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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주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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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그림/삽화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4.01.19 17:27
최근연재일 :
2024.01.27 18:5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397
추천수 :
21
글자수 :
47,298

작성
24.01.22 18:50
조회
370
추천
6
글자
13쪽

그 시대 속으로

DUMMY

홀로 도도하게 떠 있는 달. 오늘 따라 유난히 달의 크기가 크고 밝아보였다. 평소라면 유유자적하게 달빛을 감상하겠지만, 지금 이곳의 풍경은 그럴 만한 상황으로 보이진 않았다.


“헉! 헉! 허억!!”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사내가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갑주로 미루어보아 제법 높은 위치의 장수라고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런 멋들어진 갑주와는 달리 전체적인 행색은 꽤나 초라했다.


그 멋진 갑주 곳곳은 여기저기 칼로 베어져 있었고, 심지어 아예 통째로 찢겨나간 곳도 있었다. 그리고 그 찢어진 공간 사이로는 선명히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단순히 쫒기기만 한 건 아닌 듯 그도 거대한 장검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거기에 누구의 피 인지 모를 피가 흥건히 묻어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 나라의 제법 높은 장수가 전쟁 중에 패퇴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내에게는 전쟁 중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하나 있었으니. 지금 상황과는 영 어울리지 않게 그의 품에 한 명의 아이가 안겨져 있었다. 이제 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였다.


그 사내는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를 아주 슬픈 눈으로 잠시 쳐다보았다.


‘원아... 미안하구나... 어린 네게 이런 시련을...’


그 사내의 정체는 주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주윤은 휘 제국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다. 휘나라의 대장군 주윤. 휘나라는 수백 년 전 거대한 중원 대륙을 통일 시킨 제국이었다. 주변 모든 나라를 복속시킨 대 제국답게 수백 년 동안 강대하고 찬란한 국력을 과시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이어갔다.


하지만 평화는 언제나 영원히 지속되기 힘든 법이다. 고인 물은 썩듯이 아무런 외세의 위협을 받지 않은 휘나라는 내부적으로 썩어갔다. 관리들은 부패했고, 백성들은 점점 궁핍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황제는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사치와 향락에만 관심을 쏟았다. 점점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대략 10여 년 전 8황자의 난이라고 일컫는 내란이 시작됐다. 8황자 고규는 황제의 폭정을 저지하자는 명분으로 백성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반란을 일으켰다.


8황자의 내란은 무려 1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처음에는 원래 황태자였던 1황자의 군세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당연히 얼마 못가 진압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8황자 군에는 주윤이 있었다. 그는 위기 때마다 본신의 엄청난 무위로, 또 기가 막힌 용병술로 8황자 군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렇게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두 군세 사이의 균형추가 맞춰져갔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유리해지는 건 8황자 군이었다. 휘나라를 지탱하는 백성들이 8황자 군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 되자 주윤의 활약은 더 힘을 발휘했다. 황군은 그 누구도 주윤을 막지 못했고, 결국 10년 간 이어져 오던 휘나라 내전은 8황자군의 승리가 되었다. 그리고 8황자인 고규는 기존의 황제를 몰아내고 마침내 황상에 올랐다.


고규를 황제로 만든 이는 사실상 주윤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만큼 그는 휘나라에서 가장 칭송받는 인물이었고, 심지어 황제가 된 고규보다 더 높은 찬사를 들었다. 그래서 내전이 끝나고 그가 휘나라 대장군직을 받는 것에 아무도 반대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초라한 행색으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저기다! 주윤이 저쪽으로 갔다. 쫓아라!”


주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저쪽 편에서 군사들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앞서 언급했듯이 내전은 고규의 승리로 끝났으니 휘나라 대장군인 주윤을 위협할 이는 없다고 봐야했다. 그런데 지금 주윤을 쫓는 이들의 정체는 대체 누구인가? 놀랍게도 그들은 바로 휘나라 군사들이었다.


‘어찌 이리 되었는가...?’


주윤은 눈을 감고 지난 삶을 되돌아보았다.


주윤은 휘나라에서 나름 높은 위치의 장군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성년이 되자마자 그 역시 군관으로 임관했다. 주윤이 임관한 후 3년 만에 8황자의 난이 시작됐다. 그리고 주윤은 어릴 적부터 친우였던 8황자의 편에 섰다.


