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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진짜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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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드11
작품등록일 :
2024.09.03 17: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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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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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375

작성
24.09.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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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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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4화. 상점창.

DUMMY

그리고 남자 좀비는 팔을 뻗은 자세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으읔, 피 냄새."


비릿한 피비린내가 사정없이 콧속을 파고들었다.


그와 함께 머리가 터져 죽은 좀비의 끔찍한 모습이 그의 시야를 채웠다.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내 손으로 좀비의 머리를 터뜨렸다니···.


노인 좀비는 돌을 던졌기 때문에 감촉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때는 정신이 없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망치가 좀비 머리를 깨고 들어가는 감촉이 생생히 손에 남았다.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 넋이 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한결은 정신을 붙잡았다.


뒤따라오는 좀비들이 거리가 더 가까운 강다수에게 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녀석들을 향해 다급하게 달려갔다.


"다수야, 제일 뒤에 처진 좀비는 내가 상대할게."


그는 한쪽 팔이 없는 좀비를 피해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좀비에게 다가가 돌을 주워 던졌다.


돌에 맞은 좀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녀석은 이제 겨우 7~8살 정도로 보였다.


그런 좀비를 바라보는 한결의 인상이 굳어졌다.


세상이 바뀐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어린 좀비를 마주하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린 좀비는 파란색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원피스는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좀비에게 여러 군데를 물린 것이다.


살점이 뜯겨 나간 상처가 그대로 보였다.


심지어 뼈가 보이는 상처도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참혹한 죽음이었다.


한결은 차마 망치를 내려칠 수가 없어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안 그래도 마음이 힘들었다.


그런데 저 어린 좀비를 죽여야 한다니 선뜻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린 좀비는 짧은 팔을 휘두르며 입을 벌렸다가 닫기를 반복하며 한결에게 달려들었다.


'이대로 계속 물러날 수는 없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편히 쉬게 해주는 게 훨씬 나을 거야.'


마음을 굳힌 한결은 망치 자루를 단단히 잡았다.


한결이 멈춰 서자 어린 좀비는 기쁜 듯 더욱 빠르게 달려왔다.


멀리서 보면 어린아이가 기뻐하며 아빠에게 달려가는 모습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 무엇보다 참혹했다.


빠각!


아이의 약한 두개골은 쉽게 부서졌고, 망치에 의해 뇌가 파괴되었다.


어린 좀비의 죽음을 확인시켜 주듯 한결의 눈앞에 1포인트라고 적힌 메시지가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


강다수는 다가오는 좀비들을 보며 긴장감에 온몸이 떨려왔다.

그나마 한결이 의연하게 먼저 나서는 모습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나도 할 수 있어!"


그는 재빨리 한결의 옆으로 지나 여자 좀비와의 거리를 줄이며 소리쳤다.


"좀비 새끼야. 여기다. 여기."


한결을 향해 가던 여자 좀비가 강다수의 유인에 너무 쉽게 반응하며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강다수는 각오를 다지며 달려오는 여자 좀비를 대비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는 끝까지 좀비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코앞까지 도착한 여자 좀비가 자신을 잡으려 팔을 뻗었다.


그 순간 그는 몸을 틀어 좀비의 손을 피하며 강하게 망치를 휘둘렀다.


강다수의 힘이 실린 파운딩 해머는 강력했다.


망치가 두개골을 때리자 "쩌억"하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과도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 때문에 망치는 목표 지점이 아닌 그 옆을 때리고 말았다.


파운딩 해머가 여자 좀비의 머리 굴곡을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그리고 망치를 휘두르는 힘을 이기지 못한 강다수가 몸의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누가 손으로 심장을 쥐어짜는 거처럼 아파져 왔다.


이대로라면 여자 좀비에게 잡힐 수밖에 없었다.


만약 잡힌다면...


그다음 일어날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다행스럽게도 강다수는 좀비에게 잡히지 않았다.


비록 망치가 머리를 빗맞혔지만, 그 충격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여자 좀비는 망치를 맞은 충격으로 목이 꺾이며 왼쪽으로 밀려난 것이다.


