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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센타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헌터 그녀

특정 구역 364-11

 

이곳은 꽤나 나갔던 쇼핑몰이었지만, 지금은 황량하기 그지 없는 장소였다.

 

원인은 수가 없었지만, 그날 이후 괴수들이 튀어나오는 게이트가 수시로 곳에 발생했고,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졌던 번째 게이트 개방 이후로 이곳은 특정인들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폐쇄 되었던 이곳에 정말 오랜만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그것은 인기척이라기 보다는 한차례의 난동이라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콰광! !

타다다다다다! 타탕!

! ! 티팅! !

 

쿠오오오!”

! 이거 쓰레기잖아!”

 

쇼핑몰의 중앙 홀에는 총알 세례를 받은 코뿔소를 닮은 괴수가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고, 방금 전까지 그 괴수에게 총을 난사하던 헌터는 총열이 빨갛게 달아오른 총을 거칠게 바닥에 내던졌다.

 

! 그 총 얼마나 비싼 건 줄 알아!”

시끄러! 이 사기꾼아! 또 속였구나!”

무슨 소리야. 분명히 관통이 된다고 했다고.”

안 믿어!”

!”

 

그녀는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를 들으며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분명히 자신에게 쥐어준 5.56mm 철갑탄이면 충분히 듀얼 혼 라이노의 표피를 뚫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녀는 애초에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 공략법은 제대로니까 확실히 해!”

이번에도 거짓말이면 죽을 줄 알아!”

설마…”

 

정말 믿을 수 없는 녀석 같으니.’

 

그녀는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떠올리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능글능글 맞은데다 뻔뻔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인간이었지만 그녀는 매번 그에게 휘둘렸다.

 

애초에 그냥 거짓말쟁이라면 진작에 인연을 끊었을 테지만 아주 가끔은 예쁜 짓을 하는데다 그나마 쓰레기는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하아. 이번 일만 끝나면 죽여 버릴 거야.’

 

어젯밤 그는 대뜸 기똥찬 정보가 있다며 그녀를 찾아왔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쏟아낸 철갑탄과 듀얼 혼 라이노의 공략법을 그녀에게 건네 주고는 듀얼 혼 라이노가 자주 나온다는 이 곳까지 그녀를 억지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정말 불행하게도 이곳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게이트가 열리며 듀얼 혼 라이노가 튀어 나왔다.

 

무슨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그녀는 그야말로 잘 짜진 시나리오처럼 순식간에 나타난 녀석을 보며 기함을 했지만,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환호성을 뒤로 하고 몸을 옮기며 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그가 건네준 신형 총알이 전혀 소용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뒤가 지금이었다.

 

망할 자식.”

 

그녀는 자신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그를 욕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블레이드와 권총을 꺼내 들었다.

 

어디 공략법은 맞는지 볼까?”

 

애초에 5.56mm 철갑탄은 당연히 안 통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략법의 경우는 아마도 맞을지 몰랐다.

 

녀석이 거짓말을 잘 하긴 해도 사람 목숨으로 장난을 치지는 않아.’

 

그녀는 그가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는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칠 인간은 아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곧장 자신의 스킬을 사용했다.

 

후웁! 신체 강화! 중복!”

 

꽈직! 파앙!

 

헌터 특제의 장갑복 안에 있던 그녀의 육체가 파르르 떨리며 부풀어 올랐고, 그녀는 부풀어 오른 자신의 장딴지 근육을 폭발시키며 괴수에게로 달려 들었다.

 

순간적인 힘의 폭발에 그녀가 디디고 있던 바닥 돌이 깨져 나갔고, 괴수가 미쳐 반응도 하기 전에 그는 괴수의 머리 부분에 도달했다.

 

일단은 눈!”

 

타앙!!

 

그녀가 사용하는 권총은 권총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것이었는데, 사실 그것은 소드 오프 샷건이었고, 총열과 손잡이를 극단적으로 짧게 만들어 놓은 나머지 오히려 권총처럼 보였다.

 

쿠아악!”

