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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주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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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그림/삽화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4.01.19 17:27
최근연재일 :
2024.01.27 18:5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398
추천수 :
21
글자수 :
47,298

작성
24.01.25 18:50
조회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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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4쪽

업성의 문지기

DUMMY

최근 업성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매우 분주했다. 업성의 관군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고강도의 훈련을 했고, 백성들 역시 관의 명령에 따라 각자 할당된 세금을 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업성에서도 상대적으로 한가한 곳이 있긴 있었다.


업성의 남문에서는 두 명의 문지기 병사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서 있었다.


“하아암! 뭔 하품이... 이리 가만히 서 있는 게 지겹긴 지겹구먼.”


문지기 중 한 명인 석태가 하품을 하다말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의 동료 문지기인 구정은 배부른 소리 말라며 석태를 타박했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게. 그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아무튼 지겨운 게 차라리 낫지. 안에서 뺑이 치는 녀석들을 보라고. 하루 종일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죽을 지경이라고 하지 않나.”

“그래도 배식은 잘 나온다던데?”

“그거 안 먹고 편히 있는 게 낫지. 이 사람아. 저리 무리하게 훈련을 받으면 아무리 잘 먹어도 몸이 축나는 거야.”

“흐흐흐. 그건 그렇지.”


물론 아예 할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업성의 문을 지나다니는 사람의 숫자는 제법 많았다. 기주는 중원 13주에서도 인구가 많은 편에 속했고, 업성은 그 기주의 주도다.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들의 대화처럼 업성 안 병영에서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려가며 훈련하는 동료들에 비해서는 일이 없는 수준이라고 봐야했다. 문지기인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성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의 몸수색 정도가 전부였고, 어느 정도 신분이 확실한 이들이라면 수색도 하지 않고 바로 통과시켜주었다.


“오늘도 수상한 사람은 딱히 없구먼.”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사실 우리가 수상한 사람을 어찌 발견하겠나? 이 업성에 드나드는 사람들이야 대부분 백성들이고, 정말 이곳에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온 사람이라면 대놓고 나 수상한 사람이요 하면서 오겠나? 작정하고 변장을 하던가 해서 오지. 우리가 대체 어찌 그런 자를 색출해낼 수 있겠나? 여기를 통과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말이야.”

“맞는 말이지.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놈들은 실제로 근무를 해보지도 않고,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낸다는 말일세. 그러니 뭐가 제대로 될 리가 있나? 지금도 보게. 여기 이 사람들 중에서 겉으로 딱 보기에 수상한 사람이 있을 리가... 있네...?”


구정과 함께 위정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던 석태가 순간 입을 떡 벌렸다. 그의 눈앞에 정말 ‘나 진짜 수상한 사람이오.’라고 만천하에 선언하는 듯한 사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옷은 여기저기 찢겨 있어서 넝마가 되어있는데 덩치는 무지막지하게 큰 사내였다. 결정적으로 웬만한 사람이면 들기도 힘들어 보이는 도끼를 떡하니 들고 있었다. 전체적인 행색이 전형적인 거지같으면서도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는 거구를 보니 또 도적 같기도 했다.


석태와 구정은 순간 긴장하며 그 앞을 막았다.


“머, 멈춰라! 네놈은 누구냐?”


그에 수상한 행색의 사내가 답했다.


“아! 아저씨들 안녕하세요. 전 주원이라 해요. 그런데 아저씨들. 여기 업성 맞아요?”


그 사내는 바로 주원이다. 그의 대답에 석태와 구정은 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원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태와 구정은 주원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그제야 석태와 구정은 주원이 정말 어리다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 볼 때는 얼굴에 흙먼지가 묻어 몰랐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확실히 앳된 티를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주원이 아직 어린 청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소 안심한 석태와 구정.


“맞긴 한데 넌 대체 누구냐? 설마 황건적이냐?”

“황건적은 무슨... 내가 어딜 봐서 황건적이란 말이에요?”

“어딜 봐서긴. 얼굴만 빼면 영락없는 황건적인데... 아무튼 아니라는 거군. 그럼 넌 이곳 업성에 왜 왔느냐?”


본격적인 질문에 주원은 대답 대신 진서에게 받은 서신을 내밀었다.


구정은 주원이 내민 서신을 보더니 눈을 부릅뜨며 크게 놀랐다.


“아니?! 이것은...?! 이럴 수가...!”


서신을 바로 알아본 듯한 구정. 그런 그를 보며 주원이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저씨... 지금 서신 거꾸로 드셨는데요?”

“응?! 아... 하하하! 그렇구먼... 내가 요즘 눈이 삐꾸라서 뭐든 거꾸로 본다네.”

