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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씨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2.12.26 23:01
최근연재일 :
2013.10.04 01:04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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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99

작성
13.0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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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2장 마계 관광 (8)

DUMMY

고민하면서도 그는 쥔 서류를 놓지 못했다. 세르피나의 스승, 지상계 사방용사 중 북의 용사 티르빙에 관한 중간 보고서였다.

“겉으로 드러난 걸 보면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용사라는 칭호에 걸맞게 다양한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아원을 여럿 설립하고 후원하고 있다. 여행 중 발견한 고아들은 이렇게 설립한 고아원으로 보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세르피나도 여행 중 거두게 된 고아였고,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쌈질만 하는 잉여스러운 용사와는 달랐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안 좋은 일들도 있었다. 여행을 하며 많은 선행을 했지만, 원한도 많이 샀다. 의로운 일을 한 건 좋았는데 악의 단체들을 살려둔 게 문제였다. 직접 보복할 수는 없으니 설립한 고아원을 습격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또한 제자들 중 몇몇이 실종되거나 죽는 일도 있었다.

“뭔가 냄새는 나는데 말이지.”

사건들을 연결하는 고리는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건이 무엇인지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있어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 고리 역시도 확실한 게 아니라 추측과 직감에 기반을 둔 것이지만.

“으아아, 모르겠다. 이건 일단 치워두고.”

세르피나가 왔을 때 이런 문서를 본다면 불쾌해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자신의 뒷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게임이나 할까?”

3일째 일을 하고 있다.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휴식삼아 게임 한두 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대마왕은 서류를 한쪽으로 몰아넣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점검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리곤 신계로 통하는 핫라인을 들었다.

「왜?」

어쩜 커플끼리 전화 받는 방식도 똑같을까? 동생을 생각하니 이가 갈렸다.

「아, 맞다. 뉴스 잘 봤다.」

“마계 뉴스까지 보고 고생이 많구먼.”

「신족의 왕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대마왕의 비아냥거림을 맞받아치는 신왕. 역시나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아니, 축하한다고. 잘 해보라는 거야, 큭.」

뒤에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린다. 적어도 신왕에게만큼은 여자 문제로 얘길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하기 싫어도 떠오르는 25년 전의 일.

“한 판 뜨자.”

「그래. 오랜만에 발라볼까?」

직통전화를 끊는 양국 정상.

원한은 여기서 다 쏟아 붓는다. 대마왕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마신대전Ⅳ’라는 아이콘을 더블클릭했다. 프로 리그까지 열리는 국민게임으로, 마족과 신족의 두 진영으로 나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파이트넷(Fight-net)에 접속한 그들은 빠르게 진영을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당연히 대마왕은 마족, 신왕은 신족이었다.

마계에서 만든 게임이다 보니 아무래도 초기 밸런스는 마족이 더 우세했다. 하지만 신계에 출시 이후, 신족 게이머의 불만을 수용하여 지속적으로 밸런스 패치를 실시하여 양 종족은 거의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게이머의 실력.

대마왕은 정찰을 보내고 테크 트리를 올리는 등 정신없이 손을 움직였다. 전황은 장기전으로 흘러가나 싶었지만, 대마왕의 기습공격이 성공해 의외로 싱겁게 무너졌다.

“크큭, 나의 승리다.”

타탁, 타타탁!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채팅창에 메시지를 올렸다.

「역시 님은 내 상대가 안 됨. 깝치지 마3.ㅋㅋㅋㅋㅋ」

「겨우 한 판 가지고.」

조롱에 신왕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삼세판 룰을 따르는 그들이다. 다음 두 판에서 이겨 역전시키면 그만이다.

휴식 없이 2차전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대마왕의 전술을 그대로 답습한 신왕의 승리. 설마 자신이 썼던 전술을 그대로 사용할 줄 몰랐기에 대마왕의 병력은 허망하게 무너져버렸다.

「치사하게 따라하기냐?」

「이기면 장땡.」

양국 정상 회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격이 떨어지는 대화. 그 뒤에도 둘은 실컷 서로를 비방하다가 결국 마지막 3차전에 돌입했다.

대마왕은 방금 전처럼 허망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신왕은 대마왕의 기습전에 당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신중히 게임을 시작했다. 자연히 장기전이 되었고, 둘은 각 진영 최강 영웅, 대마왕과 신왕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최종영웅의 힘은 막강하기 이를 데 없어서, 서로 전면전은 피하고 국지전으로 가면서 공방은 지루하게 계속 이어졌다.

똑똑똑똑

그때 나타난 변수 하나. 노크와 함께 세르피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제 일 사과하러 왔어요. 마신님의 장난이란 거 알고 있었는데 그런 식의 태도를 보여서…….”

“아, 으, 괘, 괜찮아요.”

지금 양측의 전력차는 팽팽한 상황. 어느 누가 우세하다고 할 수 없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바로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라, 대마왕은 일어서다 만 어정쩡한 자세로 세르피나를 맞이했다.

“바쁘신가봐요?”

“아, 그, 저, 그러니까, 조금요.”

오늘은 대마왕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기껏 좋은 이미지를 심어놨다. 어제의 오해도 풀릴 분위기, 이대로라면 아름다운 내일을 기대해볼만 하다. 하지만 여기서 일 안 하고 게임하며 노는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될까?

게임을 포기하면 되겠지만, 정신없이 움직이던 손이 한순간에 멈추면 그녀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더구나 패배하면 신왕에게 받을 굴욕 생각에 뒷골이 당겼다.

“무슨 일 하는 거예요?”

