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김정일의 아들로 환생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4.03.29 18:24
최근연재일 :
2024.04.13 18: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473
추천수 :
79
글자수 :
74,998

작성
24.04.02 18:50
조회
290
추천
5
글자
11쪽

이상한 꿈 (2)

DUMMY

몸이 거의 완벽히 회복된, 정확히 말하자면 육체적인 부분에 한해서, 정혁은 병원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조금씩 북한 사회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VIP들이 있는 병원이라 그런가? 더럽게도 복잡하게 만들어 놨군. 이 층엔 화장실이 어딨는 거야? 이거야 뭔 미로도 아니고.”


그냥 화장실이 딸려 있는 자신의 병실로 가야겠다. 그리 생각하고 있던 정혁의 눈에 간호사들이 줄지어 가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저기..아니 이보라 간호사 동무”


간호사들은 뒤를 돌아보며 정혁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말을 얼버무렸다


“기, 김정혁 동지...”

“뭘 그리 놀라는기야? 여기 3층에 화장실, 아니 위생실이 어딨소?”

“위생실...말입네까?”


간호사들의 말이 떨리고 있었다. 정혁은 그녀들이 왜 이러는 건지 잘 알고 있다. 정혁은 그 동안 다른 사람에게 빙의가 되는 꿈을 꿔왔고 그 중에는 이들 간호사들도 있었다.


'후! 아무리 어쩔 수 없다지만 이건 너무 억울한데?'


세상에 잘 생긴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북한이라고 다를 것 없다. 이들 간호사들 역시도 처음에 정혁을 대할 때는 분명 호감을 가지고 대했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의 여성편력에 대한 소문을 들을 것이고 실제로 이들 중에는 정혁에게 반 강제적으로 처녀를 뺏긴 이들도 있었다.


'뭐 이건 차차 내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고...'


그래도 김정혁은 백두혈통을 가진 이 나라의 왕자다. 간호사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쭈뼛 거리며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 층에는 위생실이 한 군데밖에 없습네다. 7호 병실을 지나 왼쪽으로 꺾으시라요. 그리고 거기서 11호 병실을 지나 다시 오른쪽으로.”


'뭔 놈의 병원이 이따구란 말인가.'


“그만 그만! 더 못 알아듣겠으니 그냥 아무나 한 명 안내하라우!”


정혁은 그게 더 빠르겠다 싶어서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간호사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안색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심지어 울먹거리는 간호사도 있었다.


'어떡하지? 대장 간호사 동무가 안내해주시라우'

'김정혁이 저 인간이 얼마나 변태스런 인간인지 소문도 못 들었네? 위생실에서 하는 걸 그리 좋아한다지 않니...'

'내래 김정혁 동지가 위생실도 못 찾는다는 것이 여간 수상 쩍었는디...이런 속셈이 있었구만.'


“아! 뭐라는 거야? 사람 앞에 두고 귓속말 좀 하지 말고!”

“잘못했습네다 동지!”


울먹거리던 간호사들이 죄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정혁은 골머리가 아픈지 벽에 잠시 손을 짚으며 그냥 자신의 병실로 가기로 한다.


“됐다 됐어! 내가 더러워서 내 병실로 가고 말지. 위생실은 됐으니 나중에 내 병실 전구나 갈아줘요. 하나가 계속 깜빡깜빡 거리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니.”

“전구라 하셨습네까?”

“그래 전구. 왜? 내가 병실에서도 이상한 짓 할까 봐?”

“그것이 아니라...전구가 뭡네까?”


'아차! 북한에서는 전구라고 안 하지? 전구는 문화어로...그러니까...'


간호사 중 한 명이 전구가 무엇인지 안다는 듯 말을 꺼냈다.


“깜빡깜빡 거린다고 하시는 거 보니 불알 말씀 하시는 거 아닙네까?”

“그, 그러니까 맞소! 불알 좀 바꿔주시오.”

“알겠습네다 동지. 신속히 처리해드리겠습네다.”


예쁘장한 간호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자꾸 나오자 정혁은 서둘러 자신의 병실로 돌아왔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침대에 앉아 한숨을 후! 하고 내쉬는 정혁.


