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후라이드11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진짜 가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후라이드11
작품등록일 :
2024.09.03 17: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3: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985
추천수 :
35
글자수 :
73,375

작성
24.09.06 21:28
조회
337
추천
3
글자
12쪽

1화. 시작

DUMMY

열흘간의 캠핑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는 한결과 강다수의 몰골은 거지와 다름없었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겨 붙어 있었다.


옷은 여기저기가 헤진 것도 모자라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각자 등에 커다란 등산 가방을 메고 튼튼해 보이는 등산 스틱으로 땅을 짚으며 산에서 내려갔다.


"한결 형, 이게 무슨 꼴이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오지 캠핑이라니. 형은 해병대에서 생존 훈련 이런 거 지겹도록 받았다면서요. 그런데도 다시 이런 걸 하고 싶어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앞으로는 절대 부르지 마세요."


강다수가 잔뜩 골이 났다.


그는 산에서 내려오며 연신 투덜거렸다.


머리가 가려운지 작은 나뭇가지로 두피의 여기저기를 긁어댔다.


"야, 이게 진정한 캠핑이지. 너도 너무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다음에는 무인도에 한 번 같이 들어가자. 무인도 생존 캠핑! 정말 멋지지 않냐? 너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 한다. 한 살이라도 어리고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거지."


한결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차마 강다수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이번 캠핑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힘들었다.


텐트도 없이 나뭇가지를 엮어 잘 곳을 만들었다.


불 역시 원시적인 방법으로 피웠다.


그러다 보니 온종일 일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아침 먹고 나면 점심 준비하고, 점심 먹고 나면 저녁 준비하고, 저녁을 먹으면 잠자리에 드는 생활이 계속 이어졌다.


"형, 내가 나이가 이제 겨우 25살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리고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돈 버려가면서 이런 개고생은 절대 안 합니다."


강다수는 앞으로는 절대 캠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몸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지금부터 이보다 못한 생활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는 이때만 해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들은 서로 투덕거리며 산길을 따라 터벅터벅 내려갔다.


한참 걸어가던 중 길 한복판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어딘가 기괴한 모습이었다.


오른쪽 팔을 반쯤 올리고, 목은 같은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자연히 몸의 중심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다리를 절뚝이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롭게 제자리를 맴돌았다.


"형, 저 사람 좀 봐봐요. 좀 이상한데?"

"미친 사람 같으니 웬만하면 최대한 떨어져서 가자. 괜히 얽혀서 좋을 거 없을 거 같다."


한결은 그를 보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밀려들었다.


가능한 한 마주치지 않고 피해 가려 했다.


남자에게 다가갈수록,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거 느낌이 상당히 안 좋은데. 일단 조심해야겠다.'


두 사람은 남자를 피해 길가로 바짝 붙어 걸었다.


한결이 조심스레 발을 내디디던 그때, 발끝에 걸린 주먹만 한 돌멩이가 채여 비탈을 따라 데굴데굴 굴러갔다.


탓, 탓, 탓, 탓!


돌멩이 하나가 비탈길을 따라 굴러가며 작은 소음을 일으켰다.


그 순간이었다.


"크아아악!"


등을 돌리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한결은 순간 같은 사람이 맞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의 움직임은 조금 전과는 달리 매우 빠르고 민첩했다.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한 마리의 맹수처럼, 강렬한 기세로 향해 돌진해 왔다.


노인의 무지막지한 기세에 깜짝 놀란 한결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등산 스틱을 앞으로 내밀어 그의 접근을 막았다.


"뭐, 뭐야? 왜 이러는 겁니까?"


놀란 한결이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전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말라고. 분명 경고했다."


남자의 섬뜩한 기세에 한결은 밀리지 않겠다는 듯 다시 한번 소리쳤지만, 놀란 그의 가슴은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남자는 마치 한결의 말에 대답하듯 더욱 끔찍한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두 팔을 앞으로 뻗으며 더욱 빠르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그는 노인이었다.


머리칼은 하얗게 세어 있었다.


얼굴에는 세월이 할퀸 깊은 주름이 가득하다.


작고 마른 체형에 살면서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등도 굽어 있었다.


전형적인 시골 노인의 모습.


