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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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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
작품등록일 :
2011.11.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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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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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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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사냥이야기 9 - 버려진 땅 2

DUMMY

*

서로 의기투합해 술친구까지 하게 된 심안호는 마르쿠스 와샤먼에게 다그쳤다.

``어째서 늦었어?"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던 치안관은 짜증이 섞인 얼굴로 구겨졌다.

``석 달 정도, 진천황야를 탐색하러 간다니깐 겁을 먹은 마누라는 울면서 가지 마라고 붙잡잖아. 겨우 달래서 마을 장로에게 갔었다. 없는 몇 달 동안에 나를 대신할 사람을 구하라고 했더니 알아서 사람을 구해놓고 가라고 하잖아. 대신할 사람을 구하느라고 어제는 다 갔고, 오늘은 치안대장에게 석 달 간 쉬겠다며 휴가를 신청했더니 허락하지 못한다고 소리를 치잖아. 다투다가 휴직서를 찢어버리고 사직서만 달랑 던져놓고 달려왔다."


어디에서 술 먹고 늦잠을 자다가 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심안호는 미안한 마음이었다. 잠깐 동안의 동행인데 치안관 나름대로 사정이 많았었다.

``그렇다고 사직서까지 쓰고 쫓아올 필요는 없었는데, 미안하게 되었다."

``괜찮아, 괜찮아! 치안관을 하는 것도 기분 더러워서 그만 두고 싶었는데 잘됐지."


씁쓸한 표정의 마르쿠스에게 마을의 사정을 들었던 심안호는 난감한 표정을 드러냈다. 치안이 나빠 마을은 위험해진 상태였다. 근처에 무법자들이 많아져 치안관을 그만둘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들을 돕기 위해 그는 왔다.

``어차피, 왕군군이 머문 `보염진'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진천황야에 숨은 마적의 위험은 그만큼 적어진다. 그거 하나 믿고 쫓아왔다."


심안호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잘 왔다! 그렇지만 험악한 무법지대에서 살아남는 건 네놈 재주밖에 없으니 알아서 조심해라."

``나는 골드나이트보다 강하다. 사는 건 걱정하지 마라. 마누라를 생각해서라도 죽지 않을 생각이다. 여차하면 도망치거나 숨을 욕심밖에 없다."


마탑이 세워진 백작의 성에서 점점 동쪽으로 달렸다. 자작의 영지와 남작의 영지가 시골길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철장패는 귓속으로 파고드는 월령의 목소리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그러니깐, 실드마법, 행글라이딩 마법, 스파이크슈즈 마법을 하나로 합치자는 소리야?"


누구보다 앞장서서 말을 몰며 아무도 듣지 않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작은 소리는 월령이 봉인된 흉갑의 보석에 닿았다.


귓속으로 작은 울림이 들렸다.

``그렇습니다. 세 마법을 하나로 합치는 게 효율적입니다. 고대인류가 종종 사용했던 기술이기에 안정성은 입증되었습니다. 고대에는 독수리 날개 방패라고 일컬었던 효과입니다. 줄여서 날개 방패로 부릅니다.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 방패는 독수리의 날개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중간을 제외한 좌측과 우측 날개는 독수리의 발톱이 붙어 스파이크슈즈 마법과 같은 역활을 합니다. 방패의 중간은 본연의 목적인 방패로 사용이 되었고, 좌측과 우측은 신발 밑창에 달았습니다. 스파이크슈즈 마법은 월등히 강한 힘을 받은 후에 넘어지면 위험을 자초합니다. 그 반대로 날개발톱이라 명명된 기술은 어느 일정한 압력을 넘어서게 되면 뒤로 미끄러져 보다 강한 지지대를 형성합니다. 스파이크슈즈 마법은 적병이 강한 힘으로 밀면 뒤로 물러서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날개발톱은 날개를 박거나 비틀어서 전진과 후퇴가 용이합니다. 공중으로 뜰 경우에 세 방패는 하나로 합쳐져 서핑용 서프보드와 같이 변해 보드를 타고 행글라이딩 마법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행글라이딩 마법은 크게 벌린 망토로 인해 동체의 움직임에 제한을 준다면 서프보드를 탈 경우에는 동작의 제한이 발바닥을 제외한다면 없습니다. 그만큼 안전합니다. 공중으로 사격하는 화살과 날개를 펴고 쫓는 비행몬스터 드레이크의 브레스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철장패는 날개방패로 변경하기로 작정했다. 다른 설명보다 귀에 박힌 것은 마갑방패의 강화였다. 굳이 따로따로 실드 마법진, 행글라이딩 마법진, 스파이크슈츠 마법진을 운용하는 것보다 하나의 마법진으로 통합해서 실드 마법을 펼친다면 지금보다 두 배의 힘을 낸다는 설명이었다. 다시 중경으로 돌아갈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러나 이어서 말하는 설명에 눈이 커졌다.