가까이 다가가 관심을 가지며 묻는다. 이게 바로 이자벨이 말했던 그것인가? 하지만 마냥 쾌재를 부를 수만은 없었다. 이 게임 화면을 보이면 끝이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응?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결국 모니터 화면을 본 세르피나. 다행인 건 그녀가 컴퓨터 게임에 대해선 무지하다는 것이다. 그런 게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TV에서 게임채널을 통해 게임하는 것을 보긴 했으나, 관심이 없어 바로 다른 채널로 돌렸다. 그랬기에 기억이 희미해 무엇이었는지 몰랐다.

“그러니까, 그래, 그렇지. 워 게임이에요.”

“워 게임?”

“예. 주어진 시나리오를 통해 가상의 전쟁을 벌이는 거예요.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족한 점, 보완해야 할 점을 찾는 거죠.”

변명하면서도 그럴 듯하다고 생각한 대마왕. 마침 게임 내용도 마족과 신족의 전쟁이다. 시나리오를 물어보면 캠페인 내용을 말하면 된다.

“뭔가 정신없네요.”

어지러이 움직이는 화면과 가만히 있질 못하는 대마왕의 양 손. 키보드와 마우스를 다루는 모습은 그야말로 신의 컨트롤이었다. 뭐, 진짜 신의 컨트롤, 마신에게는 상대가 안 되지만.

“앗.”

세르피나와 대화하는 사이 결국 빈틈을 보이고야 말았다. 신왕을 필두로 한 신족 특공대가 마족의 군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이런, 안 돼.”

게임에 몰입한 대마왕은 서둘러 자신의 분신, 대마왕을 내보냈지만 이미 전황은 기울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대마왕은 결국 신왕의 손에 죽고 말았다.

따르르르릉

이어 들려오는 전화벨. 핫라인에서 직통으로 걸려오는 전화였다.

「핫핫핫, 어떠냐? 내가 오늘 바른다고 했지?」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앞에 서 있던 세르피나에게도 다 들릴 정도였다. 흥분할만했다.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전투에서 허점을 노려 궤멸시켜버렸으니까.

“웃기지 마. 만약 울트라 뎁스만 있었어도 내가 이겼을 걸? 이 게임에는 왜 뎁스가 없는 거야?”

없는 게 당연하다. 게임 제작사가 대마왕의 비기를 어찌 알겠는가? 마왕급 아니면 존재조차 잘 모르는 것인데.

「네가 더 웃기네. 이쪽에도 울트라 하이트가 없거든. 양쪽 다 비기가 있으면 당연히 내가 이기지.」

극심저와 극고조. 각각 대마왕과 신왕만이 지닌 비기이다. 극심저가 육체에 관련된 것이라면 극고조는 정신에 관련된 궁극의 기술이었다.

“우아악, 제작사에 뎁스를 집어 넣으라고 압박을 줘볼까.”

「밸런스 불균형 일으키려 하지 마. 넣으려면 하이트도 같이 넣어야지. 그런데 이렇게 막 굴릴만한 기술은 아닌데.」

원래라면 함부로 언급해서도 안 되는 기술이다. 자각은 있으나 대충 다루는 건 신왕도 대마왕과 다를 바 없었다.

“일 하고 있던 게 아니네요.”

싸늘한 목소리. 대마왕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걸 느끼며 핫라인을 쾅 끊었다. 그리고 서둘러 서류를 꺼내 일을 하는 척이라도 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어요.”

쉭!

세르피나는 뒤에 숨겨두고 있던 상자를 대마왕을 향해 아무렇게나 던졌다. 엉겁결에 대마왕이 받아든 것까지 본 세르피나는 그대로 몸을 홱 돌렸다.

“이만 갈게요.”

“자, 잠깐…….”

붙잡으려 했으나 이미 세르피나는 밖으로 나간 뒤였다. 멍한니 서 있다가 받아든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안에는 샌드위치가 거친 움직임에도 모양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포장이 잘 되어 있었다.

“아.”

감탄성은 지르며 행복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대마왕. 세르피나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줬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다가 그녀가 이걸 아무렇게나 던지고 나간 일이 떠오르자 금방 울상이 되어버렸다.

이자벨이 이걸 예측하고 일을 열심히 일을 하라고 했는데, 세르피나는 일을 하고 있을 줄 알고 격려의 의미로 만들어 왔을 텐데.

“하아.”

깊은 한숨과 함께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먹었다. 맛있는 만큼 마음이 쓰렸다.




“어때? 줬어?”

“예, 뭐어.”

비서실에서 이자벨이 묻자 세르피나는 얼굴을 약간 붉히곤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일은 안 하고 있던데요. 컴퓨터 게임이란 걸 하고 있었어요.”

“그 마족이 또. 하긴 오래 간다고 생각했어.”

대마왕이 3일이나 일을 한 덕분에 거의 한 달 동안은 쉬엄쉬엄 일을 할 수 있다. 그 좋은 능력으로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일을 한다면 밑의 마족들이 더욱 편할 텐데.

“그래서 어때? 실망스러워?”

“실망은 무슨. 생각해보면 어차피 처음부터 그랬는걸요.”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결혼해달라고 말했다. 그때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지금은 약과였다.

“그런데 샌드위치 절반은 언니가 만들었잖아요. 괜찮아요?”

“뭘?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 그 마족 마실 차 타고, 간식 준비하는 건데. 신경 쓸 필요 없어.”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이자벨. 그녀에겐 누가 전해줬든 그냥 바보 선배가 잘 챙겨먹으면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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