'얼, 얼굴이...'


노인의 얼굴을 본 한결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분명 사람의 얼굴인 건 확실한데···. 아니 이걸 사람 얼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거의 형태만 남은 눈동자와 바짝 마른 창백한 피부.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죽은 사람의 눈빛.


한결은 순간적으로 공포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었다.


노인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앞으로 뻗은 등산 스틱에 그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졌다.


등산 스틱의 뾰족한 끝부분이 배에 닿았는데도, 아프지도 않은지 계속해서 밀고 들어왔다.


"어, 어, 어."


이렇게 되자 오히려 곤란해진 건 한결이었다.


잘못하다가는 배에 닿은 등산 스틱이 노인의 바짝 마른 피부를 뚫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


한결은 혹시 몰라 뒤로 물러났다.


"왜 이러세요? 왜 이러는 거냐고요. 어, 어, 어 멈춰요. 멈추라고요."


다급하게 소리를 질러 노인을 말렸다.


하지만 노인은 그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강하게 밀고 들어왔다.


그때, 강다수가 한결을 돕기 위해 급하게 달려왔다.


"할아버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그 역시 한결의 옆에 서서 같이 등산 스틱을 뻗었다.


처음에는 몸으로 직접 노인을 막아보려 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꺼림직한 느낌에 한결처럼 등산 스틱을 내민 것이다.


두 사람의 등산 스틱이 노인의 배에 닿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더욱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노인답지 않은 강한 힘이다.


그렇다고 건장한 남자인 이들이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결과 강다수는 노인의 배에 등산 스틱이 박히기라도 할까 봐 속절없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 어르신. 멈추세요. 왜 이러는 거예요? 말로 하세요. 말로."


당황한 강다수가 노인을 향해 애원하듯 소리쳤다.


그 소리에 노인은 무섭게 눈을 치켜떴다.


입을 크게 벌리며 더욱 위협적으로 나왔다.


"이런 미친놈이. 멈춰, 멈추라고"


한결은 참지 못하고, 노인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노인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의 섬뜩한 눈동자가 한결을 노려보았다.


그와 동시에 두 팔을 뻗어 크게 휘저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순간 치아가 부딪치며 나는 딱딱거리는 소리가 한결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저 노인네, 지금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 같지 않아? 생긴 것도 그렇고, 하는 짓도 꼭 좀비 같잖아."


한결이 노인의 입을 바라보며 말했다.


"좀, 좀, 좀비? 대한민국에서 좀비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강다수는 한결의 말을 부정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커진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려왔다.


두 사람은 속절없이 밀렸다.


왜 이러냐고, 제발 그만 오라고 아무리 소리치고 애원해 보지만, 노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럴 때마다 더 거칠게 반응하며 달려들었다.


"어쩌지? 이렇게 계속해서 밀리면 답도 없는데"


한결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등산로가 험해서 이대로 계속 밀리다가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산비탈로 미끄러질 것 같았다.


"뭐 좋은 수 없어? 저 노인네 배에 스틱이라도 꽂히는 날엔 우린 바로 철창행이라고."

"나라고 이 상황에서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형 꼬임에 넘어가는 게 아닌데···."


교도소행이란 한결의 말에 강다수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들이 다투는 사이에도 노인은 여전히 섬뜩한 표정으로 팔을 휘저으며 다가왔다.


"와, 진짜 미치겠네! 안 되겠다. 내가 어떻게든 막아 볼 테니 넌 빨리 119에 신고해."


한결의 말에 강다수가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이 발끈했다.


"형! 기억 안 나요? 캠핑에 방해된다고 내 핸드폰 뺏어서 차에 둔 거 잊었어요?"


한결은 일주일 전 오지 캠핑장에 들어가기 전 강다수의 핸드폰을 강제로 뺏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런 제기랄."


한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신고도 못 하고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강다수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이 되었다.


이들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노인의 압박이 점점 더 거세졌다.


마치 그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노인을 더욱 자극한 것 같았다.


그러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푹!


한결의 등산 스틱이 노인의 배를 뚫고 들어간 것이다.


"허억!"


