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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김정일의 아들로 환생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4.03.29 18:24
최근연재일 :
2024.04.13 18: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474
추천수 :
79
글자수 :
74,998

작성
24.04.01 18:50
조회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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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

DUMMY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어디론가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 평일 낮 서울의 흔한 광경이다.

추운 날씨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 중에는 특별히 눈에 띌 것도 없는 한 남자도 있었다.


“헉헉! 젠장! 아슬아슬할 거 같은데? 이 망할 놈의 신호는 대체 언제 바꿔주지?”


석민은 있는 힘껏 발걸음을 놀렸지만 애석하게도 신호등사거리를 건널 수는 없었다.

대기시간이 길기로 악명 높은 사거리였기 때문에 석민의 얼굴에 절로 짜증이 서린다.

하지만 그 덕에 석민은 짧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신호가 다시 바뀌기 전까지는 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응? 뭐야? 긴급속보라고?”


으레 신호등에 발이 묶인 사람이 그렇듯 석민 역시 자연스레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고 마침 뉴스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오늘 있었던 북한 연말 공산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과의 통일은 성사되기 어렵고, 적대적 국가관계라고 규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사시 남한의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를 했다는데요.”

“결국 우려하던 일이 생기고야 말았는데요. 우리의 대응은 어떨지 시민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 편 정부는...”


“에휴! 이 새끼들 또 지랄이네 또 지랄이야. 쳐 들어올 깡다구도 없으면서 하여간 입만 존나게 털어요.”


긴급 뉴스속보 치고는 석민의 반응이 가벼웠다. 석민뿐 아니라 뉴스를 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도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어차피 국력이 상대가 안 되니 절대로 쳐들어올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이거나 혹은 북한이 하루 이틀 이러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뉴스를 대충 확인하고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 하지만 석민은 계속해서 그 뉴스를 보고 있었다. 남들에 비해 안보의식이 철저하거나, 혹은 다른 볼 것도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북한 관련 뉴스를 보니 자연스레 과거의 일들이 석민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때는 2008년. 83년생인 김석민이 막 사회초년생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여느 취업준비생들처럼 여기저기 원서를 넣던 석민은 마침내 졸업 후 작은 중소 무역회사에 입사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때 회사는 특이하게도 북한과 무역사업을 추진했었다.


‘그 때는 그게 가능했었지...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아주 좋았으니까.’


석민의 회사는 북한의 천연자원들인 철광석, 무연탄, 흑연 등을 수입하여 판매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그 당시 북한과 적대감이 옅어진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여 추진할 수 있었던 사업이었다. 중소기업이었던 회사는 북한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으며 그 공을 정부가 인정을 해준 덕인지 북한자원개발사업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차지했다. 석민 역시 사회초년생의 패기를 부리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다. 신입사원인 석민은 그 탓에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어떨 때는 지하철이 끊겨서 퇴근도 못하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할 때도 있었다.


원래는 북한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던, 그냥 불편한 이웃정도로만 생각을 했던 석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반강제적으로 북한에 대해 아주 많은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고, 또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모든 것이 바뀐 그 사건이 일어났지...’


석민의 입가에 쓴 웃음이 지어졌다. 15년이나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그 때의 충격이 선하다. 그가 떠올린 충격적인 사건이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었다. 석민이 2008년 졸업을 하자마자 입사를 했으니 아직 입사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석민아 뭘 그리 열심히 하냐?”

“네? 차장님. 이거 어제 마무리 못 한 보고서잖아요. 오늘 점심시간 전 까지 사장님께 보고를 드려야 하는데.”

“때려치워 임마! 뉴스도 안 봤냐? 프로젝트는커녕 회사 자체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보고서는 무슨 보고서!”


당시의 석민으로서는 그래도 설마하니 관광객 피살 사건 하나 때문에 프로젝트 전체가 무너질 거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사건 하나 때문에 훈훈하던 남북관계는 급격히 경색되기 시작했고 결국 석민의 회사가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모두 올스톱 상태가 되었다. 차장의 말대로 된 것이다.


중견기업도 되지 못하는 석민의 회사는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사장이 정부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며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는 완전히 망하게 되었다.


그 때만해도 세상이 다 끝난 건 줄 알았던 석민이었지만, 그는 젊음이란 무기가 있었다. 오히려 그 때의 일이 전화위복이 된 것인지 적극적으로 재취업의 길을 찾았고 결국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하고 또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이 되어가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어엿한 대기업 사원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다니는 대기업은 북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무역회사다. 하지만 석민의 뇌리에 북한이라는 나라는 강렬하게 박혀있었고 그 때문인지 지금 석민으로서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북한관련 뉴스나 소식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고, 일반인에 비해서는 관련 지식도 상당했다.


“에휴! 이러나저러나 저놈의 김씨 왕가가 하루빨리 축출이 되어야 북한 주민들도 발 뻗고 편히 살 텐데...”


