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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주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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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그림/삽화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4.01.19 17:27
최근연재일 :
2024.01.27 18:5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395
추천수 :
21
글자수 :
47,298

작성
24.01.22 18:50
조회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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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4쪽

조우

DUMMY

깊은 산속에서 때 아닌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악!!”

“쫓아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상황을 보아하니 5명의 사내들이 대략 20명이 넘는 사내들에게 쫓기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망치고 있는 5명은 관복을 입고 있었는데 추적하는 20명은 정체라도 숨길 모양인지 검은 천을 온 몸에 휘감고 있었다.


어쨌든 도망자 5명은 열심히 도망쳤지만 공교롭게도 앞은 협곡처럼 이루어진 절벽으로 막혀 있었다. 결국 도망을 포기하고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이제 최후의 발악이냐? 괜한 수고 말고 얌전히 뒤져라. 괜히 반항을 하다가는 더 아플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쫓아오던 20명의 선두에 있는 자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비웃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수적 우위에 자신감이 넘치는 듯했다.


5명의 도망자 중 한 명이었던 진서.


‘크윽! 도무지 살아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상대가 자신들을 비웃는 것도 치욕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은 무조건 살아야 했다. 목숨이 아까운 것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아주 중요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서, 그는 기주의 행군사마로 평소에 충실히 본분을 지키고 있는 자였다. 황건적의 난 때도 제법 좋은 활약을 했을 정도다. 그러던 그에게 평소 존경하던 경무라는 상관이 아주 중요한 임무를 내렸다. 서편 하나를 그에게 건네며 이것을 무조건 낙양에 전달하라는 임무였다.


진서는 그 서편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주 중요한 내용이 있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고작 서편 하나를 보내는데 굳이 자신을 비롯한 기주의 정예병들을 딸려서 보낼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살아서 임무를 완수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진서.


“살려주게. 도대체 무슨 연유로 우리를 이리 핍박하는 겐가? 가진 재물을 내놓으라면 다 내줄 것이고, 지금까지 우리 동료들을 죽인 것도 전부 함구하겠네. 그러니 제발 살려주게.”


진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상대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러나 상대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크하하! 기주의 정예병이 목숨을 구걸하는 꼴이라니? 크흐흐! 그만큼 무조건 살아서 서신을 낙양에 전달해야 된다는 뜻이겠지?”


놀랍게도 상대는 진서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듯 그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냈다. 경무가 지시한 비밀 임무에 대해서도 이미 다 알고 왔다는 뜻이다.


‘역시 처음부터 이 서신을 노린 짓이었구나...’


갑자기 자신들을 노릴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던 진서. 다시 한번 검을 고쳐 쥐었다. 목숨을 구걸해서 살아갈 가능성은 없으니 남은 건 마지막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추적자들도 진서 주변을 에워쌌다. 비웃는 말과 표정과는 달리 그들도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자신들의 숫자가 많긴 해도 진서와 나머지 군사들의 전투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저벅 저벅.


고요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데 별안간 뒤쪽에서 정적을 깨는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뜻밖의 소리에 진서도, 추격자들도 소리가 난 쪽으로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거기에는 덩치가 곰 같은 사내 한 명이 도끼를 쥔 채 태연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진서는 사실상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를 보며 감탄했다.


“이런 산속에서 어찌 저런 사내가...!”


그 사내는 단순히 덩치만 큰 게 아니었다. 행색으로 보면 평범한 민초들이 입는 낡은 옷차림에 군데군데 이가 빠진 낡은 도끼를 들고 있는 평범한 나무꾼이다. 그러나 그 행색을 빼고 사람 자체만 보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슬쩍 보이는 배와 가슴은 군더더기 살이라고는 하나 없고 단단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다. 거기다가 웬만한 사람 몸통만한 팔뚝, 그 팔뚝으로 꽤나 무거워 보이는 도끼를 마치 나뭇가지마냥 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필부(匹夫)로 보이지 않았다.


그 나무꾼의 정체는 바로 주원이었다. 주원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어리둥절했다. 어릴 때 황건적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때 운이 좋게도(?) 주원은 그런 광경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즉,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직접 본 적은 없는 주원이다.


