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무거운 돌 하나 지니고 가볍게 건너간다
던져진 화두는 풀 길 없는 천근의 자물쇠.
평생의 내공을 다 쏟아 두드려도
미동 않는 수미산
치열하게 고민하고, 미치도록 파헤쳐도
억겁의 시간 속 찰나의 몸부림 일 뿐
가볍게 믿으면 그것도 좋고,
무겁게 믿지 않으면 그것도 좋고,
감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진실로 좋고,
세상 온갖 역사의 한 점 일획도
모두 선하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즐겁고, 괴롭고,
만들고, 사라지고,
나고, 죽는 것조차
다 같다.
무거운 돌 하나 지녔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건넌데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
가벼운 마음으로 무거운 척 포장하는
치열한 사이비의 삶이라도,
그 마저도 다 선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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