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무(姜武) 님의 서재입니다.

먼치킨대한국인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강무(姜武)
작품등록일 :
2007.06.20 04:41
최근연재일 :
2007.06.20 04:4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904,869
추천수 :
2,678
글자수 :
286,017

작성
07.06.18 13:23
조회
12,114
추천
48
글자
25쪽

정태일 2007년 대한민국

DUMMY

정태일 2007년 대한민국


“태일씨”


원희가 정태일을 불렀다. 그녀와 사귀기 시작한지 이제 3개월째다. 올해로 27살인 그녀와 정태일의 나이차이는 거의 띠동갑에 한살 더 많다. 물론 원래 나이로 따지면 거의 시조뻘이지만….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한 두시간쯤….”

“어머? 약속한 시간은 7시잖아요?”

“난 날백수야. 남는 것이 시간이거든.”

“배고파요. 뭐 좀 먹어요.”


정태일은 자연스레 팔짱을 끼는 원희가 무척이나 귀여웠다. 400년이나 살았고 널린 것이 여자였지만 이렇게 행동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하긴 누가 감히 25개 은하를 지배하는 한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떨겠는가?


“스테이크 먹을까? 소갈비 먹을까?”

“아니 조개구이 먹어요. 내가 좋은 데아니까.”


정태일의 원희에게 이끌려 조개구이집에 들어섰다. 원희는 아주 자연스럽게 정태일을 챙겨주었고 정태일도 그런 원희에게 조개살을 발라주었다. 아주 평범한 연애였다.

정태일에게 지금은 400년만의 휴가였다. 통장엔 120만원이 전부였고, 하는 일이 없는 날 백수지만 마음만은 편했다. 한의 궁전이라 다름없 차원우주개척 이동요새인 ‘한달’은 목성 그림자에 숨어 있었고, 대형 우주 모선을 중심으로 하는 1개 우주함대전단이 달그림자에 숨어있었다. 함대전단에 속한 구축함 하나만으로도 지구전역을 제압할 수 있는 화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함대전단엔 그 구축함이 120척이나 되었다. 물론 운항요원이 없는 함선의 인공지능이 조항하기 때문에 완전하진 않지만 말이다.

정태일이 그런 쓸데없이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게 된 이유는 법이 그랬기 때문이다. 한은 최하 모선을 중심으로 확대 편성된 함대전단의 호위를 받게 되어 있었다. 그것에 대해선 융통성이 없는 인공지능인지라 정태일로써도 어쩔 수 없었다. 다만 25개 은하의 수도인 지구이기 때문에 호위안드로이드가 들러붙지 않을 뿐이다.


“근데 태일씨는 어디 살아요?”

“나? 나 홈리스야. 지구상에 사는 곳이 없어.”

“예?”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집은 없지만 쉴 곳은 있으니까.”


사실이 그랬다. 정태일은 달그림자 뒤에 숨어있는 거의 경기도만한 크기의 모선의 이동궁전에서 잠을 잤기 때문이다. 정태일이 지구에서 한 일은 반지하 방의 보증금을 뺀 것이다. 500만 원 정도 되는 보증금을 통장에 넣어 두고 까먹다보니 이제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뭐, 정태일의 입장에 놀러 다니는데 필요한 돈이 없어지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지만 원희에겐 의미가 달랐다.

남자친구라고 있는 것이 생활력 ‘0’에 날백수라는 것은 불안한 일이었다. 뭐, 마지막 단계까진 가지 않고 그저 같이 놀러 다니는 수준이었지만 그녀로썬 생각해보아야할 문제였다.

정태일은 자신을 찰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 보이는 원희를 보며 그저 웃은 뿐이다. 생각해보면 괘씸한 일이지만 그것도 귀여워 보였다.


“여기요. 복분자 하나 더 줘요.”

“소주시켜요. 복분자는 비싸잖아요.”

“나는 입이 고급이라 소주는 못마셔. 차라리 복분자가 낳아.”


