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신의주의 비밀(2)
제28화 신의주의 비밀(2)
제27화에 이어 계속.
신의주 XX종합병원 시체보관실.
귀쪽에 검은 링을 단 사내가 이부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방 주변으로 돌린다.
방 왼쪽벽에는 도청장치가 달린 스피커, 이부장 뒷
쪽벽에는 커다란 카메라 렌즈가 위 빨간불을 내뿜
으며 이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카메라 렌즈 위쪽에 빨간불이 녹색불로
바뀌더니, 얼마되지 않아 문쪽에서 노크소리가 나
며 부관 한명이 방안으로 급히 들어오며 말한다.
“죄송합네다! 고문동지...도청장치랑 카메라부품이
중국산이라..... 곧 교체하면 작동 될끼야오. “
검은 링을 한 사내가 부관을 노려보며 쓴 웃음을
짓는다.
“부품이 중국산이어서가 아니라....동무들이 다 헤
쳐먹는 거 아니야?”
촬영실 부관이 머뭇거리며 말을 더듬는다.
“아..아니야요...5~10분이면 됩네다! 빨리 교체하겠
시요!“
검은링을 한 사내가 인상을 쓰며 밖으로 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재빨리 철문밖으로 나간 부관의 발자국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쯤, 검은 링을 단 사내가 이부
장쪽으로 다가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이부장 머
리에 씌여진 복면을 천천히 벗기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리듬을 타듯 몸을 흔들며 흥얼거리기 시
작한다.
“강가라~강강강강~ 강가라~강강강~최강! 이~강!”
“하하”
사내의 노래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한 이부
장, 아무말 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검은 링을 단 사내가 이부장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
보며 말을 건넨다.
“넌 어떻게 늙지를 않냐? 그때 그대로네. 얼굴이?”
한동안 말없이 누운 채 사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
던 이부장,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한다.
“형...사실었구나....”
검은 링을 한 사내가 이부장 뒤쪽벽에 설치되어 있
는 카메라 위 녹색불을 재확인하며 다시 말을 꺼낸
다.
“쫌 사적인 대화를 해두 되겠다. 쟤네들 덕택으로
..ㅎ”
“뭐 사실은...”
담배를 하나 꺼내며 말을 잇는다.
“돼지부대 나오기 직전 대학 간다고 너한테 수학,
영어배우면서...너랑 놀았을 때가..그때가 정말 좋
았었는데..“
이부장이 사내의 말을 끊으며 반문한다.
“그렇게 좋아서 형택형이랑 재중이형 판거야?
이쪽 애들 한테?“
검은 링을 한 사내가 담배를 한가치 꺼내 입쪽에
가져가 한참을 빨은 뒤 화재를 바꿔 묻는다.
“아버님, 어머님은 건강하시지?”
분노 섞인 어조로 강하게 묻는다.
“자성이형, 형규형, 민형이형.....다! 형이 불었지?”
이부장의 묻는 말을 애써 외면하며 화제를 전환하
려 한다.
“그때 주경이 잘 사겼니? 그게 언제적이야? 20년
도 훨씬 더 된나? 내눈치는 왜봤냐? 그때?“
이부장이 아무런 대답없이 분노에 찬 얼굴로 사내
를 올려다 본다.
검은 링을 한 사내, 똑같이 쳐다보며 태연하게 묻
는다.
“돼지부대...해체됬다며?”
이부장이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른다.
“형!”
이부장의 외침에 검은 링을 한 사내, 아무 말없이
시선을 밑으로 가져간다.
바로 이때, 카메라위쪽의 녹색불이 빨간불로 바뀐
다.
녹색불로 바뀐 것을 힐긋 보던 사내가 갑자기 벌
떡 일어나 이부장의 가슴팍을 힘차게 찬다.
“헉!”
사내의 갑작스런 공격에 가슴이 턱 막힌 이부장이
고통스러워 하며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한다.
고통스러워 하는 이부장을 내려다 보던 사내가 잠
시 고개를 돌려 카메라쪽을 다시 한번 힐긋보더니
거침없이 말을 뱉기 시작한다.
“남쪽이 나한테 해준게 뭔데? 넌 이렇게 니 자신을
희생하며 얻은게 뭐냐? 가스통에 불붙이고 이마에
피도 안마른 전경애들이랑 몽둥이 싸움하는거?“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지 언성을 더더욱 높인다.
“남쪽에서 우리 X같이 부려 먹고....퇴사하면 일자
리 찾기도 힘든데 정보사애들 붙여서 감시나 하고
...“
“여긴 말이야. 남쪽 한번 갔다오면 영웅대접이야!”
이부장, 고통스러워 하며 사내의 말을 듣기만 한
다.
******************
신의주에서 단둥쪽으로 향하는 검은색 벤츠차량안
에는 정찰총국장과 그의 부관이 태블릿 PC로 이들
의 대화장면을 보며 듣고 있었다.
부관이 조심스레 총국장에게 묻는다.
“놈의 얼굴이 안보이구 뒤통수만 보입네다...잘할
것 같습네까? 고문동지도 남쪽 돼지부대출신 아
닙네까? 저놈도 돼지부대 출신인가 봅네다?“
정찰 총국장이 잠시 부관을 쳐다보며 비웃는다.
“너보다는 훨씬 잘 할거야요. 사상검증 끝났고
저 동지 때문에 우리 북쪽에서 활동하던 남쪽
간나들...얼마나 많이 잡었어?“
부관, 뻘줌한 얼굴로 잠시 창문쪽을 바라본다.
정찰 총국장이 다시 태블릿쪽을 쳐다보며 말한
다.
“저놈도 돼지부대출신이였군....”
*************
신의주 XX종합병원 시체보관실.
