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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악 님의 서재입니다.

도는 맹호와 같이, 검은 바람과 같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소악
작품등록일 :
2014.04.24 00:31
최근연재일 :
2014.05.05 00: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35,218
추천수 :
2,625
글자수 :
364,046

작성
14.04.13 00:39
조회
1,830
추천
32
글자
17쪽

Ⅴ 백자권문(白子拳門)

DUMMY

쿵!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고막을 두들겼다.


뿌직, 쿵!


한 아름이 넘는 백송(白松) 한 그루가 밑동이 아작 난 채 지면과 거친 인사를 했다.


“순원이 너는 이미 죽은 몸이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사형을 언도하는 이사부의 단호한 말투에 왕순원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납득할 수 없어 얼굴이 절로 붉혀지더니,


“하루종일 나무 붙잡고 씨름을 시키더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누가 봐도 시원하게 점혈을 펼친 게 분명하지 않소이까?”


“이 놈 봐라. 내 너를 아껴 오냐오냐 했더니,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구나. 사부께 망발을 지껄이다니 겁이 없구나. 잘 보아라. 이 놈! 네가 부러뜨린 나무의 가지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이사부 철각괴 이심의 손끝이 가리키는 지점, 그곳에 길다란 가지 하나가 왕순원의 발언저리를 뒤덮고 있었다.


“이깟 가지가..”


“그깟 가지가 냉병기인 조자봉(抓子棒)이었다면, 또 드물긴 하다만 혼천절(混天截)이었다면 네 발목과 발등은 박살나고도 남았다.”


수긍하지 않는 낯빛을 고집하는 왕순원이을 위해 이심이 한숨을 쉬며 설명을 곁들였다.


“네 입으로 고하지 않았더냐? 명색이 무림인이라면 비장의 한 수는 있는 법이라고. 사악하고 독한 놈일수록 혼자 죽으려 하지 않지. 네 그리 당하고도 모르더냐?”


“하지만. 제 몸은 타고난 신력으로 어지간한 도검은 쉬이 파고들지 않는 불괴지체(不壞肢體)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면, 그래서 구루괴에게 그리 쫓겨 다녔느냐? 온 몸에 난 찰과상은 자다가 생겼더냐? 아직은 강골에 지나지 않는다. 네가 이 사부의 귀왕용매권의 사단공 중, 유령수까지 익히지 않는 한 쇳조각 하나까지 경시해서는 안 된다. 금강석은 무슨, 무른 두부에 지나지 않는 녀석이 겉멋만 들어서는…,”


“...,”


“견줄 것이 없다. 일말의 제한 없다. 이 얼마나 우스운 말이더냐? 도산검림(刀山劍林)의 강호엔 ‘절대’라는 말은 없다. 게을음을 피지 말거라.”


“...,”


왕순원이 딱히 방심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사부의 명에 따라 꼭두새벽부터 인체의 여든 두 개의 급소를 점혈과 극혈(極穴) 그리고 사혈(死穴)에 따라 반복 단련하던 왕순원이었다. 저만치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불어터지도록 단련하는 사형제보다 더욱 노력하지 않았던가?


산중 곳곳 나무와 바위에 이사부가 밤새도록 인체 해부도에 맞춰 그려 놓은 인체 도감에 눈이 가고 손이가는대로 속속 박살내다 보니 어느새 인체의 혈이란 혈은 눈 감고도 짚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기를 운용해 위력을 배가시키는 발경(發勁)이 숟가락 들 듯 자연스러워 졌고, 정말로 눈 감고도 소환시킨 가상의 적의 혈을 위주로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보혜혜와 곽은을 제외하고 사형제들 모두가 저 못지 않는 결실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 결과가 곳곳에 움푹 패여 허무하게 쓰러진 백송으로 증명되었다.


이사부의 다그침이 억울할 법 했지만 왕순원은 깨치는 바가 있어 더 이상 불만을 내비치지 않았다.


방심이라니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위태위태하게 건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찌 자신이 건성건성 무공을 배우겠는가?


사부와 함께 흑점을 치다 죽을 뻔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얼마 전 구루괴에 쫓겨 생사의 경계를 넘길 때만 해도, 온 사력을 다해 벗어나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에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사부의 말이 틀린 것은 하나 없었다. 힘만 믿고 설치는 애숭이가 바로 자신이었다. 고수의 대결에서는 한 순간의 방심이 승패를 결정짓는다는 이사부의 말이 경험으로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왕순원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사부가 짐짓 노한 기색으로 자신을 오해를 하고 나무라는 것조차 살 떨리게 감동적인 왕순원이었다. 강해진다는게 하루하루 손발에 자신이 생긴다는게 무인으로서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랬기에 되레 불경스럽게도 이사부께 반하는 기색으로 되물었던 것이었다.


