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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드11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진짜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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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드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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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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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미친 상점

DUMMY

상점창은 한마디로 말해 뽑기였다.


일종의 도박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진짜 상품과 가짜 상품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상품을 보는 순간, 상품의 진위 여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그리고 스킬로 상품의 용도도 알 수 있었다.


상품에 대한 설명도 같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읽을 수 있는 문자만 가능했다.


처음 보는 문자로 적힌 설명은 당연히 읽을 수가 없었다.


"이래서 스킬이 진실의 눈이었던 거야?"


한 가지 더 알아낸 사실은 500포인트 이상의 상품은 판별이 되지 않았다.


6번째 카테고리는 다행히 한글로 되어 있었다.


카테고리의 이름은 강화 포션.


이름만 봐도 이 카테고리에서 파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상태창의 스탯과 관련된 것이겠지.'


그의 짐작대로 이곳에서는 스탯을 올릴 수 있는 포션을 팔고 있었다.


엄청난 수의 가격이 각기 다른 포션을 팔고 있었다.


포션이 어찌나 많은지, 스크롤을 아무리 해도 새로운 포션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그리고 또 하나 진짜 물건을 살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게 뭐야? 이러면 진실의 눈이 필요가 없잖아."


500포인트 밑의 진짜 포션을 부지런히 찾았지만, 모두 가짜였다.


더욱 황당한 것은 신체 스탯을 내리는 마이너스 포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심지어 많기까지 했다.


힘들게 좀비를 죽여 포인트를 모아 강해지려 포션을 샀다.


그런데 스탯이 오히려 내려간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며, 허무할까.


그렇게 몇 번 마이너스 포션을 마셨다가는...


신체 기능을 잃고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건 너무나 끔찍했다.


가장 정직한 것이 노력이었다.


그 노력이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도박판의 판돈으로 사용되어 무너진다면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한결은 강화 포션 카테고리를 나와 다른 카테고리를 살폈다.


카테고리 역시 상품과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화면을 올려도 카테고리는 끝이 나지 않았다.


'도대체 카테고리가 얼마나 많은 거야?'


한결은 카테고리 이름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 화면을 밀어 올렸다.


그의 눈에 카테고리의 잔상만이 남을 정도로.


그는 곧 끝없이 나열되는 카테고리 목록에 그는 압도당했다.


아무리 화면을 올려도 카테고리는 그 끝이 없었다.


'세상의 상품이 다 있다더니.'


평생을 걸려도 다 살펴보기 어려울 것 같은 방대한 목록은 절망감마저 안겨주었다.


만약 도움이 되는 카테고리의 상품이 저 끝에 있다면...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상점창을 보면 볼수록 황당함, 허탈함, 분노, 어이없음, 이런 감정이 밀려들었다.


'이건 마치 상점창이 사용자를 조롱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조롱을 넘어 거대한 악의가 느껴졌다.


물론 확률이 제각각이니 진짜 상품을 살 확률이 높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짜 상품이 존재하는 이상 기존의 가격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왠지 확률이 높은 사람은 많지 않을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한결 형. 이게 뭔가요?"


강다수 역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상점창 역시 엄청나게 많은 카테고리가 있었다.


그리고 상점창의 설명처럼 둘의 상점창을 비교하니 카테고리도 다르고 파는 물건도 달랐다.


겹치는 물건도 있었고, 겹치지 않는 물건들도 있었다.


한결이 6번째 강화 포션 카테고리가 있지만, 강다수는 2번째 카테고리가 강화 포션 카테고리였다.


"내가 근력 강화 포션을 하나 사보께요."


강다수가 강화 포션 카테고리에서 2포인트 근력 강화 포션을 발견하고 말했다.


"그렇게 싼 것도 있냐?"


한결은 조금 전 한참을 뒤졌었다.


하지만 그렇게 싼 포션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형에게는 없는 모양이네요. 그럼 내 상점창이 더 좋은 건가?"

"그건 모르는 거지. 가격만으로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어. 상품이 진짜인지 그리고 질을 보고 판단해야 해."

"뭐 어쨌든 바로 살게요. 상품도 상품이지만 이 상품이 어떻게 배달될지가 난 더 궁금합니다."


강다수의 말을 들으니 한결도 궁금해졌다.


상점창에서 느껴지는 악의에 이 부분까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금 삽니다."


강다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공에서 빛이 뭉치더니 근력 강화 포션이 나타났다.


""허억""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사람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빛과 함께 포션이 나타나다니.


한결과 강다수는 신기한 광경에 그저 멍하니 포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다수가 조심히 근력 강화 포션을 잡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무게감.


이건 실제 상품이었다.


그리고 한결이 놀란 또 한 가지.


스킬은 자신의 상점창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상점창에 있는 상품의 진위 여부도 판별할 수 있었다.


그는 강다수가 산 근력 강화 포션이 마이너스 2 근력 강화 포션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강다수가 작은 유리병의 마개를 땄다.


"잠깐만, 다수야. 그거 마시지 마!"


한결이 다급한 목소리로 포션을 마시려는 강다수를 말렸다.


강다수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그는 곧바로 설명했다.


"그거 근력이 무려 2나 깎이는 마이너스 포션이야."

"네에? 근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깎인다고요?"

"그래."


한결이 자신의 스킬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상점창에 파는 물건이 대부분 가짜였던 것도.