어쨌든 사람이 이전에 본적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보통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두려움을 느끼며 회피하거나 또는 호기심을 드러내거나. 주원의 반응은 당연히 호기심이었다. 15살 이후로는 그 어떤 것에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창칼을 든 다수의 사람들 속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는 주원이다.


진서는 그런 주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바로 주원의 앳된 얼굴을 보고 말이다.


진서는 주원의 신체와 행색을 주목해서 보다보니 정작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보니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 어린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어린 청년이 아닌가?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것일 텐데...’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큰 소리로 주원에게 외쳤다.


“청년! 어서 도망치게! 이들은 분명 자네를 죽일 거야!”


주원은 진서의 외침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호기심이 생겨 다가왔을 뿐이다. 그런데 막상 진서의 외침을 들으니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다.


‘저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숫자도 더 적고, 그만큼 어려운 상황일 텐데 나보고 도망을 가라니... 반대로 저 자들은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는 모양새고, 거기다 생긴 것도 뭔가 더럽게 생긴 놈들이고... 아무래도 저 5명을 도와야 하나?’


주원의 속마음은 진서 쪽 5명을 도와주는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어찌 싸워야 하나...?’


생전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다. 힘은 자신이 있었지만 그 힘으로 나무를 베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해본 적은 없는 주원이다.


그렇게 고민하는 주원. 하지만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추격자로 보이는 무리들이 주원을 향해 살기를 내뿜으며 창칼을 겨눴기 때문이다.


“저놈은 대체 어디서 온 놈이야? 아무리 봐도 그냥 나무꾼 나부랭이인 것 같은데...?”

“근처에 마을이 있겠지. 보나마나 군역을 피하기 위해 이런 산골오지에 살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퉤! 쓰레기 같은 놈들!”


주원은 추적자들의 대화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웬수같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쓰레기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 누구를 도와야 할지 더욱 더 명확해졌다.


‘아무리 봐도 저놈들은 나쁜 놈들이군.’


그렇게 인상을 쓰는 주원을 보며 비웃는 추적자들. 그들 눈에도 주원이 범상치 않은 건 맞지만, 그래봐야 일개 나무꾼 한 명에 불과했다.


“허! 저 놈이 인상을 쓰는데?”

“어쨌든 기분 나쁜 놈이야. 여기 이놈들과 같이 처리하자고. 목격자가 있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말이야.”


여태까지 두려움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주원도 지금은 살짝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과 싸우는 것은 처음이었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상대는 자신처럼 전혀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 모습에 주원은 도끼를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긴장을 해서일까? 주원은 상대가 완전히 접근하기도 전에 황급히 도끼를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추적자들의 비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그들은 주원을 상대로 당연히 자신들이 이길 거라 믿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저항이 제법이 만만찮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지금 주원이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니 무예의 기본 중에 기본도 없었다.


“크하하하! 도끼를 그 따위로 휘두르...?! 커컥?!”


그렇게 비웃으며 주원을 향해 가장 먼저 달려 나가던 추적자가 갑자기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도끼를 휘두를 때 나온 풍압이 순간적으로 추적자의 안면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 추적자는 순간 따귀라도 맞은 것 같았다.


“아니?! 뭔 놈의 힘이...?!”


추적자는 크게 당황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무예를 할 줄 모르는 것 같아 순간 경시했는데,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무지막지한 신력은 절대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건 가장 선두에 섰던 추적자만 그런 건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풍압을 맞은 건 아니었지만, 뒤로 흘러나오는 풍압만으로도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습게 볼 놈이 아니다! 이쪽으로 와라!”


그에 진서를 둘러싸고 있던 추적자 몇몇이 몸을 돌려 주원 쪽으로 갔다. 덕분에 잠시 여유가 생긴 진서.


그의 눈에도 주원은 매우 신기했다. 도끼를 휘두르는 동작을 보면 분명 무예를 모른다. 하지만 신력만으로도 단련된 다수의 추적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서는 곧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무려 10명이나 되는 추적자가 동시에 주원을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력이 뛰어나다한들 맨몸으로 창칼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주원은 추적자들의 공격에 난도질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진서는 곧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어, 어찌 저런 몸으로 저리 빨리...’


주원의 거대한 신체에서 나오는 신력은 대단하지만 결국 그 거대한 신체 때문에 민첩성이나 순발력은 느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민첩함은 호랑이를 보는듯했다.