정태일의 사정을 모르는 원희는 그것을 객기로 받아들였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먼저 계산을 해버렸다. 그래서인지 그날 데이트는 묘하게 서먹했고 결국 비교적 이른 시간에 헤어졌다.

원희를 집까지 바라다 준 정태일은 해가진 한강둔치로 나가 걸었다. 그리고 적당한 벤치에 앉아 조명으로 장식된 한강다리를 바라보았다. 3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집으로 돌아온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의 모든 풍경이 색달랐다.

그렇게 한 30분쯤 있었을까? 정태일은 밴치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지하철이 있는 곳으로 털래 털래 걸음을 옮겼다. 달그림자에 있는 모선, 이동궁전으로 가려면 물체전송, ‘빔업’을 해야 했고 감시카메라나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에나 가서 놀까?”


서울에서 라스베가스는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었지만 가는 데는 순식간이다. 문제는 달러다. 지금 당장 달러가 없으니 라스베가스에 가도 도박은 못한다. 뭐, 공주새끼가 달러를 위조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근 400년은 한으로써 무엇보다 법을 지키는 것을 강조한 정태일이었다. 스스로 원한 일이긴 하지만 스스로 세뇌시킬 정도로 준법정신이 투철하게 되었기 때문에 위조지폐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 긴 세월동안 인류를 다스리면서 당장은 손해라도 법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며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도 그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법이 지켜지지 않으면 발전이란 없다. 정의가 힘을 쓸수록 모든 것이 발전한다.

지금 시대의 인간복제기술도 악용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연구를 막고 있다. 만일 정의가 힘을 쓰는 사회라면 사회적 동의하에 기술을 획득할 것이고 수년 내에 ‘장애우’라는 계층은 역사 속에나 존재하게 될 것이다. 사지가 없는 사람은 건강한 팔과 다리를 가지게 될 것이고, 마비가 있는 사람은 걷게 될 것이다. 벙어리는 말을 하고, 장님은 보게 된다. 인간을 복제하는 기술이 발달하면 궁극적으로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기억을 가지고 젊고 건강한 새 몸이 그전의 누군가와 같은가? 라는 영혼의 문제를 해결하면 간단한 일이다.

가이아호를 처음 개발한 사회에서는 영혼의 문제로 인해 죽은 자의 기억을 가진 클론을 만드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태일은 한으로써 죽은 자의 기억을 가진 자를 연속성이 있는 존재로 인정했다. 그리고 스스로 5번째 ‘환생’을 계속했다. 덕분에 전생의 선택사항에 스스로 지켜야함을 알면서도 지키지 못한 법을 지키도록 강제한 금제가 되어 있었다.

정태일이 생각하기에 새몸으로 갈아입는 환생, 즉 자가복제는 인공적인 방법으로 후손을 보는 새로운 방법이다. 즉 영혼이 다르더라도 아들 혹은 딸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것은 고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인류특유의 관습이다.

정태일은 지하철을 타고 비교적 사람이 적은 한가한 역에 내려섰다. 그러다 문득 심야상영을 하는 극장을 발견했다. 추억(?)의 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었다. 보고 싶었지만 원희의 취향과 거리가 먼 재난 영화이기 때문에 아직 보지 않은 영화였다. 정태일은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있었고 정태일은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어 일단 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어?”


정태일은 바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에 놀랐다. 아무로 없는 비상구 모퉁였는데 아마도 수상한 짓(?) 하는 것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원희?”


그런데 정태일을 감시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원희였다.


“여기서 뭐해요?”

“뭐, 하긴 영화 봤지?”

“그럼 집이 없다는 거 정말이었어요?”

“뭐, 이 지구상에는….”


정태일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원희가 와락 품에 안겼다. 정태일은 그런 원희의 행동에 무척이나 놀랬다. 그리고 울먹이며 하는 말….