“에효! 뭘 아는 척인가? 까막눈 주제에... 얘야. 이걸 누구한테서 받았느냐? 또 누구한테 주라든?”


그에 옆에 있던 석태가 한심하다는 어투로 구정을 타박하고는 다시 주원에게 물었다.


“진서라는 분에게 받았어요. 그분이 말하길 이걸 경무라는 분께 전달하면 될 거라고 하던데.”


주원의 대답에 구정과 석태는 순간 몸이 뻣뻣해졌다. 진서가 누군지는 몰라도 경무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기주군들 중 경무를 모르는 자는 아마 거의 없을 테니까.


“경무님? 설마 무양현의 전설 경무님을 말하는 것이냐?”

“예? 무양현의... 뭐요? 아! 난 그런 거 모르겠고, 어쨌든 진서라는 분이 알려준 그대로 말했어요.”


잠시 의심스런 눈으로 주원을 보는 구정과 석태.


“이 아이가 말하는 사람이 정말 경무님이 맞을까?”

“글쎄... 이런 거지꼴을 한 아이와 경무님이 무슨 연관이 있을 리가... 그래도 혹시 모르긴 하지.”

“흠. 혹시 모르니까 그래도 보고를 하는 게 맞겠지? 얘야.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구정은 주원이 건넨 서신을 들고 경무가 있는 관청으로 향했다.


**


주윤이 다녀가고 난 이후부터 경무는 항상 전전긍긍 했다. 오늘도 그렇다. 평소라면 아주 한가롭게 차를 즐기고 있었어야 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도 골치가 아픈지 한 번씩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젠장! 젠장! 대체 그 아들놈은 언제 온다는 거야? 그리고 또 그놈의 요상한 당부는 대체 왜 한 거야? 세상에 그런 자리가 어딨어! 하도 신경이 쓰여서 뭘 해도 집중이 안 되네...’


지금 경무는 주윤의 당부를 하루 종일 신경 쓰고 있었다. 주윤의 당부가 무엇이었던가? 바로 주원이 이곳에 오게 되면 그에게 위험하지도 않고 공도 세울 수 없는 자리를 주라고 했다.


경무는 이해할 수 없는 주윤의 부탁, 아니 명령에 끙끙 앓고 있었다.


이러다가 신경쇄약이 올 것 같은 경무. 그때 부관이 그의 방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저기 장군님...”


‘헉! 이제 온 것인가? 큰일이다! 아직 적당한 자리를 찾지도 못했는데...’


“뭐, 뭐냐?! 혹시 그놈... 아니. 웬 어린아이라도 온 것이냐?!”

“아닙니다. 남문의 문지기 하나가 서신을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경무는 자신이 걱정하던 일이 아니라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을 놀라게 한 부관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아! 그런 평범한 보고를 왜 그리 호들갑을 떨면서 하느냐?!”


‘염병. 내가 언제 호들갑을 떨었다고...’


기주의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경무지만, 그를 직접 모시는 부관의 입장에서는 그저 성질머리 더러운 상관일 뿐이다.


어쨌든 구정이 넘겨준 서신을 받아 읽는 경무. 천천히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음... 진서가 보낸 것이로군.’


지금까지 쓸데없는 고민으로 시간을 낭비하던 경무의 눈빛이 변했다. 그래도 중요한 임무를 할 때만큼은 나름 진지해졌다.


경무는 당연히 임무에 대한 내용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모처럼 진중하게 서신을 읽고 있는데, 그의 표정이 또다시 사색이 됐다.


거기에는 임무가 아닌 주원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즉, 자신들의 목숨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원의 등용을 추천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경무는 서신의 내용을 보자마자 주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트, 틀림없다! 이 주원이라는 아이가 바로 노야의 아들이다!’


경무는 다시 골머리가 아파졌다.


‘젠장! 이 놈을 대체 어디에 배속시켜야 그 괴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경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때 서신을 건넨 구정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장군... 서신을 가져온 그 아이는 어찌할까요?”


웬만하면 장수가 명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다른 장수도 아니고 경무인데 당연히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다. 서신을 받아든 지 반 시진이 넘도록 아무런 명도 없이 서신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더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연 구정이다.


그제야 상념에서 깨어난 경무는 구정에게 물었다.


“아! 이 서신을 가져온 아이는 어디 있느냐?”

“지금 남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가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도 못했지만 주윤의 아들을 이리 기다리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경무는 일단 남문으로 향했다. 그에 구정은 매우 놀랐다.


‘대체 그 아이가 어떤 아이길래 천하의 경무님이 이리 직접 행차할 정도일까...? 혹시나 하고 와 보길 잘 했군.’


그렇게 남문으로 향하는 둘.


