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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아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작가놈이 되어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신노아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1
최근연재일 :
2023.05.26 11:4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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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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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892

작성
23.05.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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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페널티 천재. (2)

DUMMY

 




3.


전생, 혹은 빙의 4일차.

아직 골인하려면 멀긴 했어도 아르투어라는 존재에 좀 익숙해졌다.

불과 나흘 만에 내가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거뒀는지 알게 된다면 전미가 감동할걸.


전생 첫날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지랄발광하던 [귀차니즘의 성자]가 오늘은······ 무려, 자그마치! 방안을 돌아다녔는데도 얌전히 있었다!

뭐? ‘무려’랑 ‘자그마치’는 숫자 앞에만 붙어야 한다고? 닥쳐. 지금 그딴 건 중요한 게 아냐.


“오오······.”


나는 방문 앞까지 걸어가는 데 성공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것은 인류에게 있어서는 병신 같은 한 걸음이지만 아르투어에게 있어서는 위대한 진보로다······.”


어쩌면 눈물이 아니라 지랄을 흘린 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기분만큼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느낌이었다.

살짝, 좀 더 좋은 소식도 있다.

바로 아르투어 아트만이 가진 ‘능력’들에도 내가 조금씩 익숙해졌다는 것.


‘침대.’


나는 고개를 돌려 방안의 침대를 쳐다보았다.


[특성 ‘아폴론의 혜안’이 발동하고 있습니다.]

[소재 ‘침대’에 대한 이해도가 현재 높음(Lv.5)입니다.]


스르륵.

그러자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보들이 떠올랐다.


────────────

[침대] - 소재

이해도: 매우 높음(Lv.5)

연관 소재: 수면, 시간, 불면증, 허리통증, 신체마비, 촉감, 죽음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정하는 물체. 언제나 같이 있고 싶으며 되도록 하나가 되고 싶은 감정이 사랑이라면, 당신은 틀림없이 이것을 사랑하고 있다.

────────────


“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능력은 좋아. 능력만 따지면.’


그렇다.

아르투어, 이제는 내가 되어버린 이 몸의 눈깔에는 세상만물이 작품의 ‘소재’로 비추는 모양이었다.

저쪽 방구석에 널려 있는 술병이나 담뱃잎처럼 ‘물질’적인 실체를 가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랑, 정의, 도덕, 완벽한 결혼생활처럼 지극히 ‘관념’적인 개념들에도 내 눈은 제대로 작동했다.


────────────

[아폴론의 혜안]

랭크: S

본질직관력.

대상의 본질을 직관한다.

작가와 작품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도 사용된다. 자신의 작품을 집필하거나 퇴고할 때도 동일한 능력이 적용된다.

또한 ‘직관력’이 높은 작가들과 조우할 확률이 높아진다.

────────────


아폴론의 혜안.

원작 게임에서는 프란츠 카프카가 지닌 고유기.

게임에서도 사기급 능력으로 묘사되었는데 현실이 되니까 더욱더 신묘스러웠다.

어떤 부분이 신묘하냐면――.


‘어디 보자.’


나는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백색 원고지를 내려다보며 대충 어떤 작품을 집필할 건지, 가볍게 브레인 스토밍을 돌렸다.


“본인은 지금······. 추리물. 추리물을 쓰고 싶군.”


상상에 조금이라도 뚜렷한 윤곽을 입히기 위해 일부러 중얼중얼 혼잣말을 덧대었다.


[장르 ‘추리’에 대한 이해도가 현재 높음(Lv.4)입니다.]


내 말에 맞장구를 치듯 정보가 차차 뒤따랐다.


“때마침 내가 머무르는 장소도 밀실이지. 그래. 밀실살인사건일세.”


[소재 ‘밀실’에 대한 이해도가 현재 보통(Lv.3)입니다.]


“참, 이 세계에는 마법이 있던가? 괭이갈매기 울던 시절부터 추리와 마법은 상극이네만······. 바로 그 점을 역으로 이용해보면 재밌지 않겠나?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다섯 명이 전원 마법사인 거라네. 이제 누가, 어떤 마법을 써서 밀실살인을 벌였는지 알아내야 하는 단편소설이 되는 것이야.”


[장르 ‘단편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현재 매우 높음(Lv.5)입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은 마탑의 마법사들을 긴밀히 취재하여서, 독자들이 볼 때 그 고증에 감탄할 수 있도록 철저성을 추구할 거라네.”


[소재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현재 없음(Lv.0)입니다.]

[소재 ‘살인동기’에 대한 이해도가 현재······.]


촤르르륵-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플롯과 테마가 소용돌이치면서 뼈대를 완성해갔다.

테이블에 놓인 원고지는 마치 내 생각의 거울이라도 되는 것마냥, 머릿속 정보들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특성 ‘아폴론의 혜안’이 발동하고 있습니다.]

[해당 작품의 집필 공략본을 작성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백색 종이로밖에 안 보이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정교한 ‘공략본’이 비추었다.


