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자속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글자속
작품등록일 :
2023.07.31 20:39
최근연재일 :
2024.01.31 20:35
연재수 :
163 회
조회수 :
305,293
추천수 :
4,907
글자수 :
1,070,016

작성
23.08.29 19:39
조회
2,889
추천
46
글자
13쪽

매화검 (7)

DUMMY

一.




조휘가 폐관에서 나오기 삼일 전날 밤.

야심한 밤에 조휘는 용문을 찾아갔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사흘이면 충분히 정리하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건내주신 비급은 쓸 곳이 있어서, 폐관을 깨고 나오면 그때 돌려드리겠습니다.”


“허어. 폐관 도중에 몰래 나오는 것도 기함할 일이거늘. 문제 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냥 편한 대로 쓰시게.”


허탈한 듯한 용문이 조휘에게 물었다.


“차는 입에 좀 맞으시는가?”


“은은한 매화향이 인상적입니다. 괜히 매화의 향기를 암향이라고 일컫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허허허. 매화의 향기는 무척이나 그윽하지. 이맘때의 화산에선 매화향이 천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네. 좋은 일이지. 좋은 냄새를 맡으며 화산의 좋은 정기 속에서 살다 보면 수양에 꽤 많은 도움이 된다네.”


“그렇게 말씀하셔도 화산의 제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장문인.”


조휘가 껄껄껄 웃었다.


“쩝. 들켰는감?”


“예. 속이 훤히 보이십니다, 그려.”


용문이 머쓱한 듯 볼을 긁었다.


“아쉽구먼, 그래. 자네 같은 무인이 본산에 들어와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화산은 천하제일검문에 다가갈 수 있을 터인데.”


“이미 천하제일검문이 아닙니까. 무성십존의 검존이 이곳의 수장인데.”


“세상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저기 무당의 말코놈도 나와 비슷비슷하지. 그자가 무성십존에 들지 못한 것은 이미 자리가 다 찼기 때문이고. 아마 무위의 수준으로 따지자면, 무성십존에서도 중위권을 차지할게야.”


“북천무검(北天武劍)을 말씀하십니까?”


“그렇다네. 북천이라······ 오만한 별호로고. 천검제도 그렇고 북천무검도 그렇고. 왜 이름에 천(天)자를 넣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어. 자네는 이유를 아는가?”


이건 일종의 시험이었다. 조휘가 강호를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내기 위한 시험.


“뭐······ 인간이 하늘을 동경한 역사는 짧지 않으니까요. 하늘에 이르고자 하는 그들이 염원이 담긴 별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용문은 조휘의 얼굴을 살피다가 문득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호. 또 다른 것은?”


“뽐내고 싶어서겠지요. 나의 검이 하늘에 비견될 정도로 훌륭하다······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출신입화지경(出神入火之境)을 말하는가?”


“비슷합니다. 실제로 그들의 무위는 존경받아 마땅하니까요.”


“무위는?”


“예. 무위는.”


조휘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북천무검이나 천검제를 백도인으로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백도의 어른 앞에서 함부로 이야기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휘의 말에는 주저함이 없었고, 말을 듣는 용문에게는 편협함이 없었다.


“백도인으로 존경하지는 않는다라······. 자네가 생각하는 백도인은 어떤 사람인데 그러한가?”


“흑도처럼 비겁할 수 있고, 음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도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해서도 안 되지요. 선은 명백하기에 선입니다. 줄타기할 수 있는 것은 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문파나 배경, 그들의 강한 힘을 휘둘러서 선을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지요.”


“그렇게 생각하는군.”


“그래서 무당은 천하제일검문에 낄 수 없습니다.”


“어찌 그런가?”


“이전이라면 남존무당(南尊武堂)을 인정했을지도 모르지만, 허원자(虛元者)가 장문인으로 있는 무당은 과거의 모습을 상실했습니다.


무림맹에서 권력을 탐하고, 도인으로서의 모습을 상실했지요. 무당이 무당일 수 있고, 강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지닌 역사와 정당성에 있습니다. 그런데 허원자는 스스로 가장 강한 무기를 져버렸지요. 그래서 무당은 더 이상 남존이 아닙니다.”


조휘가 차로 입을 축였다.


“천검제는 또 어떻습니까. 탐욕적으로 세를 확장하는 거, 그 선에서 끝났다면 괜찮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선이란 게 없습니다. 모든 것은 남궁의 이득을 위해서. 천검제의 제일 사상입니다.”


“······.”


“그의 욕심은 흑제(黑帝)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만약 그가 백도의 사람이 아니라 흑도의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한창 정사대전이 절정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정사대전도 천검제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아도 무방하긴 하지. 참 많은 피가 흘렀는데 말이야.”


“그러나 저는 그들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왜 그러한고?”


