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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어느 날의 그것이 알고 싶다.

한 사무실. 두 남자가 있습니다. 

A는 신나를 뒤집어쓰고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습니다. 

B 역시 화상을 입지만 그리 심하진 않습니다. 그는 소화기로 A의 몸에 붙은 불을 끄고 119에 신고해 그의 목숨을 살리죠. 

A가 깨어난 건 3개월만이었습니다. 의사는 깨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였죠.


그런데 깨어나보니 그는 방화범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살을 하기위해 자신의 몸에 신나를 붓고 불을 붙인 거라는 게 경찰의 결론이었습니다. 

그것에는 B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A의 증언은 180도 달랐습니다. 

왜 불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불에 타고 있었고, 그 와중에 그는 신나통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B를 보았다고 진술합니다. 

경찰은 두개의 서로 다른 진술을 보며 고민합니다. 그리고 B의 진술이 사건현장과 더 부합한다고 판단해 A를 방화범으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B의 진술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첫번째. 그는 A가 불이 붙은채 서서 팔짝팔짝 뛰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A의 머리칼과 얼굴은 크게 불에 타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불은 지면에 수직으로 위로 타오릅니다. 만약 A가 불에 탈 당시 서있었다면, 그의 얼굴은 다른 어떤 부위보다도 가장 크게 탔어야 합니다. 


두번째. 그는 A의 손에서 신나통을 빼앗아 들고 밖으로 나와서 바닥에 신나통을 내려놓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 후에 안에서 불이 났고 자신은 소화기로 A의 몸에 붙은 불을 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밖에 있던 신나통에서 소화기의 분말 소화 약제가 발견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것이 신나통이 화재 발원지와 가까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세번째. 그는 A가 자신의 책상 바닥에 신나를 끼얹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A의 책상 바닥에 있던 컴퓨터와 콘센트는 별로 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는 그것이 뿌려진 신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튄 신나에 불이 붙으며 생긴 그을음같다고 말합니다.


네번째. B의 진술은 상당히 일관적입니다. 하지만 사건초기 그의 진술은 급격하게 바뀌어 왔습니다. 가장먼저 출동한 소방관에게는 “동료가 용접을 하다가 불을 냈다”고 했습니다. 형사에게는 “A가 죽을래? 죽을래?하며 신나를 자신에게 뿌렸다”고 했습니다. 병문안 온 친구에게는 A가 자신이 있는 곳까지 걸어나와서 A 자신의 몸에 신나를 뿌렸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B의 진술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A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왜 자신에게 불이 붙었는지, 그 전에는 뭘 하고 있었는지, 그날 무슨옷을 입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또한 방송에 등장한 A는 꽤 여러번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는 여기에서 그에게 일종의 뇌손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현장에 남겨진 상황으로 볼때 피해자는 선 것이 아닌 낮은 자세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A의 등은 크게 타지 않은 반면 앞은 거의 전부가 타버렸습니다.

저는 이때쯤 하나의 가설을 떠올렸습니다. 


이날 B씨는 어떤 알수없는 수단으로 A씨를 의식을 잃게 만듭니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사용한 약물이 A씨의 뇌손상을 가져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파티션 사이에 A씨를 눕힙니다. 신나를 A씨의 상반신에 뿌리고 B씨는 라이터로 불을 붙입니다. (사건현장에서 불을 붙인것으로 추정되는 300원짜리 라이터가 발견되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작은 라이터로 불을 붙이느라 자신의 몸에도 불이 옮겨 붙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A씨는 자신의 몸이 불에타는 고통에 의식을 차립니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으로 몸부림칩니다.

B씨는 소화기로 A씨의 몸에 붙은 불을 끕니다. 그리고 119에 신고합니다. 


이런 가설을 세워봤지만 여기에는 또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B씨에게는 동기가 없습니다. 물론 두사람의 성격이 맞지 않아서 동업 과정에서 싸우기도 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살인까지 갈 정도의 동기는 되지 않습니다. 또한 어떠한 금전적 이득도 없었습니다. 


둘째. 죽이려는 목적이었으면 왜 소화기로 불을 꺼줬을까요? 불은 꺼줬지만 살아나지는 못할 것이다, 하고 생각했던 걸까요? 만약 A씨가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그는 꼼짝없이 살인미수로 잡혀들어갔을 겁니다. 그렇게생각하면 A씨의 몸에 붙은 불을 꺼준 이유가 잘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제작진 역시 저와 비슷한 가설을 세운 것 같았습니다. 프로그램의 방향이 그쪽으로 향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그걸 방송에 내보내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한쪽에 치우친 결론을 낼 수는 없었겠지요. 

만약 라이터에서 지문이 발견됐다면, 만약 A가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만약 사건 초기에 경찰이 B의 진술을 의심하고 수사를 그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거라 봅니다. 


근데 새벽 두시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제 글 쓸 시간도 없는데, 이게 무슨...

잠이나 자러 가야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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