``굳이, 중경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7서클 마법사와 순도가 높은 일곱 개의 마나석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나머지는 미스릴, 황금, 다량의 철이 필요합니다."


말을 쉼없이 몰다가 영지로 들어가는 길과 황무지로 나아가는 갈림길에서 멈추었다.

``오늘은 날이 저물고 있으니 근처의 영지에 들렸다가 내일 출발하겠다."


일행을 이끌고 자작의 영지에 들어선 철장패는 노마법사 조덕화를 이끌고 도시를 들쑤시고 다녔다. 황금, 미스릴, 다량의 철은 어찌어찌 구했지만 월령이 요구하는 `마나석'은 찾기 힘들었다. 마지막 한 개가 애간장을 태웠다. 시간을 소비해 어느 허름한 고물상에서 조노야의 언급으로 먼지에 묻은 마나석 덩어리를 얻었다. 몬스터를 잡고 나온 천연 마나석이었다. 아직 가공이 되지 않아 걱정했지만 조노야가 괜찮다고 장담하자 값을 치루었다. 고물상에서 나오려 했다.

``함장님은 잠시 우측 구석을 보아 주십시오."


월령에게 아무렇게 부르라고 했더니 어느새 함장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고대인류 시대에는 배처럼 생긴 거대한 비행선을 타고 움직였다고 한다. 비행선의 중추적인 역활을 진화석이 담당했다고 첨언했다. 비행선의 지휘관은 함장이었다며 용무가 있어 철장패를 부를 때마다 함장으로 불렀다. 철장패가 보는 건 월령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철장패가 못 보는 건 월령도 알 수 없었다.


우측 구석에 있는 건 거대한 전투도끼였다. 철장패의 시선이 거대한 전투도끼에 머물자 고물상 주인은 팔고 싶은 욕심에 전투도끼를 집어드는 척했다. 마나석 덩어리를 거금을 주고 샀던 손님이었다.

``근처에 괴물 오우거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오우거가 쓰던 물건입니다. 귀족 나으리께서 사셨던 돌덩어리도 그놈에게서 나왔습니다. 하도 신기했던 녀석이라 버리기 아까워 모셔두고 있었습니다."


먼지가 뿌옇게 묻은 전투도끼를 보며 모셔둔다는 의미를 잠깐 생각했다. 쓴웃음을 지으며 철장패는 전투도끼를 집었다.

``얼마입니까?"

확연히 청년귀족이 산다는 걸 깨달은 고물상 주인은 값을 올리기 위해 입에 허풍을 담아 떠들었다. 이내, 내미는 이십 골드를 보고 벌어지는 입을 억지로 다물었다.


``더 달라고 한다면 그냥 가겠습니다."

허풍만 지껄이는 주인의 태도에 철장패의 말투도 냉랭해졌다.

``하,하,하... 뭐 주시는 거 감사히 받겠습니다."


냉큼, 손바닥에서 거금을 집어 호주머니 안으로 밀어넣었다.


고물상을 나와 한적한 장소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 조노야는 무거운 짐을 들고 끙끙거리는 부관 다섯 명과 호위 스물두 명이 불쌍해졌다. 대부분 철 덩어리였고 몇 개는 미스릴과 황금 덩어리였다. 가장 무거운 전투도끼를 메고 철장패가 앞장서서 걸었다. 한편에서는 편한 걸음으로 전직 치안관인 마르쿠스 와샤먼과 추적꾼 종리정탐이 뒤를 따랐다. 여포와 청오는 객잔에서 늘어지게 휴식했다.