 

아무리 괴수의 피부가 단단하다 한들, 녀석도 생명체였고 눈이라든가 입 안 같은 부분은 인간이나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로 약했기에, 일반적으로 헌터들은 그런 부위부터 공격을 했고 그것은 이 괴수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되었다.

 

순식간에 두 발의 대괴수용 슬러그 탄을 얻어맞고, 한쪽 눈을 잃은 괴수는 괴성을 지르며 요동을 치기 시작했고, 녀석에게 외눈박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그녀는 몸을 빼 녀석의 눈이 먼 사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단 발작은 피하고 오른쪽으로 돌라고 했지?”

 

그리고 그가 가르쳐준 공략법 대로 괴수의 오른쪽으로 돌아 반대쪽 눈을 향했다.

 

괴수도 가만히 당할 수 만은 없었는지, 고개와 몸을 돌리며 반격을 하기 시작했고, 곧 녀석의 입에서 충격파가 토해져 나왔다.

 

여기까진 그 녀석의 말대로야.’

 

뿌우우우우!

와장창! 꽈직! 콰쾅!

 

그리고 녀석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에 따라 녀석의 앞에 있던 구조물들이 하나씩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공략법은 제대로 된 것 같아.’

 

그녀는 괴수가 하는 모양새를 보며 그것이 그가 건네준 공략법의 내용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거기 적혀 있던 대로 다음 공략으로 들어갔다

 

탈칵! 철컥!

 

강화복의 탄띠에서 두발의 슬러그탄을 꺼낸 그녀는 곧장 그것을 샷건에 장전했고, 다시 괴수의 왼쪽 눈을 향해 달려 들었다.

 

대각선으로 달려 들라고 했지?’

 

공략법에 적힌 바에 따르면 한쪽 눈을 공격 당한 듀얼 혼 라이노는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 돌아간다고 되어 있었고, 녀석의 몸과 부딪히지 않으려면 왼편에서 대각선으로 들어가라고 서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말에 충실히 따라, 대각선으로 녀석의 왼쪽 눈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

 

오오! 공략법 제대로야!’

 

그가 대각선으로 듀얼 혼 라이노를 향해 뛰어들자, 마치 자로 잰 것처럼 녀석의 몸은 오른쪽으로 움직였고, 덕분에 그녀는 라이노의 눈에서 벗어나 녀석의 몸에 붙은 듯 녀석의 왼쪽 눈가로 접근할 수 있었다.

 

다음!”

! 퍼억!

 

그녀는 구리가 아닌 쇳덩이로 된 슬러그 탄을 다시 괴수의 눈에 갖다 박았고, 곧장 녀석의 몸에서 떨어졌다.

 

쿠오오오!”

 

괴수는 눈을 잃은 고통에 괴성을 지르며 몸을 버둥거렸고,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바닥과 구조물이 부서져 흩어졌다.

 

좋아. 여기까지는 공략대로네.’

 

역시 얄밉기는 해도 그녀가 생각한 대로 그는 제대로 된 공략법을 그녀에게 전해 준 것 같았다.

 

다음은 기다리는 건가?’

 

공략법에는 일단 눈을 공략하고 나면 녀석이 두 차례 더 파동을 토해낼 때까지 기다리라고 되어 있었고, 그녀는 거기에 적힌 대로 부서진 구조물 뒤에 몸을 숨기고 괴수 녀석이 파동을 사용하기를 기다렸다.

 

뿌우우우!

 

두 눈을 잃은 괴수는 다시 그녀가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파동을 쏘아 내었고, 녀석이 파동을 쏘아낸 자리는 원형을 그리며 부서져 갔다.

 

한 번 남았다. 어디 흔들어 볼까.’

 

후욱! 후욱!”

 

파동을 토해낸 괴수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고, 그녀는 녀석이 다시 파동을 토해내게끔 만들고자 일부러 쓰지도 않을 샷건을 장전했다.

 

탈칵! 철컥!

 

그리고 괴수는 그녀의 어그로에 제대로 걸려 들었다.

