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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주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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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그림/삽화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4.01.19 17:27
최근연재일 :
2024.01.27 18:5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394
추천수 :
21
글자수 :
47,298

작성
24.01.27 18:50
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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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참교육

DUMMY

객잔 내의 모든 시선들이 주원을 향했다. 누군가는 기가 찬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는 표정이었다. 또 누군가는 걱정이 가득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분노에 차서 주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기사들은 당장이라도 찢어죽일 듯한 눈빛이었다. 그들 중 선두에 있던 자가 주원 앞으로 다가갔다. 주원의 덩치가 컸지만 상대 기사의 덩치도 만만찮았다. 그 둘이 나란히 서니 거인 두 명이 서로 맞서고 있는 듯했다.


“방금 그 말... 설마 우리한테 하는 소리더냐?”

“구럼... 여기서 우리에게 까브치는 넘들이... 꺽! 니들 말고 또 잉냐...?”


주원의 거침없는 표현에 석태와 구정은 사색이 됐다. 처음에는 워낙 황당해서 미쳐 주원을 제지하지도 못했다. 그들은 뒤늦게 주원에게 다가와 그를 만류했다.


“아이고! 원아!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구나. 어서 가자.”

“아웅! 무신 소리를... 꺽! 아직 조금 바께 안 마쉈으... 꺽!”

“그래. 완전히 취했네. 취했어.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를 거야. 이제 집으로 가자.”


하지만 기사들이 순순히 보내줄 리가 없었다.


“크흐흐! 이 한심한 놈들. 아주 끼리끼리 노는 구나. 너희 같이 비리비리한 놈들과 이런 젖내 나는 놈이 같은 문지기라니... 역시 문지기는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는 일이군.”

“그렇습니다. 형님. 유유상종이란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누구 마음대로 여길 나가려고 하느냐?”


이제 석태와 구정은 거의 애원하다시피 기사들에게 얘기했다.


“아이고! 이 아이의 상태를 좀 보십쇼.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지 않습니까?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제발 보내주십쇼.”

“한심한 놈들! 술에 취한 것으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애초에 관군의 신분으로 이리 취한 것 자체가 큰 문제다! 그러니 내 너희들에게 어른으로서, 같은 기주 관군으로서 훈계를 내리겠다.”


그렇게 기사들 중 한 명이 주원, 석태, 구정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나머지 기사들은 잔뜩 비웃음을 머금으며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짝!


“아이고!”


짝!


“커억!”


그 기사는 우선 석태와 구정에게 따귀를 한 대씩 날렸다. 단 한 대였을 뿐이지만 둘 다 뒤로 날아갈 만큼 위력적이었다. 둘은 엄청난 고통에 한동안 객잔 바닥에 나뒹굴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주먹도 아닌 따귀를 맞았다는 굴욕감 때문에 더욱 일어나기 힘들었다.


그렇게 둘을 우선 처리한 기사는 주원에게도 팔을 휘둘렀다. 곧 짝 소리가 나야했지만 어쩐 일인지 소리가 나지 않았다.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보이던 주원이 놀랍게도 기사가 휘두른 팔을 가볍게 피했다.


“으우! 니들이 가미... 꺽! 우리 선봬님들을... 용서할 수 어브다...”


기사는 황당한 표정으로 주원을 쳐다보았다. 방금 주원이 대체 어찌 자신의 팔을 피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뭐야...?”


기사 동료들은 그가 주원을 상대로 적당히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뭐하냐? 적당히 놀고 얼른 와라! 술이 식겠다.”


‘젠장! 아니겠지. 우연으로 피했을 뿐이다.’


그 기사는 주원이 피한 것이 아닐 거라 여기며 다시 팔을 크게 휘둘렀다. 이번에야 말로 주원이 따귀를 제대로 얻어맞고 뒤로 크게 나뒹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원은 상대의 손바닥이 자신의 얼굴 코앞에 다가오자 슥 피해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피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짜아악! 쿠당탕!


“크억!”

“뭐, 뭐야?! 컥!”


주원은 기사가 했던 것과 똑같이 따귀를 날렸다.


기사가 날렸던 따귀도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주원의 따귀는 그런 기사의 것과도 비교되지 않았다. 주원의 따귀에 거대한 기사의 몸이 뒤로 날랐다. 그리고 기사들이 있던 식탁을 덮쳐버렸다.


그제야 구경을 하던 기사들도 지금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식탁 위의 음식물을 뒤집어쓴 기사들을 분노를 토해내며 일제히 주원에게 달려들었다.