사부들을 제외하고 세상 그 누가 자신을 염려해 이런 말을 할까? 왕순원은 갑지기 그런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백치마냥 헤벌레 웃기 시작했다.


“인석이, 웃기는. 가만 보자. 아니 이건....”


백송의 밑둥을 살피던 이사부 이심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백송 앞면에 오롯이 드러난 주먹하나 크기의 구형, 그리고 기중기(起重機)로 송두리째 뜯어내기라도 한 듯 박살나 있는 백송의 뒷면을 어루만지며 이심은 놀라 까무러칠 뻔 했다.


“대체 어떻게 격공장(隔空掌)을 터득했느냐? 그러고 보니..”


분주하게 사방을 돌아다니며 왕순원이 깨부순 흔적들을 자세히 살피던 이사부 이심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격공장도 모자라 격산타우(隔山打牛)마저..”


그야말로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된 냥 중언부언하는 이심이었다.


“이사부!”


“괜찮다. 걱정 마라. 어디서 배웠더냐? 부법 빼고는 제대로 아는 무공이 없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 말이 정녕 거짓이었더냐?”


“무얼 말씀하시는 것인지 제자는..”


“격공장과 격산타우 말이다. 누가 가르쳐 주었더냐? 내가 진정 나를 네 사부라 여긴다면 바른대로 이실직고(以實直告)하거라.”


차갑게 일갈하는 이사부의 음성에 묻어나는 노기를 감당할 수 없어 소악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이사부께서 지금 하시는 말씀이 ‘힘을 모아 터트리는 방법’과 ‘힘을 통과하여 쓰는 방법’이라면.., 혹 그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이사부가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게 무슨, 내가 언제 네게? 설마?”


이사부의 얼굴에 어린 불신을 보고서 왕순원은 그저 씩 웃기만 하였다.


“그걸 한 번 보고서 파악했더냐? 그게 그리 쉬이 되더냐? 정녕 그렇더냐?”


표정변화가 없는 무뚝뚝한 제자를 놀랠 요량으로, 설명까지 곁들여 한 수 보이긴 했었다. 그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니, 어이없는 현실이 꿈같기만 한 이심었다.


“처음이 아닙니다. 비록 제가 삼사부께서 가르쳐 주셨던 소수공, 뭐 큰사부의 말씀으로는 기의 운용만 빼와 익혀서 큰 탈은 없다고 하셨지만…, 아무튼 내기의 수발은 삼사부 덕분에 이미 완전 타통이 되었지요. 그 동안안은 죽어라 천산부법으로만 펼쳤기 때문에 백타로는 기회도 없었고, 배움도 없었지요. 삼사부가 뒤늦게 암왕신수를 가르쳐 주시려고 했지만, 아직 한 가지 무공도 제대로 모르는 놈이지 두 가지 세 가지는 무리였다 생각해서 배우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사부께 백타를 배우니 절도 응용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디 저만 그렇겠습니까? 대사형과 사제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왕순원이 어울리지 않게 정색을 하고 단호히 연유를 설명하자, 이사부 이심이 다른 제자들의 점혈의 흔적을 찾으려 나가려고 하자 귀신같이 이를 알아듣고는 다를 나무 한그루씩 끌고 왔다.


“이사부, 살펴 보시지요. 큰사부 말씀으로는 소금을 넣지 않은 다 끓여진 국이라 했습니다. 누군가 소금만 치면 맛있는 국이 된다고 했는데, 혹 그 큰 사부의 그 말씀이 지금의 이사부의 의문에 답이 아니겠습니까?


염문이 사제들을 이끌고 와 공손히 읍을 하며 이사부께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에 허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 철각괴 이심이었다.


“내 저럴 줄 알았지. 어디 한 번 당해봐야지. 허허허!”


“형님도 참 고약하십니다. 미리 설명을 했더라면, 둘째 형이 저리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이 재밌는 구경거리를 왜 놓치겠느냐? 나도 놀라 나자빠질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말이다. 소악아!”


“네 형님, 말씀하십시오.”


“제자들을 저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하고선 기초를 닦아주지 않았더냐?”


“부끄럽지만, 제자 역시 아는 바가 많지 않습니다. 제자의 무공이라는게 자칫하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는 소수공이 그 토대라 기의 운용부분만 빼고는 전할 수도 없었고, 또 따로 몇 년간 무공을 수집했지만 대개가 암왕신수를 빼고는 쓸모가 없어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그렇다고 다 지은 대가집에 싸래기 나무로 치장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제대로 된 사부를 구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큰 형과 작은 형을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들이 이제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이지요. 다 형님들 덕분입니다.”


