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아틀란티스의 소년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01.13 23:43
최근연재일 :
2013.06.17 00:04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2,724
추천수 :
87
글자수 :
124,470

작성
13.02.19 18:00
조회
328
추천
2
글자
11쪽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3)

DUMMY

페야는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하의 관자놀이 부근을 짚었다.

“또 그 이상한 세계로 들어가려는 거야?”

“이상한 세계가 아니라 아스트랄 바운더리. 그레이와 싸우기 위해 만든 또 하나의 세계야.”

아무리 인류를 지킨다지만 물질계에서 마법을 난사하며 그레이와 싸울 수는 없는 노릇. 지상으로 올라온 아틀란티스인은 각 국가기관 및 오컬트, 종교 단체와 협력하여 전장을 만들었다. 아스트랄계와 경계에 세워진 물질계와 멘탈계에 완벽 대응하는 세계. 아스트랄계와 가깝기에 마법소년/소녀가 아닌 이상 인간은 육체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 대신 순수 멘탈체인 그레이나 멘탈 몬스터, 심지어 아스트랄계 주민마저 불러낸다면 활동할 수 있는 세계였다.

“멘탈 몬스터의 경우 패턴을 기억시킨 뒤, 이들이 물질계나 멘탈계 등에 나타나면 그들의 의식을 자동으로 바운더리로 전이시켜. 그레이는 저항할 수 있는 모양이지만.”

물론 새로운 멘탈 몬스터가 만들어지면 바로 아스트랄 바운더리로 전이시킬 수는 없다. 누군가 그를 목격하고 서버에 등록하면 그 이후부터 자동 전이가 가능했다.

물질계에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걸 원치 않은 그레이도 아틀란티스인의 장단에 어울려 이곳을 전장으로 삼았다. 이젠 명실 공히 아틀란티스인과 그레이의 2차 전장으로 거듭난 곳이다.

“뭐, 그런 곳이지만, 지금 당장 아스트랄 바운더리로 간다는 건 아니야.”

“아니었어?”

관자놀이를 짚을 때마다 아스트랄 바운더리로 날아갔기에 지하는 이번에도 당연히 그쪽으로 가는 거라 생각했었다.

“이젠 내가 전이시키지 않을 거야. 두 번이나 갔으면 이제 스스로 갈 줄 알아야지.”

“가는 방법은 알려주고 그런 말 하시죠?”

“보면 몰라?”

너무나 당당히 말하기에 한 번 보면 당연히 따라할 줄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일단 지금 하려는 건 보이드 서버에 로그인하려는 거야.”

“그건 또 뭐야?”

“…….”

페야는 살짝 답답함을 느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설명을 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 정신을 집중하고 나를 잘 따라와. 처음엔 눈을 감고.”

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지시대로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관자놀이 부근 페야의 손길이 느껴졌다.

「눈앞의 어둠을 응시해.」

아무도 없는데도 페야는 리모트 토킹으로 말을 걸었다. 아무 의미도 없어보였지만, 페야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울림과 동시에 지하는 눈앞에 붉은색 끈이 보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끈이 왠지 자신의 몸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끈 또는 실, 줄. 뭐든 좋아. 그걸 잡아.」

지하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페야는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어떻게?”

「상상의 자기 자신을 만들어. 어둠 속에서 뻗어온 끈을 잡는 손을 만들고, 그 손이 연결된 팔, 몸통, 마지막엔 너 자신.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지하는 눈을 감은 채 상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그녀의 말대로 끈을 잡는 손부터 팔, 몸통, 다리와 얼굴까지. 처음엔 희미했던 이미지가 점차 선명해져갔다.

「어? 어어?」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지하가 붉은색 끈이 연결된 자신의 몸을 보며 당황해했다. 자신은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여기에 자기 자신이 또 하나 있었다. 두 개의 자신이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고 있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당황해하지 마. 이미지가 흐트러져버려.」

그때 어둠 속에서 페야의 모습이 나타났다. 상상 속의 세계이건만 페야의 모습은 작은 요정의 모습 그대로였다.

「당연하지. 이건 네 의식이 표출된 세계인걸. 너의 인식이 그대로 표현돼.」

「어라? 내 생각을 읽은 거야?」

「의식의 공유. 너와 나는 정신적으로 이어져있어.」

페야는 붉은색 끈을 들어 올려 보이며 말했다. 지하와 페야는 그 끈으로 서로 이어져 있었다.

