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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드11
작품등록일 :
2024.09.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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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75

작성
24.09.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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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설마 긁힌 거야?

DUMMY

"이야아압!"


한결이 다리에 힘을 주며 발목을 잡은 좀비를 뒤로 끌었다.


팔뼈가 부러진 좀비와의 거리를 벌려 약간이나마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발목을 잡은 좀비나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좀비, 둘 중 한 놈은 지금 당장 죽여야 그나마 살길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한 놈을 공격하려는 순간 또 다른 좀비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 뭐든지 해야 해.'


한결의 선택은 팔뼈가 부러진 좀비를 먼저 처치하는 것이었다.


녀석을 향해 망치를 휘두르려는 순간, 그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듯 발목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발목을 잡은 좀비가 손에 힘을 주며 자기 몸을 앞으로 당겨 한결의 종아리를 노린 것이다.


좀비의 손가락이 발목을 파고드는 고통과 함께 절망이 한결을 감쌌다.


이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더 강하게 조여오는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두 명의 좀비에게 물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최대한 물리지 않으려 그토록 노력했는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건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좀비가 되더라도 이놈들을 모두 죽이기로.


"이 새끼들아! 내가 좀비가 될지언정 네놈들을 모두 죽이고 말 테다!"


그 순간이었다.


퍼억!


머리가 부서지는 파열음과 함께 좀비의 검붉은 피가 한결의 얼굴을 덮쳤다.


강다수가 한결을 노리는 팔뼈가 부러진 좀비의 머리를 터뜨린 것이었다.


한결이 재빨리 주저앉으며 발목을 잡은 좀비의 머리에 망치를 쑤셔 넣었다.


***


강다수는 살기를 포기하고 온 힘을 다해 좀비를 향해 파운딩 해머를 내리쳤다.


그런데 상상도 못 한 장면이 펼쳐졌다.


자신이 공격하지 않은 좀비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진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좀비가······.'


그의 의문은 순식간에 풀렸다.


한결이 나머지 한 명을 처리한 것이었다.


본인도 더없이 위급한 순간임에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감정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직 상대해야 할 좀비가 남아 있었다.


한결에게 달려들던 좀비 네 명 중, 앞서 달리던 두 명이 먼저 달려들자, 마지막 남은 두 명은 서로 갈라져 각자 자신과 한결을 노렸다.


그 모습에 강다수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빠르게 상대하고 한결을 돕기로 결심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한결을 향해 기어가는 좀비가 들어왔다.


한결은 눈치를 채지 못한 듯 다른 좀비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가 당할 수도 있었다.


강다수는 한결이 그러했듯 과감히 그를 먼저 돕는 쪽을 선택했다.


한결을 도우러 가려는 데 어느새 먼저 다가온 좀비가 어깨를 잡았다.


"이런 제기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한결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좀비에게 잡혀버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어깨를 잡은 좀비를 확인했다.


녀석은 조금 전의 좀비와 같이 나이가 꽤 많아 보였다.


젊은이들이 없는 시골이다 보니 이곳에 있는 좀비 대부분은 나이가 많은 노인이었다.


하지만 그런 좀비의 악력은 노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어깻죽지를 잡은 엄지손가락이 마치 살을 뚫고 들어올 거 같았다.


"아아아악!"


강다수는 어깨를 파고드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좀비는 그의 비명이 마치 기분 좋은 음악이라도 된 듯 더욱 활기차게 움직였다.


나머지 한 손을 뻗어 완전히 옭아매려고 했다.


강다수는 덩치는 크지 않았으나 키는 한결보다 조금 더 컸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거의 본능적으로 긴 팔을 이용해 자신을 잡은 좀비의 팔을 바깥쪽으로 휘감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밀었다.


드드득!


강다수의 팔에 밀린 좀비의 팔꿈치가 역방향으로 꺽여 들어가며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사람이었으면 팔꿈치가 역으로 꺾이는 고통에 어깨에 잡은 손을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고통을 모르는 좀비는 팔꿈치가 꺾인 상태에서도 끝까지 강다수의 어깻죽지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뿌드득!


팔꿈치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팔이 반대편으로 꺾이며 밀려난 좀비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강다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반대로 틀어 팔꿈치로 좀비의 턱을 강하게 가격했다.


빠드득!


좀비의 턱이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아악!!"


하지만 비명은 팔이 꺾이고 턱이 돌아간 좀비가 아닌 강다수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좀비는 이 와중에도 끝까지 어깨를 잡은 손을 놓지 않은 것이다.


아니, 오히려 몸이 밀려나자 강다수를 놓치지 않으려 더욱 강한 힘을 주었다.


강다수는 고통을 참으며 몸을 빠르게 회전시켜 간신히 좀비의 손에서 탈출했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작지 않았다.


팔이 제대로 움직일지 걱정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머뭇거릴 때가 아니었다.


이놈을 빠르게 죽이고 한결을 도우러 가야 했다.


강다수는 고통을 참으며 또다시 덤벼드는 좀비를 향해 파운딩 해머를 내리꽂았다.


한결을 도우려는 마음 때문인지 파운딩 해머는 평소보다 더 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퍼~억!


좀비의 머리 한쪽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토록 얘를 먹이던 좀비가 쓰러졌다.