“네 예의 변형된 소수공이 그 뜻이었더냐? 네가 제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사 부모 못지 않구나. 그래, 그렇지. 저는 그래도 자식만큼은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려고 하지. 잘했다. 조급한 마음에 맞지도 않는 무공을 입혔더라면 성장이 더디거나 아예 멈췄을 수도 있다. 잘 참고 잘 기다렸느니라.”


제자들과 티격태격거리는 이사부 이심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곤혹스러워하는 이심을 보고 되레 즐거워하는 의형 곽부성의 심술 역시나 마땅찮지는 않았는데 이게 다 사람사는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닌가? 이런 소소한 유흥거리라도 있어 의형이 기뻐한다면 소악 저도 거지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악이었다.


“이사부께서 내기의 수발을 이리 자세히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다면 제자들이 어찌 펼칠 수 있었겠사옵니까? 이 모든 게 이사부의 공입니다. 그러하오니 부디 그만 고정하시고, 노기를 푸십시오.”


“...,”


이사부 이심은 그저 단순히 놀란 것이 아님을, 무인이라면 경천동지할 일임을 제자들이나 아우 소악이 짐작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백 번 죽어 이상치 않은 제 딸 이설리도 죽기는 커녕 세상 그 어느 처녀보다 건강해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심이었다. 영물사 첫 장에나 나올법한 황금설원도 전설에나 나올법한 묵린거망도 보란 듯 설치는 곳이 아닌가? 뭐에 그리 놀랄 일이 있다고, 재주가 커면 기뻐할 일이지 하며 스스로 빠르게 납득을 하는 이사부 이심이었다.




* * *



“둘째 형님!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영물들과 사투를 벌이고 그것들을 잡아먹던 제자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한 감지능력이 하나 생겼습니다.”


“기감을 말하는 것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공을 익힌 모든 무인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란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둘째 형, 소제는 사람이든 영물이든 마치 그림을 그리듯 혈과 기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보이옵니다. 지금 소제의 눈에는 큰형님의 몸에서 움직이는 기의 경로와 기가 뭉친 혈맥이 생생히 보일 뿐만 아니라 큰형님과 둘째 형님께서 가르쳐 주시지 않은 혈맥과 세맥도 감지가 되옵니다.”


“...”


그런 말을 고서를 통해 읽은 적이 있기는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 팔황무제(八皇武帝)라 불리던 전설의 무인이 검선(劍仙)의 경지에 이른 후 일견하는 것만으로 상대의 강약을 눈금 보듯 헤아렸다고 했다.


그가 살짝 기세만 흘려도 마주한 적의 혈맥이 뒤엉키고 기의 운행마저 정지되었다 하지 않았던가.


“대체 네 녀석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긴 하냐? 나도 모르겠다.”


뭐가 또 불만인지 의뭉스럽게 돌아서는 둘째 형 이심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만 쩍쩍 다시는 소악이었다. 이사부는 철각이라는 단단한 별호와 걸맞지 않게 감정변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뭐 하나 묻고 싶으면 바치는게 많아 성가신 일이 많았던 것이다.


이럴 때는 후아주라도 한 바가지 올리면 좋을 텐데, 녀석들이 없으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토라진 이사부를 어찌 달랠지 사람 대하는 법이 서툰 소악이었다.


다가가 땡깡을 부리고 으름장을 놓으면 못이긴 척 잘난 체를 할 수 있건만, 자신을 뒤따르지 않고 낙담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소악이었다. 자신이야 평생을 정주고 받고 할 것 없이 독기있게 살았으니, 뒤늦게 얻은 첫 아우가 살가운 사람 냄새를 풍기지 않는게 너무나 안타까운 이심이었다.


소악은 축 처진 어깨로 거처로 정한 동굴로 힘없이 터벅터벅 발길을 옮겼다.


툭!


발길에 뭔가 채였다.


살 오른 산돼지 한 마리.


세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돌아서는 괴수 한 마리.


“이 녀석이 정말 누굴 거지로 아나?”


머리꼭대기까지 화가 솟구친 소악은 그만 꼭지가 돌아버렸다.


둘째 형에게 뺨 맞고 묵린교룡에게 화풀이 하는, 딱 그 짝인 소악이었다.


분기탱천한 그의 얼굴에 화산이라도 터진 양 붉으락푸르락 거렸다.