멀리서 개구쟁이 소년들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뒤를 쫓아왔다.


나쁜 짓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넓은 장소에 도착하자 철장패는 월령을 소환했다. 거대한 마갑기가 소환되자 개구쟁이 소년들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근처에서 밭을 메던 농부와 아낙이 일손을 멈추었다. 가끔 기사단에서 마갑기를 타고 훈련하는 걸 봤지만 외진 장소에서 수상한 짓을 하자 걱정이 되었다.


재탄생이 된 월령은 골갑이었다. 딱히 강철로 만든 마갑기와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세밀히 살핀다면 곳곳에 이어붙인 흔적이 역력했다. 강철은 녹여서 큰 틀을 만들지만 골갑은 적당하게 크기를 잘라 이어붙여 틀을 완성했다. 특히 흑마법사의 키메라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더불어 성장한 게 골갑이었다. 대형 몬스터가 잡히면서 골갑은 마갑기의 한 부류로 다시 등장했다.


마수 베이모스의 뼈와 가죽은 강철보다 강했다. 그래서 자르고 이어붙이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마법사가 괜히 마법사가 아니었다. 똥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마법사만큼이나 지겨운 사람은 드물었다.


새삼, 월령을 보는 감회가 새로웠다. 거대한 마갑기 월령을, 손으로 매만지던 철장패는 천천히 탑승했다.


마갑방패를 소환했다. 4미터의 마갑방패는 날개방패로 다시 태어난다면 8미터로 변했다. 좌측과 우측 날개가 각각 2미터였다. 스파이크슈즈 마법을 대신하기 위해 좌측과 우측 날개에 발바닥까지 찍어야 했다.


``이제, 함장님은 기체 밖으로 나가셔도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주의할 점은 7서클 마법사의 마력이 끊이지 않고 저에게 주입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마력을 주입하다니?"

``마법사의 마나를 주입하는 것입니다만 마법진에 마나를 넣어 움직이게 하는 행위를 특별히 마력을 주입한다고 말합니다. 개인마다 마력을 주입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본체에 손을 대시는 분도 계시고, 마법지팡이로 마법진을 그려 마력을 이전시키는 분도 계십니다."

``마나와 마력은 달라?"

``마나를 마법진에 집어넣으면 움직이게 되는 힘을 마력이라고 합니다. 마나와 마력의 본질은 같지만 쓰임새가 달라 구별합니다."


질문을 그만하고 철장패는 내려왔다. 의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마법사에게 철장패는 부탁했다.

``월령이 알아서 할 겁니다. 조노야는 마력을 월령에게 주입하시면 됩니다."

``마갑기 스스로 마법진을 그린다는 말씀입니까?"


화들짝 놀란 조노야의 외침에 철장패는 장화를 신은 다리로 땅에 박힌 돌멩이를 슬슬 찼다.

``네, 그럴 모양입니다. 저도 기사라서 자세히 모르겠지만 월령을 믿습니다."


눈동자를 크게 뜬 조노야의 시선을 외면하며 큼지막한 손으로 월령을 매만지는 손길이 정성스럽다. 철장패는 월령을 만지다가 뒤로 물러섰다. 조노야가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며 마력을 주입할 자세를 취했다.


일이 시작되자 철장패는 다급하게 외쳤다.

``들고 있던 물건들은 한편에 쏟아라. 각각 종류에 따라 섞이지 않게 쏟아!"


오우거가 쓰던 거대한 전투도끼를 월령의 근처에 두었다. 마나석 일곱 개도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개구쟁이 소년들이 바짝 붙어서 구경하자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위험하니깐 너무 가까이 붙지 말아라. 구경하는 건 괜찮다. 그렇다고 저기 있는 황금이 갖고 싶다는 마음에 훔쳐서 도망치면 내 손에 죽는다!"

