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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ss 의 Real Science Fiction

영웅, 김대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wanss
작품등록일 :
2015.01.01 16:58
최근연재일 :
2015.01.28 12:0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7,528
추천수 :
845
글자수 :
191,324

작성
15.01.16 12:00
조회
984
추천
14
글자
21쪽

4. 힘싸움

DUMMY

우리는 식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북적거리고 복잡한 게 겉으로 보아도 맛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소란스러울 것 같은데? 오히려 저런 곳보다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 이야기하기에는 좋은데 말이야.’

나는 ‘원조 밥 아저씨네’라 불리는 식당에서 시선을 거둬 한산한 식당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그런 나를 본 페이가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식당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 아닙니다. 그저 너무 복잡해 보여서요. 이야기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은데. 다른 한산한 식당은 없나요?”

“다른 식당이요?”

페이는 내 말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해 보았다.

“이 근처에 이야기를 할 만한 다른 식당은 찾기가 힘들어요.”

나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요? 아,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우리도 어서 가서 줄을 서죠. 사람이 더 오기 전에 얼른 줄을 서야 조금이라도 빨리 먹고 빨리 이야기를 할 수 있잖아요.”

페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이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만약 김 대리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식당에 말을 해둘 수는 있어요. 그러면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데 괜찮으신가요? 운이 좋으면 방으로 안내도 받을 수 있구요.”

나는 아까부터 내 눈치를 보는 그녀를 약간은 부담스럽게 느끼며 그녀의 말에 질문했다.

“무슨 말을 해두신다는 거죠?”

“그게... 제가 대학자님의 손녀딸이니까. 이런 유명한 식당에서는 귀족들을 우대해 주거든요. 아! 물론 저는 이런 걸 좋아하지는 않아요. 귀족이라고 특별대우를 받고 그러는 건 싫어요. 하지만 그래도 김 대리님이 원하신다면. 그리고 김 대리님이시니까.”

그녀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서는 뒤로 갈수록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근데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저 그런 여자는 아니에요. 막 귀족이라고 다른 사람 깔보고 행패를 부리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나는 약간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

“저기, 그런 생각은 한번 도 해본 적이 없는데요.”

내 대답에 페이는 안심한 듯 한숨을 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 다행이다. 저는 오해를 하신 줄 알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보며 나는 답답함에 그녀를 재촉했다.

“뭐가 감사한 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지금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네요. 그냥 빨리 저 식당으로 가서 그 특권인지 뭔지를 쓰고 이야기를 시작하죠.”

“아! 네. 따라오세요.”

그녀는 내 말에 밝게 말하더니 재빨리 식당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뛰기보다는 뒷목을 주무르며 천천히 걸었다.

“하... 끊었던 담배가 다시 생각나는군.”

만약, 이곳에 연초가 있었다면 지금 당장 하나 꺼내서 깊게 한 모금 빨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거칠고 탁한 연기 한 모금 쪽 빨면 머리가 개운해질 것 같다.’

나는 의식적으로 입을 오물거리며 담배를 물고 있는 상상을 했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이 안 나더니 갑자기 피고 싶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참는 거라더니 정말인가?’

“김 대리님!”

내가 나만의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 때 이미 식당에 도착해 이야기를 끝냈는지 그녀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네~ 갑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좀 더 빨리 걸어 식당으로 갔다.

“지배인이 남는 방이 있다고 하네요. 그곳에서 식사하면 될 것 같아요.”

페이는 그렇게 말한 뒤 우리의 앞에 있는 지배인을 바라보았다. 깔끔한 하얀 옷을 입은 지배인이 허리를 반쯤 접어가며 우리를 환대했다.

“이렇게 귀하신 분들을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시죠.”

지배인은 허리를 펴지 않고 손을 입구 쪽으로 뻗어 우리를 안내했다. 공손함의 극치였다.

‘신분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대단한 건가? 이 정도로 대접을 받다니?’

나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대우에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

“어서 가요. 김 대리님.”

