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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주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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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그림/삽화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24.01.19 17:27
최근연재일 :
2024.01.27 18:5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396
추천수 :
21
글자수 :
47,298

작성
24.01.26 18:50
조회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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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4쪽

어른의 맛

DUMMY

주원은 경무 덕분에 그 자리에서 바로 남문 문지기로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관군으로 입대하는 것 자체는 크게 제약이 없다. 오히려 병력이 모자라면 억지로 징병을 하는 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문지기든 뭐든 본격적으로 근무를 서는 것은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관군 신병으로서 기본적인 훈련을 받고 그걸 통과하면 비로소 특정 근무지에 배정을 받을 수 있다. 그 과정이 경무 덕분에 바로 통과가 되어버린 주원이다. 그렇게 주원은 다음 날부터 석태, 구정과 함께 남문 교대 근무를 서게 됐다.


석태와 구정은 이제 2인 1조가 아니라 3인 1조로 편하게 근무를 설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싱글벙글 이다. 하지만 둘의 표정은 곧 굳어졌다.


교대시간이 되어 남문 앞에서 만난 주원과 석태, 구정. 당연히 주원은 신병으로서 고참 인 석태와 구정에게 경례를 먼저 해야 했다. 그런데 주원은 석태와 구정을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을 뿐 경례는커녕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경례를 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주원이 제대로 된 신병 교육을 받지도 않고 근무에 투입 되었으니 경례하는 법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인사, 최소한의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는 건 석태와 구정 입장에서는 명백한 무시였다.


원래 성격대로라면 석태와 구정은 그 자리에서 바로 따귀를 날리거나 날라 차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석태와 구정은 감히 그러지 못했다.


“젠장! 저 자식...! 자기는 경무님이 뒷배다 이건가? 우리보고 알아서 기라고?”

“어떡하지? 확 초장에 기를 잡아?”

“아서라. 경무님이 직접 챙기는 거 다 확인했잖아.”


뒷배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무라면 아무것도 아닌 석태와 구정 입장에서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될 존재였다. 그렇다고 자기들이 먼저 굽히자니 그건 그것대로 자존심 상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둘.


드디어 이전 시간대 병사들이 나왔다.


“어이! 석태. 구정. 너희들 이제 3인 1조로 근무한다면서? 젠장! 부럽군.”

“부럽긴 뭐가 부럽냐? 재수 없으면 팔자에도 없는 상관을 모시고 근무해야 될 수도 있어.”


석태와 구정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들을 부러워하던 동료들을 타박하고는 본격적으로 근무를 섰다. 그런데 주원이 그제야 인사를 했다.


“하핫!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참으로 즐거운 하루입니다!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주원은 방금 전 마주쳤을 때만해도 사람이 있는지 본 척도 안하더니 지금은 또 아주 살갑게 인사하고 있다. 석태와 구정 입장에서는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인지 황당하기만 했다.


“뭐, 뭐냐? 저 자식...?”

“나도 모르겠다. 어릴 때 약간 머리를 다친 놈인가...?”


그리고 이어진 주원의 행동은 둘을 더 놀라게 했다.


“자! 헛둘! 헛둘! 으쌰! 으쌰!”


주원은 갑자기 자신에게 지급된 장창을 가지고 요상한 자세로 들어다 놨다를 반복했다. 문지기는 근무를 설 때 웬만해서는 움직이면 안 됐다. 검문을 할 때나 상급자가 지나갈 때 경례하는 걸 제외하고는 창과 허리를 꼿꼿이 세운 부동자세를 취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주원은 요상한 자세로 창을 마구잡이로 움직이고 있었고 더불어 입에서 괴상한 소리도 내고 있었다.


“자, 잠깐! 지금 뭐하는 짓이야?!”


석태와 구정이 역정을 내자 주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제가 뭘 하긴요? 일 시작하기 전에 의식 치르는 거잖아요?”

“아니?! 의식이고 지랄이고 일단 알았으니까 그만 둬라.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특히 그 으쌰! 으쌰! 하는 그런 괴상한 소리 좀 지르지 말고.”


석태와 구정의 타박에도 주원은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 예! 그렇군. 도시는 이리 하면 안 되는 구나. 역시 우리 마을 생활과 도시 생활은 아주 달라. 좋아. 아주 좋아!”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주원을 보며 석태와 구정의 표정은 점점 썩어 들어갔다.


‘아무래도 우리가 단단히 미친놈과 같이 근무를 서게 됐구나...’


그래도 이후부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주원은 석태와 구정을 유심히 보더니 그 둘과 마찬가지로 창을 곧추세우고는 부동자세로 근무를 계속했다.


처음에는 주원이 영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구정과 석태도 그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누가 문지기 근무에 대해 뭘 잘 못 가르쳐준 건가?’


“원이? 원아. 혹시 누가 문지기 근무에 대해 알려준 게 있었냐?”