“저는 태일씨가 저랑 해어지려구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에?”


원희의 말에 정태일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자친구에게 그런 소릴 하면 알아서 떨어지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했다. 정태일은 상당히 심각해진 상황을 이해하려 애쓰며 자신의 품에 안긴 원희의 등을 토닥였다.

다만 확실한 것은 원희가 정태일을 그저 오다가다 만난 아저씨 보다는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


정태일은 결국 원희와 결혼했다. 죽고 못 사는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그만한 여자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장인과 장모에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당한 눈총을 받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띠동갑에 날백수가 곱게 길은 딸을 채가는 것이 부모로써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원희의 작은 아파트에 신접살림을 차린 정태일은 결국 일을 시작했다. 돈을 벌 방법이야 많았지만 딱히 할 만한 일이 없었다.


“어쩐다.”


그러다 문득 지명수배전단을 발견했다. 정태일은 공주새끼 시스템과 연결된 핸드폰 카메라로 지명수배자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잠자리 크기의 초소형 정찰로봇을 전국에 뿌리고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상금이 걸린 지명수배범이 쉽게 모습을 드러낼 리 없었다. 간단히 생각해도 골방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을 놈들이 태반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정밀 정찰을 시작한지 3일 만에 범인의 행적을 알아 낼 수 있었다.

정태일이 찾아낸 첫번째 범인은 서울에서 사고치고 천안에 숨어있는 사기꾼이었다. 정태일은 천안으로 내려가 놈이 숨어 있는 방문 앞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숨에서 파동포를 꺼내들고 문을 두드렸다.


―탕탕탕….


그러나 도둑이 제발을 저리다고 할까? 놈은 방문을 열지 않고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 정찰로봇에게 포착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추적이 시작되었고, 위치는 훤히 드러나 있었다. 정태일은 서두르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와 놈이 도주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급할 것도 없고, 급할 이유도 없었다.

정태일이 추적하는 지명수배범은 자신을 뒤쫓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뒤를 살폈다. 그리고 정태일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정태일은 간편한 복장의 평상복을 입고 있었고 어디를 보아도 길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명수배범은 짐짓 딴청을 부리며 다시 골방으로 돌아갔다. 정태일은 기절모드에 맞춰진 파동포로 그를 겨누고 아무런 말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컥!”


겨우 기절하는 정도로 출력이 낮춘 파동포였다. 아무런 빛이나 소리도 없었다. 단지 사람이 길을 가다 그대로 쓰러졌을 뿐이었다. 그렇게 간단히 범인을 제압한 정태일은 철물점에서 산 두툼한 케이블 타이를 수갑처럼 만들어 범인을 묶었다. 그리고 112에 신고했다. 그렇게 한번 출장으로 450만원을 벌었다.

그렇게 첫 범인을 잡고 연이어 소재가 파악된 살인, 조직폭력, 강간범들을 잡았다. 그러자 경찰들 사이에서 정태일은 주목받는 인사가 되었다. 지명수배가 떨어진 범인들 대부분 꼬리를 감추고 도주에 성공한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은 한둘도 아니고 고작 1주일 사이에 4명이나 잡아내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상금사냥꾼으로 명성을 얻자 정태일은 비공식적인 의뢰를 받아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기회가 생겼다.


“이놈 이거 악질이야. 할머니들에게 납이 든 물은 장생수라고 팔아먹은 놈이라구.”

“도형사, 그런걸 내가 알게 뭐야. 포상금을 확실히 챙겨주라구.”

“빌어먹을 누가 현상금사냥꾼 아니랄까봐.”


정태일은 경찰청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전과자와 조직폭력배 등 현상금이 걸릴 만한 놈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일이 정찰로봇을 붙여 인적사항을 넷맵이라는 인맥관리 프로그램을 돌렸다. 그리고 하루 만에 경찰청이 파악한 것보다 더 확실한 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었다. 또한 경찰들과 사귀며 그들의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었다. 범인을 잡는 주요 포인트와 잠복하는 이야기들을 정리해 참고했다. 그리고 넷맵을 이용해 안면을 튼 도형사가 찾아달라는 사기꾼의 소재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도형사 찾았어. 거기가 어디냐면 말이야….”