“적어도 그들은 천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허원자와 천검제의 권력욕은 백도의 어른으로서는 못난 모습이지만, 강호인으로서는 참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쁜 것이 아니지요. 하물며 무당과 남궁이 잘되어야 천하가 안정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들이 천하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그들이 권력욕을 부려서 희생당한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적자생존의 강호에서 보신을 위해 권력을 탐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다만, 욕망에는 잘못이 없지만, 욕망을 품은 사람에게는 잘못이 있습니다.”


용문은 조휘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의 행동은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함입니다. 더 강한 힘을 가져야 큰 파도에 버틸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들 때문에 힘없는 이들이 희생당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어주어도 모자랄 판에, 직접 파도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나는 그들의 야망을 존경합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응당 큰 뜻을 품어야지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사내는 마땅히 스스로 강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 점에서 북천무검과 천검제는 스스로 강해진 사내이지요.”


“남아당자강(男兒當自强)을 말하는군.”


“하지만, 그들의 욕망에 덧없이 스러질 무고한 사람들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명하고 정대하게 경쟁하는 것이 백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장문인을 존경합니다.”


“백도인으로?”


조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예. 백도인으로.”


용문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무공 역시도 마찬가지지요. 백도의 무공에는 선이 있습니다. 흑도의 무공에도 나름의 선이 있지요. 그 선을 넘어가는 순간, 마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도는 옳지 못한 것입니다.”


“선을 넘었기에?”


“그렇습니다.”


조휘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런 마도도 손쉽게 주무르는 괴물이 있습니다.’


그러나 혀를 씹는 심정으로 꾹 참았다.


용문은 조휘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차를 한 입 마셨다. 목이 타는 것 같았다.


“이런 말 하기 뭐한데, 진짜 내 제자가 될 생각이 없는가? 내 제자가 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걸세. 그리고 나와 연이 닿은 무림의 높으신 분들과도 얼굴을 틀 수 있겠지. 그것은 곧 자네의 힘이 되어줄 게야. 무공은 두말하면 입 아프지. 이미 익히고 있는 무공을 포기하고 내 무공을 익히라고 말하지 않을 걸세. 절대로. 그러나 내게 가르침을 받는 것만으로 자네는 비약적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어. 이래도 내 제자가 하기 싫은가?”


“화산의 제자는······.”


“말 끊어서 미안하네만, 화산의 제제가 아닐세.”


조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제자 말이야. 화산이 아닌, 나. 용문. 매화검존의 제자.”


“······!”






二.




야심한 밤. 용문이 곽영을 불렀다.


“그래서, 선생님이 보시기에, 그놈은 어떤 놈입니까?”


용문은 말없이 책상을 두들겼다.


톡. 톡.


그의 검지가 위아래로 일정하게 움직였다. 그의 습관이었다. 깊은 고민이 있을 때, 종종 보이는 모습이다. 곽영은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졌다.


“······.”


곽영은 조용히 차를 마시며 용문의 고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불러놓고 아무 말도 안 하면 기분이 나쁠 법도 하지만, 곽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곽영이 차를 다 비울 때쯤에야 용문이 입을 열었다.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선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악이 항상 그른 것도 아니지. 우리 삶은 선과 악의 그 사이 어딘가에서 줄타기하며 살아가는 여정이다.”


뜬금없는 선악과 관련된 말이었다.


“선과 악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 욕망이 강해서 ‘선’을 넘을 준비가 되면 악이 되는 것이고, 악이 될 용기가 없으면 선에 머무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선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용기가 없는 사람일까?”


용문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했다.


“아니지. 절대로 아니야. 선하게 사는 것은 악하게 사는 것 이상으로 용기가 필요하다. 선하면 그 선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때문이지.”


“······.”


“선한 사람이 살아가기에 강호는 너무 험하다. 그들을 이용하려는 맹수들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고, 원초적인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짐승들이 가득한 세상이면 곧 강호다.”


곽영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속에서 선의 기치를 부르짖는 것은 과연 망상에 불과한가?”


“힘없는 자의 부르짖음은 망상이겠지만, 힘 있는 자의 부르짖음은 의지의 표명이겠지요.”


“아직은 힘이 없지만, 미래에 그것을 가능하게 할 힘이 생길 사람이라면?”


“그것을 꿈이라고 부릅니다.”


“강호는 꿈꾸는 자의 세계다. 꿈 없는 자들은 강호라는 늪에 잡아 먹히지. 결국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이야. 그렇기에 나는 제자들에게 꿈을 꾸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 꿈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야.”


곽영 역시 용문의 제자였다. 그에게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들은 이야기가 불쑥 생각났다.


“천하제일검은 목표다. 그것은 꿈이 아니야. 꿈은, 천하제일검이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으냐와 관련된 문제야.”


“목표가 꿈이 되어선 안 된다고 그러셨지요.”


용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꿈은 다시 말해, 그 사람의 눈이 향하는 곳이다. 눈이 가정으로 향해 있다면, 그 사내의 꿈은 가정인 것이고 군주에게 향해 있다면, 그 사내의 꿈은 정치인 것.


