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파센타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위키 2

푸우욱! 쫘악!

쿠오오오오!”

 

다행히 기적이 찔러 넣은 쇠파이프는 녀석의 약한 아랫배를 파고 들었고, 괴수는 괴음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녀석의 입을 통해 산성액이 흩뿌려졌다.

 

치익!! 치익!

 

아악! 뜨거!”

 

한참 괴수의 뱃속을 헤집고 있던 기적은 미처 흩어지는 산성액을 피할 수가 없었고, 그 중 일부가 그의 등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옷은 금세 타 들어갔다.

 

격심한 고통이 그의 등을 엄습했지만, 지금 이 쇠파이프를 놓았다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는 이빨을 악물고 버텼다.

 

코어를 못 찌른 건가!?’

 

괴수라는 것들은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생명력이란 것은 그들의 코어가 무사할 때나 발휘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강한 괴수라도 일단 코어가 파괴되면 어이없이 죽어 버리곤 했다.

 

이 두발 오름이라는 녀석은 산성액을 토해내는데다 표피가 두꺼워 원래는 상당히 위험한 괴수였지만, 녀석이 구제대상 3등급인 이유는 코어가 약점의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의외로 상대하기가 쉬워 구제 대상 3등급이 되었지, 원래라는 2등급까지도 문제가 없을 괴수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기적은 자신의 공격이 먹히긴 했지만, 녀석의 코어를 제대로 박살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것은 기적에게 있어서는 절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젠장! 망했어!’

 

하지만 지독한 고통 탓인지, 두발 오름의 한쪽 발이 미끄러졌고, 녀석은 트렁크 위에서 벌렁 넘어졌다.

 

! 우직!

 

크아악!”

 

덕분에 녀석의 몸에 꽂힌 쇠파이프가 튕기듯 기적의 팔을 쳐올렸고, 탁한 소리와 함께 기적은 격한 고통을 느꼈다.

 

으윽! 부러졌나!?’

 

기적은 고통으로 눈을 찡그리며 눈물을 찔끔 흘렸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팔을 치료 할 수 있었지만, 목숨은 하나였으니까.

 

그리고 정말 우연히 엎어진 두발 오름의 속살 사이로, 녀석의 코어가 기적의 눈 앞에 나타났다.

 

이걸 놓치면 정말 죽는다!’

 

그의 한쪽 팔은 덩컹거리며 흔들리고 있었고, 지독한 고통이 그의 전신을 엄습했지만 그의 살고자 하는 의지는 고통을 넘어섰고 그는 자신의 멀쩡한 한쪽 팔을 두발 오름의 갈라진 살 사이로 집어 넣었다.

 

두발 오름의 체액은 인체에 무해하다. 다만 체내에 산성액을 만들어 내는 주머니가 있으니 주의 할 것.’

 

기적은 위키에서 본 내용을 되새기며 괴수의 살 속을 헤집었고, 다행히 주먹만한 구슬이 그의 손에 잡혔다.

 

이거다!’

 

그리고 그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그것을 잡아 당겼다.

 

쿠아아악! 쿠악!”

 

두발 오름은 크게 발버둥을 치며 기적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녀석에겐 몸을 일으켜 줄 팔이 없었고, 녀석의 큰 두 다리는 허무하게 하늘을 향해 허우적대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녀석은 트렁크 위에서 미끄러지며, 차량의 프레임에 몸이 끼여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기적은 다급한 나머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결국 그것은 그가 죽기 살기로 코어를 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크아악! 빠져!”

 

기적은 두발 오름의 버둥거리는 두 다리 사이에서 코어를 빼내고자 안간힘을 다 했다. 그는 처음에는 손으로 녀석의 코어를 부셔버리려 했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결국 한 손으로 그것을 부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안 그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잡아 당겼다.

 

뚜둑!! 투두둑!

 

그리고 기적의 염원이 통한 것인지, 두발 오름의 코어는 가죽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를 내며 녀석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어어!?’