페이는 가만히 서 있는 나를 재촉하며 먼저 들어가려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녀의 뒤를 쫓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 우리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는지 줄이 길게 서 있는 곳에서 어떤 사람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귀족인가?”

“젠장, 우리는 이렇게 기다리는데.”

“쉿! 들으면 어떡하려고?”

“들으면 들으라지. 젠장. 이거 더러워서.”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돌려 그 줄을 바라보았다.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상당히 걸걸하고 거친 목소리가 우리를 비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목소리와 어울리는 얼굴을 한 어느 중년남성을 찾아내 바라보았다. 상당히 긴 줄이었지만 덩치가 크고 큰 근육이 돋아나 있는 남자는 눈에 쉽게 띄었고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흠흠... 이보게. 점심 먹고 우리 어디나 갈까?”

덩치와 안 맞게 남자는 눈치도 빠르고 상당히 영리한 듯했다.

‘그러고 보니 화가 날만도 하겠군. 뭣도 아닌 귀족이라고 이렇게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니 말이야.’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미안한 마음에 양해를 구하려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뿐만이 아니라 줄을 서고 있던 대부분 사람의 얼굴이 안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몇몇은 화가 났는지 얼굴이 벌게지거나 주먹을 쥐기도 했다. 그런데

“저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지배인은 그런 나를 보며 불안한 듯 눈치를 보았다.

“아, 아닙니다. 아무래도 새치기를 하는 기분이라서요.”

나는 시선을 돌려 줄을 선 채 우리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거 참. 미안합니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저희가 결례를 범했네요.”

“김 대리님?”

페이가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마 귀족으로 태어나고 자란 그녀에게는 이런 행동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느껴진 것 같았다.

‘그럼 어때, 나도 원래는 한국에서 평범한 시민이었는데.’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도 줄을 서서 먹는 게 어떨까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페이는 내 진지한 목소리와 행동에 약간은 당황한 것 같았다.

“저... 괜찮으시겠어요? 이 정도 줄이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텐데. 거기다 아까는 빨리 들어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이고. 그냥 들어오십시오.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내 모습에 지배인은 뭐가 그리 불안한지 이제는 식은땀 마저 흘리며 굽신 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 그 모습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직업 정신이 투철 한 건가? 그래도 저 정도로 하지는 않을 텐데. 우리가 귀족이라 그런가?’

순간적이지만 귀족이라는 것이 굉장히 거추장스럽다고 느껴졌다. 이렇게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특권을 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들어가면 음식이 목으로 넘어 갈까요? 이거 영 양심에 찔리는데. 그냥 가서 줄을 서겠습니다.”

나는 지배인을 향해 말을 하고는 줄을 향해 움직이려 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페이도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미쳐 눈치를 못 챘네요. 그냥 귀족이 아니시죠? 그럼 오늘은 특별히 두 분을 위해 점심시간 동안 이 식당을 통째로 전세를 내시는 건 어떠십니까?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뜬금없는 오해를 하며 무리수를 두는 지배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귀한 분들을 모시는데 저희가 어찌 돈을 받겠습니까? 그냥 아무런 걱정하지 마시고 오셔서 좋은 음식을 즐기고 가시면 됩니다.”

지배인은 땀을 넘어서 다리까지 후들거리며 말을 했다. 그러자 내 뒤에서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점점 더 큰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염병.”

“저게 뭐하는 짓인지.”

“냅둬. 귀족이잖아. 우리랑은 다르다고.”

나는 웅성거림이 심해지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에 잠시 움찔했다. 마치 조금만 더 자극하면 터질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김 대리님.”

나는 갑자기 나를 부르는 페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주변을 경계하듯 내 앞에 서더니 나를 뒤로 밀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들어가야 합니다. 저희가 이곳에 있으면 사람들만 더 자극하는 꼴이에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페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지배인에게 빠르게 명령했다. 그 모습이 아까의 철딱서니 없는 모습과는 다르게 신속하고 정확했다.

“어서 방을 준비해 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어서.”

지배인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앞장서서 빠르게 걸으며 우리를 안내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단지 미안해서 그런건데.’

일단 그 정도가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피하고자 나는 페이와 지배인을 쫓아갔다. 그러자 뒤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퉤!”

