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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씨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2.12.26 23:01
최근연재일 :
2013.10.0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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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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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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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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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4장 마왕 등장 (1)

DUMMY

놀라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는 세르피나와는 다르게 대마왕은 태평한 모습이었다.

“아, 저, 그게. 이건 결코 당신을 배신하려는 게 아니에요.”

“걱정 마요. 전 그런 오해 안 해요.”

혹시나 스승을 마계로 안내하는 모습에 오해할까봐 두려웠던 세르피나였다. 스승을 여기로 끌어들인 게 자신이라던가, 처음부터 이런 목적이었던가, 등. 다행히 대마왕은 자신을 믿어주었다.

“저, 저, 저, 저자는!”

“스승님, 저 남자입니다. 저 남자가 바로 대마왕입니다.”

“으, 으으, 용서 못한다.”

제자들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티르빙은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 그를 직접 본 적은 없다. 다만 기억 속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 대조할 수는 있었다. 세월의 흔적에 의한 차이는 있어도 대마왕이 틀림없었다.

“세르피나, 나를 속인 것이냐?”

“스승님?”

안도하던 세르피나의 마음이 다시 불길하게 번져갔다. 뒤를 돌아보자 분노한 표정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스승이 보였다.

“마계로 안내한다더니 대마왕에게로 안내했구나. 나를 저자에게 넘길 작정이었느냐?”

“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결코 아닙니다. 저는…….”

“비켜라. 넌 더 이상 내 제자가 아니다.”

분노한 티르빙은 세르피나를 밀쳐냈다. 그 모습이 대마왕의 화를 불러 일으켰다.

“티르빙이라고 했지? 제자를 험하게 다루는 것 같은데?”

“이젠 제자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취급을 당했는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세르피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 모습에 대마왕의 마음이 아파왔다.

“그러지 말고 대화로 풀어보지 않겠나?”

“흥, 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티르빙은 허리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명백한 적의였다.

“더불어 가는 사회 아닌가. 오해가 있으면 대화로 풀어 나가야지.”

“오해? 언제부터 인간과 마족이 그런 단어를 쓰는 사이였단 말이냐?”

“지금까지 없었다면 이제부터 쓰면 되지. 전례가 없으면 만들면 돼.”

“흥, 날 현혹하려고 하느냐? 어림없는 소리다. 왜, 나와 싸우려니 두려운 것이냐?”

어떻게든 좋게 풀어가려던 대마왕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돋아났다. 그래도 성질 죽이고 대화를 재차 시도했다. 세르피나를 보아서도 그녀의 스승과 싸우고 싶진 않았다.

“두렵기는. 무의미한 싸움은 피하고 싶어서 그렇지.”

“꼭 두려워하는 자들이 그런 얘길 하지. 언제까지 말로 두려움을 덮으려고 하느냐.”

“이봐, 세르피나가 불쌍하지도 않아? 엄밀히 따지면 당신들 불법침입자야. 방범장치로 죽게 내버려둘 수도 있었어. 그래도 당신을 생각해서 이렇게 위험 속으로 뛰어 들어왔는데.”

“이미 내 제자가 아니라고 했다. 내가 언제까지 네 입이 멈추기를 기다려야 하느냐.”

계속 듣다보니 슬슬 열이 올랐다. 세르피나의 스승이라고 나름 대우를 해줬는데, 반응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계속 냐~냐~ 거리기나 하고, 전생이 고양이였느냐?”

결국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말투를 따라하며 도발하고 말았다.

“네 이놈. 감히 스승님을 모욕하다니.”

발끈한 티르빙에 앞서 세 제자가 나섰다. 전에 받았던 모욕을 갚기 위해서인지 비장한 각오였다.

“쓰레기 삼형제잖아. 저리 꺼져, 너희들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흥, 계속 우습게 봐라. 궁극의 삼인 합체기를 보여주마.”

셋은 수평으로 나란히 서서 대마왕을 향해 동시에 양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들 앞에서 거대한 얼음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바보냐?”