묵린교룡은 뭘 하든 뒷골이 댕기고 개운치 않자 간만에 나들이 삼아 멧돼지 삼아 괴동에게 산돼지 한 마리 안기고 돌아서던 참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등골이 싸늘해지는 기분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선 죽기 살기로 꽁지 빠지게 줄행랑치는 묵린교룡이었다. 기겁하고 식겁할 노릇이었다.


저 모습 딱 한 번 본적이 있었다.


산 중 인근 고을을 구경하며 즐거워하던 괴동이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고을로 들어가 인간들을 남김없이 쳐 죽이던 무시무시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의 주인은 요괴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지금 그 요괴로 변한 괴동이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뒤쫓고 있었다.


“똑바로 못 서!”


군데군데 몽둥이로 찜질을 당한 묵린교룡이 뒤가 마려운 듯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이쯤이 점혈 중 견정혈(肩井穴)일테고, 극혈 중 천돌혈(天突穴)은 네 몸의 이쯤 부근이고, 하는 김에 사혈도 한 번 눌러봐?”


“치르릉, 치르릉!”


제자들이 철각괴에게 배우는 것들을 따라 배우던 소악이 마침 잘 되었단 생각으로 한풀이를 했다. 주인의 몸에서 지풍(指風)이 날아올 때마다 입에 게거품이 몰렸고 번개라도 맞은 양 전율이 일었다. 그도 모자라 사지경련이 일어나 아파 죽을 지경인데도 몹쓸 주인 놈은 매타작을 그치지 않았다.


“살살하거라!”


“허허, 형님, 그렇지요. 아무리 미물이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아니되지요. 요즘 영 먹을 게 없어서 입이 늘 심심하던 차였긴 햇습니다.”


“아우도 그러했느냐? 나도 몸이 찌푸둥해서 청각사 한 마리 먹었으면 했는데, 도무지 말을 들어야 말이지.”


기다렸다는 식충이 두 놈이 나타나 어디 먼데를 쳐다 보는 척하며 무슨 말을 툭 던졌다. 식충이 두 놈이 하는 말에 괴동인 주인이 더욱 날뛰자, 밥값도 못하는 인간들이 주인을 어떻게 꼬드겼는지 절로 파악이 되는 이제는 묵린거망이 아닌 묵린교룡이었다. 약이 올라 두 식충이 놈을 물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것 같은 묵린교룡이었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할 짓이 없다면 온혈천에 몸이나 뒹굴 것이지 자신과 주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면서 편들어주는 척, 끊임없이 이간질을 부리고 있었다.


“요즘 한 동안 보이지가 않더구나!”


퍽!


“식거리가 부족해 내 쓰러질뻔 했지.”


딱!


“형님들께서 양이 적다시잖아!”


푹!


“산돼지가 질겨서 이가 다 나갈 뻔 했지.”


퍽, 퍽!


“다음엔 살결 보드라운 새끼로 물고 와! 이놈의 뱀새끼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보자보자 하니까 끝이 없었다.

누굴 물로 아나?


인간처럼 입이라도 있으면, 사흘 밤낮을 욕이라도 퍼부어주고픈 마음이 간절한 묵린교룡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벼슬이 계급이라고.

주인의 머리 꼭대기에 들어앉아 종알종알 거리는 인간들을 이길 순 없었다. 언젠가 이 원한을 몇 배로 갚겠다고 이를 가는 묵린교룡을 곽부성과 이심이 알기는 알까?


“형님들! 요놈이 다음에는 실한 것들로 잡아오겠답니다. 어떡할까요?”


“흠흠! 내가 뭐 몸보신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흠..흠. 그리고 아우야!”


“네, 큰형님!”


“영물 좀 그만 괴롭히거라. 지성을 갖춰 거의 인간이나 진배없는 영수(靈獸)에게 그러면 못 쓴다.”


“알겠습니다. 큰 형님, 명에 따르겠습니다.”


진짜 가지가지 했다.


제 입으로 지성을 갖춰 거의 인간과 진배없다고 해놓고, 영수라고 불러놓고는, 그럼 영수인 자신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녕 모르고서 저딴 소리를 지껄이는지 인간들 말마따나 혀가 차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뭐 하느냐? 냉큼 다녀오지 않고. 흠흠!”


한 다리 없는 인간마저 자신에게 함부로 하다니, 어찌 되돌려줘야할지 화가 잔뜩 난 묵린교룡이 애꿎은 땅바닥을 파헤이며 돌아섰다.


