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대마왕씨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2.12.26 23:01
최근연재일 :
2013.10.04 01:04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70,084
추천수 :
570
글자수 :
187,499

작성
13.05.11 22:10
조회
624
추천
10
글자
7쪽

제6장 돌입 신세계 (2)

DUMMY

"하, 하하하."

대마왕은 서슬 퍼런 이자벨의 말을 듣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이리저리 그녀의 시선을 피하다가,

"일, 일을 하자. 모두들 내가 일하기를 기다렸지?"

결국 제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재개했다.

대마왕의 계획은 성공했다. 인간 세르피나를 게임폐인으로 타락시켜 대마왕과 같은 레벨로 만들었다. 하지만 성공을 넘은 대성공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생각보다 조금 과하게 타락한 세르피나라던가, 그 광경에 분노한 이자벨이라던가, 덕분에 후배 눈치를 보며 후배가 분노를 가라앉힐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라던가 기타 등등.

"……흥."

그런 대마왕의 모습을 보며 이자벨은 코웃음을 치며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당분간 화가 안 풀리겠는데요.”

“하아, 어쩔 수 없지. 뿌린 대로 거두는 거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지켜본 북마왕의 말에 대마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그래도 계획은 성공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나도 게임을 시작해서 세르피나와 함께 즐기는 건데…….”

“그 전에 이 일들부터 처리하지 않으면 이자벨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려던 대마왕은 곧바로 이어진 북마왕의 말에 울상을 지으며 다시 한 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래. 일단은 이것들부터 처리하자. 한동안은 우리 후배님 눈치 좀 봐야지.”

지켜보는 이가 없음에도 대마왕은 서류더미를 향해 손을 옮겼다.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었지만 1주일간 내내 일을 하던 관성이 있었는지, 비교적 빨리 서류에 손이 도착했다.

“보자보자, 신계에서 무슨 항의가 들어왔다고 했지? 귀찮지만 신왕 녀석에게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따따딴, 따딴착딴따딴착딴~

서류를 읽으려던 찰나, 책상 위에 놓인 대마왕의 휴대폰이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응? 혹시 세르피나의 전화인가?”

1주일간 보지 못했던 님의 전화를 기대하며 대마왕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윽.”

그리고 곧바로 표정을 찌푸렸다. 여자의 전화이긴 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세르피나가 아니라 바로 언제나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괴롭히는 여동생, 브랑빌리에였다.

“하긴, 그간 세르피나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

비참한 현실을 깨달으며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렸다.

“요즘 대학원 좋네. 한가롭게 전화를 할 시간도 있고.”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대마왕은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게 비아냥거리는 말을 건넸다.

「흥, 벌써 박사 논문까지 다 통과됐거든. 오빠가 신경 쓰지 않아도 이 동생님은 엘리트 코스를 잘 뛰어다니고 있어. 꽤 빠른 속도로 말이지.」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말투. 언제나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이런 말투였지만, 오늘은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타인이라면 눈치 채지 못할, 가족이기에 느낄 수 있는 위화감이었다.

“뭐냐, 너도 나한테 뭔가 화난 것 있어?”

「너도라니? 또 이자벨 언니 못살게 굴은 거야?」

서로의 정곡을 찌르는 남매. 다만 서로의 적중한 공격에 더 큰 데미지를 입은 건 대마왕이었다.

“헉, 진짜 화난 게 있는 거야? 나 요즘 나쁜 일 한 것 없는데.”

「흥, 일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나 하는 일을 안 하는 것도 문제야.」

“무슨 말이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나도 좀 알자. 그래야 반성하지.”

이미 이자벨에게 한차례 맹공을 받아서인지 대마왕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있었다.

「매일 하던 짓을 요즘 안 하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그게 뭔데? 설마 내가 일을 한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잖아. 흥, 보아하니 이자벨 언니 심기를 건드려서 간만에 일을 하는 모양이네. 잘 됐어, 이참에 성실한 대마왕씨가 되어보라고.」

잘못 짚었지만, 대마왕의 물음은 브랑빌리에의 화력을 더해주는 꼴이 되었다.

“그럼 대체 뭔데?”

「게임 좋아하는 마족이 뭘 잘못 먹었는지 요즘은 통 안 하는 것 같아서 그런다.」

“응?”

브랑빌리에의 대답에 대마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전혀 화를 낼 사안이 아닌 이야기였다.

“혹시 뉴 월든가 뭔가 하는 아직도 정식 제목도 짓지 못했지만, VRPG를 사용해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그 게임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그의 동생은 오라버니가 매일 게임을 하는 걸 탐탁찮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대마왕은 믿기지 않는다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설마 네가 그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그딴 게임 같은 걸 할 것 같아? 아니,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오빠가 하는지 안 하는지 신경 쓸 것 같아?」

“하긴, 그렇지.”