"확률이 그 뜻이었어요? 이건 완전 도박이잖아. 그것도 성공 확률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뭐 이런 거지 같은 상점창이 다 있어. 이러면 전혀 쓸모가 없잖아."


실망한 강다수는 포션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포션병이 깨지며 안에 든 파란색의 포션이 아스팔트를 적셨다.


그는 상점창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좀비를 상대하기 벅찬 마당이라 더욱 그랬다.


그런데 상점창의 상품이 오히려 가진 능력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니...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거 아무래도 살아남기 힘들 거 같은데요···."


강다수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두 사람은 다시 짐을 챙기고 좀비 시체를 지나 도로를 걸었다.


두렵고 우울한 두 사람의 기분에 비해 날씨는 너무나 화창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하늘은 맑고 높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이들의 더운 몸을 식혀 주었다.


한적한 도로와 맑은 공기.


산책하기에 너무 좋은 날씨였으나 이들은 자연이 주는 정경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도로를 걸어가든 강다수가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듯 한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형 예상보다 좀비가 약하지 않았어요? 겨우 이 정도로 사회가 무너졌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만약 내 손에 총이 있었으면 좀비 정도는 가볍게 무찌를 자신이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군부대가 얼마나 많은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 가요."


강다수의 질문에 한결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그런 거 아닐까?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좀비가 발생한 거지. 얼마나 많은 곳에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100명 중에서 1명꼴로 좀비로 변한다면 설명이 되지 않을까? 아니 1000명 중에서 1명이라도 좀비로 변한다면···."


한결은 좀비의 강렬한 공격성이 떠오르자 이런 이유라면 인류는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을 거 같았다.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 자체가 워낙 말이 안 되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강다수의 긍정으로 이야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어차피 좀비의 세상이 되어 버렸는데 그 이유를 알아봐야 달라질 건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 방법도 없었고.


그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좀비를 경계하며 도로를 따라 조용히 걸었다.


가끔 한두 명의 좀비를 만났다.


두 사람은 피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


좀비를 죽일 때마다 눈앞에 1포인트 메시지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상점창에 크게 실망한 터라 메시지를 보는 그들의 눈은 담담하기만 했다.


***


너무 조용해서 세상이 멈춘 듯한 모습이었으나 시간은 여전히 흘러갔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며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하룻밤 머물 곳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이는 건 넓은 들판과 산뿐이었다.


강다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큰일인데요. 오늘 어디서 자죠? 이러면 별수 없이 노숙해야 할 거 같은데..."

"그러게, 밖에서 자는 건 괜찮은데... 사방이 뚫린 곳에서 자는 것은 아무래도 좀 불안하다. 그리고 밤이 되면 더 추워질 건데 불을 피웠다가 좀비가 몰려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결도 걱정이 앞섰다.


좀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일단은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한 곳을 찾아보자"


한결이 앞장서서 걸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최선을 다해 오늘 머물만한 곳을 찾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국 버려진 빈집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다. 산으로 들어가자."


아무래도 뻥 뚫린 도로나 들판이 더 위험해 보였다.


두 사람은 도로에서 벗어나 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동굴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야산에 그런 동굴이 있을 리 없었다.


대신 큰 바위나 절벽같이 등 뒤라도 안전한 곳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버렸다.


"어떡하지? 이거 미쳐버리겠다."


어둠 속에 고립되자 한결은 불안해졌다.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한 것이 무덤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주변을 연신 둘러보았지만,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억지로라도 결정을 내려야 했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여기서 자자. 깜깜한 밤에 산속을 계속 돌아다닌 건 너무 위험해."


한결의 말에 강다수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두 사람은 그나마 주위에서 가장 굵어 보이는 나무 앞에 자리를 잡았다.


강다수가 배낭을 바로 옆에 내려놓았다.


파운딩 해머를 소중히 안아 들고 나무에 등을 기대앉았다.


그리고 서서히 밀려드는 한기.


"텐트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건데."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땀이 식으면서 몸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체온을 더욱 빠르게 앗아갔다.


그는 추위를 막기 위해 옷깃을 여몄다.


"춥지? 지금이라도 근사한 쉘터를 만들어 볼까?"


한결이 무거워진 분위기에 강다수에게 농담을 건넸다.


이번 오지 캠핑에서 한결은 텐트 대신 나무를 엮어 직접 쉘터를 만들었다.


강다수는 캠핑하는 내내 누우면 서로 어깨가 부딪치는 그 좁은 쉘터에서 지내야 했다.


"헐, 거지도 안 살 거 같은 움막 가지고 셀터라니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눈을 크게 뜬 강다수가 이내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거지 같은 쉘터라도 있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한결의 농담에 삭막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추위는 여전했다.


특히 이곳이 산속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갈 것이었다.


한밤중의 숲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맨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이빨이 덜덜 떨려왔다.


배낭 안에 침낭이 있었지만, 이들은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혹시 침낭 안에 있다가 좀비라도 나타나면 큰일이었다.


"모닥불은 피어도 되지 않을까요?"


추위를 견디다 못한 강다수의 말에 한결이 잠시 고민했다.


"그래, 불을 지피자. 어두운 거보다 불이 있으면 시야도 확보될 거고. 어두운 데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좀비보다는 그게 났겠다."


혹시 멀리서 모닥불을 보고 좀비가 오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으나 한결은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좀비를 만나기 전에 얼어 죽을 판이었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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