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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센타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프롤

“휴... 나으리, 얼마 안 남았습니다. 힘내세요.”

“하아...하아... 여긴 올 때마다 너무 힘들어.”

“나으리가 마력이 쥐 똥 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고생은 안 하죠.”

“하아...그래도 이런 몸이라 검수관을 하고 있는 거 아냐.”

“하긴 그렇긴 하네요.”

“좀 쉬었다 가자.”

“예. 예. 슬슬 배도 고픈데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네요.”


저의 노예인 토이는 배낭을 대충 내려놓고는 돌덩이 위에 엉덩이를 걸쳤습니다. 저도 그가 앉은 돌덩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통을 열고, 물을 들이켰습니다.


-꿀꺽꿀꺽

“하아. 살 것 같네.”


저는 수통을 내려놓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저 아래를 바라 보았습니다. 안개는 진하게 깔려 지상의 세계를 이곳과 분단시켜 주었고, 주변의 높은 산봉우리 들만이 마치 바다 위의 섬처럼 안개 위에 둥실 떠 있었습니다.


“언제 봐도 이 풍경은 멋지네.”

“예. 나으리. 그나마 위안은 되네요.”


토이는 여전히 뚱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도 나름 그 멋진 풍경을 즐기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아. 그리고 보니 제 소개를 잊었네요.


제 이름은 가이거라고 합니다. 물론 가이거 계수기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저의 이름은 이 곳 사람들에겐 발음하기가 힘든 모양이라, 원래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을 땄을 뿐입니다.


저는 지구인입니다. 어쩌다 이 세계에 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무언가 사명이라든가 운명 같은 것을 가지고 이 곳으로 오지는 않았습니다.


저를 처음 주워준 분의 말에 의하면, 정말 우연이 겹치고 겹쳐 이 곳으로 오게 된 것 같다고 하는데, 어째서 여기로 날아오게 되었는지는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는 알테리아라고 하는 세계입니다.


이 곳은 저희의 기준으로는 아주 기묘한 곳입니다. 그야말로 책에서나 읽었던 환상의 세계인데, 요괴와 괴수가 길가에 자라는 잡초만큼이나 흔히 존재하고 마법과 마력이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인간이나 유사인간은 물론이고 짐승들과 식물, 무생물까지도 마력을 품고 있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된 것도 그 마력이란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세계에서 와서 그런지 몰라도, 저에겐 마력이 단 한 톨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마력으로 모든 것을 행하는 이곳에서는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마력이 걸려있는 물건도 제 손에 들어오면 무력화가 되는 데서는 저도 정말 좌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그것은 다른 방향으로 제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직업의 선택에 대한 것이었는데, 마력이 없었기에 일반적인 직업은 아무것도 선택 할 수 없었지만 반대로 정말 희귀한 직업의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애초에 용사라던가 구원자로서 이 세상에 떨어진 것이 아니었기에, 뭔가 전투계열의 직업을 가질 생각도 없었지만 마력이 없었기에 아예 검을 들 수 조차 없었습니다.


대신 오로지 한가지 직업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검수관이란 직업이었는데, 일종의 마법용품을 검사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류의 직업이었습니다. 


마법물품은 그것을 만지는 사람의 마력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오히려 마력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 물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예 마력이라고는 가지고 있지 않은 저는 다른 데는 몰라도 이 직종에 있어서는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수관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직업을 가지는 데는 국가의 허가가 필요하고 선택된 자에게는 일종의 의무가 주어지기에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만, 끈 떨어진 연이나 다름 없는 저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툭!


“어라?”


어느 틈에 다가온 것일까요?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저의 손 끝에 무언가가 닿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도토리였습니다.


“토이?”

“그늘 어스름입니다.”

“아! 이게 그 요괴인가?”


저는 그늘 어스름이란 요괴의 이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마력이 없기에 요괴를 느끼지도 보지도 못하는 검수관이 인간에게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이 요괴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하면 그건 검수관의 다른 역할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 하지?”

“그저 무시 하시는 게 최고입니다.”

“그러긴 조금 아쉬운데?”


이 놈의 주인이 또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몰라 토이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주인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걸로 은혜를 갚지요.”


저는 저의 손끝에 떠 있는 도토리를 손에 쥐고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설탕 과자를 꺼내 도토리가 있던 자리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설탕과자는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더니 저에게서 멀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오오! 신기하네.”

“휴. 왜 굳이 은혜를 갚게 만드는 요괴를 건드리시는 건지.”

“신기하지 않느냐.”

“신기하긴요. 흔하고 흔한 요괴인데.”

“그거야 항상 눈에 보이는 너와 내가 같을 수가 있겠느냐.”

“말을 맙시다.”


토이는 살짝 토라진 듯 고개를 돌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충고를 했건만 그의 말을 들어 주지 않는 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요괴와의 접촉에서 이렇게 가벼운 대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저는 굳이 그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그늘 어스름의 다른 이름은 ‘은혜를 갚게 만드는 요괴’, 그리고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녀석이 항상 작은 물건을 인간에게 건네고 그와 상응하는 물건을 받아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시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합니다만 굳이 대가가 모자라거나 없다고 해도 녀석이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기준으로는 작은 보복일 뿐이기에 저는 굳이 녀석의 은혜를 입고 다시 그것을 갚았습니다.


거기다 검수관들 사이에 전해지는 말로 그늘 어스름과 은혜를 주고 받으면 좋은 거래가 생긴다고 합니다.


“나으리 슬슬 다시 출발 하시죠.”

“응. 그러지.”


토이는 그 건장한 등판에 다시 배낭을 올리고는 일어났습니다. 저도 그를 따라 일어났고, 여전히 안개가 자욱한 그 산 아래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거의 2시간을 더 걸어, 우리의 목적지인 렌바이에 도착 했습니다. 


“이게 얼마만이지?”

“1년 만이네요.”


토이와 제가 바라보는 저 아래에는 용인족이 사는 마을의 기와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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