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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센타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신 프롤

신이시여, 그대의 이름으로 바라건데…”

 

철컥! 찰카닥!!

 

그녀의 12mm 대구경 라이플의 탄환이 검은 강철을 때리며 불꽃이 솟아났다. 하지만 신의 힘이 실린 그녀의 그 탄환조차 고작 그 검은 강철 위에 약간의 흔적을 남겼을 뿐이었다.

 

그대의 어린 자녀를 더 이상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장전 손잡이를 당겼다.

 

철컥! 찰카닥!!

 

벌써 몇 번을 반복했던가?

 

총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미처 연소되지 못한 하얀 연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고 쇠로 된 장전 손잡이 마저 감히 고통없이 당길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져 있었다.

 

그녀의 하얀 장갑은 피와 화상의 흔적으로 검붉게 변해 있었고 매순간 그녀는 손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격한 통증에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리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그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철컥! 찰카닥! 콰쾅!

 

그리고 그녀의 기도가 신에게 가 닿은 것인지 기적처럼 빛이 솟아나며 이변이 생겨났다.

 

놀랍게도 도저히 뚫리지 않을 것 같던 검은 철벽은 그 작은 탄환에 깨어졌고 미처 가시지 않은 화약 연기 가운데 연신 기도문을 외우며 달아오른 장전손잡이를 당기던 그녀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연기가 가시며 그녀의 눈동자는 깨어진 강철의 벽 아래를 향했고 거기에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다보는 이 거인의 승무원들이 보였다. 설마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이 거대한 거인의 몸이 고작 대구경 라이플의 연사로 뚫릴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장갑이 날아가며 튄 파편에 피가 흐트러져 가는 와중에도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재장전을 하다 만 채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성직자였고 그녀의 신은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고 하였으며 그녀 또한 순박한 시골 아가씨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순간 그녀는 이들을 어찌해야 할 지를 몰랐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그들에게도 고민은 잠시의 사치였을 뿐이었다.

 

!

 

누군가가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그녀에게 쏘았고 권총에서 발사된 탄알은 그녀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다시 기도문을 외우며 자신의 대구경 라이플을 장전했다.

 

철컥!

 

미안해요!’

 

당신의 자녀들의 앞에 영광이 가득하도록 해주시옵소서!”

 

파앙!! 철퍽! 촤아악!

 

신의 힘이 담긴 커다란 총알은 그녀에게 권총을 발사한 승무원의 몸을 꿰뚫고 그대로 폭발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 있던 이들은 그야말로 가죽 덩어리가 되어 흩어졌다. 검붉은 피가 좁은 벽 아래 덕지덕지 달라 붙었고 그와 함께 흐트러진 가죽들은 끔찍한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욱!’

 

그녀는 잠시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욕지기가 올라옴을 느꼈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 토할 시간 마저도 아쉬웠다.

 

언니! 언니를 구해야 해!’

 

역시 괴물의 구동부를 공격했던 것이 주요했던 것일까?

 

거인의 팔은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녀는 그 검은 팔 위를 뛰어 주먹이 쥐어진 거인의 오른 손을 향했다. 그리고 굳게 닫힌 거인의 손가락을 억지로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제게 힘을 주소서! 흐아아아악!”

 

끼익!! 끼이이이익!

 

가냘프기 그지 없는 소녀에게 무슨 힘이 있어 그 커다란 강철덩어리가 움직일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그녀가 힘을 주자 그녀의 몸 크기만한 거인의 손가락은 거친 쇳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비현실의 연속.

 

그녀가 일반적인 아가씨에 불과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사도라 불리는 신의 대리인이자 초인이었다. 그리고 그 사도라는 이들에게는 늘 기적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언니! 언니! 언니!’