그리고 정태일은 경찰들과 별도로 움직였다.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놈은 경찰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주변과 연락을 끊고 혼자 도망쳐 숨어있는 놈은 잡기 쉬었지만 조직원의 보호를 받는 놈은 잡기 어려웠다. 역시나 경찰이 대대적으로 움직이자 놈은 뒷일은 부하들에게 맞기고 그대로 튀었기 때문이다. 정태일은 놈이 도망치는 길목에서 기다렸다. 미행을 시작했다. 역시 크게 한탕을 해 성공한 사기꾼이어서 인지 고급 승용차를 타고 있었고 정태일은 자신의 차로 놈을 미행했다. 그리고 놈의 차가 신호에 걸려 멈춰 서자 정태일은 허탕을 친 도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놈이 타고 있는 차량의 모델과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놈이 향하는 방향까지 미리 알려주었다. 이에 도형사는 지원을 요청해 정복경찰이 길을 차단하고 놈들을 체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경찰의 안이한 태도에 수가 틀린 범인이 경찰을 찌르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서 그것을 목격한 정태일은 급하게 지혈시켰다.


“이런 젠장.”

“휴, 공 친건가?”

“정형에게 미안하군.”

“뭐, 됐어. 거물이라면 거물 여우새끼인데 도망칠 뒷구멍 정도는 있는 것이 당연하잖아. 아무튼 이번에 경찰을 찌르고 달아났으니 잡기만 하면 엮어 넣기는 쉽겠군.”

“잡기만 하면 그러겠지. 그런데 잡는 게 문제야.”

“꽁꽁 숨어있는 놈을 찾아낸 것이 누구라고 생각해?”

“그럼 잡을 수 있는 건가?”

“이제 사기꾼이 아니라 상해범이야. 포상금을 더 주라구.”

“지금 주는 포상금도 수사비에서 주는 거야 그냥 내 얼굴봐서 해주라.”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숨어있는 놈을 찾아내려고 투자한 게 얼마데 그런 소릴 하나? 점이라도 쳐서 놈을 잡아내는 줄 알아?”

“그건 그렇지만….”


결국 정태일은 보상금을 더 받기로 하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놈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경찰을 찌르고 도주한 놈이 부산에 있는 것을 보면 난놈은 난놈이었다. 그러나 놈은 자신을 추적하는 정찰로봇의 존재를 몰랐다. 숨어있는 놈을 찾기가 어렵지 이미 드러난 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태일은 이번엔 혼자 숨어있는 놈이 방문을 두드렸고 놈은 그다지 의심없이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놈은 기절모드에 놓인 파동포에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자 이제 어찌한다.”


놈은 아직 정식으로 수배된 범인이 아니었다. 도형사의 의뢰로 잡은 놈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서울로 데려가야만 했다. 이에 정태일은 도우미를 소환했다. 달궤도에 있는 모선에서 안드로이드를 전송해 놈을 들어 차에 옮기고 서울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세번이나 깨어난 범인이었지만 매번 파동포에 맞아 고꾸라지길 반복했다.


“부산?”

“그래 부산까지 내려가서 잡아오느라 고생을 했다구. 보상금 확실해 챙겨줘야해.”


정태일이 바운드 헌팅을 시작한지 1달이 지났다. 제법 수입이 짭짤해 세금을 제하고도 1억8천만원을 벌어들였다. 날백수 남편의 부양할 각오를 했던 원희는 너무나 간단히 2억에 가까운 돈을 벌어오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명수배범을 잡았고요?”

“그래. 대한민국 경찰청에서 주는 돈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세상에….”