 

기적은 마지막 살덩이가 떨어져 나가는 감촉에 살았다는 안도와 함께 환희를 느꼈지만, 그것은 순간이었다.

 

너무 힘을 주었던 탓도 있고, 디디고 있던 바닥이 온통 두말 오름의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던 덕분에, 코어를 빼냄과 동시에 그의 몸은 미끄러졌고, 그는 자신의 몸은 공중에서 거의 반 바퀴를 돌았다.

 

어어!?!”

콰당!!

 

그리고 그는 그대로 자유낙하를 했고, 그의 정수리는 정확하게 콘크리트 바닥과 키스를 했다.

 

이런망할…’

 

그리고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코어를 잃은 두발 오름은 더 이상 움직임이 없었고, 그는 정신을 잃으면서도 녀석의 코어를 꼭 쥐고 있었다.

 

화아악!

 

그리고 기적의 손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던 그 단단한 코어는 마치 녹아내리 듯 사라져 갔고, 그와 함께 기적의 몸에서 빛이 솟아났다.

 

기적은 이미 죽어버린 두발 오름과 함께 수색을 펼치던 군인들에 의해 발견 되었고, 그들의 손에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가 눈을 뜬 것은 그 일이 있고 나서 이틀이 지난 뒤였다.

 

으으음. 나 살아있나?”

어머? 환자분 일어나셨어요?”

여긴 어디에요?”

병원이에요. 잠시만요.”

 

기적은 자신의 팔에 꽂히는 따끔함에 눈을 떴고, 그의 팔에 링거의 주사바늘을 꽂던 간호사는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의사를 부르러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그 사이에 병원의 하얀 천장을 보며 정신을 차려갔다.

 

살아 있는 것 같네. 그나저나 팔은?’

 

그는 정신을 차리자, 일단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안도했고 곧 부러졌던 자신의 팔을 확인했다.

 

어라? 이게 뭐야!?”

 

그 다음 순간, 기적은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팔을 보고 의아했다. 그의 팔은 분명히 파이프와 부딪히며 부러졌었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팔은 멀쩡했다.

 

거기다 몸을 일으켜 등으로 손을 가져가자, 분명 있어야 할 화상자국도 남아있지가 않았다.

 

나 죽은 건가!?”

 

마치 비현실과도 같은 일에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이 죽은 것은 아닌가를 의심했지만, 곧 의사가 그에게 왔고 의사의 손이 그의 몸에 닿자, 그는 새삼 이것이 현실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선생님, 아무래도 각성 하신 것 같습니다.”

?”

검사를 한번 받아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아니일단 생각 좀 해보고.”

. 그러시죠.”

 

의사의 말에 의하면 기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꽤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팔의 골절도 그렇지만, 화상을 입은 부위는 손상이 심해 살을 도려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들이 응급조치를 끝내고 기적에 대한 치료를 논의 하는 사이, 그의 살이 아물어가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단 뼈를 맞춰 놓기만 한 그의 골절까지도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것을 본 의사들은 이것이 헌터들이 겪는 각성의 과정이라고 판단했고, 그 뒤로 몸에 이상이 없었기에 그를 입원 시킨 채로 상태를 지켜 보았다고 했다.

 

각성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의사에 말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일단 각성 검사를 받아보자는 의사의 말에 기적은 그것을 잠시 미루었다. 그리고 이럴 때는 당연히 위키였다.

 

다행히 기적의 소지품 중에는 스마트폰이 있었고, 기적은 곧장 헌터의 각성이라는 항목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했던 정보를 얻어내었다.

 

각성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괴수와의 접촉으로 이루어진다.’

각성 후에는 신체적 변화와 능력의 발현이 이루어진다.’

각성 검사 후 각성자는 국가의 예비 명단에 올려지며, 비상시 소집 혹은 징집 당할 수 있다.’

