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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의 소년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3.01.13 23:43
최근연재일 :
2013.06.17 00:04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2,726
추천수 :
87
글자수 :
124,470

작성
13.03.14 18:00
조회
265
추천
2
글자
9쪽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1)

DUMMY

파앗, 샤아아아아!

붙잡힌 페야는 물론 지하도 동시에 아스트랄 바운더리로 강제 전이되었다. 그리고 전이된 아스트랄 바운더리에서는,

푸릉, 푸르릉!

이히히히힝!

크릉, 크르르릉!

보기만 해도 질려서 주저앉아버릴 군세. 그동안 지하가 봤던 말과 거대괴수는 물론 처음 보는 멘탈 몬스터들도 많았다. 모두들 말의 형상을 띄었지만 순해 보이는 인상은 사라지고 없고 모두들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거나, 이마에 돋아난 뿔들을 이리저리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크큭, 이 숫자를 만드느라 조금 고생했지.”

여전히 페야를 붙잡고 있는 하연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그녀의 것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했다.

“너는 누구지? 하연은 어디에 있어?”

지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눈앞에 인질로 붙잡힌 게 페야이고, 그녀를 잡은 건 오랜 친구인 하연이다. 말도 안 되는 전개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하연? 크큭, 여기에 있잖아.”

하연은 자신의 양팔을 들어 올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장난치니 재미있나보군, 예지노록.”

하연의 손에 붙잡힌 페야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하연은 과장되게 감탄했다.

“오, 이런. 바로 눈치 채다니, 그 이름도 유명한 이터널 라이트의 일원, 안갤이라 불리며 우리 그레이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군림한 페예치카님 다운 통찰력이군.”

그녀의 어조에는 비아냥이 한껏 담겨 있었다. 이러한 말은 페야에게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정신 차려, 유지하. 눈앞의 이 여자는 네가 알던 성하연이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화를 내기 대신 혼란스러워하는 지하에게 침착히 말했다.

“뭐, 뭐? 하지만 그건 분명 하연이었어. 가짜가 아니었다고.”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다. 3년 동안 지하는 언제나 하연과 함께 다녔다. 의식마저 확장된 지금, 그가 가짜와 진자를 구별 못할 리가 없었다.

“그래, 방금 전 물질계에 있을 때까지는 하연이 맞아.”

페야는 거짓말을 해도 되는 급박한 이 상황에서도 냉정히 진실을 얘기했다.

“하지만 지금 아스트랄 바운더리에 있는 이 여자는 성하연이 아니야. 그 껍데기를 쓰고 있을 뿐이야.”

“그게 무슨……?”

지하는 패닉에 빠져 페야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니까, 으윽.”

뒤이어 설명하려던 페야의 말문이 비명과 함께 막혔다. 하연이 페야를 붙잡은 손에 힘을 준 것이다.

“내가 설명해줄까, 초보 마법소년군.”

하연 아니, 하연의 탈을 쓴 ‘그’는 지금 대단히 기분이 좋았다.

“난 예지노록. 성하연이 아니야. 어때, 기쁜가?”

그는 큭큭 웃었다.

“예지노록? 그건 그 외국인 남자…….”

“이걸 말하는 건가?”

슈슉!

그때 하연의 모습이 변화했다. 조금 전 만났던 회색 머리칼의 북구인. 그 생김새와 똑같았다.

“가짜! 가짜에게 속았다고?”

“크큭, 우린 순수 멘탈체다. 육체 따윈 껍데기에 불과해. 빙의라고 생각하면 쉽겠지?”

처음부터 예지노록이란 인간은 없었다. 지하가 본 그 외국인도 그레이 예지노록이 육체를 깃들어 그의 멘탈체를 잠재우고 자신이 차지한 꼭두각시, 말 그대로 빙의였다.

“그렇다면 아까 하연은……?”

“그래, 진짜가 맞아. 육체는 말이지.”

학교 앞에서 만났을 때 이미 하연의 육체는 예지노록이 숨어 들어가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페야를 붙잡았을 때, 완력으로 빠져나가려고 해도 못 빠져나간 건 당연했다. 하연이란 육체가 아닌 예지노록이란 멘탈체가 그녀를 쥐고 있었으니까. 물리력은 멘탈체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지금 하연은 어디 있지?”

지하는 제정신을 차리고, 으르렁거리며 물었다. 자신을 속인 눈앞의 허상을 당장이라도 때리고 싶었으나, 페야가 붙잡혀서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글쎄, 그분께는 각별한 신세를 져서 말이지.”

예지노록은 하연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크윽!”

당장이라도 달려드려는 것을 참았다. 페야는 지금 예지노록의 악력에 탈출을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침착, 침착하자. 흥분하는 건 오히려 무덤에 들어가는 짓이야.’

차근히 생각하니 답은 쉽게 나왔다. 물질계에서 하연은 진짜였다. 그럼 하연은 물질계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정신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크큭, 난 친절하니 상대하기 편하도록 이 얼굴로 할까?”

예지노록은 다시 북구인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의 얼굴은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오퍼레이션 헤븐즈 게이트. 지상에 있던 아틀란티스인들, 마법소년/소녀가 지저세계로 역공을 들어온 작전. 결과적으론 아틀란티스가 패퇴하고 지저에서 물러났지만, 실상 그레이의 피해는 아틀란티스보다 더욱 처참했다. 지저에 살던 그레이의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간부들, 원로들도 상당수 목숨을 잃었다.