원희는 억단위가 찍힌 통장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걱정이 되는지 이것저것 캐물었다. 하지만 정태일은 원희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아무튼 그 일로 장인과 장모는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가게 되었다. 원희가 남편 자랑을 하면서 은근히 그동안 구박한 것이 속상했다는 하소연을 했다.

누구든 찾아내는 정태일의 등장은 대한민국에서 지명수배범이 사라지게 했다. 누구든 지명수배가 떨어지면 수일 안에 정태일이 알아서 찾아내 잡았기 때문이다. 정태일은 이미 대한민국안에 있는 5천만 인구의 모든 인맥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참으로 방대한 분량이지만 공주새끼 시스템에게 그것은 그다지 무리가 가지 않았다. 누구든 이름과 얼굴만 알면 간단히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그런 정태일의 등장은 엉뚱하게도 국가정보원의 주시를 받게 만들었다. 비록 민생범죄를 저지른 범인이지만 숨어있는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태일? 그가 누구지?”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최근 경찰이 잡아드린 지명수배범은 모두 이자가 잡아드린 겁니다. 도 비공식적으로 형사들의 의뢰를 받아 잡은 용의자도 상당합니다. 정태일이 용의자들을 잡아 받은 보상금 수입이 한달 평균 5백만원에서 2천만원 가까이 됩니다.”

“휴~! 정말 대단하군.”

“문제는 그것이 아닙니다. 드러난 것은 그 혼자뿐인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남자와 일을 하면서 이렇다할 자원도 없이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낸다는 겁니다.”

“뭔가 의심스럽군.”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뒤를 캐보아도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검은 개 말입니다.”

“계속하게….”

“정태일에게 의뢰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흥신소에 검은 개를?”

“최소한 손해는 없을 겁니다.”

“좋아.”


정태일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국정원 직원이 가져온 사진을 받아들었다.


“안찬현씨. 나보고 그를 찾아 달라는 것이오?”


안찬현은 소스라치게 놀랬다. 사무소에 와서 자신의 이름을 말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욱 놀란 것은 이어지는 정태일의 말이었다.


“국정원에서 의뢰라. 그런데 그자를 찾아 주는데 얼마를 줄거요?”

“세, 세금 없이 5억,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국제 마약상에 무기까지 손대는 거물이니 소재만 가르쳐 주겠습니다.”


그리고 정태일은 그 자리에서 시디를 구워 그에게 넘겼다.


“일명 검은 개, 본명 심상현. 55세, 오차현, 김이중이란 가명을 주로 사용하며 안산에서 조일흥업이라는 사무실을 가지고 있음. 현재 위치는 내가 알 수 없고. 잡으면 보상금이나 확실히 넣어주쇼.”

“……!?”


검은 개는 사진만 딸랑 가지고 있는 마약무기거래상이었다. 그런데 정태일이 본명에 나이, 신분을 속이고 사용하는 가명까지 줄줄이 말을 하자 안찬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무리 초짜요원으로 이런 심부름을 하는 처지지만 이렇게 간단히 알아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태일은 이미 검은 개에 관한 파일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게 국정원 직원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사무실을 나가자. 정태일은 검은 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국정원이 던져 주는 포상금 5억보다 검은 개 심상현이 숨겨둔 재산이 더 탐이 났기 때문이다.

정태일은 종이박스 100개를 사서 검은개 심상현이 빌린 작은 아파트로 향했다. 놈은 이미 국정원에 사로잡혀 심문을 받고 있었고 간첩혐의 마저 있었다. 때문에 정태일은 검은 개 아파트의 경보장치를 무력화 시킨 후에 안방에 그대로 싸여있는 500억에 가까운 현금 다발을 준비한 새 상자에 담아 단단히 포장했다. 그리고 이삿짐센터를 불러 현금이 가득 든 상자를 주인이 없는 비닐하우스에 옮겼다. 그리고 물질전송기를 통해 현금을 모선 창고에 옮겼다.