“아뇨. 누가 알려 준 건 없습니다. 지금 선배님들 보면서 배우는 중입니다.”

“그래? 그런데 아까 전에 그 괴상한 자세와 기합소리는 왜 한 거냐?”

“아! 그건 우리 마을 전통이에요. 나무 신령님들에게 우리 나무꾼들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의식을 치르는 거죠.”

“하! 거 참 별...”


주원의 대답에 황당해하는 석태. 그때 구정이 잠깐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너 혹시 아까 우릴 보고 아는 체도 안 했던 게 혹시...?”

“아. 그것도 우리 마을 나무꾼들 전통이에요. 다들 일터에 도착하기 전에는 서로 아는 체도 안 해요. 나무 신령님이 자기한테 먼저 인사 안한다고 노하실까봐 옛날부터 그랬대요.”


주원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석태와 구정은 자신들이 주원에 대해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분이 풀린 듯한 목소리로 주원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었다.


“그랬었구먼... 그래. 원아. 여기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여긴 나무 신령님이 없으니 말이다. 앞으로 우리만 보고 잘 배우면 돼.”

“옙! 선배님. 안 그래도 고리타분한 우리 마을 전통은 저도 솔직히 별로였거든요. 전 도시의 전통을 배우는 게 더 좋습니다. 어서 가르쳐 주십시오.”

“크하하! 이 친구, 아주 화끈한 친구로구먼. 아주 마음에 들어.”


똘망똘망한 눈으로 대답하는 주원을 보고 석태와 구정은 같이 웃었다.


**


“거기! 마차! 정지! 정지!”


주원은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마차 한 대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는 그 마차의 안을 꼼꼼하게 살폈다. 뭐라도 하나 찾아내겠다는 듯 말이다. 주원은 마차 안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수색한 후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자 석태와 구정을 향해 크게 외쳤다.


“선배님들! 여기에 특별히 이상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석태와 구정은 그런 주원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주원과 석태, 구정이 함께 근무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사실 무언가를 배우고 익숙해지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주원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제법 문지기 근무를 잘 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적어도 반 년 이상 근무한 문지기라고 생각할 정도다.


“캬! 저놈 저거 물건일세. 벌써 저리 능숙하다니... 다른 신병들은 보통 한 달이 넘어가도 어리바리하던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다른 놈들은 어벙한 건 둘째 치고, 배우고자 하는 의욕도 없어서 참으로 답답하잖아. 우리 신병 때는 선배들 그림자만 보여도 손발이 안 보일정도로 빨리 움직였는데, 요즘 것들은 나약해빠져서 참으로 걱정이었지. 그래도 우리 원이는 그럼 놈들과 달라서 참으로 다행이야.”


그렇게 석태와 구정이 나 때는 어땠는지 열심히 토론하고 있을 때, 마차 주인인 듯한 상인이 그 둘에게 다가왔다.


“못 보던 얼굴인데? 신입인가 보지?”

“예. 어르신. 신병 교육중입니다.”


상인은 이미 석태, 구정과 안면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관군인 석태와 구정이 깍듯이 대하는 것으로 봐서는 어느 정도 재력이나 명망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상인 중에서도 마차를 가지고 있는 자라면 돈이 제법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흐음. 그래도 다행이군. 이 같은 난세에 저런 똘똘한 청년들이 관군이 되어 이 업성을 지켜준다고 생각하니 든든해지는구먼.”


상인의 얘기에 석태와 구정은 궁금하다는 물었다.


“어르신. 요즘 바깥 사정이 많이 어지럽습니까?”

“말도 말게. 아무래도 심상찮아. 조만간 아주 큰 일이 터지긴 터질 모양이야. 나도 이 번 상행을 끝으로 잠시 업성에만 틀어박혀 있으려 하네.”

“그 정도입니까...?”


석태와 구정의 표정이 크게 어두워졌다. 그에 주원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선배님들? 왜 방금 큰일이 터진다고 하셨습니까? 무슨 큰일 말입니까?”


큰일이 터진다는데 오히려 흥분된 모습의 주원. 석태와 구정은 그런 주원을 나무라려다가 말았다. 주원이 지금 나라의 상황을 알 리가 없잖은가.


“그게... 좋은 일이 아니다. 동탁이 지금 낙양을 장악했는데, 그 자의 위세가 너무 대단하여 황제까지 자기 마음대로 갈아치웠다지 않느냐. 거기에 각 지방의 제후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 조만간 큰 전쟁이 있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 물정 모르는 주원이라도 황제가 무엇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황제를 제 마음대로 갈아치운 동탁은 당연히 나쁜 놈으로 인식되었다.


“와! 그 동탁이란 놈은 진짜 쓰레기네요.”


석태와 구정은 기겁하며 주원의 입을 막았다.


“허억! 큰일 날 소리! 어디 가서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하면 아니 된다!”

“아... 예. 선배님.”