주먹을 크게 쥐고 협박하는 철장패에게 개구쟁이 소년들은 겁을 먹었다. 일순간, 철장패가 피식 웃자 와르르 따라 웃었다. 때가 묻지 않은 소년들의 싱그러운 웃음이 노을이 지는 하늘 속으로 퍼졌다.


월령이 움직였다. 노마법사가 주입하는 마력의 힘으로 근처의 철덩이를 주워 마갑방패 주변에 쌓았다. 마갑기의 커다란 손이 움직이니 몇 번으로 주변의 철, 황금, 미스릴, 전투도끼가 오망성을 그리며 제자리를 잡았다. 이내 몇 가지 도식이 그려지며 월령의 손에서 찬연한 빛이 뿜어졌다.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던 빛은 오망성의 한가운데 위치한 월령의 몸까지 덮치며 주변을 밝혔다.


노마법사 조덕화에게 보인 건 마법진이었다. 일반 사람이나 마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본다면 단순히 빛의 줄기가 뿜어지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그것은 공간에 그려지는 마법진이 분명했다. 마법진의 흔적은 `형상 기억 마법'과 유사했다.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마갑기의 심장이나, 중요한 마법진이 흩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형상 기억 마법'으로 덮기도 했다. `형상 기억 마법'를 시전하면 꽃잎이 날아다닌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대충 어떤 마법진을 시전하는지 알게 되자 쏟는 마력을 증가시켰다. 월령의 손짓이 빨라지는 걸 보자 제대로 마력을 증가시켰다는 걸 확인했다.


`형상 기억 마법'은 쉽지 않은 마법이었다. 숙달된 마법사라도 수백 번 수천 번을 연습해야 가능했다. 똑같은 동작을 훈련해야 마법 시전에서 실패가 적었다. 그것도 `형상 기억'을 시켜야 할 대상에 따라 매번 수식은 달라졌다. 모양이 여러가지 섞였다면 난이도는 대폭 올라갔다. 그래서 마법을 안다고 해도 쓰지 않았다. 쓰는 경우라고 해도 네모난 상자, 피라미드 형 건물, 딱딱한 금고와 같이 단순한 형상을 추구했다. 마갑방패는 형상이 단순했지만 내용은 단순하지 않았다. 공격하는 마갑대검을 흘리기 위해 각도가 옆으로 휘었다. 작은 각도의 휘어짐이지만 `형상 기억 마법'에서는 그야말로 난이한 과정의 수식이 뒤따랐다. 두 개의 기준선을 잡고 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수식은 간단히 설계가 되었다. 간단한 수식을 도출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마갑방패가 힘없이 부숴졌다. 그래서 공격에서 오는 충격을 막아줄 기준선은 다섯 개 이상이 들어간다. 기본적인 다섯 개 기준선을 중심으로 `황금방어율'이라고 불리는 각도로 마갑방패의 균형을 잡아야 했다. 그리고 팔목까지 들어가는 손잡이의 위치와 무게 비율까지 고려한다.


어지러운 생각을 멈추고 조노야는 마력을 이전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마갑기 스스로 마법진을 그린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 현장을 본다는 자체로 마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철장패는 월령의 동작을 보았다. 좌측 날개와 우측 날개가 될 부위에 발을 대는 모습을 묵묵히 구경했다. 그건 어떤 아쉬움이었는지 모르겠다. 동작이 너무 딱딱했다. 헛점이 너무 많았다. 월령을 생각할 때마다,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환상이 없지 않았다. 자신의 마갑기는 특별하다는 환상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특별하다는 건 옳았지만 전사로서 기사로서 생각한다면 월령은 평범한 기사였다. 실망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옆에 있어 주어 고마운 동료이자 동반자였다.


월령이 날개방패를 만드는 과정이 저지될 뻔했다.


갑자기 도시를 관할하는 기사단에서 오십 명이 달려와 포위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도시 안에서 마갑기를 소환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었습니다. 빨리, 역소환을 하십시오. 마갑기를 소환한 기사는 당장 우리와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난처해진 철장패는 심안호에게 고갯짓했다. 알아서 막으라는 신호였다.


심안호는 다가온 실버나이트에게 신분패를 제시했다.