그뿐만 아니라 스위스 은행 검은 개의 개인 계좌에 있는 자금을 인출해 국내에 그의 계좌로 옮긴 후 복잡한 돈세탁을 거처 미리내 기술이라는 회사계좌로 입금시켰다. 미리내 기술은 부도가 난 중소기업으로 원래는 핸드폰에 들어가는 칩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제품이 대기업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시장에 출시되자 곧 경쟁력을 잃고 쓰러졌다. 그러나 이번에 정태일이 부도가 나는 것을 막아주고 미리내 기술의 주식 100%를 소유하는 것으로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회사가 흔들리자 몇몇 핵심연구원들이 대기업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고 남아 있는 사람은 사장과 조수급 연구원들, 그리고 경리를 보는 여직원 정도였다.


“누구든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실력 있는 연구원들을 고용해 당신이 생각한 제품을 만드십시오.”

“고맙습니다. 이젠 포기하고 있었는데….”


미리내 사장이 개발하려고 했던 제품은 지금 만들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향상된 칩이었다. 하지만 당장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려다 보니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물건이 나왔다. 불행히도 그것은 성능이 대기업이 개발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우주시대를 살아가던 정태일의 눈엔 그게 그거였지만….

국정원이 관심을 가지게 되자 감시하는 눈이 생겨버렸다. 별명하고 사지만 가지고 있었던 심상현을 소재를 알아낸 것이 국정원으로 하여금 그런 부류들과 모종의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태일은 범죄자들을 잡아내는 일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아직 들통 나지 않은 범죄들을 알고 보니 답답했다. 그래서 익명으로 신고를 한 것도 몇건 있었고 그렇게 일을 만들어 범인을 잡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사법고시였다.

정태일은 대한민국 법전과 판결문, 규칙들을 통째로 외웠다. 외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체이식 메모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에 익숙해지면 거의 실시간으로 필요한 문구를 찾아낼 수 있었으며 수면 중에도 학습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의뢰가 들어오는 수배만 소재를 알려주는 정도로 처리하면서 고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시험이라면 당장 볼 수 있었으나 법학 35학점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토익과 한자 시험은 만점에 가깝게 받아내고 로스쿨을 다녀 학점도 확보했다. 그리고 사법시험을 치르고 검사가 되었다.


“만점?”

“현상금 사냥꾼 정태일이 아시죠?”

“알지.”

“이번 시험에 만점으로 합격해 수석이 된 놈이 바로 그놈입니다.”

“능력이 있는 줄 알았지만….”

“부장님 이번 특별수사팀에 그를 끌어드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래 보아야 이제 초급 검사가 아닌가?”

“초급이지만 발로 뛰는 분야에선 이미 베테랑입니다. 아니 요즘 젊은 아이들이 말하듯 신급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그리고 정태일은 초급검사이면서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원래 정태일이 해오던 알려진 범인을 잡는 것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특히나 정태일에게 이 일은 전혀 생소했다. 정태일이 배속된 특별수사팀은 검경협력 시스템으로 짦은 시간 안에 해결해야하는 급박한 사건을 처리하는 팀이었다. 그리고 첫번째 사건은 마약 밀매조직을 잡아내는 일이었다. 정태일은 초소형 정찰로봇과 공주새끼의 넷맵을 이용해 얽히고설킨 놈들의 조직망을 알아냈다. 놈들은 나름대로 조심하고 연락을 취했으나 위에서 보면 한눈에 들어나는 조직이었다. 정태일은 놈들뿐만 아니라 놈들과 연결된 다른 폭력조직도 역어 넣을 궁리를 하며 수사개시 일주일 만에 부장검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 무슨 지원?”


이런 반응을 보이는 부장 검사에게 확실하게 엮어 넣을 수 있는 놈들의 신상파일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부장검사는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특별수사팀의 엘리트 경찰들을 장악하기도 전에 결과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이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할 겁니다. 그런데 기소할 놈들이 많아서 저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아, 알았네. 검찰에서 지원팀을 구성해 주지.”