“이 시건방진 놈이...!”

“잡아!”


하지만 술에 취한 주원은 다람쥐처럼 상대의 공격을 빠져나갔다. 분명 주원이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술에 취한 것이 맞는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빨라지며 그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석태와 구정 역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내가 보는 게 정말 주원이란 말인가?”

“내 눈에도 똑똑히 보이네. 원이의 뒷배에 경무님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재주를 가지고 있을 줄은...”

“역시 경무님이 알고 있는 아이가 보통 아이일 리는 없잖은가? 하핫! 우리가 참으로 운이 좋군.”


주원과 기사들의 싸움, 아니.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기사들은 어떻게든 주원을 한 대라도 때려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주원은 그 무수한 공격들을 가볍게 피했고 반격까지 가했다.


퍼퍽!


“커억!”


퍼퍼퍽!


“으억!”


그리고 주원이 반격을 가할 때마다 기사들은 한 명씩 객잔 바닥에 드러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 역시 술에 잔뜩 취한 비실비실한 주먹질과 발차기였지만, 막상 그 공격을 제대로 맞은 기사들은 고통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


“크으윽!”


이제 객잔 안의 기사들은 대부분 쓰러졌다. 그들의 표정에는 수치심과 분노가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다른 병사들에 비해 자부심이 가득한 기사들이다. 그런데 고작 문지기 한 명, 그것도 어린아이로 보이는 주원에게 당했으니 그 굴욕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결국 기사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어린놈이 묘한 재주가 있구나. 그 재주가 내 창 앞에서도 통할지 보자.”


기사들은 뒤에 세워뒀던 창을 꺼내 들었다. 주원을 아예 죽여 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그에 구석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던 석태와 구정도 나섰다. 그들이 아무리 쫄보라지만 나설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자신들보다 한참 어린 후배가 혼자 기사들과 맞서 싸우는 걸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던 그들이었다.


“이보시오! 아니! 이봐! 이거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니야?! 술집에서 시비 좀 붙었다고 창을 꺼내?! 같은 기주군끼리?!”

“내 말이! 기사들이라고 존중해줬는데 더 이상 못 보겠구먼! 왜?! 그거로 찌르려고?! 원이를 찌르기 전에 나부터 찔러야할 거다!”


석태와 구정이 앞으로 나섰지만 기사들은 이미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창을 치켜들고 정말 석태와 구정을 찌르기 위해 다가섰다.


“닥쳐라! 네놈들도 어차피 다 꿰어 꼬치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창을 눈앞에서 보자 다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석태와 구정. 그래도 여기까지 나섰는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슬쩍 주원 옆에 붙었다.


“흥! 그래! 어디 해보아라! 원아! 우리가 도와... 응? 얘 상태가 왜 이래?”


하지만 석태와 구정은 크게 당황했다. 이제 주먹을 쓰는 상대가 아니라 무기를 든 상대와 싸워야했다. 이런 판국에 주원은 히죽히죽 웃으며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흐에! 고마... 고마습니다. 선봬님들... 흐헤헤! 역쒸 내러오길 잘해쏘.”


주원이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으로 전우애라는 걸 느끼는 중이다.


하지만 석태와 구정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원의 술이 다 깬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고주망태가 된 상황이니 말이다.


“아이고! 원아! 지금 이럴 때가... 어쩌지...?”


석태의 질문에 구정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라고 별다른 뾰족한 수가 있을 리가 있나.


“끙! 아무래도 아직 술이 안 깬 모양이야. 이대로는 아니 되겠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되지 않겠나?”

“우리 둘 만이면 모를까 원이까지 데리고 어찌 도망칠 수 있겠나? 어쩔 수 없네.”


결국 둘은 굳은 결심을 하고 품 안에서 단검을 꺼냈다. 둘은 창을 객잔 밖에 놔둔 것을 후회했다. 물론 창이 있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때 객잔 2층 쪽 계단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쯤에서 슬슬 그만들 하지.”


계단 위에서 들려온 얘기에 눈이 완전히 돌아간 기사들도 멈칫했다. 그만큼 그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모두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매서운 눈매에 날렵한 인상을 가진 20대 청년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외모로만 보면 여기 있는 이들 중에 상당히 어린 편에 속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 외모로부터 풍겨 나오는 느낌이 범상치 않기도 했지만, 그 역시 기주군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 병졸의 복장이 아니라 장수의 복장 말이다.


