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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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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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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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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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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753

작성
24.06.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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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추천
9
글자
12쪽

6-3

DUMMY

인간의 몸놀림이 아니었다.


지팡이에서는 무려 1장이 넘는 강기가 다발처럼 뻗어왔다.


황급히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며 전력을 다해 몸을 솟구쳤다.


그러나 어느새 다가온 강기,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 강맹했다.


하나 호락호락 당할 수는 없는 노릇.


“암천쌍무검(暗泉雙舞劍)!”


즉시 전력을 다해 본문 최고의 무공을 펼쳤다.


도사와 유사한 기운의 강기 다발이 화살촉처럼 산지사방 뻗어 나갔다.


“으헉!” “음!”


찬연한 빛의 무리가 허공중에 교차 되고 육중하고 답답한 신음성이 입술을 비집고 터져 나왔다.


큰 충격을 받은 중년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몇 합을 주고받아 보니 자신은 저 도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럴 땐 36계가 최고. 후일은 도모해야 한다.


그는 터지려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신없이 뛰고 또 뛰었다.


후미에선 무시무시한 도사의 악에 받친 외침이 연신 귓전을 파고들었다.


‘살아야 한다. 일단 살고 나야 복수를 하든 뭐든 할 수 있지···’


이를 뿌드득 갈며 희미해지는 의식을 깨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물가물해지는 의식.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얼마를 달렸을까. 더 이상 추적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떨궜을까?


무거운 눈꺼풀, 쉬고 싶다. 커다란 나무둥치를 발견한 그는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부스럭!


깜빡, 정신을 놓은 사이 들린 소리, 소스라치게 놀라 번쩍 눈을 뜬 그. 괴물 도사가 끝까지 추적해 온 모양이다.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했다.


어둠을 가르며 나무 사이로 언뜻 모습을 드러낸 검은 실루엣. 전력을 다해 마지막 남은 비도를 던졌다.


그러나 간단히 피해버리는 인형. 역시 맞다 는 생각에 밀려드는 허탈감. 지독한 늙은이. 꺼지려는 의식을 입술이 터져라, 깨물어 버티며 기다렸다.


지금 그에겐 기력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


그런데, 어! 말투가 젊다. 순간 달빛에 비친 상대의 얼굴, 도사가 아니다.


안심 때문일까. 긴장이 풀리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난 기억을 떠올린 중년인, 괴물 도사의 악다구니 같은 인상이 또렷이 머릿속에 박혀 들었다.


천하에 자신을 대적할 자는 없을 것이란 자부심이 자존심으로 남아 있었던 그다.


그러나 한순간 무너졌다.


분명 그 늙은이는 자신보다 한 수위, 아니 몇 수 위였다.


부끄럽지만 도망가지 않았다면 묵사발이 되어 죽었을 것이다.


“으드득!”


이가 갈렸다.

이런 수모는 태어나 처음 당하는 일. 항상 최고의 기재, 영재, 무재로 인정받고 자란 자신 아니었던가.


그래서 계주에게 발탁되며 단주로 인정받았던 것인데. 지금껏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최고라 여겼던 본문 무공이 여지없이 무너지다니.


회의감이 들었다.


이것이 최고는 아니란 말인가. 비틀비틀 일어섰다.


그런데 무언가 삼, 사장 떨어진 곳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자의 기척이 느껴졌다.


팽팽한 긴장에 솜털이 바싹 섰다.


“응? 이자는 젊은 청년?”


쓰러져있는 자는 청년이었다.


머리털이 고슴도치처럼 듬성듬성 자란. 그런데 어딘가 낯설지 않은 얼굴.


'그래! 나와 마주쳤던 젊은 그 녀석, 맞아!'


그제야 몸에 감긴 붕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네 녀석이 나를 구해주었구나! 고마운 녀석! 언젠가 내 너를 다시 만난다면 지금 이 은혜, 꼭 보답하마, 그러나 내겐 시간이 없다. 너무 지체되어 더 머물 수가 없구나.'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금은 일류고수 아니라 삼류고수에게도 힘 한번 못 쓰고 당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 그 괴물 도사를 또 만난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아직 죽어선 안 된다.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벌여 놓은 일은 또 얼마나 많고. 그는 미련 없이 신형을 돌렸다.


그러나 문득 들어온 청년의 벌어진 왼쪽 가슴, 거기엔 엄지손가락 크기의 용 모양 반점이 투영되어 비쳤다.


“기억하마!”


