09.17 13:00
조회
63
추천
2
글자
11쪽

12화. 잡아먹지 마세요.

DUMMY

1층에는 방이 총 4개 있었다.


방 하나를 확인했으니 이제 3개가 남았다.


한 번 방을 확인한 경험이 있으니 두 번째부터는 조금 더 수월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조금 전 죽을 뻔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했다.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한결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용기를 내어 망치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두려움 때문에 허비할 순 없지.'


그게 강다수가 진정 바라는 것이기도 했고.


한결은 방문에 귀를 대고 일단 소리부터 확인했다.


그런 다음 노크해서 방안의 반응을 살폈다.


몇 번이나 노크했으나 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반응이 없자 한결은 방문을 빠르게 열었다.


만일의 일을 대비해 곧바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망치를 높게 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행히 두 번째 방엔 아무도 없었다.


방 하나를 확인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됐다.


"후유, 온몸에 땀이 흐르네요. 몸이 저릿할 정도로 스릴 넘치는 세상이에요. 평생 놀이공원 귀신의 집은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강다수의 가벼운 농담에 한결은 긴장감이 낮아지고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그들은 고양이 발걸음처럼 살금살금 걸으며 세 번째 방으로 갔다.


세 번째 방도 네 번째 방도 좀비는 없었다.


이제 마지막 방이 남았다.


모두 방이었으니 아마 남은 건 화장실일 것이다.


방보다는 좀비가 있을 확률이 낮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노크하고 조심히 기척을 살피고 문을 열어 좀비를 확인했다.


욕실은 좀비 대신 근사한 욕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 오래간만에 목욕이나 합시다. 영화에서 보듯 와인 잔도 하나 들고 말이죠."


강다수의 말에 한결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런데 뜨거운 물이 나올지 모르겠다."


1층을 모두 확인 한 두 사람은 냉장고를 뒤져 긴장으로 바짝 마른 입안을 적셨다.


그리고 곧바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갔다.


"조금 쉬었다 할까요?"


한결이 힘들어할까 봐 강다수가 먼저 휴식을 제의했다.


좀비에게 상처를 입은 건 둘 다 같았지만, 먼저 다친 강다수가 조금 더 여유로웠다.


"아니야 바로 확인하자.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 거야."

"그래요. 그럼."


한결이 계단에 발을 올리자 '삐걱'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한 발짝 뗄 때마다 들리는 계단의 삐걱대는 소리가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렸다.


2층에 눈을 고정한 체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방어할 수 있게 망치를 높게 들어 올린 자세로 계단을 올랐다.


2층의 방은 모두 6개였다.


작은 거실을 중간에 두고 양옆으로 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첫 번째 방은 화장실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방까지 계속해서 수색했고 모두 빈방이었다.


이제 구석의 마지막 방만이 남았다.


"이제 하나만 확인하면 끝이네."

"좋은 집이라 좋아했더니 방이 많아도 너무 많네요."


어느새 방을 수색하다 지쳐버린 강다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는 거야."


두 사람은 이제 긴장이 많이 풀린 듯 평소와 같이 대화를 이어갔다.


한결이 조용히 마지막 방문을 두드렸다.


그 순간 방에서 작은 소음이 일었다.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 강다수를 봤다.


강다수도 분명 무슨 소리를 들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곧바로 풀렸던 온몸의 신경이 터질 듯이 곤두섰다.


좀비였다.


한결이 작게 호흡을 한번 골랐다.


그리고는 강다수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강다수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이자 작은 목소리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마지막 숫자를 세는 동시에 강다수가 빠르게 문을 열었다.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겨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거죠?"

"글쎄?"


궁금했지만, 방안을 확인하지 않은 이상 의문을 풀 방법은 없었다.


"좀비가 방문을 잠글 확률은 낮아 보이는데... "


강다수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막 움직이다 잠금 버튼을 눌렀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 좀비를 방에 밀어 넣고 문을 잠갔을 수도 있고."

"만약 누군가 그랬다면 대단한 사람이네요. 그 급박한 상황에 문까지 잠글 생각을 다 하고."


그들은 방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죠? 이대로 있자니 찝찝하고."


강다수는 혹시라도 좀비가 방문을 부수고 나올까 걱정이 되었다.


1층에서 만난 좀비만 봐도 방문을 부수고 나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사람이 있는 거 아냐?"


한결은 조금 전 들었던 소리가 아무래도 이상해 다시 한번 노크하며 말했다.


"안에 누구 있어요? 있으면 나오세요."


한결이 방문을 대고 말해봤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조금 전 분명 무슨 소리를 확인했는데 이상했다.


그리고 좀비라면 분명 어떤 반응이 있어야 했다.


"열쇠가 있을까요?"


강다수가 의아했는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 넓은 집에서 이 방 열쇠를 언제 찾겠냐? 그냥 가구로 쌓아 방문 입구를 막자. 우리가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래요. 튼튼하게 쌓으면 좀비도 못 나오겠지."


한결의 말에 그들은 거실에 있는 가구 중 가장 무거운 것을 바닥에 거의 끌다시피 하며 겨우 옮겼다.


가구가 옮겨지면서 거실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이미 다른 곳은 모두 확인한 터라 이들은 소리에 신경쓰지 않았다.


"와, 이거 장난 아니게 무겁네요. 비싼 거는 무게도 많이 나가는 건가?"


강다수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원목을 통째로 이용해 만들었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무겁지. 조금만 더 가면 되니 힘내자. 얼른 하고 맛있는 거 먹어야지. 술도 마시고."

"그렇죠. 술 마셔야지요!"


술 이야기에 반색하며 강다수가 다시 한번 힘을 냈다.


그리고 겨우 방문 앞에 가구를 붙이는 데 성공했다.