주원의 입을 막은 둘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주원이 보기보다, 아니. 보는 것만큼 단순하다는 건 그간 같이 있어보니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험험! 그나저나 벌써 교대시간이군. 원이. 자네. 술 마셔봤는가?”

“술이요? 전에 살짝 맛은 봤어요. 그런데 왜 마시는 건지 모르겠던데요?”


주원은 몇 년 전에 주윤이 아껴 마시던 곡주를 몰래 맛을 본적이 있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술을 접한 주원은 어른들이 왜 술을 마시는 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느끼기엔 술은 그저 쓰기만 한 액체였으니까.


게다가 술을 마신 서산골 사람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거나 울거나 싸움을 했다. 그러니 주원의 입장에서 술은 백해무익한 음료일 뿐이다.


구정은 잘 됐다는 듯 입을 열었다.


“흐흐흐! 아직 어려서 어른의 맛을 모르는 모양이군. 신입이 온 기념으로 한잔 걸칠까 했더니 아쉽군. 알겠다. 그럼...”


어른의 맛이란 말에 저도 모르게 발끈하는 주원.


“아! 알겠어요. 선배님. 그깟 술이 뭐가 별거라고... 가요. 가. 내가 오늘 업성의 술이란 술은 다 마셔줄려니까!”

“오올! 좋다! 가자! 늦었지만 오늘 신입 환영회를 제대로 하자꾸나!”


얼마 후 교대시간이 된 셋은 신나게 업성의 술집으로 달려갔다.


**


“으... 으아...! 아조띠... 이거 왜... 히끅! 마시는... 히끅!”


주원은 호기롭게 술집에 오긴 왔지만, 처음에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술을 꺼림칙해했다. 그런데 막상 눈을 딱 감고 한 잔을 들이키자마자 표정이 달라졌다.


바로 생각보다 마실 만 하다며 안주도 먹지 않고 연거푸 몇 병을 그대로 마셨다. 아니. 입속으로 부어댔다. 그 결과 주원은 지금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완전히 맛탱이가 갔다.


“크크크! 이놈 이거 아주 물건일세.”

“원아. 이제 그만 마셔라.”

“끄윽! 구러지 말고... 따악! 하안 잔 마아안...”


그렇게 세 사람이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을 때, 별안간 뒤에서 혀를 차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 쯧쯧쯧! 아무리 근무 시간이 아니라지만 기주의 병사들이 술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볼까 부끄럽군!”

“그러게 말입니다. 저럴 거면 집에서 곱게 쳐 마실 것이지!”


명백히 시비를 걸고 있다. 이제 석태와 구정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건방지게 관군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마음먹으며. 그랬던 석태와 구정의 고개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상대도 같은 관군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석태와 구정과 같은 일반 보사가 아니라 기사였다. 기사는 보사와 같은 병사 계급이긴 했지만 그래도 엄연히 보사보다 더 높은 직급이었다. 그러니 석태와 구정도 한 수 접을 수밖에 없다.


석태와 구정이 못 본 척 하자 기사들은 조롱의 수위를 더 높였다.


“엥?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게. 왜 고개를 돌리는가?”

“형님! 저것들 지금 보니 남문지기들 아닙니까?”

“햐! 세상 좋아졌구나. 살다 살다 문지기들이랑 겸상도 하네.”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나서는 석태.


“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같은 업성 동료들끼리!”

“뭐? 동료? 너희 같은 것들이 동료라고? 하는 짓이라고는 편하게 가만히 서서 잡담이나 나누는 것들이 우리 동료?”

“형님! 나 배알 꼴려서 아니 되겠수. 이것들 오늘 날 잡고 제대로 교육 한번 해줘야겠소. 어디 문지기 따위가 우리 기사들과 맞먹으려고...”


기사들은 마치 잘 걸렸다는 듯 일제히 일어섰다. 구정과 석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계급으로도 밀리는데 숫자도 압도적으로 밀렸다. 이제 남은 건 이들에게 얻어맞을 일만 남았다.


“자, 잠깐... 기사님들. 말로...”


그 때 주원이 잔뜩 꼬부라진 목소리로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아이쒸! 모가 이리 시끄러워?! 믄지기 따위...? 믄지기가 어, 어마나 증요한 뒈!!”


기사들의 분노에 찬 시선이 모두 주원에게 향했다. 석태와 구정은 사색이 되어 주원을 말리려고 했지만, 살기 어린 시선에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 와중에 주원은 다시 거침없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으이?! 아조씨들... 꼬으면... 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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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참교육 24.01.27 58 0 13쪽
» 어른의 맛 24.01.26 74 1 14쪽
6 업성의 문지기 24.01.25 98 2 14쪽
5 무양현의 전설 24.01.24 134 4 11쪽
4 자식새끼가 아니라 웬수 +1 24.01.23 168 5 13쪽
3 조우 24.01.22 192 1 14쪽
2 아비가 아니라 웬수 24.01.22 296 2 13쪽
1 그 시대 속으로 24.01.22 37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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