사실 간호사들만 저러는 것이 아니었다.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혁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호위대들도. 간호사들처럼 공포와 혐오감을 겉으로 드러낸 이들도 있었고, 빙의된 꿈을 통해 알게 된 사실로는 겉으로는 머리를 조아리며 속으로는 간호사와 다름없는 생각을 하는 자도 있었다.


각자 계층도 달랐고 생각도 달랐고 희망도 달랐지만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은 한결같이 똑같았다.


'망나니, 아니 그냥 망나니도 아니고 부모 잘 만난 개망나니...그게 내 이미지지?'


술이라면 아주 환장을 하고 맨날 놀러 다니기 바쁘고 특히나 여자 문제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망나니. 물론 다른 이도 아니고 김정일의 아들이고 혈기왕성한 나이인데 좀 문란하게 놀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게 뭐 그리 흠이 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혁의 경우엔 그 정도가 심했다. 마약에는 손을 안 댄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후! 진짜 뭐 이런 개새끼가 다 있냐? 일단 이 더러운 이미지부터 어떻게 좀 바꿔야겠군”


정혁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미지를 바꾸려는 이유는 정혁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다. 석민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가 갑자기 정혁이 된 것도 억울한데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속죄를 하라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막 살 수는 없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미지를 계속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 막말로 자신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호위대원들 역시 자신을 개망나니로 생각하고 있는데 유사시가 되면 그들이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겠는가? 어쩌면 그들이 가장 먼저 정혁의 목을 따버릴지도 모른다.


정혁이 그렇게 각오를 다져나갈 때 노크 소리가 들려 왔다. 아까 본 간호사 중 한명이었다.


“동지. 요청하신 불알을 갈아 드리러 왔습네다.”

“부, 불알을? 큼큼. 알겠소 고생하시오.”


간호사는 정혁의 눈치를 보며 불알을 갈기 시작했다. 떨리는 눈동자와 손을 볼 때 그는 정혁을 매우 의식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엉덩이에 손을 대고 주물럭거릴 것만 같았다.


정혁 역시 그런 간호사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최대한 관심 없는 척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다, 다 돼었습네다 동지.”

“고생했소. 일도 많을 텐데 어서 들어가보라우.”


간호사는 화색이 돈 얼굴로 정혁의 병실을 나갔다. 그러고는 안도하며 가슴을 쓰러 내렸다.


“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아무 일도 없잖아?”


잠시 병실문을 바라보는 간호사. 저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가 피어 올랐다.


“동지께서 오늘만 같으시다면 얼마나 좋갔어?”


하지만 간호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수많은 날들 중 고작 오늘 하루일 뿐이다.


**


“김정혁 동지! 명하신 대로 호위대의 인사기록부를 모두 가져왔습네다! 헌데 이거를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시는지...”

“아 내가 기억을 다 잃었으니 내 주변, 내 사람부터 다시 알아보면서 기억을 떠올려야 하지 않겠소?”


'기억을 잃으시기 전에도 우리 호위대 중에 나 빼고는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셨는데...이걸 본다고 기억이 다시 살아날까?'


한강준은 의문을 품었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강준이 그러거나 말거나 정혁은 인사기록부에 적혀 있는 호위대 한 명 한 명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다 넣겠다는 듯.


“응? 오늘이 황호철 동무의 생일인가 보오?”

“네 그렇습네다.”


대답을 하면서도 강준은 마음속에서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간 김정혁은 호위대의 생일 따위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았는데 그냥 있을 수가 있나? 생일 축하를 해줘야지.”


말을 마친 정혁은 무언가를 찾듯 병실 이 곳 저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준의 머리 속이 괜시리 불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인간 말종 짓거리는 다한 데다가 온갖 지랄병은 다 떨었던 인간이다.


'물론 기억을 잃으신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시긴 하셨지만...'


하지만 이것도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지 개과천선을 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사람의 본성이 그리 쉬이 변하겠는가. 강준은 정혁이 무슨 고약한 장난을 계획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평소 부하들을 장난감처럼 여기며 그들에게 모욕을 주는 걸 즐기던 정혁이 아닌가.


