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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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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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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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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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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대전쟁의 서막(4)

DUMMY

유럽연합군과 몽군은 날이 다 지나도록 거리를 두고 대치만 했다. 빌헬름 2세와 작전사령관은 대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듯했다.


처음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어진 유럽군은 쉽게 진격하지 못했고 몽제국군 역시 섣불리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황제와 트러스티는 거의 반나절 정도 빌헬름 2세를 지켜봤지만, 그는 머리만 부여잡고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해가 완전히 지고 짙은 어둠이 찾아왔다. 어쩌면 이 상태에서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수도 있었다.


야간에 어둠을 이용해 기습공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학귄이 어떠한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만약에라도 학귄이 선제공격을 꾀하고 있다면 빌헬름 2세가 눈앞에 보이는 이곳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가 될 것이 분명했다.


잘만 한다면 큰 희생 없이 이번 전투를 끝낼 수도 있었다.


밤이 되고 먼저 움직인 쪽은 유럽군이었다. 유럽군은 조용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전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몰래하는 기습작전에 전차를 투입하기에는 그 소리를 지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빌헬름 2세는 망원경을 들고 몽제국 군대의 진영 쪽을 살폈다.


잠시뒤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어찌합니까?”


총소리가 들려오자 트러스티가 물었다.


“소리만 들으면 아직 전면전은 아닌 것 같다. 아마 학귄도 야습을 대비하고 있었겠지. 하직 조금 더 기다려보자.”


“네”


황제는 느긋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초조해하지도 않았다. 전투의 양상은 꽤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잠깐씩 총소리가 끊길 때도 있을 정도로 그들은 간헐적인 소모전만 했다. 그때 그레이가 몇 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투가 시작됐습니다.”


“알고 있다.”


“지금 이곳에는 이상자가 없는 듯합니다.”


“그래?”


“네, 아마 본토나 혹은 본대와는 거리를 조금 두고 있는 듯합니다. 어쩌면 도이체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 없다면 됐다.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저들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저들을 평화적으로 도우려 했지만, 저들은 무조건적인 거부만 행세했지. 멧돼지 부대는 어떤가?”


황제가 물었다.


“아직 대기 중입니다.”


“그렇군. 알겠다.”


“안 돌아가실 겁니까? 이곳은 적진 한가운데입니다. 위험합니다.”


“위험하다고? 내가? 아니면 저들을 말하는 것이냐?”


“그건...”


그레이가 말끝을 흐렸다.


“지금 우리가 기습하면 빌헬름 2세를 사로잡고도 그냥 빠져나갈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오히려 우리 셋이라 가능한 작전이다.”


황제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빌헬름 2세를 잡으러 갈까요?”


“아니, 지금 빌헬름 2세를 잡는다고 하여도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거다.”


“맞습니다. 빌헬름 2세가 현재 연합군 총사령관이지만, 그를 대체할 사람은 많으니까요.”


그레이가 말했다.


“도이체스가 확실히 유럽 연합군의 주축 중 하나지만, 프랑스나 영국 역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사실 우리가 마음먹고 적군을 향해 돌진한다면 손쉽게 이길 전쟁이다. 제아무리 이상자가 있다 하여도 말이지.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너무나도 많은 피가 땅을 적실 것이야.”


황제는 유럽 연합군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트러스티가 대답했다.


“일단 저들이 이렇게까지 쳐들어온 이유와 그 자신감의 원천을 알아내야한다.”


“자신감의 원천이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의 힘을 알고도 여기까지 왔다는 건 믿는 구석이 있는 거겠지. 그리고 그 자신감은 이상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니 우리는 그 이상자들만 찾으면 된다.”


“어딜 가나 이상자들이 문제군요.”


“지금 있는 모든 이상자를 없앤다고 하더라도 도 나올 것이다. 모든 문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야 한다.”


트러스티는 위화감을 느꼈다. 황제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이상하고도 인과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이방인들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서홍비를 포함한 다섯 명이 이 모든 악몽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다. 사실 이 정도의 의심은 트러스티 스스로 한 것은 아니었다.


악몽을 닫는 과정에서 하칼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도달한 결론이었다.