그리고 정태일은 경찰청의 모든 가동 인원을 지휘해 보이지 않는 그물망을 폈다. 범인 한사람 잡기위해 몇주씩 잠복하는 경찰들이었다. 소재가 확인된 용의자를 체포하는 일은 가장 신나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펼쳐놓은 그물을 잡아당길 시간이 되었다. 정태일은 중요한 증거가 되는 장부가 있는 사무실을 습격했다. 증거를 확보하고 조직하나를 뿌리, 아니 조직이 뿌리내린 숲까지 통째로 들어냈다. 그 한건으로 대한민국의 거물급 범죄자 3할이 달려 들어갔다. 뿐만 아니었다. 그들과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었던 비리정치인들도 조사를 받기 시작했으며 검찰청은 대한민국 건국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애들에 마약을 판 조무래기들에서부터 마약조직의 보스, 조폭, 밀수조직, 무기밀매조직, 그런 곳에 자금을 대주는 어둠의 고리대금업자까지 줄줄이 걸려들었다. 정태일은 잡아들인 용의자들의 심문을 총지휘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증언을 하도록 하게 했다. 이미 뒤를 봐주거나 협박을 하는 조직이 없자 조무래기들부터 무너지며 차츰 거물급도 엮어 들어온 용의자들에 대한 증언을 시작했다. 비록 용의자가 많았기 때문에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심문 자체는 너무나 간단했다. 정태일이 준 파일을 토대로 ‘누구누구누구가 이런저런 증언을 했다. 그리고 네게 누구누구누구가 한일을 알고 있는 것을 안다. 사실대로 불어라. 네가 불지 않아도 누구누구가 불고 네가 안다는 사실을 증언하면 너는 +5년이다.’라고 거래하면 대부분 무너졌다. 그렇게 물고 물리는 증언을 녹취하고 서류를 만들어 길고긴 재판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태일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물론 일반 국민들이 정태일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사이에선 말 그대로 신적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먼치킨대한국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독자는 들으라 본 작가에게 아이디어를 진언할 지어다. +111 06.07.22 20,953 6 -
41 오상 1950 +42 07.06.20 18,167 55 15쪽
40 정태일 2007년 대한민국 +22 07.06.19 12,842 47 22쪽
» 정태일 2007년 대한민국 +33 07.06.18 12,115 48 25쪽
38 정태일 +17 07.06.17 10,337 41 19쪽
37 정태일 +14 07.06.16 9,578 45 22쪽
36 정태일 +18 07.06.13 9,844 48 19쪽
35 정태일 +17 07.06.13 10,289 37 18쪽
34 정태일 +42 07.03.31 18,375 40 19쪽
33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49 06.07.22 25,827 42 7쪽
32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3 06.07.22 13,560 38 18쪽
31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8 06.07.22 12,907 47 13쪽
30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0 06.07.22 12,890 48 11쪽
29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0 06.07.22 13,011 44 9쪽
28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8 06.07.22 13,215 47 9쪽
27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9 06.07.22 13,437 40 13쪽
26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0 06.07.22 13,990 42 17쪽
25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2 06.07.22 15,100 45 15쪽
24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7 06.07.22 15,944 40 10쪽
23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9 06.07.22 19,140 44 7쪽
22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4 06.07.22 19,146 46 28쪽
21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2 06.07.22 15,863 44 10쪽
20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2 06.07.22 17,358 58 21쪽
19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9 06.07.22 17,649 61 11쪽
18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2 06.07.22 18,354 59 15쪽
17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2 06.07.22 17,786 65 13쪽
16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0 06.07.22 18,208 64 11쪽
15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9 06.07.22 19,945 65 14쪽
14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12 06.07.22 18,865 65 13쪽
13 먼치킨 대한국인(大韓國人) +8 06.07.22 19,374 68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