강다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몸의 중심을 잡았다.


그 사이 머리에 충격을 받고 밀려난 여자 좀비가 몸의 중심을 회복하고 달려들었다.


망치에 맞아 뜯겨 나간 두피가 덜렁거리며 검붉은 피가 묻은 허연 두개골이 보였다.


강다수는 여자 좀비의 머리를 또다시 가격해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도 싫었다.


아무리 좀비라지만, 사람이 변해 좀비가 된 것이었다.


그때 여자 좀비의 어깨 너머로 나머지 뒤처진 좀비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럴 시간이 없어.'


강다수는 마음을 다잡고 망치를 휘둘렀다.


망치는 조금 전 가격당해 금이 간 두개골을 박살 내며 뚫고 들어갔다.


머리가 터지는 모습에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활발히 움직이던 좀비가 힘없이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한결의 말대로였다.


단지 다른 것은 스킬에 관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강다수는 다시 한번 자세히 메시지를 읽고 싶었으나 그럴 시간이 없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가오는 좀비를 보는 그의 마음은 심란했다.


아무리 되뇌어도 조금 전 죽인 좀비가 사람이 변한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야. 괴물이야. 정신 차려야 해.'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뭔가 엄청난 죄를 지은 거 같은 죄책감이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아직 죽여야 할 좀비가 남았는데 몸에 힘이 빠져 파운딩 해머가 마치 커다란 쇠뭉치처럼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강다수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좀비 두 명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한결의 말대로 둘의 속도는 달랐다.


한쪽 팔이 없는 좀비는 중심을 잡기 힘든지 상체를 좌우로 크게 흔들면서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를 어린 좀비가 쫓고 있었다.


그때 좀비 한 명을 처치한 한결이 달려와 적절한 타이밍에 어린 좀비를 유인해갔다.


덕분에 마음의 부담감을 덜었다.


그러나 아직 위기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이 새끼야, 여기다."


강다수는 혹시라도 한쪽 팔 없는 좀비가 한결을 따라가기라도 할까 봐 녀석의 주의를 끌었다.


팔이 없는 좀비는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팔 한쪽이 없는 것도 모자라 입술까지 뜯겨 나가 검은 치아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중 가장 끔찍한 것은 눈에서 빠져나온 눈알이었다.


눈알은 눈에서 삐져나온 혈관에 연결되어 걸을 때마다 좌우로 흔들렸다.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눈알이 꼭 자신을 노려보는 거 같았다.


그 모습에 겁에 질린 강다수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마치 언젠가 악몽 속에 보았던 괴물이 현실에 나타나 자신을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


공포가 스며들어 무릎이 굳어버린 듯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졌다.


"단지 외모가 흉측할 뿐이야! 겁먹지 마!"


객관적으로 봐도 조금 전 죽인 남자 좀비보다 훨씬 약한 놈이었다.


강다수는 파운딩 해머를 거머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순간 좀비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한쪽 다리도 부러진 듯 빠르게 달려올수록 몸이 더욱 크게 휘청였다.


"이익!"


강다수가 곤란하다는 듯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몸이 흔들리자 머리도 같이 흔들렸고, 공격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좀비가 남은 한쪽 팔을 강다수를 잡기 위해 앞으로 뻗었다.


그 순간, 강다수는 파운딩 해머를 수직으로 내려치는 것이 아닌 배트를 휘두르듯 횡으로 휘둘렀다.


옆으로 휘두른 파운딩 해머가 흔들리는 좀비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뚫고 들어갔다.


아슬아슬하게 혈관에 매달려 있던 눈알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좀비는 줄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풀썩 쓰러졌다.


그의 눈앞에 1포인트라고 적힌 메시지가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


"다수야, 괜찮아?"


한결이 어린 좀비를 처리하고, 강다수에게 다가갔다.


그는 복잡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한결 형,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는 뭘까요?"