확실히 경무의 위세가 대단하긴 대단했다. 남문으로 향하는 도중 구정이 평소에 구경도 못해 본 인물들도 경무에게 인사를 하거나 아는 척을 했다.


“장군! 오셨습니까?”

“경무 장군. 여긴 어쩐 일이오? 하하!”

“아...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보시지요.”


많은 이들이 경무에게 아는 척을 했지만 정작 경무는 그들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으며 서둘렀다. 그런 경무의 모습에 구정은 더욱더 궁금해졌다.


어느덧 둘은 남문에 도착했다. 순식간에 남문 주변이 시끄러워졌고 주원을 데리고 있던 석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헉! 경무 장군님께서 직접...?”


경무는 석태를 신경도 쓰지 않고 바로 주원부터 찾았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멀리서 봐도 보통 사람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주원이었다.


“이 아이가 그 주원이라는 아이더냐?”

“예. 장군.”


‘흠... 아비와 많이 닮지는 않았군. 덩치는 확실히 더 큰데 말이야.’


경무는 주원을 슬쩍 보다가 질문을 던졌다.


“네가 그 개새... 아니. 진서를 도와줬다는 아이냐?”

“예! 맞습니다!”


평소보다 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힘차게 대답하는 주원. 이름도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봐도 경무는 이곳에서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거기다가 경무가 지나갈 때 주위 사람들이 모두 그를 보며 칭송하는 것까지 목격했다. 그러니 절로 공손해지는 게 당연했다.


반면 경무는 속으로 자책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네가 주윤의 아들이냐 물어볼 뻔했기 때문이다. 주윤이 자신의 존재를 말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지 않은가.


“흠! 흠! 아무튼 내가 우리 군을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하지. 그런데 서신을 보니 자네가 우리 군에 복역하길 원한다는데 맞는가?”

“예! 꼭 복무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고민거리가 다시 찾아왔다. 문제는 지금 당장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거다. 그때 경무의 눈에 남문의 모습이 들어왔다. 동시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옳거니! 이거다!’


경무가 생각해낸 건 바로 문지기였다. 다른 성의 문지기라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이곳 업성의 문지기라면 위험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이곳이 위험하다면 그냥 기주 자체가 망하기 일보 직전이란 말이니 황건적이 한창 준동하던 때도 아니고 그럴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했다. 그럼 주윤의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한 셈이다.


다음으로 그렇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만큼 공을 세울 일도 없었다. 기껏해야 거동수상자를 발견하는 건데, 이곳 업성에서는 그럴 일도 잘 없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공이라고 인정받기도 힘들었다.


결국 두 번째 조건도 충족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지기라고 해서 다른 관군들에 비해 직급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주윤이 말하지도 않았는데 경무가 지레짐작한 조건 역시 맞아떨어진 셈이다. 즉, 문지기는 경무가 생각한 모든 조건을 만족한 최고의 보직이다.


“좋아! 우리 군에 들어오게.”

“감사합니다!”


경무의 대답에 주원은 뛸 듯이 기뻐했다. 드디어 그토록 그리고 그리던 대도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멋들어진 관군으로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경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주원을 보며 짐짓 비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 중요한 임무 하나를 맡기지. 당분간 이 둘과 3인1조가 되어 남문을 지켜주게.”


석태와 구정은 크게 놀랐다. 원래 문지기는 2인1조 교대근무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자네들이 잘 도와주게.”

“예! 명 받들겠습니다!”


감히 누구 명이라고 거절할까. 더군다나 2인1조가 아니라 3인1조라면 자신들은 더욱더 편해지는 것 아닌가. 싫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름이 주원이라고 했나? 잘 듣게. 문지기일은 정말로 중요한 일일세. 자네가 이 문을 잘 지킬수록 안쪽의 전우들은 훈련에 힘을 받게 되네. 병사뿐 아니라 기주자사, 나 같은 사람, 백성들, 이들의 안위가 모두 자네에게 달려있단 말일세.”


혹시나 나중에 트집잡힐 일이 없게 경무는 문지기의 역할을 제대로 과대포장 했다. 덕분에 주원은 물론 문지기 일을 하고 있던 석태와 구정까지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멋지다. 이 아저씨. 놈팽이 같은 우리 아버지와는 차원이 달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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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참교육 24.01.27 58 0 13쪽
7 어른의 맛 24.01.26 74 1 14쪽
» 업성의 문지기 24.01.25 99 2 14쪽
5 무양현의 전설 24.01.24 134 4 11쪽
4 자식새끼가 아니라 웬수 +1 24.01.23 168 5 13쪽
3 조우 24.01.22 192 1 14쪽
2 아비가 아니라 웬수 24.01.22 296 2 13쪽
1 그 시대 속으로 24.01.22 37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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