놀란 한결이 다급하게 등산 스틱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운이 없으려는 지 등 뒤에 있던 나무에 닿아 뺄 수가 없었다.


노인은 그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결국엔 스틱이 배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깊숙이 박혀 버렸다.


"아악악!"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한결이 비명을 질렀다.


"119, 119 불러"


그가 정신이 나간 듯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강다수는 오히려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놀라긴 했지만, 눈에는 또 하나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바로 의문이었다.


'이게 뭐지? 이런 게 가능한 건가? 이 사람은 배에 구멍이 났는데도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강다수의 의심처럼 노인은 배에 등산 스틱이 박혔는데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앞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한결의 등산 스틱이 노인의 배를 통과해 등을 뚫고 나왔다.


"으아아아아!"


한결은 손에 들고 있던 등산 스틱에서 갑자기 사라진 저항감에 놀라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노인은 멈추지 않았다.


한결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었다.


새까만 게 때가 낀 손톱이 곧 한결의 얼굴에 닿으려고 했다.


"형! 피해!"


위기를 느낀 강다수가 소리를 질렀다.


강다수의 경고에 한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노인의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손에 닿는 것이 없자 노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주저앉아 있는 한결에게 고정되었다.


검붉은 핏발만이 가득한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느낌에 한결은 다급하게 손바닥으로 땅을 밀며 노인에게 벗어났다.


강다수가 재빨리 다가와 한결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즉시 노인과의 거리를 벌렸다.


"한결 형, 아무래도 이상해. 저것 좀 봐봐요. 배가 뚫렸는데도 비명도 한 번 안 지르고 멀쩡하게 계속 움직이잖아."

"설마! 진짜 좀비야?"


한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전 좀비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것이 진짜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해본 말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건 좀비가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노인의 모습은 영화에서 보던 좀비와 너무나 흡사했다.


툭툭 끊기는 걸음걸이, 배에 스틱이 꽂혔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모습까지.


마치 노인은 좀비가 맞다는 듯 배에 스틱을 꽂은 채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계속해서 다가왔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돌아 내달렸다.


하지만 노인은 끈질기게 쫓아 왔다.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좀처럼 떨쳐 낼 수 없었다.


잠깐 쉬는 사이 노인은 처음과 같은 속도로 다시 거리를 좁혀 왔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은 다시 힘을 내어 달렸다.


이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이들은 노인에게 질려버렸다.


안 그래도 오랜 오지 캠핑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에 금방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었다.


그러자 등산 스틱을 놓친 한결을 대신해서 강다수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등산 스틱을 뻗어 노인을 막아섰다.


노인은 여전히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형, 더는 막기 힘들어요. 저 사람은 지치지도 않아!"


푸욱!


결국, 등산 스틱이 또 한번 배를 뚫고 들어갔다.


하지만 노인은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전진했다.


강다수와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 순간 한결은 눈앞이 캄캄했다.


이러다간 강다수가 노인에게 곧 잡힐 거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의 진짜 가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아포칼립스의 진짜 가짜]로 변경됩니다. 24.09.18 6 0 -
공지 매일 13시에 연재됩니다. 24.09.13 42 0 -
14 14화. 우리가 외면한다면 NEW 3시간 전 13 0 11쪽
13 13화. 볼 수 있음 꼭 보자. 24.09.18 50 1 12쪽
12 12화. 잡아먹지 마세요. 24.09.17 63 2 11쪽
11 11화. 또 다른 상처. 24.09.16 78 2 11쪽
10 10화. 상처 24.09.15 84 2 11쪽
9 9화. 어떻게 알고 오는 거지? 24.09.14 96 1 11쪽
8 8화. 설마 긁힌 거야? 24.09.13 112 3 12쪽
7 7화. 가장 현명한 판단 24.09.12 139 3 12쪽
6 6화. 회색 덩어리. 24.09.11 158 4 11쪽
5 5화. 미친 상점 +1 24.09.10 198 3 12쪽
4 4화. 상점창. +3 24.09.09 202 4 12쪽
3 3화. 피할 수 없는 싸움. 24.09.08 209 4 12쪽
2 2화. 무너진 세상 +2 24.09.07 241 3 12쪽
» 1화. 시작 +2 24.09.06 338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