“망할 놈의 귀족들. 도대체 언제까지 저러고 다닐건지.”

“입 조심하게. 그러다 자네 가족까지 전부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어.”

“쳇. 할 수 있으면 해보라지. 보니까 비리비리해서 새가슴일게 뻔 한데 뭐. 도망가는 거 봤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나에 대한 조롱을 들으며 착잡한 마음으로 이층을 향해 올라갔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꽤 냉정하게 행동하던 페이가 몸을 돌려서는 화가 난 얼굴을 했다.

“왜 그러시죠?”

그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자 우리를 안내하던 지배인도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너무하네요. 저 사람들. 그냥 넘어가려 했더니만.”

페이는 갑자기 굳은 얼굴을 하고는 다시 일 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런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나는 황급히 그녀를 따라 내려갔다.

“방금 귀족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람이 누굽니까?”

내 눈앞에서 페이는 굉장히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흥분하며 떠들 던 사람들이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귀족에 대한 모욕은 즉결처형을 해도 할 말이 없는 죄입니다.”

페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거기다 김 대리님은 여러분을 생각하셔서 줄을 서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이렇게 욕먹을 일입니까? 누구입니까. 아까 모욕적인 언사를 행한 사람이.”

그녀는 방금 전 내가 알던 그녀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돌변해서는 무섭게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주모자를 찾기 위해 눈을 번뜩였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기에 눌린 것인지 대부분 사람들은 조용히 딴짓을 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땅만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 전원을...”

나는 그녀가 실수하기 전에 서둘러 달려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김 대리님?”

“그만 가죠. 우리가 잘 못 한 거잖아요.”

페이는 내 모습에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저들이...”

“아니요. 우리 잘못입니다.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아요. 어서 가서 식사나 하죠?”

나는 페이의 손을 잡은 채 그녀를 당겨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내 등 뒤로 무거워진 분위기와 냉랭한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가슴속이 돌이라도 들어있는 것 마냥 껄끄럽기 시작했다. 내가 했던 의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기... 김... 김 대리님.”

“네?”

나는 좋지 못한 기분을 하고 그녀를 끌고 가다 말을 더듬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낮게 눈을 깔고 얼굴을 붉힌 페이가 보였다. 그녀는 쑥스러운 얼굴을 하며 내 손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아뇨.”

그녀는 내가 손을 놓자 무언가 아쉬운 표정으로 내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 참새처럼 작게 속삭였다.

“계속 잡고 있으셔도 좋은데...”

나는 분명히 그녀의 말을 들었지만 억지로 혼잣말로 치부해버리고는 무시했다.

“흠흠! 어서 이리로 오시죠. 이쪽 방입니다.”

그러자 그런 우리를 바라보던 지배인이 헛기침을 몇 번 한 다음 다시 안내를 시작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어서 가죠. 페이님.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 지배인을 바라본 뒤 뛰어갔다.

‘좋은 타이밍이다.’

나는 속으로 저렇게 생각을 한 뒤 지배인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그의 옆을 지날 때,

“감사합니다.”

작게 그의 귀에다가 속삭였다. 그러자 지배인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모습에 눈을 찡긋거렸다.

“아...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아가씨께서도 어서 이리로 오시죠.”

지배인은 먼저 들어간 나를 향해 잠시 머뭇거리다가 얼른 페이를 향해 다가가서는 방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런데 이번엔 페이가 나와 비슷하게 지배인의 옆에서 무언가를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자 지배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슨 일이지?’

나는 그 모습에 어리둥절함을 느끼며 그 둘을 바라보았다.

“죄... 죄송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지배인은 무언가 겁을 먹은 것인지 황급히 페이를 방으로 안내하더니 급하게 문을 닫고는 어디론가 뛰어갔다.

“방금 무슨 말을 한 겁니까?”

“아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페이는 손을 저어가며 얼버무렸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에는 지배인의 표정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아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나는 황급히 화제를 전환하는 페이를 의심스럽게 노려보았다.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한 뒤 시선을 거둬 식탁 위에 놓여있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방금 전 상황에서 긴장했는지 목이 탔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제가 생각한 거랑은 다르게 제 의도가 많이 곡해됐네요.”

