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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SF다운 SF. Her.

얼마전에 어떤분이 ‘SF’의 매력이 뭔가요, 이런 글을 올리셨던 것 같은데, 

혹시 그분께서 이 글을 보시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포스터에서 보여주는 표정 하나로 모든것을 설명하는,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만으로도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바로 그 영화. 

“her”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네요. 

영상이 정말 아름다워요. 영화의 배경은 어느 미래의 어느 도시인데 매우 발전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상하이와 LA를 적당히 교차편집해서 만든 가상 도시더군요. 그런 독특한 배경안에서 감독이 만들어내는 씬은 정말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처럼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난생 처음으로 남자에게 사랑에 빠질 위기에 처할 정도로요. ^^


사실 소재 자체만 놓고 보자면 좀 식상하죠. 인공지능과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여기저기서 많이 쓰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이 좀 다른 것은 아마도 우리의 처한 현실이 과거와는 달라서 일까요?

이 영화는 분명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일종의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행인들은 저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과 혹은 연인과 함께하는 사람도 등장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입니다. 주인공도 늘 혼자구요. 혼자서 뛰고 춤추고 눈감고 지랄발광을 하는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죠. 이곳은 그런 곳이에요. 혼자 놀고 혼자 밥먹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 개인이 극도로 파편화되어있는 세상. 


그러데 뭔가 많이 낯설지는 않죠? 지금도 이런 사람들 많잖아요. 저만해도 늘 혼자 밥먹고 혼자 영화보러가고 혼자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아요. 지금 제 생활은 의식이 있고 목소리가 섹시한 OS가 없다뿐이지 영화속 세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런 점을 부각시키며 오히려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혼자가 익숙한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어려워하는 반면에 인간이 아닌 OS는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요.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같은 인간이 아닌 OS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아이러니죠. 


뒷부분으로 가면서 영화는 SF임을 잊지않게 해주는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동시에 681명을 사랑하는 여자라니. 다시 생각해봐도 소름이 돋는군요. ^^;


그럼에도 이 영화는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면 웃음이 납니다. 호아킨 피닉스와 스칼렛 요한슨의 묘한.... 애정행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화면을 배경으로 절정으로 치닫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이 순간 그들에게 육체가 있고 없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상대가 인간인지 OS인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진심으로 상대를 원하고 바라고 위하는 두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는지? ㅎㅎㅎ


갑자기 센치해지네요. ^^; 아 저는 이 영화, 당분간 생각날때마다 다시 볼 것 같습니다. 여운이 남는 영화는 정말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지요. 


혹시 SF가 뭔지, 뭐가 재미있는지 궁금하세요? ‘her’를 보세요. 혼자 보세요.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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