「간단한 사념체 하나 만든 것 가지고 놀라면 안 되지. 허공록과 보이드 서버를 이용하려면 필수인데.」

그녀가 지하 가까이 다가가자 끈은 점점 짧아졌다.

「이게 계약의 증거야. 이 끈을 통해 너와 난 의식이 연결되어 있고, 동시에 마력도 공급되는 거야.」

그녀는 물질계에 있었던 것처럼 지하의 어깨 위로 날아가 앉았다.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에 지하도 의구심을 풀고 이리저러 몸을 움직여봤다.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면서 동시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념체의 자신도 동시에 자각했다. 왠지 신기한 감각이었다.

「쉽게 설명할게. 사람 개개인을 모두 컴퓨터라 생각해. 너와 난 케이블을 이용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

페야는 적당히 짧아진 끈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인트라넷을 만들 것도 아니고, 꼭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겠지?」

파아아앗!

갑자기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지하가 눈을 찔끔 감았다 다시 뜨자 어둠은 걷혀져 있었고, 사방에는 수많은 컴퓨터가 끝없이 늘어져 있었다. 중간 중간에 셀 수 없이 많은 책장이 세워져 있었고, 그 안엔 마찬가지로 셀 수 없이 수많은 책이 꽂혀져 있었다.

「이건……?」

「이곳이 바로 허공록. 집단무의식의 세계.」

「집단무의식?」

어디선가 들었던 용어에 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심리학의 용어로서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모든 인간 아니, 모든 생명의 의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깊고 깊은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우린 이어져 있지. 그건 그레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어.」

페야가 바로 근처의 컴퓨터를 가리키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곳으로 가자는 의미란 걸 깨닫고 걸어갔으나, 보이지 않은 벽에 가로막힌 듯 컴퓨터 근처로 도저히 다가갈 수 없었다.

「각각의 컴퓨터는 개인의 영역. 허락이 없다면 일반적인 방법으론 들어갈 수 없어.」

책장의 책은 아무렇게나 꺼내어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유된 지식.

「그러니까 이 컴퓨터 하나하나가 인간의 의식이다, 그런 뜻이야?」

「응. 물론 이건 나의 이미지야. 이 무의식의 세계는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사람마다 다른 형태를 가지지.」

파팟!

빛이 꺼지고 다시 어둠이 세상을 드리웠다. 빛이 있는 건 눈 앞의 두 대의 컴퓨터뿐이었다.

「그럼, 이건 너와 나의 의식이겠네.」

「이해가 빠른걸.」

나란히 붙어 있는 두 컴퓨터 사이엔 굵은 케이블 하나가 연결되어 있었다. 바로 지금 지하와 페야 사이에 이어진 끈을 가리켰다.

「내가 보내는 리모트 토크는 이 컴퓨터로 메신저를 보낸 거라 생각해.」

「나를 조종해 너에게 가도록 한 것은?」

「리모트 인플루언스. 강제로 네 영역, 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명령어를 입력한 거야. 혹은 해킹을 했다고 볼 수도 있어.」

「그건 불법침입이잖아.」

「인정할게. 미리 말하자면 배선 작업도 벌써 다 끝내놓았었어. 남은 건 네 컴퓨터의 승낙뿐이었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내 놓았던 페야.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하의 승낙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 리모트 인플루언스라는 걸로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것 아냐?」

사람을 조종할 수 있으니 만능이라 할 수 있는 기술. 하지만 페야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쉬운 게 아냐.」

타인의 영역에 침입하는 건 여건 어려운 게 아니다. 거기다 조종할 수 있는 범위에 따라 난이도가 상승하는 건 당연지사. 간단한 행동의 변화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마음을 조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이 가능한 게 바로 그레이야.」

리모트 인플루언스는 그레이를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페야의 비유에 따르자면 그레이가 하는 짓은 타인의 컴퓨터의 OS를 바꾸는 일이었다.

「어쨌든 내가 보여주려는 건 이게 아니야.」

그녀는 지하를 그의 컴퓨터로 데려갔다. 전원을 켜자 곧바로 부팅이 완료되고 바탕화면이 나왔다.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 아이콘이 많았지만 인터넷 접속 아이콘은 너무나 눈에 띄었다.