나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 푼 다음 편한 자세로 앉았다. 그러자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침을 꼴깍 삼키며 내 와이셔츠를 바라보았다.

“제 와이셔츠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 아뇨. 아니에요. 그, 아까 뭐라고 하셨죠?”

나는 상태가 이상해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다 다시 한 번 내가 한 질문을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제가 생각한 거랑은 다르게 제 의도가 많이 곡해가 되었다고요.”

나는 씁쓸한 얼굴로 말을 했다. 왠지 입안에 들어간 물도 쓰다고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그게. 우리는 귀족이니깐요. 저들에게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가식적이고 순수하지 않게 보이겠죠.”

페이는 나와 마찬가지로 씁쓸한 얼굴을 하며 말을 이었다.

“다음부터는 함부로 평민들에게 선행을 베풀거나 어울리려 하면 안 돼요. 이건 호위 기사로써 드리는 말씀이에요.”

나는 그녀의 말을 잠시 생각해보다 입을 열었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죠? 선행을 베풀면 그만큼 좋은 거 아닌가요? 그리고 평민들이랑 어울리면 그만큼 평민들의 고충이나 필요한 것들을 잘 알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요?”

페이는 내 말을 듣더니 살짝 웃었다.

“저보다 더 순진하신 것 같네요. 할아버님께서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순진할 거라 말씀하셨는데.”

나는 배시시 웃어 보이는 그녀를 보며 미간을 살짝 좁혔다.

“순진하다뇨. 이래 봬도 사회생활을 꽤 잘했습니다. 순진하다면 그런 거 못 합니다. 사회생활 이런 거.”

“혹시 기분 상하셨나요?”

페이는 나를 향해 조심히 물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다 슬쩍 딴 곳을 보고는 아까 한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에서 귀족들은 정말 많은 특혜를 받으며 살고 있어요. 세금과 병역을 면제받고 하인이나 노예를 부릴 수 도 있죠. 거기다 대부분 귀족들은 영토를 가지고 그 안에서만큼은 왕처럼 행동해요. 이곳이야 수도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지만 아마 수도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할 거에요. 거기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귀족에 의한 겁탈이나 살인도 자주 일어난다고 하더라구요. 이므론 폐하의 힘도 수도 밖으로는 잘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죠.”

나는 페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귀족이 뭘 하든 아니 꼽겠네요.”

내 말에 페이는 동의 뜻을 나타냈다.

“그렇죠. 아무리 폐하께서 백성을 사랑한다고 하시지만, 귀족들까지는 어떻게 못 하시죠.”

“그 이므론 폐하가 귀족들을 어떻게 못 한다니... 귀족들의 힘이 그렇게 강한가요?”

나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한 성격하는 왕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에요. 어느 때보다 왕권의 힘이 강하다고 하니까요. 할아버님이 말씀하시기를 선대 왕이 계셨을 때는 난리가 아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군요.”

나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밖에서 지배인이 문을 두드리고는 양해를 구했다.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세요.”

페이는 나를 바라보다 그 소리에 방문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그러자 곧 문이 열리고 지배인과 종업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음식들을 한꺼번에 들고 왔다. 나는 그 모습에 당황했다.

“너...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지배인은 내 물음에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귀하신 분들이 오셨으니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리고 돈 걱정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여러 귀족분에게 저희 식당을 추천해 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지배인은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음식을 내려놓고 있는 종업원들에게 명령했다.

“자. 빨리빨리 음식을 차리게나. 우리가 오래 있으면 귀한 분들 이야기 하시는 데 방해가 되니까.”

능숙하고 능글스럽게 말을 하는 지배인은 나와 페이의 눈치를 슬슬 보았다. 나는 그 모습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페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페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싱긋 웃고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께 이야기해놓겠습니다. 조만간 모임이 있다고 하셨으니 이렇게 좋은 곳을 제가 추천 안 해드릴 수가 없네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즐겁게 저희 요리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이만.”