하지만 이어진 정혁의 행동은 강준의 예상을 한참이나 빗나간 것이었다.



“이게 좋겠군! 동무! 이걸 호철 동무에게 주시오!”

“이, 이거이 뭐입네까?”

“별 건 아니고 시계요. 그래도 생일인데 그럴싸한 선물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소?”


강준은 멍한 얼굴로 정혁이 건네준 시계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태그호이어 라는 브랜드명이 박혀 있었다. 대한민국에선 '평범한 시계' 중에선 고급 라인에 드는 브랜드 정도였지만 북한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너무 귀한 물건이 아닙네까?”

“그깟 시계 뭐이 별거라고. 나는 그거 보다 훨씬 더 좋은 시계도 많으니까 괜찮소.”


강준은 떨리는 손으로 태그호이어를 받아 들었다.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 그리고 오늘 하루는 그에게 휴가를 주시오. 우리끼리 축하를 해줘도 되겠지만 그래도 가족들에 비하겠소?”

“하, 하지만 그리 되면 김정혁 동지의 호위에 빈틈이...”

“호위대원 한 명 빈다고 해도 여기 강준 동무와 같이 유능한 대원들이 많으니 뭐가 걱정이겠소?”

“예 알겠습네다. 말씀대로 하겠습네다.”


한강준은 얼떨떨했다. 하지만 정혁에게 다른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강준은 정혁에게 힘찬 경례를 한 후 병실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호철을 만나 태그호이어를 건네 줬다. 영문을 모르던 그도 정혁이 생일 선물로 태그호이어를 줬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정말입네까 동지? 김정혁 동지께서 이걸 제게 하사하셨다고요?”

“기래. 언감생신 우리는 꿈도 못 꾸는 물건이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고 잘 간직하라우.”

“세상에...정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사람이 이리 변할 수가 있습네까? 한강준 동지?”

“나도 모르겠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야.”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하던 강준은 호철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호철은 정혁이 있는 병실 방향을 향해 연신 절을 해대고 있었다. 참으로 재밌는 일이다. 호철은 평소에도 안 보이는 곳에서는 김정혁의 뒷담화를 제일 열심히 하던 대원 아니었던가. 물론 태그호이어 하나면 그의 일가족 전체가 한동안 먹고 살기엔 무리가 없는 물건이었다. 당연히 어디가서 팔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아! 빼먹을 뻔 했군. 김정혁 동지의 명이다. 오늘 하루는 동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네? 휴가입네까?”

“그래. 특별 휴가다. 김정혁 동지의 은혜를 뼈속깊이 새기라우.”

“이를 말입네까 호위대장 동지. 세상에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만. 동지! 난 말이오. 김정혁 동지께서 평생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면 좋겠소.”

“죽고 싶은 기야? 어디 가서 그딴 망발 입 밖으로 내지 말라우.”

“아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닙네까.”


호들갑 떠는 호철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 강준. 구박을 하긴 했지만 호철의 심정이 강준의 심정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기억을 찾으시겠지만...이런 소소한 행복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만 기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김정일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색마가 맞나? (4) +1 24.04.13 164 4 13쪽
13 색마가 맞나? (3) 24.04.12 147 4 12쪽
12 눈과 귀 (1) 24.04.11 157 5 12쪽
11 색마가 맞나? (2) +1 24.04.10 180 5 12쪽
10 색마가 맞나? (1) +1 24.04.09 210 4 11쪽
9 미끼 (2) +1 24.04.08 209 4 12쪽
8 미끼 (1) +4 24.04.06 239 5 12쪽
7 금강산 (3) +1 24.04.05 255 5 12쪽
6 금강산 (2) +1 24.04.04 261 7 12쪽
5 금강산 (1) +1 24.04.03 284 7 13쪽
» 이상한 꿈 (2) 24.04.02 291 5 11쪽
3 이상한 꿈 (1) +3 24.04.01 338 8 12쪽
2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 +3 24.04.01 339 8 11쪽
1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 +2 24.04.01 400 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