아니, 어쩌면 서홍비가 말했던 오래전 이곳에 도착했던 마진들과 그들을 막으러 나타난 신의 피조물들부터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트러스티는 이 이상 생각하기를 멈췄다. 생각할 정도의 상상력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것을 잘 알았고 근거가 되어야 할 정보도 부족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빌헬름 2세를 봤다. 그는 어딘가 불편한 건지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고 무언가가 잘못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곳에는 이상자가 없는 듯합니다. 이 근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레이는 적진을 한 바퀴 더 돌아본 후에 다시 나타나 말했다.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져 달빛과 적진에서 나오는 전등 빛 말고는 앞을 볼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나는 저들이 이대로 물러났으면 싶다. 그렇다면 더 이상 피를 흘릴 일도 없으니까.”


황제가 말했다. 그때 멀리서 수많은 전차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위에서 주변을 살피던 그레이가 다가왔다.


“적군의 지원 병력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 수의 세배는 되는 듯합니다. 수십 대의 전차도 있습니다.”


그레이가 다급히 말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진영으로 돌아간다.”


황제가 말했다.


“네”


황제와 트러스티 그리고 그레이는 어둠 속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때로는 적병의 곁을 지나치며 바람과도 같이 진영으로 복귀했다.


황제가 도착하자 학귄이 맞이했다.


“아직 별일은 없습니다. 몇 번의 사격이 있었지만, 저들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습니다.‘


“알고 있다.”


황제는 학귄을 포함해 지휘관들을 긴급하게 소집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던 지휘관들은 황제가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긴급히 소집한다는 전갈을 받았다.


잠시 뒤 회의장에는 지휘관들로 가득 찼다. 그와 동시에 살쾡이 부대원 하나가 들어왔다.


“폐하”


그는 들어와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냐?”


‘지금 프랑스와 영국군을 포함한 다른 유럽 연합국 군대가 모두 도착했습니다.“


“알고 있다. 빨리 돌아가 그들의 동태를 살펴라.”


“네”


살쾡이 부대원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유럽군이 전부 모인 겁니까?”


학귄이 물었다.


“그런 것 같다. 결국 저들은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그렇게나 끊임없이 화친을 청했지만, 저들은 결국 싸움을 택한 것 같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더는 봐주지 않는다. 방어만 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온 힘을 다해 저들과 싸울 것이다. 이웬은 어디 있는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 당장 연락하여 돌격 1부대와 일반 병사 2개 대대 그리고 하칼을 불러라.”


황제의 말에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그 정도의 병력이라면 유럽 연합군을 무찌르고 그대로 나아가 유럽 전역을 공격한다고 해도 가능한 정도의 규모였다.


“전면전을 하실 생각입니까?”


“그래, 저들이 더 이상 몽을 우습게보지 못하도록 본보기를 보일 것이야. 저들의 본토까지 진격한다.”


“알겠습니다.”


이웬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황제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회의장 안을 둘러봤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저들과 친하게 지내려 했다. 수많은 요구사항을 들어줬다. 내가 그들에게 원했던 건 하나뿐이었다. 식민지 완전 철폐. 단 하나다. 그러나 그들은 완곡했다. 절대로 식민지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했던 모든 지원과 외교를 대폭 축소했다. 그들은 노발대발했지. 협박까지도 일삼았다. 하지만 협박이 통할 리가 없다. 나는 그들이 무서워서 화친을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다. 그뿐이었다.


황제는 서글픈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의 말에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전투를 준비하겠습니다.”


트러스티가 가장 먼저 황제의 의중을 눈치채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그 뒤로 있던 모든 지휘관들이 일제히 한족 무릎을 꿇었다.


“난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황제는 한 글자씩 간격을 두며 또박또박 말했다. 사실 모든 지휘관이 황제의 말에 완전히 수긍한 건 아니었지만, 회의장 안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방적이었지만, 청나라 그리고 청나라의 서쪽인 중앙아시아인 오스만 제국까지 정복하며 흘린 피는 수많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수많은 사람이 남편을 잃었고 자식을 잃었으며 친구와 이웃까지 한순간에 잃었다.


기술력은 뒤로 퇴보했고 황무지로 변해버린 땅에 다시 풍요함이 깃들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며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유럽 연합군과의 전면전은 대전쟁으로 번질 것이 분명했다.