8황자 군으로 싸우게 된 주윤은 내전 초기부터 늘 죽음과 가까이 있었다. 초반에는 군세가 열세라 병졸이나 장군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죽어나갔다. 오죽했으면 8황자인 고규조차 잠깐이지만 직접 검을 들고 전장에 나가야 했던 때가 있었을 정도다.


군세가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에도 여유는 없었다. 당시 황군은 8황자 군의 핵심이 주윤이라는 것을 알고 늘 그를 노렸다. 그런 만큼 주윤이 내전에 참여했던 10년간의 삶은 지옥 그 자체였다. 주윤은 항상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식사를 할 때, 심지어 잠잘 때조차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그랬던 내전이 드디어 끝이 났다. 이제는 지옥에서 해방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주윤이었지만 그에게 찾아온 것은 해방이 아니라 배신이었다.


황제 고규는 주윤을 유인하여 죽이려했다. 처음에는 몰랐던 주윤이었지만, 오랜 전장의 경험으로 그가 배신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결국 그는 황제에 맞서 싸우다가 남은 아들 하나를 데리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중이었다.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황궁 내부는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자신이 아닌가. 도망갈 곳은 없다. 하지만 주윤은 멈출 수가 없었다. 아직 자신의 아들인 주원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주윤은 자신의 앞을 막는 군사들을 계속 베고 또 베었다. 주윤 앞에 쓰러진 이가 백이 넘고 천이 넘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신이나 나찰을 연상케 했다. 황군과의 내전을 승리로 이끈 자 다운 무위였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다. 도와주는 이 한 명도 없이, 그것도 어린 아이까지 달고 제도의 거의 모든 병력이 동원된 이 포위망을 뚫을 수는 없었다.


결국 제도의 외성 성벽 근처에서 완전히 포위당하고만 주윤. 그런 그 앞으로 장수 하나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났다.


“이제 포기하셨소? 참으로 대단하고도 지독하시오. 대장군. 아니. 지금은 그냥 죄인 주윤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낯이 익은 놈이다. 제법 높은 관직에 있었지만 전장의 소용돌이 속에서 감히 자신을 똑바로 처다 보지도 못했던 놈이었다. 그랬던 놈이 주윤을 똑바로 쳐다보며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이제 주윤의 힘이 다 빠진 줄 알고 이제야 그 앞에 건들거리며 다가섰다.


“죄인이라... 황상께서... 아니. 고규 그 놈이 그리 말하던가?”

“흥! 이제는 다 포기한 것인가? 이리 포기할거면 진즉 포기하지 그랬소? 대장군 때문에 오늘 죽은 이가 몇인 줄 아시오?”

“누가 포기했다고 하더냐? 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하압!”


검을 제대로 들고 있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주윤은 끝까지 모든 힘을 짜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주윤을 조롱하던 장수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그 검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모든 힘을 다한 주윤의 검도 제대로 막지 못하며 단칼에 목이 꿰뚫리고 말았다. 동시에 주윤의 몸은 앞으로 쓰러졌다. 정말 모든 힘을 다 쓴 것이다.


주윤이 쓰러졌는데도 군사들은 주춤거리며 다가오지 못했다. 그만큼 주윤이 두려웠다.


그때 군사들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황상폐하 납시오!!”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 황제가 주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황제 고규는 주윤이 만들어낸 끔찍한 참상을 감상하듯 쳐다보더니 얼마 후 주윤에게 다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상은 했지만 혼자서 이 많은 병사들을 다 이 꼴로 만든 것인가? 갓난쟁이 까지 품에 안고서...? 대단하군... 역시 휘의 태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아.”

“그래. 고규... 이제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는 필요 없어진 건가?”

“후후! 이보게. 주윤. 자신이 고작 사냥개라고 생각했던 건가? 차라리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나는 고작 사냥개 따위를 두려워하진 않으니 말일세.”

“두려워...? 내가...?”

“많은 병사들이, 심지어 무지한 백성들조차도 자네의 이름을 태양처럼 떠받들고 있다지? 당연하겠지. 10여 년 동안 이어져왔던 내전을 끝내고 무능한 폐주를 몰아낸 인물이니. 그에 반에 난 뭔가? 난 원래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무능한 8황자였네. 그런데 지금 어찌 이 자리에 있는지 자네가 더 잘 알지 않은가? 자네가 내 편에 서준 것 덕분에 난 황제라는 자리에 올랐네. 즉 이 나라의 지존이 되어야 할 내 앞에 자네가 있다는 뜻이야. 그러니 내가 어찌 자네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나?”

“크윽! 난 단 한번도...”


