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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ss 의 Real Science Fiction

영웅, 김대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wanss
작품등록일 :
2015.01.01 16:58
최근연재일 :
2015.01.28 12:0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7,524
추천수 :
845
글자수 :
191,324

작성
15.01.01 16:59
조회
3,598
추천
62
글자
11쪽

프롤로그

DUMMY

그날은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처럼 특이할 것 없는 하루였다. 하루 종일 이유모를 회의와 팀장의 잔소리에 시달리면서도 간신히 밀린 업무를 제 시간에 끝냈지만 밉상 팀장님이 퇴근을 하지 않아 10시까지 눈치야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내 일 딱 끝내고 집에 가고 싶었지만 야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인사고과라던 지 아니면 직원끼리의 관계에 있어서 게으르거나 능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일쑤 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뭐, 회사차원에서는 야근을 장려 안 한다고 하지만 말만 그럴 뿐 아무런 힘없는 김 대리에 불과한 나는 야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다행이도 오늘은 10시에 팀장님이 퇴근을 하셔서 평소라면 자정까지라도 있어야 하는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칠리 없는 나는 주위 눈치를 좀 보다가 팀장님이 나가시고 정확히 5분 뒤에 주섬주섬 짐을 싸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동기들과 다른 직원들을 향해

“퇴근하겠습니다. 고생하십시오!”

라고 말 한 뒤 재빨리 도망치듯 나왔다. 그리고 운이 트였는지 이제 막 내려오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를 잽싸게 잡아타고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시원한 밤공기와 아직까지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루 종이 먹먹한 회사 안에만 있다 나오니 이제야 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나는 지하철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항상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나 취직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향해 온몸을 내던지는 젊은 청년들로 부쩍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10시가 넘은 시간 때문인지 평소라면 줄이 길게 이어져 있을 출구가 지금은 꽤나 여유로웠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었는데 평소에 개인적인 생각으로 야근을 하고나면 복잡하지 않은 퇴근길이 상으로 제공된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상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긍정적인 사회인으로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서둘러 10번 출구 안으로 내려간 뒤 스마트폰의 T-Money 어플을 이용해 개찰구에서 지하철 비를 지불하고 2호선을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플랫폼에는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나처럼 2호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로부터 웃기게도 위로를 받으며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하나는 아니구나’ 라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히며 지하철을 기다렸다.

강남역에서 신림역까지는 지하철로 30분 정도가 걸렸다. 힘겨운 몸과 마음을 달래며 신림역에서 내린 나는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 입구로 향하던 사람들을 보며 ‘젠장 맞게 비가 내리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잔뜩 젖은 우산을 들고 이러 저리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하필 일기예보를 미처 살피지 못하고 나온 나로 써는 수중에 우산이 없었기 때문에 참 곤란한 상황이었다. 결국, 인상을 찌푸린 채 투덜거리며 계단을 오르던 나는 어김없이 같은자리에서 빅이슈를 파는 아저씨를 보고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면 한권 사드려야 겠다는 얄팍한 양심에 대한 변명을 한 채 재빨리 계단을 올라갔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내가 인턴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니 4년째 일 것이다.

'나만 그러는 건 아니겠지. '

나는 그렇게 변명을 하며 힘겨운 발걸음을 부랴부랴 놀려 입구를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매일 밤 기타를 치며 술과 담배를 즐기는 노숙인의 투박한 연주가 들려오지 않는 다는 생각에 의아함을 느끼고 밖을 바라보았다.

“쏴아아아아아....”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한 양의 비가 마치 하늘에서 양동이채 들이 붓는 것처럼 내리고 있었다. 그 양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벌 밖에 없는 내 양복을 적셔가면서 뛰어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젠장...”

나는 전전긍긍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와 같이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상당한 양의 비에 당황했는지 건물 밑 처마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지하철 역사, 쇼핑몰 등 매우 다양한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비가 쉽사리 그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 나는 지금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독한 후추냄새에 시큰거리는 코를 킁킁 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출구 근처로는 음식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후추를 이렇게 잔뜩 사용할 필요는 없는 지라 나는 의아한 마음을 가졌다. 거기다 빗속에서 나는 비린내를 이기고 풍겨오는 이 후추냄새는 어찌나 강한지 나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결국, 나는 소매로 코를 부여잡고 냄새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우산을 파는 우산장수가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름도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지독한 후추냄새를 풍기는 우산장수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아무런 이유 없이 불쑥 우산을 건 내 주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우산을 사라는 뜻인 줄 알고 손사래를 치며 비가 어느 정도 그치길 기다리라 마음을 먹고는 단칼에 거절 했다. 지갑 얇은 월급쟁이 주제에 비가 온다고 냅다 우산을 살 정도로 통이 크지 않은 대다가 대부분 이런 곳에서 파는 우산은 소비자가격보다 비싼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은 힘들게 일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우산장수가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우산 가지고 가게. 젊은이.”