``군부 통합참모본부 제7 감찰단에 소속된 심과장이다. 잠시 볼 일이 있어 마갑기를 소환했다. 빨리 일을 보고 역소환을 할 테니 잠시 기다려라."

``군부에서 나오셨다고 해도 지켜야 할 건 지키십시오!"


융통성이 없이 딱딱하게 나오는 영지 기사에게 심안호가 딴죽을 걸었다.

``듣는 소문으로 국경선 주변에 마적과 내통하는 로드가 있다고 들었다. 근처를 탐색하기 전에 마갑기를 점검하는 중이다. 우리의 일을 방해하는 너희의 행동에 무슨 뜻이 있나 고민 중이다. 마적과 내통해서 우리를 방해할 목적이라면...."


느긋한 자세를 버린 심안호는 얼굴이 굳어진 기사에게 매서운 시선을 들이댔다.

``이곳이 제후령의 영지라도 기사단 곳곳을 수사하겠다! 다시 말해서, 영지를 책임진 기사의 행동은 우리의 임무수행을 방해하여 마적단을 도울 목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심안호의 말은 점점 완곡하게 왜곡되어 달려온 영지의 기사를 압박했다. 너무 거창한 말에 입이 벌어져 말이 나오지 않던 영지기사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대답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진짜 마적과 내통하는 곳으로 내몰까 걱정되었다.

``그럼, 마갑기의 역소환이 될 때까지 주변을 보.호.하겠습니다. 조속히 빠른 역소환을 부탁합니다."


이제야 상황에 맞게 적당한 말을 꺼내는 영지기사에게 심안호는 웃으며 기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곳의 아량에 군부 감찰단으로서 고마움은 느낀다. 앞으로도 많은 협력을 부탁하겠다."


거수 경례로 답한 영지기사는 동행한 기사들로 주변을 둘러쌓았다. 영지민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한밤에 벌어지는 낯선 광경에 구경꾼이 늘었다. 마법진 한가운데에 서서 묘한 동작을 취하는 늙은 마법사와 거대한 마갑기가 벌이는 빛의 향연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영지에서 나온 기사들은 다가오는 구경꾼을 일정한 범위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단속했다.


두 시간에 걸친 빛의 향연이 멈추었다. 개구쟁이 소년 일곱 명과 같이 월령을 구경하던 철장패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독수리 날개 방패로 불리는 8미터의 마갑방패는 어딘가 엉성했다. 제대로 철을 녹이지도 않았다. 전투도끼는 모양을 유지한 채 8미터 마갑방패에 박혔다. 신기한 건 철덩어리와 황금조각들이 마갑방패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좌측과 우측 날개에 새겨진 발자국도 선명했다.


월령의 설명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형상 기억 마법'과 `자기 재생 마법'에 의해 날개방패는 완성된다고 한다. 봉인이 되어 하루만 지나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에 그런가 싶었다.


철장패는 월령을 역소환했다. 아직도 신기해서 집에 돌아가지 않는 개구쟁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른 집에 가거라. 벌써 밤이다. 기다리는 부모님께서 집에서 걱정하시겠다."


신기한 것을 구경해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 개구쟁이들을 뒤로 하고 철장패 일행은 객잔으로 돌아갔다.


하룻밤을 보내고 왕국군이 주둔한 `보염진'에 도착한 것은 이틀 후, 점심 무렵이었다.


성벽 안으로 들어서자 나타난 건 괴상한 무리들이 성문을 닫고 감찰단을 포위했다. 군인도 아니었고 기사도 아니었다. 험악한 얼굴과 난잡한 무기를 들고 다가섰다.


그 뒤로 왕국군 군인들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감찰단을 보고 있었다.


``우리는 왕남작님의 심복들이다. 너희들이 왕국군을 죽였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체포할 테니 순순히 무기를 버려라."


얼굴에 칼자국이 난 자가 앞으로 나와서 소리쳤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사태였다. 호위와 부관들이 철장패를 돌아보았다.

``심호위가 나서라. 여포와 청오는 화를 풀고 검집에서 손을 내려라. 그리고 명령이 있기 전까지 차분하게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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