금방이라도 죽을 듯싶었던 중년인은 깊은 산중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한 시진 이상 시간이 흐른 뒤.


“아이쿠! 머리야!”


비명과 함께 깨어난 팽욱, 누군가 가격해 정신을 잃었다.


누구였지? 곧바로 사방을 훑었다.


어둠이 걷힌 숲은 해가 중천에 떠올라 환했다.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이때 문득 떠오른 중년인. 위중한 상태였지 않은가.


다리를 질질 끌며 중년인이 누워있던 자리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어!”


없다. 어디로 갔지?


혹 들짐승이 죽은 시체로 오인, 물어간 것인가?


그는 온 산중이 떠나가도록 소리치며 사라진 중년인을 애타게 찾았다.


그러나 이미 무정하게 사라진 그자가 다시 나타날 리는 만무. 찾는 걸 포기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터덜터덜 산길을 걸어 노인이 말한 길을 따라 고향집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미숙해 그렇게 되었으니'


모든 것이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면. 궁금한 점, 분명 머리를 강타당했는데 왜 멀쩡할까 하는 의문.


두 사람만 있었는데 도대체 어떤 자가 자신의 이목을 피해 공격하고 죽어가는 자를 데리고(?) 갔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


이 모든 게 노인이 말한 산신령의 수작에 의한 한밤의 지독한 꿈이었나?


그러기엔 뒤통수에 남은 상처와 목에 남은 자국, 빠져나간 내력의 충격이 너무 선명하다.



이튿날.

팽욱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파천교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바로 지척에 꿈에 그리던 초가 불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반겼다.


싸리문을 열고 계단을 단숨에 뛰어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방문 앞에 우뚝 멈춰 섰다.


쿵쿵! 두 근반, 세 근반 긴장과 설렘에 떨린 가슴을 부여잡고 아버지, 어머니를 힘차게 불렀다.


"어머니! 아버지! 저 팽욱이 왔어요!”


다감하지 못한 투박한 음성이 미웠다.


"누, 누구?”


방문이 벌컥 열리며 어머니가 옷고름이 풀린 줄도 모르고 버선발로 달려 나왔다.


“욱아!”


방문 앞에 서 있는 훌쩍 커버린 팽욱, 그를 보는 어머니의 눈에는 어느새 그렁그렁 굵은 눈물이 맺혔다.


"이놈아! 어디 갔다, 이제 왔어!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아느냐?"

"죄송합니다. 어머니"


오랜만에 본 어머니 얼굴, 왜 이리 늙으셨단 말이냐.


바보 같은 아들 걱정에 2년을 시름으로 보낸 어머니의 얼굴에는 시름이 굴곡진 주름으로 새겨져 있었다.


“야 인마! 욱아!”


원평이 목소리?


건넌방 팽욱이 머물던 방에서 녀석이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그동안 꿈에서나 만났던 형 같은 친구. 한달음에 달려 뜨겁게 얼싸안았다.


보고 싶은 놈! 보고 싶었던 놈! 살아 돌아만 온다면 무엇이라도 해 주겠다, 하늘에 맹세하지 않았던가.


주책없는 눈물이 고슴도치처럼 자란 구레나룻을 비집고 흘러내렸다.


“그래! 그래!”


민둥머리 아들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며 어떻게 된 일인지 묻는 어머니와 살아있으면서 왜 소식 한 장 없었느냐는 원평의 질책까지 못다 한 그리운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세 사람은 흘러간 지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감격의 상봉과 기쁨의 감정이 누그러들 즈음 팽욱은 언 듯 든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도록 아버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


"어머니! 아버지는요?"


갑자기 어머니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아버지는 널 찾는다며 1년 전 나섰는데··· 여태껏 아무 소식이 없으시다."


듣는 순간 가슴이 쿵쿵 뛰었다.


동시에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내는 어머니.


도대체 자신이 없었던 지난 1년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도대체 어디로 가셨기에 소식 한 장 없었다는 말이죠?"


답답한 마음이 갈라진 목소리로 튀었다.


아들의 놀란 반응에 어머니 목소리 역시 가늘게 떨렸다.


"인편으로 온 마지막 소식은 개봉에 계시다는 것이었는데···."


끝말을 흐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잠겨 들어 거의 들릴 듯 말 듯 작았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 벌써 1년이나 지났다는데 어찌! 원망의 시선이 친구 원평을 향해 쏘아졌다.


"원평아! 너라도 아버지를 찾아보지 그랬냐!"


순간 죄지은 사람처럼 말없이 고개를 떨구는 원평.