 

뿌우우우우!

콰직! 콰콰광!

 

녀석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머리를 움직여 파동을 토해내었지만, 이미 그녀는 소리를 죽여 자리를 옮긴 뒤였고, 애꿎은 구조물만 파동에 휘말려 부서져 내렸다.

 

파동을 세 번 토하고 나면 숨구멍이 열린다고?’

 

공략에는 듀얼 혼 라이노는 파동을 세 차례 사용하고 나면 약점인 숨구멍이 크게 벌어진다고 서술이 되어 있었고, 그 서술 그대로 두꺼운 녀석의 표피가 벌어지며 마치 아가미와 같은 녀석의 숨구멍이 열렸다.

 

파아! 후욱! 후욱!”

 

지금이다!’

 

거칠게 숨을 들이키는 괴수를 보고 그녀는 곧장 다리에 힘을 주고는 녀석을 향해 달려 들었다.

 

발기!’

 

그는 스킬을 발동시켜 자신의 검에 기를 불어 넣었고, 그의 검은 푸른 색으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코어가 보여야 하는데.’

 

괴수에게 다가간 그는 곧장 녀석의 벌어진 숨구멍을 향했고, 그 벌어진 틈 사이에서 빛이 나는 부분을 발견했다.

 

찾았다!’

 

퍼억!! 타아앙!

 

우악! 이게 뭐야!!!”

 

그리고 그녀가 푸른 빛이 나는 자신의 검을 듀얼 혼 라이노의 코어에 때려 박으려던 그 순간, 녀석의 살이 터져나갔고, 그는 녀석의 녹색 피를 잔뜩 뒤집어 썼다.

 

! 하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쿠어어어억!”

 

괴수의 속살이 찢어지며 녹색의 피가 그녀의 얼굴과 몸을 뒤덮었지만, 그녀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찢겨져 나간 살 속으로 자신의 검을 깊숙하게 찔러 넣었고, 곧 단단한 것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괴수가 단발마를 토해내었다.

 

그녀는 괴수의 몸이 무너진 후에도 녀석의 몸 속에서 빛이 사라질 때까지 검을 찔러 넣은 채 버티고 있었고, 괴수의 몸 속에서 빛이 사라진 후에야 몸을 빼내었다.

 

그리고 그녀는 몸을 돌려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크게 소리를 질렀다.

 

! 너 정말 이럴 거야!”

어라? 도와줬더니 불평은.”

이건 도와준 게 아니라 방해라고!”

그렇게 소리 안 질러도 잘 들려.”

으으으!!”

 

한 순간이나마 듀얼 혼 라이노를 상대하던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이는 자신의20mm 구경 저격총에서 탄피를 빼어내며 말을 내뱉었다.

 

헤드셋에서는 여전히 그녀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그는 헤드셋을 벗어 버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가 있는 곳은 현장에서부터 1.2km나 떨어져 있는 곳이었지만, 그는 거뜬히 그 거리에서 벌어진 괴수의 살집에 총알을 꽃아 넣었다.

 

그것도 그의 총알은 일반적인 것이 아닌 레일건의 탄환과 같은 것이었고, 목표에 명중한 후에나 들려온 발사음은 그가 쏜 총알의 속도를 어림짐작하게 해주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다. 아무렇게나 대충 썼는데 그게 진짜가 되어 버리네.”

 

그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그가 그녀에게 건넨 공략법은 완전히 엉터리였다.

 

애초에 듀얼 혼 라이노에 공략법은 있지도 않았고 그가 건넨 것은 그저 다른 괴수들에 대한 공략법의 짜집기에 불과 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믿으면 현실이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스킬이야. 그나마 가지고 있는 녀석이 바보라 다행인가?’

 

일단 돌아가야지. 그나저나 저 녀석은 어떻게 진정시키지?”

 

. 맛있는 거 사주면 풀리겠지.’

 

그는 그녀가 가진 능력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가 바보라 부른 그녀는 아직도 듀얼 혼 라이노의 사체 옆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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