그레이의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은 이들, 그들이 바로 이터널 라이트였다. 그들의 힘은 지저의 패권을 쥔 그레이로서도 도저히 대적할 수 없었다. 고작 다섯이서 지저세계, 수도까지 쳐들어와 파괴행위를 벌이는데 방어하거나 도망치는 게 고작이었다. 만약 공주가 탄생하고,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그날이 그레이 최후의 날이었을 것이다.

승리하긴 했지만 그레이들 상당수가 패배의식을 가져버렸다. 특히 이터널 라이트라고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주에게 저주를 받고, 반쪽짜리만도 못한 힘을 가진 이들에게 벌벌 떨고 있던 것이다.

예지노록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오퍼레이션 헤븐즈 게이트가 막 끝났을 때 태어났다. 그의 임무는 지상의 마법소년/소녀들을 처리하는 것. 그레이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마법소년/소녀였지만 그의 상대는 아니었다. 누구하나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레이의 패배의식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 중심에는 이터널 라이트였다. 그때 예지노록은 결심했다. 자신이 그들을 상대하겠다, 그들을 처치하겠다. 공포는 이미 사라진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그때부터 그는 그의 영역권인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페야를 노렸다. 하지만 언제나 크렘린궁 안에 있던 그녀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라도 방비가 견고한 크렘린궁을 쳐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재수 좋게도 알아서 요새에서 나왔다. 당장이라도 잡아서 산산조각내고 싶었으나, 혹시나 함정일지도 몰라 침착히 그녀를 미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 혼자라는 걸 알았을 때, 그는 페야를 몰아넣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도망가서 짜증났고, 이터널 라이트 하나가 버티고 있다는 부산으로 들어가자 긴장마저 했다.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보다 계략을 세우기로 하고 재빨리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계략을 진행한지 고작 이틀 만에 꿈에도 그리던 페야를 손에 넣게 되었다.

“크큭, 크크큭, 크하하하하!”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자, 마법소년군. 우리 게임 하나 할까?”

너무 기뻤기 때문일까? 아니, 조금 허전함이 느껴졌다. 부족했다. 그는 이 즐거움을 좀 더 크게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차피 또 하나의 이터널 라이트를 처리하기 위해선 약간의 시간도 필요했다.

슈욱, 투투투투툭!

예지노록의 모습이 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수평, 수직으로 길게 늘어나더니 곧 거대한 뿔을 가진 유니콘과 그 위에 올라탄 남자로 변했다. 그는 한 손으론 고삐를, 다른 한 손으로는 페야를 붙잡은 채 유니콘에 올라타고 있었다.

“어디 한 번 이들을 처리하고 나에게 도달해 봐라, 크하하하하하.”

유니콘은 몇 번 발길질을 하더니 하늘 위로 날아올라갔다. 당연히 그 위에 올라탄 예지노록과 붙잡힌 페야도 하늘 위로 올라갔다.

“……!”

올라가기 직전, 망연자실하게 그 모습을 쳐다보던 지하는 페야와 눈이 마주쳤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강인한 그녀의 눈빛에 지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꼭 구하러 갈게.」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정신이 이어져있는 이상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지하는 굳은 결심을 담아 그녀에게 말을 전달했다.

「꼭 구해.」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거나 하지 않았다. 애원하거나 울부짖지도 않았다. 그냥 담담히, 당연한 일을 하라는 듯이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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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89 티말
    작성일
    13.03.15 11:39
    No. 1

    봉인이 풀리면 잡아 먹..는건가?
    아니, 그전에 안 죽으면 되는거지. 자, 잘가 주인공.
    주인공 : 나 아직 안 죽었거든? 그리고 내 이름을 불러! 주인공이 뭐야 주인공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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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7) +1 13.03.30 293 2 8쪽
32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6) +1 13.03.28 356 3 7쪽
31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5) 13.03.23 203 2 7쪽
30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4) 13.03.21 192 2 6쪽
29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3) 13.03.19 233 3 7쪽
28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2) 13.03.16 204 2 10쪽
» 제5장 요정이 아니라 천사 (1) +1 13.03.14 266 2 9쪽
26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5) 13.03.12 320 4 6쪽
25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4) 13.03.09 281 2 7쪽
24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3) 13.03.07 361 2 10쪽
23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2) +1 13.03.05 292 2 10쪽
22 제4장 위기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1) 13.03.02 309 2 8쪽
21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7) +1 13.02.28 277 2 7쪽
20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6) +1 13.02.26 300 2 6쪽
19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5) 13.02.23 269 2 9쪽
18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4) 13.02.21 297 2 8쪽
17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3) 13.02.19 329 2 11쪽
16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2) 13.02.14 282 2 10쪽
15 제3장 이 직업, 의외로 흔한 것 아냐? (1) 13.02.12 341 2 11쪽
14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6) 13.02.09 339 2 8쪽
13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5) 13.02.07 404 2 7쪽
12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4) 13.02.05 389 2 10쪽
11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3) +1 13.02.02 463 2 9쪽
10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2) 13.01.31 401 2 11쪽
9 제2장 계약, 계약을 맺자! (1) 13.01.29 428 3 10쪽
8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7) 13.01.26 432 2 9쪽
7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6) 13.01.24 489 2 10쪽
6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5) 13.01.22 447 3 8쪽
5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4) 13.01.19 360 2 6쪽
4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3) +1 13.01.17 427 3 8쪽
3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2) 13.01.15 492 4 7쪽
2 제1장 나를 부른 건 요정이었다. (1) 13.01.13 70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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