강다수는 더 이상 덤벼드는 좀비가 없자 곧바로 한결을 찾았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한결이 좀비에게 물리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생각할 겨를 따윈 없었다.


곧바로 몸을 날려 한결에게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를 터뜨려 버렸다.


***


한결은 강다수와 달리 얼굴에 좀비의 피를 뒤집어쓰자마자 어떤 상황인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조금 전 강다수에게 달려드는 좀비의 뒤통수를 가격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즉시 몸을 숙였다.


그토록 애를 먹였던 자신의 발목을 잡은 좀비의 뒤통수에 망치를 쑤셔 박았다.


절대 풀리지 않을 거 같던 발목을 잡은 좀비의 손에서 순식간에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들이닥친 마지막 좀비까지 어렵지 않게 머리를 박살 낼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최악의 위기를 극복해 냈다.


"한결 형, 괜찮아요?"


강다수가 땅바닥에서 일어서자마자 그의 몸을 살폈다.


한결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좀비의 피가 튄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몸은 경련을 일으키듯 심하게 떨고 있었다.


강다수는 어깨가 욱신거렸지만, 한결을 보니 자신의 위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처음 두 명의 좀비가 동시에 덤벼들 때 한결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결이 자신을 돕는 결정으로 더 큰 위기를 맞이했다는 건, 굳이 두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발목은 어때요? 설마 상처를 입은 건 아니죠?"


좀비가 한결을 발목을 잡은 것을 본 터라 얼굴이 노래질 정도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한결은 강다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발목에 얼얼한 통증이 남아 있어 그도 걱정이 되긴 마찬가지였다.


강다수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한결이 바닥에 앉아 천천히 바지를 걷어 올리고 양말을 내렸다.


천만다행이었다.


피부가 눌린 자국으로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상처는 없었다.


질긴 등산 바지와 두꺼운 등산 양말이 좀비의 손톱을 막아 준 것이다.


"휴··· 다행이다."


강다수가 한결의 발목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한결보다 먼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어. 고맙다."


한결이 배낭에서 수건을 꺼내 얼굴에 튄 좀비의 피를 닦아 내며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내가 더 고맙지. 처음 좀비 두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 때는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어요. 형 덕분에 내가 살아난 거지. 그나저나 정말 총이라도 있어야겠어요. 다음에 또 이런 위기를 맞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 같아요."

"총이라...?"


잠시 말을 읊조린 한결이 말이 이었다.


"총도 사실 별로 소용없을 거야. 총소리 정도면 이 일대 좀비들이 모두 몰려올 테니까."

"듣고 보니 그렇네요. 하~, 이거 산 넘어 산이네."


강다수가 탄식하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여기서 빨리 벗어나자. 또 다른 좀비들이 멀리서 우리를 보고 달려올 수도 있으니까."

"네, 저도 여기서 또 좀비를 만나고 싶진 않네요."


한결은 얼굴을 닦은 수건을 바닥에 버리고 곧바로 배낭을 멨다.


강다수도 얼른 배낭을 멨다.


그리고 찌푸려지는 그의 얼굴.


배낭의 무게가 좀비에게 잡힌 어깨에 실리자 고통이 밀려들었다.


한결이 그런 강다수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다 그의 어깨에 묻은 좀비의 손자국을 발견했다.


손자국을 본 한결은 금방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너··· 다친 거야?"


질문을 하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별거 아니에요."


강다수가 얼른 표정을 풀며 가볍게 대답했다.


"이 미친놈아. 뭐가 별거 아니야? 네가 아무리 남에게 걱정 끼치기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해도 숨길 게 따로 있지. 얼른 보자."


한결이 등에 멘 배낭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졌다.


그리고 강다수의 배낭을 낚아채듯 벗겼다.


그는 '아니겠지. 괜찮을 거야.'라고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좀비에게 긁히기라도 한 건 아닐지 걱정이 밀려왔다.


우람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겁먹은 소녀처럼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다수는 이런 세상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등을 맡길 수 있는 존재였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그런 사람.


지금도 가족이 걱정되어 미칠 것 같은 자신의 옆을 묵묵히 지켜주고 있지 않은가.


그와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긴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었다.


이런 세상에서 움직인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험한 여정에 따라나섰다.


만약 여기서 강다수를 잃는다면...


그런 건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한결은 떨리는 손으로 강다수의 옷을 벗겼다.


그에게서 몸의 미세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강다수도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제발 상처가 없기를······.'


한결은 기도하며 그의 어깨를 확인했다.


손가락에 눌린 부위가 빨갛게 부어 있었다.


다행히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휴······.'


한결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긴장이 풀리자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였다.


"부어오르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상처를 입은 건 없어 보인다."


한결의 말에 강다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쳤다.


두 사람은 배낭을 메고 빠르게 마을로 이동했다.


한시라도 이렇게 뻥 뚫린 공간에 있기 싫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과 달리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들은 이미 체력이 바닥난 지 오래였다.


그런 와중에 그런 격한 싸움까지 했으니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힘든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겨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은 안전한 집을 고를 여유가 없었다.


무작정 첫 번째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이들이 들어간 집은 작은 마당을 끼고 있는 단층 벽돌집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둘러진 담이 자신들을 숨겨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좀비가 있다면 이곳에 갇힐 수도 있었다.


한결은 조심스레 마당을 살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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