고통스러워 하며 쓰러져 있는 이부장을 내려다 보
고 있던 검은링을 단 사내가 이부장쪽으로 다가와
앉아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어. 빨리 부는게 좋을거
야..”
라고 말하더니 카메라를 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야! 들어와!”
몇분후 덩치 큰 살찐 사내 세명이 각각 검은 서
류가방을 들고 들어 온다.
고통스러워 하던 이부장, 이제 숨통이 트였는지 말
을 막 하려 한다.
그때, 벌떡 일어난 사내가 이부장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다시 한번 강하게 가슴을 찬다.
‘컥!’
가슴을 부여 잡으며 다시 고끄라진다.
검은 링을 한 사내가 살찐 사내중 조장으로 보이는
사내를 바라보며 지시를 내린다.
“나 저쪽 영상실에서 보고 있을테니 한시간안에 불
게 해..”
“알갔습네다!!”
검은 링을 한 사내가 철문밖으로 나간다.
조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고문동지가 나간 것을 확
인한 후 쓰러져 있는 이부장쪽으로 와 쇠줄이 파고
든 이부장의 발목쪽을 군화밑창으로 서서히 밟기
시작한다.
“아~~아....악!!”
라고 외치며 너무도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지른다.
“어이~돼지동무! 난 말이야! 너같은 돼지동무들 한
두마리 족친게 아니야. 난 니들 습성을 알아....좋
은 말로 할때 묻는말에 대답 잘하라우! 알간?“
이부장,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아무말이 없다.
조장사내, 다시 한번 밟은 부위를 힘차게 밟는다.
“아아........악!”
다시 괴성을 지른다.
조장사내가 머리를 이부장쪽으로 숙이며 묻는다.
“소속이 어디네?”
이부장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답한다.
“돼...지...부대...다....이.. 돼..지새끼야!”
조장사내, 심기가 불편한 듯 아까보다 더 강하게
밟는다.
순간, 방밖으로 이부장의 괴성이 터질 듯이 메아
리 친다.
**************
신의주 XX종합병원 정문.
북쪽에서는 보기 힘든 빨간색 벤츠 세단이 정문쪽
으로 들어와 초병의 지시에 따라 멈춘다.
운전석 옆 검정색으로 썬팅된 창문이 천천히 내려
가며 출입증을 집고 있는 새 하얀 여자손이 초병
앞으로 불쑥 튀어 나온다.
출입증를 확인한 초병이 차안쪽으로 머리를 드리밀
며 내부를 확인한 후 거수경례를 하며 통과 시킨다.
이 모습을 지켜 보던 또 다른 초병이 검문했던 초
병에게 말을 건넨다.
“여자 아니네?”
“무지...고와(이쁘다)...그런데 호위총국에서 나왔어.”
종합병원 출입구에는 백발 사내가 자신들의 부하들
과 함께 자신의 차량을 기다리며 서 있다.
이때, 빨간색 벤츠차량에서 내린 쭉 빠진 몸매의 검
정색 썬글라스를 낀 하얀 피부의 여군관이 출입문쪽
으로 걸어 오더니 백발 사내에게 경례를 하며 지나
가려 한다.
백발사내, 자신앞을 지나쳐가는 여군을 유심히 쳐다
보다가 여군의 등뒤에서 큰소리로 말한다.
“이보라우.. 여군관 동무!”
백발 사내를 지나쳐 출입문쪽으로 걸어 가던 여군
이 백발 사내의 부름에 즉각 뒤를 돌아 똑부러지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답문한다.
“저! 말입네까?”
“그래...자네...”
하얀피부의 여군관이 백발 사내 앞으로 걸어가 선
다.
백발 사내가 한쪽 손으로 원을 그리며 말을 건넨
다.
“뒤돌아 보라우..”
여군이 백발사내의 지시에 따라 뒤를 돈다.
백발사내가 여군의 뒤쪽으로 다가와 한손으로 여
군의 어깨 위를 잡고 진녹색 군복등 뒤에 붙어 있
던 하얀 실밥 하나를 떼어 내여 여군에게 보여준
다.
하얀피부의 여군관이 기립하며 큰소리로 말한다.
“감사합네다. 무력부장동지!”
백발 사내가 잠시 웃음을 지으며 여군관의 군복
마크를 유심히 본다.
“호위총국에서 나왔네?”
“그렇습네다!”
그때, 무력부장 일행의 차가 출입문 앞에 막 도착
한다.
“자강도 안가쪽으로 갈라고 왔네? 지하로?”
이때, 옆에 있던 부관이 백발사내에게 다급히 말
을 한다.
“무력부장 동지..지금 총정치국장(북한권력 제2인
자) 동지가 이미 와 계신다고 합니다.“
헤어지는 게 아쉬운지 긴 한숨을 쉬며 말을 건넨
다.
“과업! 잘해주기 바라오! 여군관동지...”
“알겠습네다!! 무력부장동지!”
백발의 사내에게 경례하며 출입문 안쪽으로 당당
히 들어간다.
신속하게 자신의 차량에 탄 백발 사내, 출입문쪽
으로 들어가는 여군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
며 부하들에게 말을 꺼낸다.
“저 여군관동무 아주.....”
“내 아들놈이 이제 장가좀 가야하는데...여성동무
들한테 인기가 없어....“
백발 사내 옆에 탄 부관이 재빨리 말을 꺼낸다.
“무슨 말씀을...우리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역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습격을 성공리에 끝마친 영
웅 아니십네까?“
조수석에 타고 있던 또 한명의 부관이 거든다.
“인기가 하늘을 찌릅네다!“
백발 사내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꾸짖는다.
“영웅은 무슨......”
그러다가 창문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를 짓
는다.
“그건....인정하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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