"됐다. 이 정도면 좀비가 아니라 좀비 할아비라도 못 나올 거야."


옮길 때는 더없이 무거웠다.


막상 방문 앞에 놓으니 마음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내려가요."


강다수는 양주를 마실 생각에 서둘러 말했다.


두 사람이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방안에서 다시 한번 작은 소리가 났다.


"훌쩍훌쩍, 아앙앙앙앙."


이건 분명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아저씨 방문을 막지 마세요. 살려주세요."


어린 여자아이가 애원하고 있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이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수야, 들었지?"

"네."


두 사람은 곧바로 무거운 가구를 다시 옮겼다.


그리고 한결이 노크하자 절대 열리지 않을 거 같은 문이 천천히 열렸다.


방에서 나온 이는 7, 8살쯤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겁에 질린 토끼처럼 붉어진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볼살이 홀쭉한 게 한동안 굶은 듯한 모습이었다.


"히끅, 아저씨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힘없는 목소리로 훌쩍이며 비는 아이는 제대로 울지도 못한 채 한결과 강다수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한결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강다수를 바라봤으나 그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 사람은 어린아이와 친하지 않았다.


특히 어릴 때부터 혼자 살았던 강다수는 먹고살기에도 바빠 어린아이와는 아예 접촉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자신을 무서워하는 희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 강다수를 대신해 아이를 달래야 하는 한결은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남자아이였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여자아이라 더 어려웠다.


한결이 희연이를 달래려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자신들이 낯설고, 무서운 건 당연했다.


뒤로 빠져 있는 멀뚱히 서 있는 강다수에게 한결이 원망의 눈길을 보냈다.


도와주지 않고 뭐하냐고 그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다수는 얼른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한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흔들고, 다시 한번 희연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아저씨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한결이 자세를 낮춰 아이와 눈을 맞추며 최대한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곰 같은 그의 덩치에 놀랐는지 도리어 아이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울먹였다.


게다가 좀비와 싸우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옷 여기저기에 좀비의 검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악취까지 내뿜고 있었다.


이러니 아이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경기라도 일으킬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이런, 어떡하지?'


한결은 당황하면서도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사이 강다수가 재빨리 부엌으로 달려가 아이가 마실 물을 가지고 왔다.


아이는 눈치를 보더니 목이 말랐는지 컵에 든 물을 한 번에 다 마셔버렸다.


물을 마시더니 아까와 달리 약간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더 마시고 싶은 듯 컵을 힐끗거리는 아이를 위해 강다수는 다시 한번 부엌으로 달려갔다.


'물도 못 마시고 갇혀 있었구나. 저 어린아이가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두 사람의 노력이 통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창백했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았다.


심하게 떨던 것도 멈췄다.


한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니?"

"김희연이에요..."


작은 목소리지만, 대답하는 모습에 한결은 안심했다.


"몇 살?"

"7살이에요. 근데 아저씨 날 잡아먹지 마세요. 난 작아서 맛도 없을 거예요."

"삼촌이 왜 너를 헤치겠니? 안심해."


희연이의 엉뚱한 말에 한결은 크게 당황했다.


그는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삼촌들은 바깥에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아서 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런데 혹시 아빠랑 엄마는 어디 갔는지 알고 있어?"


곰 같은 한결이 쪼그리고 앉아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는 하늘나라에 갔어요. 아빠랑 살고 있었는데, 아빠가 이상하게 변해서 나를 막 쫓아왔어요. 서재로 도망갔는데 이상한 소리를 막 내고, 입에서 피도 흘리고. 놀라서 서재에 아빠를 두고 도망쳤어요."


한결은 1층에서 죽인 좀비가 희연이의 아빠라는 걸 알았다.


좀비는 이미 죽은 사람이 변해서 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였지만, 미안한 마음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한결이 강다수에게 눈치를 줬다.


그 뜻을 알아들은 강다수가 소리가 나지 않게 한숨을 한번 내뱉었다.


그는 희연이의 눈을 피해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거실에 고급 가운을 입고 죽은 좀비가 엎어져 누워있었다.


"이걸 혼자서 어떻게 치우라는 거야."


그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희연이의 얼굴을 떠올린 순간, 혼자 이 일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 그래도 힘든 아이에게 좀비로 변해 죽은 아버지의 모습까지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다수는 좀비의 두 다리를 허리에 끼고 힘껏 당겼다.


축 늘어진 시체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게다가 한결보다 덩치가 컸다.


얼마 옮기지 않았는데도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의 진짜 가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아포칼립스의 진짜 가짜]로 변경됩니다. 24.09.18 6 0 -
공지 매일 13시에 연재됩니다. 24.09.13 42 0 -
14 14화. 우리가 외면한다면 NEW 3시간 전 13 0 11쪽
13 13화. 볼 수 있음 꼭 보자. 24.09.18 50 1 12쪽
» 12화. 잡아먹지 마세요. 24.09.17 64 2 11쪽
11 11화. 또 다른 상처. 24.09.16 78 2 11쪽
10 10화. 상처 24.09.15 84 2 11쪽
9 9화. 어떻게 알고 오는 거지? 24.09.14 96 1 11쪽
8 8화. 설마 긁힌 거야? 24.09.13 112 3 12쪽
7 7화. 가장 현명한 판단 24.09.12 139 3 12쪽
6 6화. 회색 덩어리. 24.09.11 158 4 11쪽
5 5화. 미친 상점 +1 24.09.10 198 3 12쪽
4 4화. 상점창. +3 24.09.09 202 4 12쪽
3 3화. 피할 수 없는 싸움. 24.09.08 209 4 12쪽
2 2화. 무너진 세상 +2 24.09.07 241 3 12쪽
1 1화. 시작 +2 24.09.06 338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