“이 자리에서 선포한다. 유럽 연합군은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질 때까지 쫓김을 당할 것이며 결국 죽을 것이다. 이 전쟁을 본보기로 이후에 몽제국을 그 어떤 나라라도 쉽사리 넘보지 못할 유일의 강대국으로 만들어 군림할 것이다.”


황제는 조용하지만, 힘찬 목소리로 선포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틀 후 황제가 말했던 증원군 중 하칼을 제외한 모든 병력이 다마스쿠스로 모였다.


그리고 이 소식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의 패권을 두고 결전을 벌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발 앞선 기술로 세계 정복에 먼저 나선 유럽은 지난 세기 동안 가장 강력한 대륙으로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수많은 땅을 차지하며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을 몰아내거나 식민지로 삼았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나타난 몽이라는 나라가 얼마 되지도 않은 짧은 시간 안에 청나라는 물론 청나라를 기점으로 동쪽 끝과 서쪽으로는 유럽의 목전까지 정복하여 거대한 나라를 만들었다.


이는 유럽에는 엄청난 위협이었으나 몽제국의 불가사의한 기술력과 군사력은 가히 엄청나 섣불리 덤비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무엇보다 유럽은 하나의 나라가 아니었기에 분산된 힘으로는 몽과 맞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유럽은 몽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서 하나로 뭉쳤다.


오랫동안 자시들끼리 싸웠던 역사를 잠시 접어둔 채 몽과 싸우기 위해 유럽의 주요 나라 외에 크고 작은 나라들까지 모두 뭉친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났다.


이로써 대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몰랐다. 세계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대전쟁의 끝은 그야말로 허무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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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1화. 악몽 속에서 길 읽은 꿈들(2) 21.11.04 20 0 13쪽
130 130화. 악몽 속에서 길 읽은 꿈들(1) 21.10.31 19 0 15쪽
129 129화. 대전쟁의 서막(13) 21.10.28 18 0 12쪽
128 128화. 대전쟁의 서막(12) 21.10.24 18 0 12쪽
127 127화. 대전쟁의 서막(11) 21.10.21 22 0 14쪽
126 126화. 대전쟁의 서막(10) 21.10.17 21 0 13쪽
125 125화. 대전쟁의 서막(9) 21.10.14 40 0 15쪽
124 124화. 대전쟁의 서막(8) 21.10.10 24 0 15쪽
123 123화. 대전쟁의 서막(7) 21.10.07 19 0 11쪽
122 122화. 대전쟁의 서막(6) 21.10.03 18 0 13쪽
121 121화. 대전쟁의 서막(5) 21.09.30 18 0 14쪽
» 120화. 대전쟁의 서막(4) 21.09.26 22 0 12쪽
119 119화. 대전쟁의 서막(3) 21.09.23 27 0 13쪽
118 118화. 대전쟁의 서막(2) 21.09.19 19 0 12쪽
117 117화. 대전쟁의 서막(1) 21.09.16 22 0 13쪽
116 116화. 사건의 지평선(1) 21.09.12 26 0 14쪽
115 115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13) 21.09.09 22 0 14쪽
114 114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12) 21.09.05 21 0 14쪽
113 113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11) 21.09.02 20 0 14쪽
112 112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10) 21.08.29 19 0 13쪽
111 111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9) 21.08.26 20 0 13쪽
110 110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8) 21.08.22 20 0 12쪽
109 109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7) +2 21.08.19 22 1 13쪽
108 108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6) 21.08.15 20 1 13쪽
107 107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5) 21.08.13 20 0 13쪽
106 106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4) 21.08.08 19 0 14쪽
105 105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3) 21.08.05 19 0 12쪽
104 104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2) 21.08.01 23 0 13쪽
103 103화. 길잃은 아이의 귀환(1) 21.07.29 3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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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세상이 꾸는 악몽(7) 21.07.18 22 0 13쪽
99 99화. 세상이 꾸는 악몽(6) 21.07.15 22 0 12쪽
98 98화. 세상이 꾸는 악몽(5) 21.07.11 22 0 14쪽
97 97화. 세상이 꾸는 악몽(4) 21.07.0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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