주윤은 단 한 번도 역심을 품은 적이 없다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황제가 말을 잘랐다.


“알지. 지금까지 자네가 내게 역심을 품은 적이 없다는 걸 말이야. 그러니 자네를 이리 궁지로 몰 수 있었지.”


황제의 말대로 주윤에게 정말 역심이 있었다면 이런 상황이 나오지도 않았을 터였다. 기본적으로 휘나라의 모든 군사들은 황제의 명을 따르게 되어있지만, 실제 세상만사가 그리 돌아가겠는가. 오랫동안 주윤과 함께 싸웠던 군사들은 대부분 황제의 명 대신 주윤의 명을 따랐을 거다. 주윤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들을 데리고 제도를 장악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윤은 그러지 않았다. 정말 전혀 역심이 없었기에 황제가 내린 명대로 자신을 따르던 군사들 대부분을 최전방에 보내버렸다.


“내가 역심이 없다는 걸 알면서 어찌하여 내게 이러는가?!”

“자네의 생각은 그리 중요하지 않네. 자네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야. 자네에게 계속 그런 힘이 주어진다면 자네의 생각도 언젠가는 바뀔 것이고, 설사 끝까지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네. 자네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나라의 지존인 내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네. 하늘 아래 어찌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있겠나?”


주윤은 억울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친우이자 그 누구보다 충직한 신하였던 자신을 죽이려는 고규가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모든 힘이 빠진 상태다.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다.


“내 평생을 너의 검으로... 황제의 검으로서 살아 왔다. 황제가 내린 검이니 거두는 것 역시 황제의 몫. 다만...”


고규는 무슨 말을 할지 아는 거처럼 고개 끄덕였다.


“원이 걱정은 하지 말게. 친우의 아들로서 내가 잘 보살 필 것일세.”


주윤은 다소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검이니 대장군이니 그딴 말없이 친우의 아들이라고 했으니 품안의 아들은 안전할 것이다.


‘원아... 미안하다. 네 어미를 지켜주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나까지 네 곁을 떠나게 되었구나.’


아들인 주원을 생각하자 그렇게 강인했던 주윤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동시에 후회가 들었다.


‘처음부터 고규, 이놈과 인연을 쌓는 것이 아니었는데...’


주윤은 처음부터 권력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황제의 자리와 거리가 전혀 멀었던 8황자 고규와 더 친해졌었다. 하지만 그 고규는 결국 자신을 발판삼아 황제가 됐다. 권력의 말로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는 주윤이다.


자신이 죽이려고 한 대상이지만 친우의 그런 눈물은 도저히 보지 못하겠던지 고규가 손을 들었다. 이어서 수많은 창들이 주윤의 목으로 향했다. 그 누구도 가망이 없다 여겼던 휘나라 8황자의 난을 승리로 이끈 대장군 주윤은 그렇게 쓰러졌다.


**


눈을 뜬 주윤.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이게 뭐지...? 난 분명 죽었는데...”


하지만 몸을 훑어본 주윤은 자신이 분명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 꿈을 꾼 것인가...?”


꿈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꿈이었다면 자신이 익숙한 곳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지금 눈을 뜬 이곳은 생전 처음 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극락... 아니. 지옥에 온 것인가? 아니?! 헉!”


그때 주윤은 자신의 곁에 있던 덩어리를 보고 크게 놀랐다. 그 덩어리는 주원이었다.


“고규! 이 찢어죽일 놈! 기어코 원이마저 죽인 것이냐?!”


주윤은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이 사후세계일 거라고 생각하며 분노를 토했다. 그렇게 분노의 사자후를 토해낸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깐 진정하고 다시 주변을 둘러본 주윤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처음 죽어보는 것이라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사후세계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살았던 곳과 비슷해도 너무 비슷한, 아니. 똑같은 세계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가.


“으아앙!!”


그때 계속 잠자고 있던 주원이 드디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주원을 보며 주윤은 결의를 다졌다.


“그래. 원아.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죽은 것이 아니라면 일단 살아보자꾸나.”


주윤은 주원을 업고 한 걸음 씩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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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른의 맛 24.01.26 74 1 14쪽
6 업성의 문지기 24.01.25 98 2 14쪽
5 무양현의 전설 24.01.24 134 4 11쪽
4 자식새끼가 아니라 웬수 +1 24.01.23 168 5 13쪽
3 조우 24.01.22 192 1 14쪽
2 아비가 아니라 웬수 24.01.22 296 2 13쪽
» 그 시대 속으로 24.01.22 37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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