물론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설사 그리 된다 하더라도 마냥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이전에 없던 극심한 혼란시기를 또 겪어야 하고 그 속에서 석민은 살아남을 방도를 또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응? 그러고 보니 신호가 바뀌었네?”


북한 관련 속보를 보니 옛 추억에 너무 젖어 있었나보다. 초록색의 보행신호가 깜빡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놓치면 또 5분을 여기서 더 기다려야 한다. 석민은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겠지?”


횡단보도의 끝자락에 닿았을 무렵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자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리게 될 차들에겐 미안했지만 그래도 간신히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고 안도하던 석민이었다.


그 때였다.


분명 석민의 눈앞에 있던 신호등이 어느 순간 급격하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눈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세상에! 어떡해!”

“버스 옆에 있던 트럭이 저 남자를 못 본 모양이야.”

“뭐해? 어서 119! 119부터 부르라고.”

“여기 심폐소생술 할 줄 아는 사람 없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웅성거리는 소리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자신의 가슴을 누군가 거칠게 압박하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 역시 한순간이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대체 왜? 아 그 북한 속보만 아니었어도...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새끼들이라니까.’


**


“의사 동무 어떻소? 김정혁 동지는 괜찮으신 거 맞소?”

“예. 다행스럽게도 신체적으로는 큰 이상이 없어 보입네다.”

“그러면 된 거이지. 애간장이 얼마나 탔는지 모르오. 근데 어찌하여 눈을 감고 계신거요?”

“큰 충격을 받으셨습네다. 한동안 깨지 못하실 수도 있습네다.”


분명 자신이 아는 모국어이지만 조금 다른 언어. 남한에서는 북한어라고 부르는 언어. 석민이 정신을 차리고 듣는 첫 언어가 그것이었다.


‘이 곳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는 도중에 석민은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는 누워 있는 자신의 몸과 침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 그때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지? 그럼 여기는 병원인가?’


기적적으로 자신이 살아남은 모양이다. 크게 안도하며 석민은 힘겹게 눈만 돌려서 누워있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뭐야!’


분명 자신의 몸이다. 하지만 석민은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다. 40년 가까이 봐 온 자신의 몸뚱아리를 모를 수가 없다. 이것은 자신의 몸이 아니다.


“국방위원장께서 각별하게 살피라 주의를 줬습네다. 의사 동무께서 잘 하시리라 믿소.”


들려오는 말은 안 그래도 복잡한 석민의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왜 멀쩡한 남한에서 북한어가 들린단 말인가?


‘뭐야 조선족인가? 그리고 국방위원장이라니...설마 내가 아는 그 김정일을 말하는 건가?’


잠시 생각하던 석민은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정일이 죽은 지가 몇 년인가. 지금은 그의 아들이 통치하는 김정은 시대가 아닌가.


‘여기서 무슨 영화를 찍는 건가? 아니 말이 안 되지. 죽었다 살아난 환자 앞에서 영화라니. 아니면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 건가?’


머리는 혼란스러웠지만 몸은 조금씩 적응을 했는지 서서히 고개도 들 수 있게 되었다. 석민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두 사람이었다. 한명은 의사 복장이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의사 옆에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석민은 순간 뇌정지가 오고 말았다.


‘저게 뭐야? 돈 받고도 안 입을 거 같은 촌스러운 똥색과 각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후줄근한 주름. 그 촌스러움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모자...인민복이잖아?’


그렇다 의사 옆에 있는 사람은 북한 군인들이나 입을 법한 인민복을 입고 있었다. 북한에 사연이 많은 석민이 그걸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인민복을 입은 사람이 도대체 왜? 그러고 보니 저 사람들 계속 북한어로 대화하고 있었지?’


혹시 자신은 죽은 게 아닐까. 이 곳은 사후세계이고 죽기 직전에 머릿속에 들어있던 게 북한과 관련된 것들이라서 이런 게 보이는 게 아닐까?


‘이런 씨발. 만약 그게 맞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는데. 아 나 북한이랑 더 이상 엮이기 싫으니까 이게 사후세계의 영원한 꿈이라면 제발 깨어나게 해주세요.’


석민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좌절을 하고 있을 때


“응? 김정혁 동지?”


인민군 복장을 한 남자가 눈을 뜬 석민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석민의 옆으로 다가 왔다.


‘으, 으악 저리가!’


기겁을 한 석민이 인민군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의사 동무! 이거보시라요. 김정혁 동지가 눈을 떴습네다.”

“김정혁 동지! 괜찮으십네까? 어디 아프신 데는 없습네까?!”


‘염병! 김정혁이라고? 그 새끼는 또 누구야?’


틀림없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저들은 자신을 김정혁이라고 부르고 있다.

문제는 석민의 기억 속에 김정혁이라는 인물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한 때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북한 인물들 중에서도 김정혁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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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금강산 (2) +1 24.04.04 261 7 12쪽
5 금강산 (1) +1 24.04.03 284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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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상한 꿈 (1) +3 24.04.01 33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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