그 장수는 기사들과 주원 일행을 번갈아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상황을 처음부터 봤네만 단순한 술자리 시비 아닌가? 그리고 그 시비도 자네들이 먼저 걸기도 했고... 그런데 이리 먼저 무기를 꺼내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장수의 얘기에 기사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반박할 얘기가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들보다 더 높은 장수가 얘기하니 감히 반항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기사 중 가장 선임으로 보이는 자가 짐짓 억울한 듯 장수에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나는 행군사마 장합이라고 하네.”

“군사마님이셨군요. 그냥 모른 척해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군사마님 말씀처럼 그냥 술자리 시비입니다. 군사마님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란 말입니다.”


기사가 아무리 일반 병졸 치고는 높은 위치라 해도 결국 장수보다는 아래였다. 하지만 기사는 제법 당당하게 장합에게 따졌다. 그만큼 그들에게 뒷배가 있다는 뜻이리라. 어쨌든 뒷배를 믿고 따지는 기사를 상대로 장합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비가 시비에서 끝나면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 허나 병사들끼리 피를 본다면 군사마로서 어찌 상관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내 다시 분명히 말하지. 당장 창을 거둬라.”


장합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기사들도 결국 창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객잔을 나섰다. 그리고 주원 일행을 향한 협박도 잊지 않았다.


“네놈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오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 걸 평생 후회하며 살 거다.”


엄연한 장수인 장합의 앞에서 감히 보일 수 없는 무례였다. 분명 그들의 뒤에는 행군사마 정도는 따위로 만들어버리는 뒷배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장합도 그걸 아는지 잠시 눈을 꿈틀 거렸을 뿐, 별 말 없이 그들을 보내주었다.


기사들이 물러가자 석태와 구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로 장합에게 가서 알랑방귀를 떨었다.


“행군사마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저희들의 은인이십니다!”

“이 하해와 같은 은혜를 어찌 갚으리오! 여기 술 한 잔 받으시지요. 오늘 술값은 저희들이 다 내겠습니다!”


장합은 그렇게 들러붙는 석태와 구정을 약간 부담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하고는 얘기를 이었다.


“험험! 딱히 너희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당연히 장수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너희들 역시 잘못을 했다. 기주군이 객잔에서 그렇게 인사불성이 되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자중하도록.”

“예! 군사마님. 명심하겠습니다. 원아. 뭐하느냐? 어서 군사마님께 인사드려야지.”


주원 역시 장합에게 인사하는데 놀랍게도 지금은 술이 거의 다 깬 것 같았다. 더 이상 발음이 꼬부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헤. 그런데 군사마님이라고 하셨나요?”

“그렇다. 나를 아는가?”

“아니요? 처음 뵙는 분인데요? 전에 진서 아저씨도 군사마라고 했던 거 같아서요.”


장합은 황당했다. 자기가 아는 관직이 나왔다고 문지기가 대뜸 장수인 자신에게 친근한 척 엉겨 붙은 꼴이지 않은가. 하지만 묘하게 밉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가려던 장합은 주원을 향해 조언을 해주었다.


“흠흠! 그런가? 아무튼 아까 네가 싸우는 걸 봤다. 조금만 더 경험을 쌓으면 금방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을 테니 자만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도록. 참고로 나 역시 처음엔 모병을 통해 입대를 한 사람일세. 자네 역시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사람 같지는 않아. 그럼 이만...”


그렇게 장합이 객잔을 떠나갔다. 주원은 그런 장합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지막에 자신에게 해준 얘기가 뭔가 여운에 남았다.


상념에 빠져 있는 주원을 향해 석태와 구정이 어깨동무를 했다. 둘은 오늘의 사건으로 주원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됐다.


“아니?! 이 자식! 여태 그런 재주를 숨기고 있었냐?”

“그러게. 요 엉큼한 자식.”

“아니? 제가 뭘요?”


그렇게 웃으며 객잔을 떠나는 셋. 미련 없이 떠나는 것 같던 장합은 어느 새 뒤돌아서 그런 셋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제법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저런 실력을 가지고 문지기라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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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교육 24.01.27 58 0 13쪽
7 어른의 맛 24.01.26 73 1 14쪽
6 업성의 문지기 24.01.25 98 2 14쪽
5 무양현의 전설 24.01.24 134 4 11쪽
4 자식새끼가 아니라 웬수 +1 24.01.23 168 5 13쪽
3 조우 24.01.22 19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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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시대 속으로 24.01.22 37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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