 

마음 속 가득 다급함이 가득했건만 첫 번째 마디를 가까스로 들어올렸음에도 그녀는 그녀의 언니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하아…”

 

답답함과 안타까움과 다급함에 울컥 눈물이 솟아났지만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바른 쪽 소매로 닦아 내고는 곧장 두 번째 마디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땀으로 젖은 사도의 짙은 남색 제복 위로 가냘픈 그녀의 것이라 믿기 힘든 등 근육이 솟아올랐고 커다란 거인의 두 번째 손가락도 거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가락이 반쯤 올라간 후 그녀는 그녀가 구하고자 했던 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니…”

 

그녀와 같은 짙은 남색의 제복은 피로 물들어 검게 변해 있었고 그녀를 감아 쥐고 있던 그 검은 거인의 손아귀 안은 온통 그녀가 흘린 피로 얼룩이 져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은 반쯤 뭉개져 그녀의 동생조차 제대로 알아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셀린! 빨리! 이제 얼마 못 버텨!”

! 훌쩍! 포돌스키! 조금만 더 버텨줘요! 언니를 찾았어요!”

크윽! 알았어!”

 

셀린이라 불린 그녀는 포돌스키라는 남자에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곧장 그녀의 언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이미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음을 연상하는 것이 더 빨랐지만 그녀의 언니 또한 사도였고 평범한 인간을 뛰어 넘는 체력과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가늘지만 맥박이 있어!’

 

세레나 언니! 기다려! 내가 구해 줄게!”

 

행여 하나 밖에 없는 친족을 잃을까 하는 불안에 시달렸던 그녀는 언니의 안녕을 확인하자 이를 앙 물고 남은 힘을 쏟아냈다.

 

끼긱!! 끼이익!

 

하나의 마디를 펼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끔찍한 언니의 상태에 그녀의 가슴은 아픔으로 가득 차 갔고 그녀의 눈가는 눈물로 얼룩져 갔지만 그녀는 지금 감상에 젖어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언니인 세레나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자 그녀는 가늘게 숨을 내뱉었다.

 

하아 어째서야? 어째서 언니의 기적이 무너진 거야?”

 

절대 무너질 리가 없었을 언니의 기적이 무너진 것은 그녀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남은 결과는 거인의 손에 무참하게 짜부라진 육체 뿐이었다.

 

셀린은 사지가 형편없이 뒤틀린 그녀의 언니 세레나의 몸을 조심스럽게 끌어 안았다. 검붉은 피가 그녀의 제복을 더럽혀 갔지만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그녀의 언니를 살려낼 수 있을지 없을지, 그 뿐이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기적의 힘이라면 충분히 그녀를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조심스럽게 언니를 끌어 안은 그녀는 폴라스키에게 신호를 보냈다.

 

폴라스키! 됐어요! 지금 빠져 나가요!”

알았어!!!”

 

그녀는 폴라스키의 대답을 듣는 것과 동시에 거인의 손에서 내려와 중앙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곧 이어 검은 거인을 제압하던 폴라스키가 거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인지 거인은 다시 굉음을 내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셀린은 그녀의 등 뒤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거인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다 거인이 만들어 놓은 폐허 한 쪽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언니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하아하아 언니 부디 살아나 줘.”

 

버틸 수 있을까? 아니! 버텨야 해!’

 

그녀가 가진 진정한 기적은 죽은 이라도 한번에 살려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자신의 목숨. 그녀의 언니는 그래도 아직 목숨이 붙어 있기에 목숨까지 대가로 내놓아야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적에는 언제나 그 대가가 필요했다.

 

후우…”

 

그녀는 거칠었던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언니의 가슴 위에 손을 얹고는 천천히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여신의 이름으로. 그대가 주신 힘을 사용하고자 하니 부디 저의 눈 앞에 기적이 이루어지게 해주소서. 완전한 치유!”

 

그녀의 말이 끝을 맺음과 동시에 그녀와 그녀의 언니의 몸에서는 금색의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뒤틀렸던 세레나의 몸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흐으윽! 흐윽!’

 

하지만 그와 동시에 셀린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세레나가 겪고 있던 고통은 모두 그녀에게로 옮겨졌고 그녀는 힘들게 그 고통을 감내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우르릉!!