주원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10명의 동시공격을 도끼로 막거나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발차기로 반격했다. 그리고 그 발차기는 평범한 발차기가 아니었다.


퍼퍼퍽!!


“커어억!”

“크악! 쿨럭!”


주원의 발차기에 맞은 추적자들은 말 뒷발차기에 맞은 듯 몇 보를 날아갔다. 그렇게 쓰러진 이들은 어디 부러지기라도 했는지 크게 신음을 토하며 일어나지 못했다. 단 한 번의 교전으로 3명을 전투불능에 빠뜨린 주원이다.


그러나 주원도 완전히 여유롭지는 못했다. 10명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워낙 아슬아슬하게 피했기에 스치는 정도의 상처는 입을 수밖에 없다. 그 상처는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상처지만 나름 긴장한 주원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처였다.


다른 추적자들도 그걸 간파했는지 진서 쪽 인원을 더 불렀다.


“어이! 이쪽으로 와! 일단 이놈부터 먼저 잡아야 한다!”


진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들을 상대하다가 주원 쪽으로 가는 추적자를 먼저 노렸다.


“크악!!”


진서의 기습으로 크게 당황한 추적자들, 순간 누구를 상대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혼란에 빠졌다. 주원도 그에 호응하듯 도끼를 휘두르며 날뛰었다. 추적자들의 진영이 완전히 붕괴되고 있었다.


“대, 대장! 이, 이놈들부터 막아야...”

“무슨 소리야?! 이 괴물 녀석부터 처리해야 된다고!”


그 이후부터는 일방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추적자들은 순식간에 하나둘씩 쓰러졌고, 결국 진서가 대장으로 보이는 추적자 목에 검을 박아 넣으며 전투가 끝났다.


진서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주원에게 다가갔다.


“하하! 이보게. 소년 장사! 아무래도 자네와 내가 합이 잘 맞는 모양일세.”

“네? 아저씨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요. 시커먼 아저씨랑 합이 잘 맞는다니 그거 굉장히 위험한 말로 들리니까.”

“그런가? 크하하하!”


추적자들을 다 처리하고 호탕하게 웃는 진서와는 달리 주원의 표정은 착잡해보였다. 진서는 그런 주원을 보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원의 무위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많이 어린 청년이다.


“그러고 보니 살인은 처음인가?”

“전 이 산골짜기의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어요. 기침소리만 들려도 누가 기침했는지 다 아는 그런 작은 마을에서 살인을 어찌 해봤겠어요?”

“역시 그랬구먼...”


주원의 얘기를 듣고 보니 확실해졌다. 사실 이번 전투에서 추적자들을 죽인 건 전부 진서와 관군들이 죽였다. 주원은 주먹질이나 발차기로 상대를 쓰러뜨리긴 했지만, 단 한 명도 죽이지는 않았다. 그게 도끼질이 어설퍼 그런 게 아니라 맞히기를 주저한 것이었다.


“처음은 다 그렇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네.”

“아저씨는 살인 많이 해 본 솜씨던데...”

“많이 했지. 셀 수도 없을 만큼... 강제로 군에 끌려와 전쟁터로 끌려갔네. 변방의 오랑캐였지? 거기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네. 오랑캐만이 아니지 황건적도 있었고, 또 같은 관군들도 있었지.”


주원은 문득 이해가 안됐다. 오랑캐나 도적떼야 그럴 수 있는데 같은 군인끼리 어찌 서로 싸운단 말인가. 진서는 주원의 질문에 답하듯 얘기를 이어나갔다.


“나도 자네처럼 처음에는 많이 괴로웠다네. 토악질을 할 때도 있었어. 하지만 결국 내가 깨달은 것은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다는 것이야. 슬프게도 지금은 그런 시대일세.”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다라...’


주원은 진서의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빠졌다. 방금 전 상황도 그렇지 않은가. 주원이 결국 상대를 죽이지 못했다면, 주원도 계속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결국 죽는 건 그였을 테니까. 그렇게 혼자만의 상념에 빠져있던 주원에게 진서가 손을 내밀었다.


“자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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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업성의 문지기 24.01.25 98 2 14쪽
5 무양현의 전설 24.01.24 134 4 11쪽
4 자식새끼가 아니라 웬수 +1 24.01.23 168 5 13쪽
» 조우 24.01.22 19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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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시대 속으로 24.01.22 37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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