강다수는 멀쩡한 세상에 좀비가 출현한 것보다 오히려 메시지가 나타난 것이 더 이해되지 않았다.


"글쎄, 나도 모르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작용했다는 거야."

"거대한 힘이라. 신? 뭐 이런 건가요?"

"모르지. 미래의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세상에 좀비 바이러스를 풀었을 수도 있고."


한결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요. 이유는 알 수가 없지요."


강다수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전 스킬에 관한 메시지는 안 보이던데요."

"내 예상에는 아마 랜덤인 거 같다. 그러니 너도 좀비를 잡다 보면 스킬이 생기지 않을까?"

"형이 얻은 스킬은 어떤 건데요? 막 몸이 단단해지고 그런 건가요?"


강다수는 언젠가 SF영화에서 봤던 주인공의 능력을 떠올리며 물었다.


"아니, 스킬 이름이 진실의 눈이야. 상점창에서 파는 상품의 진실을 볼 수 있다는데."

"상품의 진실을 볼 수 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도 아직 확인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세상이 무슨 게임처럼 바뀐 거 같네요. 절대 깰 수 없는 하드코어 게임 같은 거 말이죠. 후~!"


강다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그나저나 상점창을 이용할 수 있다던데, 확인해봤어요?"

"아니, 나도 궁금하긴 했는데 확인할 시간이 없었어. 스킬도 확인할 겸 이제 해보려고."


한결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작게 상태창을 부르던 것처럼 상점창을 불렀다.


그리고 먼저 상점창에 관한 설명이 나타났다.


-상점창에는 세상의 모든 물건을 팝니다.-

-각각의 물건은 모두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공용 카테고리의 제품을 제외하고는 개개인의 상점창은 모두 다릅니다.-

-진짜 물건을 구매할 확률 또한 다릅니다.-


설명이 끝났다.


그리도 모습을 드러낸 상점창.


상점창은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이었다.


마치 내 컴퓨터의 폴더처럼 카테고리가 밑으로 쭉 나열되어 있었다.


한결은 가장 위에 있는 공용 카테고리를 클릭했다.


화면이 바뀌더니 하나의 음식이 나타났다.


묵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지만, 색깔이 달랐다.


더 진한 검회색으로 얼룩덜룩했다.


이름을 본 순간 한결이 피식하고 웃었다.


'회색 덩어리? 이름이 뭐 이래?'


이름만 들어도 맛이 없어 보였다.


-영양분은 충분하나 맛이 없다.-


웃긴 게 설명란에도 당당히 맛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


한결이 가장 놀란 것은 가격이었다


무려 5포인트.


좀비 다섯 명을 죽여야 사 먹을 수 있는 가격이었다.


"이게 뭐야? 맛도 없다는데 또 가격은 왜 이리 비싼 거야?"


한결의 상식으로는 상점창은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용 카테고리부터 그 상식을 깨부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카테고리는 생전 처음 보는 언어였다.


마치 모스부호처럼 생기기는 했으나 그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그리고 파는 상품도 전부 정체를 알 수 없는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이것들은 또 뭐야?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싸."


가장 싼 게 1000포인트.


살 마음도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살 엄두도 나지 않는 가격이었다.


카테고리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처음 보는 언어, 그림, 수식 등이 적혀 있었다.


사진이 있는 건 그나마 상품의 모양은 알 수 있었으나 없는 것도 많았다.


한결은 여러 상품을 보면서 자연히 자신이 가진 스킬이 뭔지 알아냈다.


그리고 상점창의 설명에 확률이 들어간 이유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76 vel
    작성일
    24.09.09 20:38
    No. 1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kkminn
    작성일
    24.09.16 14:45
    No. 2

    "생각", "마음" 등의 단어는 적당히, 아님 배제했으면...
    좀비물이 사적 심리물은 아닐 듯.. 처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신속하거나 아니거나의 문제..!!
    생사지경에서 인간적 고뇌라..??
    인간은 이기적 동물입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0 후라이드11
    작성일
    24.09.16 15:01
    No. 3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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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시작 +2 24.09.06 3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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