대마왕은 그들을 비웃으며 한 손을 뻗었다. 셋의 기술이 완성되기에 앞서 빛줄기 하나가 뿜어져 나갔다.

“마왕 빔 버스터.”

파아앙!

만들어지던 얼음이 부서진 건 물론이요, 가운데 서 있던 제자 하나가 빔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출력 조절은 했던지라 정신을 잃었을 뿐, 죽지는 않았다.

“시작부터 합체기라고 설명하는 바보라니, 참 수준 떨어지는군.”

대놓고 기술이 완성되기 전에 공격하세요, 라고 말하는 꼴이다. 뭐, 기술명을 외치는 대마왕이 할 말은 아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재미로 말하는 것이니 논외로 두자.

“이, 이놈!”

남은 두 제자 중 한 명은 검을 들고 달려들었고, 다른 한 명은 제자리에 서서 손을 뻗었다. 대마왕 주위로 온도가 떨어지며 얼음의 기운이 모였다.

“이것 또한 바보짓이군.”

대마왕은 개의치 않고 검을 든 바보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는 타이밍에 맞춰 발길질을 날렸다.

“마왕 미들킥.”

채앵!

깔끔한 발차기에 검이 두 동강이 났다. 부러진 검을 보며 멍하니 서 있는 바보를 향해 재차 발차기를 날렸다.

“마왕 전율의 하이킥.”

퍼억!

정확히 관자놀이를 강타당한 바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저 멀리 날아가 정신을 잃었다. 남은 건 이제 하나.

“어? 어어? 왜, 왜 안 먹히지?”

남은 하나는 계속 팔을 뻗으며 당황했다. 분명 원소력은 가동되고 있다. 문제는 대마왕 근처로 가기만 하면 소멸하는 것이다.

“이건 원소력 제어권 싸움도 못하는 바보잖아.”

대마왕은 들어오는 원소력을 그대로 역류시켰다. 리바운드로 남은 바보의 팔이 새하얗게 얼어버렸다.

“아, 으아아.”

“차갑지? 녹여줄게.”

어느새 접근한 대마왕이 그의 양팔을 붙잡았다.

“마왕 파이어.”

화르르륵!

“으아아악!”

양팔에 불이 붙자 바보는 놀라 이리저리 방방 날뛰었다. 그러다 심리적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본인은 너무 뜨거워 그 쇼크로 쓰러졌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불 별로 안 뜨거울 텐데.”

겉보기만 화려하지 얼음을 녹일 뿐, 인간에게 해를 끼칠 온도는 아니다. 마음대로 온도를 뜨겁다고 착각하니 잠재의식에서 실제 데미지를 입힌 것이다.

“자, 어때? 난 너희들과 싸울 의사는 없어. 죽이려면 벌써 죽였겠지만, 다 멀쩡하잖아.”

셋 다 요란하게 쓰러졌지만, 실제 입은 피해는 별거 없다. 싸울 의사가 없단 걸 보이며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끝까지 더러운 입을 놀리느냐. 내 그 더러운 혀를 징벌하겠느니라.”

“어휴, 정말 답이 없네.”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풀었다.

“세르피나, 미안해요. 자고로 옛말에 매에는 장사가 없단 말이 있어요. 맞으면 정신 차리겠죠.”

속으로 ‘조교해주마’라고 외치며 언제든 싸울 준비를 마쳤다. 굳이 울트라 뎁스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강빙(剛氷).”

콰득, 콰드드드득!

티르빙이 나지막이 외치자 땅에서 얼음의 뿔들이 솟아올랐다.

“언령으로 원소력의 위력을 증대시키는 건가? 그런데 얼음은 북쪽 애들 방식이랑 비슷하잖아.”

뛰어올라 얼음 뿔들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그 틈을 노려 티르빙의 검이 다가왔다.

“얼음 방패.”

카캉!

대마왕은 팔목에 생성된 얼음으로 검을 막았다. 이어 펀치를 날렸다. 이번엔 굳이 기술명을 외치지 않았다.

타앙!