대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기 너머 동생의 말에 동의했다. 일단 그녀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고, 게임을 하더라도 몰래 대마왕을 괴롭히면 괴롭혔지, 그에게 알리는 법은 없었다. 오빠가 같이 게임을 하며 놀아주지 않는다며 매달릴 마족이 아니었다.

“내 동생이 그렇게 귀여울 리가 없지.”

그렇다고 브랑빌리에게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연인인 신왕도 대마왕 못지않은 게임 마니아라 그 영향으로 브랑빌리에도 몇 번 게임을 하기는 한다. 다만 대마왕이 하는 온라인 게임을 시작해 대마왕만을 주구장창 PK 하는 게 문제였다. 장비나 기타 조언을 신왕이 해주기에 대마왕으로선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결국 게임을 접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럼 왜 게임 얘길 꺼내는 거야?”

「뭐야, 진짜 아직까지 안 했던 거야? 한 번도?」

“무슨 의도로 묻는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대마왕답게 사느라 게임은 꿈도 못 꾸고 있다.”

「하아, 왜 하필 안 하던 짓을 지금 해서…….」

전화기 너머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러면 생고생한 보람이 없잖아. 안 그래도 게임은 처음인 아가씨인데…….」

“응? 아가씨가 뭐 어쨌다고?”

마지막엔 목소리가 희미했던지라 대마왕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됐어. 놀지 말고 게임이나 해!」

“일 하고 있다니까. 그리고 게임하는 게 노는 거…….”

「몰라, 몰라. 하아, 헛고생했다고 생각하니 힘이 쫙 빠지네. 사랑하는 오라버니 집무실에 18종 맹독 세트를 뿌려주고 싶은 기분이야.」

“……꿀꺽.”

대마왕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삼켰다. 그의 동생은 마족들 중에서 독에 관해선 최고의 전문가. 물론 만독불침인 그가 목숨이 위험하진 않겠지만, 어떤 기상천외한 독이 날아올지 절로 두려워졌다.

「그러니까 빨리 게임이나 해. 어차피 장비는 다 가지고 있지? 빨리 안 하면 정말로 독을 뿌려버릴 거야.」

뚝, 뚜-뚜-

전화가 끊겼음에도 대마왕은 한동안 멍하니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뭐였던 거야?”

그러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도무지 동생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마왕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제7장 혼란 신세계 (2) +3 13.10.04 559 4 9쪽
45 제7장 혼란 신세계 (1) +8 13.09.24 382 8 9쪽
44 제6장 돌입 신세계 (7) +3 13.09.16 435 8 15쪽
43 제6장 돌입 신세계 (6) +4 13.09.08 1,363 12 10쪽
42 제6장 돌입 신세계 (5) +4 13.05.15 715 11 7쪽
41 제6장 돌입 신세계 (4) +2 13.05.14 695 10 7쪽
40 제6장 돌입 신세계 (3) +2 13.05.13 740 8 7쪽
» 제6장 돌입 신세계 (2) +3 13.05.11 625 10 7쪽
38 제6장 돌입 신세계 (1) +7 13.05.10 785 10 8쪽
37 제5장 멋진 신세계 (7) +7 13.04.10 1,140 12 10쪽
36 제5장 멋진 신세계 (6) +7 13.04.08 1,187 10 9쪽
35 [만우절 특집] 최종화? 희망을 가슴에…… +12 13.04.01 830 5 2쪽
34 제5장 멋진 신세계 (5) +6 13.03.27 1,211 11 8쪽
33 제5장 멋진 신세계 (4) +4 13.03.25 1,105 14 8쪽
32 제5장 멋진 신세계 (3) +11 13.03.22 1,429 17 7쪽
31 제5장 멋진 신세계 (2) +6 13.03.20 1,392 18 8쪽
30 제5장 멋진 신세계 (1) +5 13.03.18 1,211 13 8쪽
29 프롤로그Ⅱ +3 13.03.12 1,421 11 3쪽
28 에필로그 +9 13.02.27 1,333 16 2쪽
27 제4장 마왕 등장 (5) +12 13.02.25 1,404 12 11쪽
26 제4장 마왕 등장 (4) +8 13.02.22 1,260 15 12쪽
25 제4장 마왕 등장 (3) +8 13.02.20 1,377 13 10쪽
24 제4장 마왕 등장 (2) +9 13.02.13 1,369 12 12쪽
23 제4장 마왕 등장 (1) +6 13.02.11 1,319 15 11쪽
22 제3장 용사 등장 (2) +5 13.02.08 1,336 12 8쪽
21 제3장 용사 등장 (1) +7 13.02.06 1,488 13 11쪽
20 제2장 마계 관광 (10) +7 13.02.04 1,468 15 12쪽
19 제2장 마계 관광 (9) +5 13.02.01 1,290 19 9쪽
18 제2장 마계 관광 (8) +5 13.01.30 1,470 14 11쪽
17 제2장 마계 관광 (7) +8 13.01.28 1,541 1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