묵린교룡의 축 쳐진 대가리가 오늘따라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작가의말

몇 편 더 아기자기한 일이 이어집니다. 제자들 이야기도 좀 더 나와야 하고, 또 기막히고 황당한 일 들도 한 두개(물론 제 입장에서)나오고.., 도문룡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야하고,  그 사이 .... 뭔가 더 준비가 되겠지요. 시원한 모습 곧 볼 수 있을 겁니다. 독자님들도 힘내 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베푸는맘
    작성일
    14.04.13 11:14
    No. 1

    즐감~~!!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4.04.14 06:28
    No. 2

    튀지 않고?
    그 산에는 산짐승이 많나 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학교
    작성일
    14.04.14 10:44
    No. 3

    재미 있게 보고 갑니다.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소악
    작성일
    14.04.15 15:57
    No. 4

    겨울에는님, 학교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써겠습니다.

    물물방울님, 무산이 궁금하시죠?
    중국에서 가장 신비스런 곳이고 전설과 영험한 영물이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작가들이 잘 다루지는 않았지만 그런 곳입니다. 한자로는 무산, 그네들 발음으로는 우산이라고 하는 이곳은

    http://seoil5824.blog.me/10014420656


    가보시면 설명과 사진이 많아 한 눈에 아! 왜 소악이 이리 설정했구나, 풍경은 등등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독자님들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제 글은
    치열한 사전 조사와 설정 등이 빼곡이 들어가 있습니다.

    보시면 한 눈에 이해가 되실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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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Ⅱ 개파, 무당백자문 +3 14.05.01 1,411 19 16쪽
51 Ⅰ 개파, 무당백자문 +3 14.04.30 1,316 18 14쪽
50 Ⅹ 무당파(武當派) +2 14.04.29 1,297 23 13쪽
49 Ⅸ 무당파(武當派) +2 14.04.28 1,236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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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Ⅳ 무당파(武當派) +4 14.04.21 2,240 33 15쪽
43 Ⅲ 무당파(武當派) +4 14.04.20 1,673 33 16쪽
42 II 무당파(武當派) +4 14.04.19 1,908 28 17쪽
41 Ⅰ 무당파(武當派) +2 14.04.19 2,019 35 14쪽
40 II 청수진인(靑水眞人) +5 14.04.18 1,613 27 14쪽
39 Ⅰ 청수진인(靑水眞人) +4 14.04.16 1,897 3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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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I. 용호객잔 +9 14.03.23 2,282 36 13쪽
25 V 출사표(出師表) 마지막 - 2권 시작 +5 14.03.22 2,305 42 14쪽
24 V 출사표(出師表) (1권끝) +3 14.03.22 2,072 38 13쪽
23 V 출사표(出師表) +2 14.03.20 2,261 42 11쪽
22 V 출사표(出師表) +5 14.03.19 2,567 42 14쪽
21 V 출사표(出師表) +5 14.03.19 2,330 47 7쪽
20 V 출사표(出師表) +3 14.03.19 2,816 42 14쪽
19 Ⅳ 출사표(出師表) +3 14.03.18 3,097 53 8쪽
18 III. 출사표(出師表) +4 14.03.18 3,272 51 12쪽
17 II. 출사표(出師表) +6 14.03.16 3,477 70 9쪽
16 I. 출사표(出師表) +5 14.03.16 4,083 118 14쪽
15 II 환골탈태(換骨奪胎) +2 14.03.16 2,630 65 6쪽
14 Ⅰ환골탈태(換骨奪胎) +5 14.03.16 2,718 68 12쪽
13 Ⅶ 어린 꼽추 +2 14.03.15 3,474 63 13쪽
12 VI 어린 꼽추 +2 14.03.15 2,504 63 12쪽
11 V 어린 꼽추 +2 14.03.15 3,111 65 8쪽
10 Ⅳ 어린 꼽추 +3 14.03.15 3,154 58 10쪽
9 Ⅲ 어린 꼽추 +1 14.03.15 2,549 53 12쪽
8 Ⅱ 어린 꼽추 +1 14.03.15 3,043 58 15쪽
7 Ⅰ 어린 꼽추 +2 14.03.15 3,186 52 15쪽
6 Ⅲ 배교 +2 14.03.15 2,775 66 14쪽
5 Ⅱ 배교 +2 14.03.15 3,211 66 10쪽
4 Ⅰ 배교 +7 14.03.15 3,626 74 22쪽
3 Ⅲ 황하 +4 14.03.15 3,396 75 14쪽
2 Ⅱ 황하 +3 14.03.15 5,499 231 13쪽
1 Ⅰ 황하 +5 14.03.15 6,464 1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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