“네?”

“우산 가지고 가게나. 공짜일세.”

나는 우산장수가 해오는 터무니없는 하지만 결코 불리할 것이 없는 제안에 약간 의심을 하려다 그의 마음이 바뀌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는 넙죽 우산을 받아 들였다. 우산에는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조잡한 문양과 기호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이것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이런 우산이 한둘이던가. 나는 우산을 건 내 준 우산장수를 바라보며 최대한 예의바르고 정성을 다해 인사를 했다.

“아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비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마치 생명의 은인을 만난 것처럼 그에게 허리를 굽이고 환한 미소를 보이며 두 번, 세 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아부실력은 이런 곳에서 자동적으로 발휘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나를 보며 아무런 표정 없이 어서 가라는 듯 손짓을 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약간 의아함이 들었지만 참으로 시원하고 인자한 성격인 그 우산장수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내 아늑한 자취방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아싸!”

이미 밤이 늦어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공짜로 우산을 얻었다는 마음과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거기다 지금 집에 가서 샤워를 한다면 적어도 자정 전일 테고 그러면 게임을 하고 티비 좀 보다가 1시나 2시쯤 자면 된다는 생각에 들뜨기 까지 했다. 물론,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상당히 피곤하기는 하겠지만 그거야 이렇게 늦게까지 일을 하게 만든 회사의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었다. 사람이 어떻게 일만하겠는가?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나는 집을 향해 기분 좋게 달렸다.

한참을 달리던 나는 차오르는 숨을 느끼며 걸음을 늦추었다. 직장생활 4년차에 얻은 것 이라고는 이 저질체력 뿐이었다. 하루에 12시간을 넘게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니 고작 5분정도 뛰었을 뿐인데 심장이 마치 천둥이 치듯 두근거렸다.

“하아...하아...”

나는 공기 속에 섞인 습기를 느끼며 거친 숨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어디선가 숨이 거칠어질 때 심호흡을 하면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인지 호흡이 가다듬어 지면서 두근거리던 심장도 안정되었다. 아직 서른셋 밖에 안 되었지만 몸은 마치 일흔 먹은 할아버지 같았다. 나중에 좀 더 여유가 생기고 나도 내 밑으로 많은 부하직원을 거느리면 우리 최 팀장님처럼 점심시간을 이용해 헬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돈 버는 것도 좋지만 건강도 챙겨야지.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운동하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신림천을 가로지르는 보행자용 다리 로 향했다. 이제 저 다리를 건너고 똑같이 생긴 건물이 즐비한 주택가로 간다면 드디어 내 집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내 집은 인생 살면서 누구나 다 살아봤을 반지하의 작은 단칸방이었다. 어머니가 해준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30만원인 그 방은 약간의 곰팡이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주인아주머니가 상당히 신경을 쓴 탓인지 다른 방에 비해 많이 깔끔했다. 거기다 신림시장도 가까워 원한다면 밑반찬 거리를 사기도 좋았기 때문에 나는 그곳에 살면서 특별히 불만은 없었다. 어쨌든 그곳은 나에게 있어서 집이었고 이 말은 내가 편히 몸을 눕힐수 있는 나만의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조금만 더 있으면 편히 쉰다는 생각으로 들뜬 채 다리를 건너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겠지만 그런 것 일일이 다 생각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빡빡했다. 나는 우산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며 오늘은 조금 늦게 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신호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신호등이 너무나 느리게 바뀌었다. 평소라면 이미 수차례 바뀌었겠지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호등은 빨간불인 채 바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초조해진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는 사람도 없고 달려오는 차도 없었다. 늦은 시간에 시장에 있는 상인들도 전부 장사를 접었는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그냥 건너도 되겠지?’

나는 슬쩍 발걸음을 내디디며 다시 한 번 주위를 확인하고는 재빨리 달렸다. 횡단보도는 기껏해야 10미터 정도였기 때문에 이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일어 날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은 공짜 우산을 얻기 위해 모든 운을 다 쓰고 말았는지 아니면 평범했던 내 일상에 자극을 주기 위함인지 나는 내 자취방으로 가지 못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사랑 글로써 보답하겠습니다.


(ㅡㅡ)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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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4. 그림자 속 암살자 15.01.09 938 23 16쪽
14 3. 그림자 속 암살자 15.01.08 851 24 12쪽
13 2. 그림자 속 암살자 15.01.07 901 24 15쪽
12 1. 그림자 속 암살자 15.01.06 1,108 33 15쪽
11 4. 미션 +2 15.01.06 1,246 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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