"너무 책하진 말 거라, 그게 다 이 어미 때문에 생긴 일이니···."


서먹해진 둘 사이에 어머니가 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어머니의 말씀은 이랬다.


아들이 실종되자 동분서주하시던 아버님은 결국 어머니를 홀로 남기고 찾아 나섰는데 꾸준히 연락을 남겼던 아버님의 소식이 어느 날 뚝 끊겼단다.


그 후 두 달이 더 지나도 깜깜, 무소식인 두 사람 때문에 결국 두 친구가 찾아 나서려 했는데 하필 깊은 병에 드신 어머니 때문에 꼼짝할 수가 없었단다.


결국, 병이 완쾌되길 기다리다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던 것.


어머니가 편찮았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한 팽욱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 지금은요?"

"물론 다 나았지"


이제는 괜찮으시다니 정말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의 미소에 덩달아 미소 짓던 팽욱은 문득 오면서 얻었던 약재에 생각이 미치자 품을 뒤져 한 움큼의 산청목을 어머니 앞에 내밀었다.


“이, 이건 무엇이냐?”

“산청목이라 하는데 간에 특히 좋다 합니다. 원래는···.”


팽욱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간에 좋다며 말을 꺼내다 울먹이는 아들을 보며 어깨를 두드리시는 어머니.


“욘석아! 사내놈이 그리 눈물이 흔해 어찌 큰일을 하겠어.”

“죄,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해 사 왔으리라 짐작한 어머니는 효성 가득한 자식 모습에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네가 아버님을 찾아 달여드리면 되지 않겠니. 그만 눈물 거두 거라. 친구 보기에 민망하구나.”


화제를 돌리려는 듯 친구의 어깨를 토닥이는 어머니.


"여기 있는 두 친구가 돌아가며 간호해 줘 이젠 깨끗이 나았다. 원평이는 다점 일까지 관두고 지금껏 내 병, 수발은 물론 집안일까지 모두 도맡아 해 오지 않았겠니."


친구지만 너무 고마워 어찌할 바 몰라 머리를 긁적이는 팽욱.


"원평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고마움에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야! 너, 우리 사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정말 섭하다."

“아 참! 내 정신 보게 팽욱아 배고프지?”


어머니가 깜빡했다는 듯 먹을 것을 챙기러 들어가셨다.


물끄러미 뒷모습을 지켜보는 팽욱, 감개무량한 것은 물론 친형제나 다름없는 녀석까지 다시 보게 되었으니 흐흐.


"고맙다 원평아!"

"헤에 자식, 쑥스럽게 그러지 마라! 만약 입장 바꿔 내게 그런 일이 생겼다면 네 녀석이 모른 척했겠냐."


둘은 다시 한번 뜨거운 재회의 포옹을 나눴다.


쿵쿵 뛰는 가슴박동, 그에 묻어 전해지는 따스한 체온 그래 이것이었어.


"너, 도대체 어떻게 지낸 거냐?"

"글쎄, 말하면 너무 긴데···."


나원평은 가시처럼 송송 자란 팽욱의 머리를 재밌다는 듯 만지작거리며 함께 방에 들어갔다.


하늘거리는 초롱불의 가느다란 불빛이 유난히 따뜻하고 밝았다.


"너, 대머리 정말 잘 어울린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고 다녀라!"

"뭐라고!"

"하하! 농담이다. 농담, 그래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해봐."

"알았다 이놈아! 클클클! 거기서 나는 미친놈처럼···."


어머니가 차려 내온 밥상 위에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된장찌개와 김치, 갓 따온 상추와 고추의 싱싱함이 한데 어우러져 구수하고 신선한 상반된 입맛을 입안 가득 돋게 해 주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된장찌개 맛인가.


감사하단 말과 함께 한달음에 밥상을 독차지한 팽욱, 장소광이 또 나타난 듯한 착각이 드는 건 어이 된 일일까?


“하하하! 천천히 먹어라, 이놈아!”

“예?!”


너도 그 말에 옛 기억이 떠오른 것이냐?



‘고개 번쩍 들고 저 하늘을 보게.

배 볼록 나온 둥근 보름달 보이지?

그 많던 별 혼자 꿀꺽 삼키고

욕심껏 트림하고 있잖아.

뚱뚱 진 배 탕탕, 두드리며.’



큭큭큭!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혁린천, 셋의 도란도란 이어진 곰살스러운 이야기는 끊어질 줄 모르고 밤새 하얗게 이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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