────────────

[집필 공략본]

작품명: 미정(未定)

장르: [추리] [단편]

집필 난이도: C+급

집필 의욕: 없음

현재 완성도: 00%


1. 핵심소재인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없음(Lv.0)입니다. 마법에 대한 이해도를 반드시 높여야 합니다.

편집자를 통해 자문역을 구하든지 마탑에 방문해서 문의합시다.

또는 당신의 애인 중에 최소 3명이 마법을 익히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핵심소재인 ‘살인동기’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음(Lv.1)입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느껴본 경험이 현저히 희박합니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 정도로 증오해봅시다.

또는 살인에 익숙해져서 굳이 증오할 필요조차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살인마가 되어봅시다.


3. 해당 작품에 대한 ‘집필의욕’이 매우 떨어집니다. 정말로 이 작품을 집필하고 싶습니까?

만일 집필하고 싶다면 무엇 때문에 집필하길 원합니까? 돈? 만인의 인정? 소수의 애정? 형식적 미(美)를 향한 도정? 그냥, 꼴려서?

당신은 현재 이 작품에 좆도 꼴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탐구해봅시다.

────────────


‘제대로 작동하는군.’


어······. 상태창의 말투가 좀 이상했고, 게임에서 묘사된 능력과도 다소 상이했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내가 앞으로 글쟁이로 살아갈 요량이라면 이 공략본은 다대한 도움이 될 거다.’


뭐.


[페널티 ‘귀차니즘의 성자’가 발동합니다.]

[당신은 만사가 귀찮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공략본을 가지고 있다 한들 정작 집필할 의욕이 없으면 만사휴의이지만.

사라락-.

하얀 원고지에 적혀 있던 공략본이 모래알처럼 허물어졌다.

천하의 명검이어도 뽑히지 않은 칼은 대파조차 썰 수 없는 법.

나는 순식간에 글 쓸 의욕이 사라지는 걸 느끼며 테이블에 흐물흐물, 옆얼굴을 뉘였다.


“일장일단인가······.”


중얼.

창문 하나 없는 독방에 내 중얼거림이 먼지처럼 날아다녔다.

아르투어 아트만이 천재성과 쓰레기를 동시에 함유한 동전의 양면이듯, 결국 세상만물은 장단점이 있었다.


‘페널티는 억제하되 내 능력은 최대한 활용한다······. 씁. 이렇게 보면 전생이랑 별 다를 바도 없군.’


똑똑.

노크 소리에 내 귀가 쫑긋했다.


“누구신가?”

“안녕. 나야.”


방문객은 허락도 받지 않고 방문을 끼익 열고서 들어왔다. 담당편집자였다.

이름이······. 요제피나라고 했지. 분명히.

그녀는 습관처럼 재빨리 객실 안을 쓰윽 스캔했다. 곧, 다소 놀랍다는 기색이 눈빛에 깃들었다.


“······뭐야? 오늘도 솔로? 얼마 전에 애인들 싹 쫓아냈다면서.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이러신대?”

“글쎄. 무슨 바람이 불었다기보단 원래 있던 바람이 꺼져버린 것에 가깝다네.”


[페널티 ‘애늙은이’가 발동합니다.]

[페널티 ‘어릿광대의 혀’가 발동합니다.]


음.

타인을 향해 입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페널티들이 광견처럼 왈왈 짖어댔다.

그래도 이건 내가 가진 페널티들 중에 최약체에 해당하는 깜찍이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자세히 소개하겠다.

지금은 그저 내 말투가 좆같아진 원인을 이 두 놈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면 된다.


“응? 바람이 꺼져?”

“아아. 성욕이란 이름의 태풍이 말끔하게 잦아들었지. 이제부터는 차근차근 원나잇 스탠더들을 한 명씩 정리할 계획이야.”

“뭐?”


요제피나가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하아? 성욕이 사라졌다고? 당신이? 진심이야?”

“하늘을 우러러보건대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을 진심일세.”

“어······. 미안. 아르투어. 이건 또 무슨 신종 지랄이니?”


요제피나의 눈동자는 빨간색이었다. 그 붉음에 불신이 불길한 불꽃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방금 라임 탄 거 맞았다.


“음.”


나는 머릿속의 똥컴, ‘아르투어 컴퓨터’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머지 않아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특성 ‘아폴론의 혜안’이 발동하고 있습니다.]

[소재 ‘요제피나’에 대한 이해도가 현재 보통(Lv.3)입니다.]


압도적인 검색량.

이해도는 별로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요제피나’란 이름은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검색 결과를 펼쳐냈다.

내 두뇌는 수많은 정보들을 가지치기하여 핵심 요약본을 표시했다.


────────────

[요제피나] - 소재

이해도: 보통(Lv.3)

연관 소재: 편집자, 마당발, 회사인, 성실성, 숨겨진 과거, 복수, 연기, 헌신, 불신(일시적), 갈증(일시적)

당신의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함께 있어준 존재.