지배인은 그가 원하는 것을 달성했는지 감사의 뜻을 표하더니 음식을 차려놓고 기다리던 종업원들을 이끌고는 방 밖으로 재빨리 나갔다.

“이게 무슨 일이죠?”

나는 상다리가 무너지지 않은 게 신기한 음식과 조금 전 상황을 생각해 보고는 페이를 바라보았다.

“간단하죠. 귀족들과 연을 맺으려는 거겠죠. 여러 가지 혜택과 특권을 지닌 귀족이니 이런 커다란 사업을 하는 사람의 뒤를 봐주기도 좋을 거고 여러모로 서로 도움이 되니까요.”

페이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길게 한숨을 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 식당으로 오기 전에 저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으시다고 하셨죠?”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참을 수 없는 맛있는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지만 이 질문이 더 중요했다.

“네. 식사하시면서 들으셔도 됩니다.”

나는 페이를 배려해 준 다음 말을 이었다.

“다스킨 대학자님이 페이님을 저에게 호위기사로 붙여준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여러 유망한 귀족도 많은데 그 귀한 손녀딸을 저에게 붙여준 이유요. 들어보니 호위기사라는 것이 일종의 약혼을 청하는 것과 비슷하던데. 아까는 제가 모르고 어떨 결에 승낙했지만 아무래도 순수한 의도로 보기는 쉽지가 않네요.”

페이는 포크를 이용해 스파게티처럼 보이는 요리를 돌돌 말고 있다 내 물음에 멈칫했다.

“왜 제 호위기사가 되기로 한 겁니까? 보아하니 명령은 아니더라도 대학자님의 부탁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씀해 보시죠?”

나는 그녀를 압박해 들어갔다.

“다스킨 대학자님께서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겁니까? 나를 감시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그녀는 쥐고 있던 포크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할아버님께서는...”

나는 말끝을 흐리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입을 여는 그녀의 시선은 나를 보기보다는 면이 말려있는 포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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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월충전설
    작성일
    15.01.16 20:07
    No. 1

    저도 담배피고 싶군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wanss
    작성일
    15.01.16 20:45
    No. 2

    전 가끔 핍니다.... 금연을 하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더라고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대형고철
    작성일
    15.01.17 09:25
    No. 3

    공주와 썸 타기도 바쁜 참에 수호기사라는 애물단지가 뙇!!!!
    "계속 잡고 있으셔도..."
    아우!!! 오그리 토그리!!!
    .... 좋습니다!(궁서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wanss
    작성일
    15.01.17 12:54
    No. 4

    그렇죠. 좋죠. 흐흐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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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5. 힘싸움 +3 15.01.17 912 15 12쪽
» 4. 힘싸움 +4 15.01.16 985 14 21쪽
21 3. 힘싸움 +3 15.01.15 765 21 23쪽
20 2. 힘싸움 +2 15.01.14 1,107 20 23쪽
19 1. 힘싸움 +5 15.01.13 927 18 18쪽
18 7. 그림자 속 암살자 +1 15.01.12 909 21 18쪽
17 6. 그림자 속 암살자 +2 15.01.11 1,097 24 15쪽
16 5. 그림자 속 암살자 +3 15.01.10 909 24 12쪽
15 4. 그림자 속 암살자 15.01.09 938 23 16쪽
14 3. 그림자 속 암살자 15.01.08 851 24 12쪽
13 2. 그림자 속 암살자 15.01.07 901 24 15쪽
12 1. 그림자 속 암살자 15.01.06 1,108 33 15쪽
11 4. 미션 +2 15.01.06 1,247 35 14쪽
10 3. 미션 +2 15.01.05 1,378 37 13쪽
9 2. 미션 15.01.04 1,258 41 12쪽
8 1. 미션 15.01.04 1,511 39 11쪽
7 6. 만남 15.01.03 1,462 46 7쪽
6 5. 만남 15.01.02 1,652 48 10쪽
5 4. 만남 15.01.01 1,630 52 6쪽
4 3. 만남 +2 15.01.01 2,310 4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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