티르빙은 검면으로 주먹을 막곤 그 반동으로 뒤로 물러나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대마왕이 얼음 뿔 위로 내려서는 걸 기다렸다.

“빙파산(氷破散).”

카캉, 콰콰콰콰쾅!

그러자 얼음 뿔들이 일제히 부서져 수많은 파편으로 나눠졌다. 그것들은 모두 대마왕을 향해 쇄도했다. 피할 곳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불꽃 벽.”

화르르륵!

허나 얼음파편들은 대마왕을 둘러싼 거대한 불꽃 벽을 뚫지 못했다.

원소력은 마법과는 달리 굳이 시동어를 외치지 않아도 된다. 머릿속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히 발동이 가능하다. 상상력에 크게 좌지우지되는데, 하지만 급박한 전투 중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은 없다. 그렇기에 약속처럼 단어 하나에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일일이 지정해둔다. 또한 단순히 떠올리는 것보다 직접 입 밖으로 말하는 게 이미지가 정확해져 위력이 더 높아진다.

“…….”

쿠릉, 쿠르르릉

그 말은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상상력만 뛰어나다면 얼마든지 기술 시전이 가능하단 걸 의미했다.

3층 던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땅, 천장, 벽에서 돌로 이뤄진 화살촉이 삐죽 튀어나왔다. 적게 잡아도 그 수는 수백에 달했다.

파파파파팟!

천 개가 넘는 돌화살이 티르빙을 향해 날아갔다. 사방을 뒤덮는 돌화살은 장관이었다. 아무런 약속어 없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런 거대한 기술을 만들어 낸다는 건 그만큼 대마왕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이 공격은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날아가던 돌화살들이 그대로 허공에서 얼어붙더니 일제히 땅으로 떨어진 것이다.

“개념빙결결계. 투사무기에 대한 방어인가? 대전차 미사일을 쏴도 튕겨내겠군.”

불꽃 벽을 해제한 대마왕은 돌화살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며 가볍게 감탄했다. 역시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뎁스는 아끼고, 다른 기술들이나 조금 써볼까?’

티르빙은 세르피나의 스승이다. 그 때문에 굳이 죽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살려 보낼 거라면 기술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했다.

“그럼 먼저, 마왕 빔 버스터.”

파아앙!

일직선으로 광선이 날아갔다. 광(光) 속성 원소는 기본적으로 현상의 성질을 갖는다. 태양에서 뻗어 나와 땅을 비추는 빛이 투사 무기는 아니잖은가. 때문에 개념선정에 혼란을 가져와 시작점에서 어는 게 아니라, 중간을 한참 지나서 얼어버렸다. 어쨌든 통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지만,

“마왕 플라잉 니킥.”

그 빛에 시선을 빼앗기는 사이 대마왕은 공간도약으로 티르빙의 뒤로 돌아갔다. 회심의 일격이었으나, 타격이 들어가기 직전에 무릎이 멈췄다.

“개념전환?”

재빨리 뒤로 물러나 검을 피하며 얼음화살을 떨어뜨렸다. 이번엔 상당히 가까이 다가간 화살들이 또다시 티르빙에게 닿기 전에 또 다른 얼음에 얼어 튕겨져 나갔다.

개념빙결은 한 번에 하나의 목표만을 대상으로 가능하다. 그걸 투사에서 직접타격, 다시 투사 순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꽤 잘 다루네. 까다롭게 노는걸.”

“대마왕이란 자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말없이 싸우던 티르빙의 입이 열렸다. 대마왕을 비웃는 어조였다.

“겨우 이거라면 더 이상 볼 것도 없겠군.”

“여유란 걸 모르는 아저씨네.”

도발에 넘어가질 않는다. 대마왕 연수를 받으며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게 바로 센터링이었다. 어떠한 일에도 쉽게 동요하지 않는 부동심. 도발 따위로 흥분할거면 애초에 대마왕 자리에 있지도 못한다.


작가의말

설날 연휴 마지막날입니다.

설날은 잘 보내셨나요?

내일부터는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과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설날 마지막 빨간날, 잘 마무리하시고

기운찬 검은날을 맞이합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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