 

약간의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그녀의 언니는 그 기적의 이름처럼 완치될 수 있었을 테지만 검은 거인은 그새 그녀들의 뒤를 쫓았고 거인이 휘두르는 팔에 거인과 그녀들의 사이를 가리고 있던 건물의 벽이 깨어져 나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벽돌이 그녀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고 셀린은 다급하게 언니의 몸을 자신의 몸을 감쌌다.

 

! 우직!

 

끄아악!”

 

무작위로 쏟아진 돌덩이는 셀린의 몸을 거세게 강타했고 그녀의 언니를 살려내느라 가뜩이나 약해져 있던 셀린은 자신의 갈피뼈가 부러져 나간 것을 느꼈다.

 

쿨럭!!”

 

탁한 색의 피가 그녀의 입을 통해 터져 나왔고 그녀의 입가는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그나마 그 와중에도 그녀는 그녀의 언니만은 지킬 수 있었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던 언니의 얼굴에는 약간이나마 평온함이 느껴졌다.

 

셀린!”

하아쿨럭하이뮬러…”

광채를 봤어! 설마 기적을 쓴거야!?”

언니를 살릴 방법이 이것 밖엔 없었어요.”

하지만…”

알아요. 하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어요. 그러니 언니를 데리고 가요!”

너는?”

하이뮬러. 여기서 가장 치유력이 강한 건 저입니다. 그러니 걱정 말고 빨리 당신이라면 언니를 안전한 곳까지 옮겨줄 수 있잖아요.”

크윽! 알았어! 너도 빨리 탈출해!”

걱정 말아요.”

 

셀린은 자신과 같은 폴라네리아의 사도 중 하나인 하이뮬러에게 언니의 몸을 맡겼다. 비록 음흉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위험한 인물이었지만 그라면 언니를 지켜 줄 테였다.

 

그리고 하이뮬러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한 채 세레나의 몸을 안고 그 자리를 벗어나자 셀린은 주변을 둘러 보았다.

 

검은 거인은 주변을 온통 헤집어 놓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정확한 위치는 알고 있지 못한 듯 했고 비록 속이 온통 엉망진창이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면 어떻게 몸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폴라스키는 어디에?’

 

그녀는 뒤를 맡고 있던 폴라스키와 함께 탈출 하기 위해 그를 찾았고 그 와중에 검고 작은 유모차 하나가 그녀의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급한 상황이었고 굉음으로 가득한 전장의 한 가운데였지만 어째서 였을까, 유모차에서 들려오는 작은 울음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들려왔고 그녀는 다시 시선을 그 유모차로 돌렸다.

 

어린아이?’

 

그녀는 이성적이었지만 그 이성이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기도 전에 그녀는 유모차 옆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그녀가 유모차 안을 살피자 거기에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아직 어리기만 한 소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모는 어디에?’

 

그녀는 울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고는 곧장 그녀의 부모를 찾았지만 그 현장에는 유모자에 담긴 그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검뿐이었고 그녀는 이 아이의 부모도 얼떨결에 희생된 그 주검 중 하나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녀는 피로 얼룩덜룩 해진 입가를 바른 손 소매로 닦아내고는 고통을 참으며 억지 미소를 지어보였다.

 

헤에 안녕. 언니가 부모님을 찾아 줄게.”

 

그녀는 울고 있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그녀의 이성은 그녀 혼자 이곳을 빠져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양심은 이 아이를 버려 둘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 아름다운 마음이 그녀에겐 최악의 결과를 안겨주었다.

 

쿠쿵!!

 

그녀의 언니를 죽음의 위기로 데려갔던 그 검은 손은 그녀의 왼편에서 폐허가 된 건물의 벽을 뚫고 나타났고 그녀는 미처 그것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녀의 품에 안긴 아이의 몸을 더욱 강하게 끌어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가냘픈 몸은 거대한 강철에 치여 그대로 날아갔다.

 

하아미안언니…’

 

강한 충격과 함께 그녀의 의식이 반쯤 날아갔고 그녀는 이 지옥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그때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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