당신을 많이 좆같다고 생각한다.

────────────


과연.


‘내 능력을 사물이나 관념이 아니라 인물에 적용하면 이런 느낌인가.’


나는 테이블에서 비척비척 일어나서 객실 한켠에 상비된 물통으로 향했다.


“지랄하지 말라고 해서 지랄을 안 떨었으면 내가 이 지경까지 되었겠나. 뭐, 믿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하게. 자아.”

“아, 응. 고마워.”


내가 퍼서 건네준 물바가지를 요제피나는 자연스럽게 받았다.

꼴깍꼴깍.

보는 사람도 다 시원해질 정도로 맛나게 물을 마셨다.


“후으아아······. 웅?”


한 차례 뒤늦은 타이밍에 그녀가 머리를 갸웃 기울였다.


“어라, 아르투어. 나 혹시 당신한테 목 마르다고 얘기한 적 있어?”

“그럼. 말했고 말고.”


사실은 안 말했다.

상태창이 알려줬지.

나는 재차 요제피나를 작품의 ‘소재’로써 관측해봤다. 조금 전과 미세하게 달라진 정보들이 떠올랐다.


────────────

[요제피나] - 소재

이해도: 보통(Lv.3)

연관 소재: 편집자, 마당발, 회사인, 성실성, 숨겨진 과거, 복수, 연기, 헌신, 불신(일시적), 즐거움(일시적)

당신의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함께 있어준 존재.

당신을 좀 좆같다고 생각한다.

────────────


‘아하. 오케이.’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거로군.

연관 소재에서 갈증(일시적)이 사라진 반면 즐거움(일시적)이 추가되었다.


“그래? 오늘 날이 날이라서 그런지 나도 정신이 좀 없나봐.”


그렇게 말하는 요제피나는 확실히 객실에 들어왔을 때보단 기분이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아마 세심한 배려를 받았다는 사실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겠지.


‘나쁘지 않아. 이러면 정말로 불가능하진 않다······.’


내 머릿속에서 이 망캐를 어떻게 건사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치열하게 수립되었다.


“그나저나 당신 방 너무 더러운 거 알지? 대회 끝나면 언제 하루 날 잡아서 청소하자.”

“음.”

“어쨌든 얼른 준비해. 마차 불러놨으니까.”

“음. ······으음?”


생각에 잠겨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요제피나를 돌아보았다.


“준비? 무슨 준비?”

“······와. 당신 진짜로 시간개념이란 게 없구나.”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던 요제피나의 눈동자가 도로 탁해졌다.


“백화전 말이야, 백화전! 당신이 참가한 대회. 오늘이 예선심사일이야.”

“오.”

“뭐, 당신이라면 잊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일찍 온 거고.”


그때였다.


[페널티 ‘욕망의 사도’가 발동합니다.]


“괜히 출근길이랑 겹쳤다가 일정 조지는 수 있으니까 빨리 출발할 거야. 짐 없지? 그럼······.”


움찔.

요제피나는 말하다가 내 얼굴을 돌아보고선 입술을 꾹 닫았다.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표정이 무척이나 묘해졌다.


“······뭐, 뭐야?”

“뭐가 말인가?”

“왜 갑자기 미친놈처럼 활짝 웃냐고. 평생 얼굴 상판으로 피폐물 찍던 남자가, 소름 돋게······.”


아. 과연.

방금 나도 모르게 만면에 웃음꽃이 피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읏차.”


나는 몸을 움직였다.

지난 며칠 내내 나를 괴롭힌 [귀차니즘의 성자]가 거짓말이었다는 듯, 내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아무것도 아닐세. 그저 드디어 바깥구경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을 따름이지. 마차를 대절해놨다고? 바로 움직이세.”

“어, 응. 으응······.”


백화전(白花展).

원작에도 등장하는 주요 이벤트.

거기에, 이 역대급 미친 망캐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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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잉크색 피. (2) +20 23.05.21 3,035 206 16쪽
15 잉크색 피. (1) +41 23.05.20 3,324 226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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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반역낙인. (3) +27 23.05.16 3,279 214 18쪽
10 반역낙인. (2) +29 23.05.15 3,452 197 16쪽
9 반역낙인. (1) +20 23.05.14 3,512 206 14쪽
8 시궁창 동기들. (2) +25 23.05.13 3,769 220 21쪽
7 시궁창 동기들. (1) +21 23.05.12 3,979 240 18쪽
6 데뷔 무대. (2) +19 23.05.11 4,646 253 14쪽
5 데뷔 무대. (1) +56 23.05.10 5,786 306 17쪽
4 페널티 천재. (3) +18 23.05.10 4,939 262 15쪽
» 페널티 천재. (2) +13 23.05.10 5,125 239 13쪽
2 페널티 천재. (1) +17 23.05.10 6,167 25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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