입으로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엔 다양한 꿈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포용하는 하나의 단어도 분명히 존재하지.”


“그게 무엇입니까?”


“천하다.”


곽영의 등줄기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천하야 말로 모든 꿈의 종착지다. 내가 가정을 예쁘게 꾸며 아들이, 딸이 세상으로 나가면 나는 천하를 위해 이로운 일을 한 것이다. 내가 군주를 보좌하여 민생을 잘 살피면 그것 역시고 천하를 위해 이로운 일을 한 것이지. 내가 한 사람의 협객을 기르면, 나는 천하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용문이 창밖을 바라봤다.


“우리 같은 무림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무엇일까. 흑도와 백도. 진영 논리와 상관 없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일.”


곽영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자를 잘 키우는 것이지요. 선생님께서 아까 이야기하셨듯, 한 사람의 협객을 기르면 천하를 위해 최선을 다 한 것이니. 제자가 협객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


용문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저편에서 하얀색 불꽃이 일렁였다.


-무림인은 무림인으로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합니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목소리 하나가 실려 왔다. 단호한 목소리는 확고한 신념이었고, 투명한 눈동자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스스로 진창을 구르기로 다짐한 한 무인은 이미 용문의 마음에 너무 크게 남아 있었다.


‘나에게 아직 뛸 심장이 남아 있었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의 목소리에 감화되었다. 마치 최면이 걸린 듯, 조휘와 함께 강호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청년이 아니었다. 같은 선상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였다. 나보다 더 위대해질 가능성이 충만한 빛나는 별이었다.


흥분됐다. 화산의 장문인인 용문이 아닌, 무림인으로서 용문의 정체성이 다시 눈을 떴다.


‘다 잊은 줄 알았건만, 나도 어쩔 수 없는 강호인이라 이건가.’


용문의 얼굴에 붉은 기가 돌기 시작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하였다. 마음 가는 대로, 그저 가게 두겠다.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가도록. 그와 함께하는 길에 천하가 있을 것이니.’


그리고 다시 뜬 그의 두 눈에는 단호한 의지가 깃들었다.


“무림맹으로 가야겠다.”


“예?”


“가서 조휘, 그 친구가 무엇을 꿈꾸는지 봐야겠다.”


“······!”


“그가 꿈꾸는 천하를 직접 보고 와야겠어. 오랜만에 외출 준비를 해야겠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타초경사 (5) +3 23.09.15 2,224 41 14쪽
44 타초경사 (4) +2 23.09.14 2,241 42 14쪽
43 타초경사 (3) +3 23.09.13 2,292 41 14쪽
42 타초경사 (2) +2 23.09.12 2,364 38 14쪽
41 타초경사 (1) +3 23.09.11 2,504 44 14쪽
40 천하를 거닐며 칼춤을 추다 (2권 完) +5 23.09.09 2,680 52 25쪽
39 비와 주먹과 사나이 (5) +2 23.09.08 2,533 46 14쪽
38 비와 주먹과 사나이 (4) +2 23.09.07 2,502 41 14쪽
37 비와 주먹과 사나이 (3) +2 23.09.06 2,590 46 16쪽
36 비와 주먹과 사나이 (2) +2 23.09.05 2,578 45 15쪽
35 비와 주먹과 사나이 (1) +2 23.09.04 2,692 45 13쪽
34 남문 (4) +6 23.09.03 2,724 48 14쪽
33 남문 (3) +3 23.09.02 2,757 48 19쪽
32 남문 (2) +6 23.09.01 2,901 41 17쪽
31 남문 (1) +5 23.08.31 3,120 46 18쪽
30 매화검 (8) +5 23.08.30 2,995 45 17쪽
» 매화검 (7) +4 23.08.29 2,890 46 13쪽
28 매화검 (6) +3 23.08.28 2,882 46 13쪽
27 매화검 (5) +3 23.08.27 3,035 48 16쪽
26 매화검 (4) +2 23.08.26 3,099 49 16쪽
25 매화검 (3) +4 23.08.25 3,033 51 13쪽
24 매화검 (2) +4 23.08.24 3,133 50 16쪽
23 매화검 (1) +5 23.08.23 3,380 49 17쪽
22 화산에 오르다 (3) +3 23.08.22 3,477 48 18쪽
21 화산에 오르다 (2) +5 23.08.21 3,460 55 12쪽
20 화산에 오르다 (1) +3 23.08.20 3,770 54 15쪽
19 회자정리 거자필반 (1권 完) +3 23.08.19 3,741 55 16쪽
18 나만 기억하는 악연 (2) +4 23.08.18 3,719 60 18쪽
17 나만 기억하는 악연 (1) +4 23.08.17 3,723 57 16쪽
16 드리우는 암운 (3) +4 23.08.16 3,785 5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