 

정부는 러시아와 EU의 시베리아의 게이트 봉쇄에 지원군을 보내기로 합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추가 징집을 실시하기로…”

 

병실의 텔레비전에서는 계속해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기적은 거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오로지 위키의 내용과 그 안에 적힌 비상시 소집 혹은 징집이라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그는 각성 검사를 포기했다.

 

군대 전역한지가 언젠데 또 소집, 징집이라니 말도 안되지.’

 

물론 그 아래 주석으로 여태까지는 그런 경우가 없었다 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었다.

 

일단 마음을 정한 기적은 각성검사를 거부했고, 이튿날 찾아온 경찰 조사에 응한 후 병원을 퇴원했다.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어요. 덕분에 다른 시민들의 피해가 없었습니다.”

아뇨. 그냥 우연이었어요.”

근데 각성 하셨다고 하던데.”

검사를 안받아봐서 잘 모르겠네요.”

헌터 되실 생각은 없으세요? 지금 계신 지역에 담당 헌터가 없는데.”

아뇨. 그다지.”

헌터는 군면제도 됩니다.”

저 이미 제대 한지라.”

. 그러시구나.”

 

조사 도중 경찰관이 헌터가 될 생각은 없느냐고 기적에게 물어 보았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에는 뛰어들 생각이 없었다.

 

그의 인생목표는 소소하기 짝이 없었고, 그저 적당히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위키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즐기거나 어쨌거나 취미만 즐길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거기다 기적은 두발 오름을 혼자 처치한 덕에 구제지원금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현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기적이 녀석을 잡으며 코어를 빼버린 덕인지, 녀석의 몸은 금세 썩어 들어간 덕분에 오롯이 구제에 대한 금액만을 받았고, 그 금액은 도저히 기적이 목숨을 걸고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기적도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건 헌터가 되고 난 이후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기적은 도대체 이 금액을 받아서, 어떻게 헌터들이 고액연봉자가 되는 건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나흘 만에 집으로 돌아온 기적은 그의 앞으로 날아온 등기를 받았고, 빨간 딱지가 붙은 그 등기를 본 그의 표정은 그야말로 썩어 들어갔다.

 

재입대 영장!?”

 

그것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 없는 편지였고, 기적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며 편지를 뜯어 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부사관으로 징병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작금의 상황은 전시나 다름이 없었기에, 예비군이 되어도 다시 재 입대가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상시의 일이었고, 본토가 공격을 받지 않는 한 일반 사병에게 재 입대 영장이 날아오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기적이 일반 사병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군대 있을 때 두발 오름을 잡아 부대원들을 구한 공적으로 무공훈장을 받으며 특별히 두 계급 특진을 했고, 제대 시 그의 계급은 무려 중사였다.

 

덕분에 군 생활을 편하게 하기도 했고, 그 보상금 덕에 매일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하는데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유유자적 살아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재앙이 되어 기적에게 돌아왔다.

 

일반사병이 아닌 부사관의 신분이기에 기적은 그 영장을 거부 할 수가 없었고, 이대로라면 꼼짝 없이 다시 군대에 재입대를 해야 할 판이었다.

 

이건 말도 안돼…”

 

기적은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제대한지가 고작 육 개월인데 다시 군대를 가라니.

 

허탈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이 악마의 마수에서 빠져 나올 방법이 없는지를 고민했고, 결국 한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헌터는 군 면제에요.”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12 내 일상 | 신 프롤 18-06-02
11 내 일상 | 프롤 18-04-18
10 내 일상 | 컨셉 18-02-05
9 내 일상 | 프롤 18-01-18
8 내 일상 | 딸바보 수정 17-12-11
7 내 일상 | 딸바보 17-12-11
6 내 일상 | 헌터 그녀 17-12-01
5 내 일상 | 위키 수정 17-11-28
» 내 일상 | 위키 2 17-11-08
3 내 일상 | 위키 본편 17-11-07
2 내 일상 | 위키 17-11-06
1 내 일상 | 트리거 해피 17-09-12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