「여기서부턴 네가 해야 해. 실행시켜봐.」

페야의 말에 따라 지하는 인터넷을 실행시켰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하얀 화면만이 나왔다.

「허공록은 인터넷과 비슷해.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생명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누구나 허공록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거지.」

이 우주에 존재하는 이라면 누구든 이 허공록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질과 비물질, 생명과 무생명 가릴 것 없다. 모든 정보는 허공록으로 모이고, 또한 허공록에서 각 개체로 정보가 내려간다. 실시간으로 업로드, 다운로드가 진행되는 것이다.

「누구나 허공록에 들어갈 수 있는 계정이 있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정은커녕 이곳의 존재조차 모르지.」

새하얀 화면이었지만 옆에 스크롤이 보였다. 맨 밑으로 내려가자 조그마하게 로그인창이 하나 보였다.

「마법소년/소녀는 누구나 이 허공록이란 걸 사용한다는 거야?」

이미 아이디와 비밀번호에는 알 수 없는 단어가 입력되어 있었다. 지하는 아무것도 건드릴 필요 없이 로그인 버튼만 눌렀다.

「정확히는 보이드 서버만. 허공록을 제대로 이용하는 건 매우 어려워.」

모니터에 웹페이지 하나가 열렸다. ‘보이드 서버’라 적힌 웹페이지엔 각종 마법소년/소녀의 정보, 동향, 멘탈 몬스터와 그레이에 대한 정보가 가득했고, 활동할 수 있는 게시판과 채팅방마저 있었다. 동시에 지하의 머릿속 영역이 확장되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늘어난 것이다.

「넌 그야말로 기연을 얻은 거야. 원래라면 몇 년을 노가다하며 수행해도 보이드 서버를 여는 것도 벅차다고. 아직은 임시계정이지만.」

자신에게 고마워하라며 웃는 페야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져갔다. 동시에 갑작스런 의식의 확장으로 두통이 심해졌고, 지하 자신의 이미지도 점차 흐려졌다.

“으아아아아!”

지하는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떴다.

“괜찮아?”

눈앞에는 페야가 손수건을 들고 허공에 떠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며 손수건을 건네받았다.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원래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근하는 거야. 재능 있는 사람도 몇 년은 걸릴 길은 한 번에 뚫은 셈이니 머리가 좀 아프긴 할 거야.”

계약에 의해 서로의 정신이 연결되어 있기에, 그리고 페야의 경지가 까마득하게 높기에 가능한 신기였다.


작가의말

어제 귀국했습니다.

놀때는 재밌었지만, 다녀오니 많이 피곤하네요.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틀란티스의 소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에필로그 +2 13.06.17 245 3 3쪽
34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8) +1 13.04.02 288 4 8쪽
33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7) +1 13.03.30 293 2 8쪽
32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6) +1 13.03.28 356 3 7쪽
31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5) 13.03.23 202 2 7쪽
30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4) 13.03.21 192 2 6쪽
29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3) 13.03.19 233 3 7쪽
28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2) 13.03.16 204 2 10쪽
27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1) +1 13.03.14 265 2 9쪽
26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5) 13.03.12 320 4 6쪽
25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4) 13.03.09 281 2 7쪽
24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3) 13.03.07 361 2 10쪽
23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2) +1 13.03.05 292 2 10쪽
22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1) 13.03.02 309 2 8쪽
21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7) +1 13.02.28 277 2 7쪽
20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6) +1 13.02.26 300 2 6쪽
19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5) 13.02.23 269 2 9쪽
18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4) 13.02.21 297 2 8쪽
»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3) 13.02.19 329 2 11쪽
16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2) 13.02.14 282 2 10쪽
15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1) 13.02.12 341 2 11쪽
14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6) 13.02.09 339 2 8쪽
13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5) 13.02.07 404 2 7쪽
12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4) 13.02.05 389 2 10쪽
11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3) +1 13.02.02 463 2 9쪽
10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2) 13.01.31 401 2 11쪽
9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1) 13.01.29 428 3 10쪽
8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7) 13.01.26 432 2 9쪽
7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6) 13.01.24 489 2 10쪽
6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5) 13.01.22 447 3 8쪽
5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4) 13.01.19 360 2 6쪽
4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3) +1 13.01.17 427 3 8쪽
3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2) 13.01.15 492 4 7쪽
2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1) 13.01.13 709 3 9쪽
1 프롤로그 13.01.13 1,010 6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