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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빌런이었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정증영대근
작품등록일 :
2024.02.01 12:52
최근연재일 :
2024.04.03 18:5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3,215
추천수 :
26
글자수 :
320,181

작성
24.03.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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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군식구가 있네

DUMMY

소년들은 금세 맨바닥에서 엉켜든다. 이현민은 도복 상의를 꺼내 걸치고 몇 가지 설명을 하고, 이 기술을 임정권에게 써서 탭을 받아낸다.


하지만 잠시 뒤에는 임정권이 이현민의 발목에 하체관절기를 걸어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MMA 해도 진짜 잘 할 것 같은데. 체육관 안 다녀볼래?”

“나중에 한 번 가볼께예. 살 방만 구해지면... 아, 아니구나. 지는 생활비를 벌어야 되니까. 아 진짜! 학교만 안 다녀도 맨날 운동 나가겠는데. 학교 그만 둬 버리면 울 엄마 백 프로 자리 깔고 드러누울 깁니더.”

“강준이도 월화 쉬고 주말에 운동을 보충하거든? 너도 그렇게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놀러 와. 나랑 같이 미튜브 찍자.”

“강준이는 뭐 그래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근데 강준아. 니 혹시 숨어사는 재벌 2세 같은 거 아이가? 그런 기 아니고서야 우째 이래 좋은 집에 혼자 살 수 있단 말이고?”

“지난번에 내가 우리 아빠 프리랜서였다고 했냐 안 했냐? 벌써부터 기억력이 그렇게 시원찮으면 나중에 어떡하려고?”

“그날 니가! 내 뒤통수를 하도 세게 차가꼬 까먹은 거 아이가! 이제 와서 말이지만 사람을 그래 차는 게 으데 있노? 치사한 새끼야.”

“뭐래? 뒤통수 찬 거 아니거든? 옆얼굴로 들어갔어!”

“뒤통수 때린 거 아니었다고? 동영상 보면 때리는 것 같던데?”

“아니야. 때리려고는 했었는데, 코치님이 뛰어들어서 막았잖아.”

“그래 니 잘났다 새끼야. 오오래 살아라.”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로 집이 그렇게 떠들썩했던 적은 없었다.


같이 웃고 떠들며 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정강준은 꾹 참고 인강을 보기 시작한다.


오늘 일을 다 해놓지 않으면 내일 일정이 진흙탕이 된다는 것을 정강준은 깨달아 가고 있다. 어쩌면 유온이 정강준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그런 인생의 진리인지도 모른다.


이현민은 같이 놀고 싶은 듯 정강준 곁을 얼쩡거리지만, 기말고사를 못 보면 트레드밀 산 돈을 물어내야 한다는 말에 즉시 돌아선다.


“공부 열심히 해라이!”


그런데 그 말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일어서보니 소년들은 전부 잠들어 있다.


아 이 거지같은 새끼들 진짜.


믿었던 임정권까지 새끼 양처럼 곤히 자고 있다.


이런 양 새끼. 집에 전화는 하고 자는 거냐.


게다가 이현민은 정강준이 매일 잠들던 소파 위 바로 그 자리에 대자로 누워 코를 골고 있다.


그 몰골을 본 정강준이 볼을 잔뜩 부풀린다.


이런 종간나. 내 자린데.


정강준은 발걸음을 죽여 방으로 들어간다. 옷방 구석을 뒤진다.


저것들 다 덮을 만큼 이불이 있을라나 모르겠네.


*


이른 아침부터 트레드밀 돌리는 소리와 진동에 이현민이 깨어난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한다.


거실로 나와 정강준이 달리는 모양을 조용히 지켜보다가는


“뭐고? 니 으데 아프나?”


하고 실실 웃으며 약을 올린다.


“니 복싱선수라매? 근데 우째 그래 달리기를 몬하는데? 그래 가꼬 어디 시합시간이나 채우겠나?”


정강준은 발끈하지만 딱히 할 말이 없다. 사실 숨이 차서 말대답도 하기 어렵다.


“아직 선수가, 헉. 아니니까 그렇지. 흐헉.”


선수가 아니라는 말에 이현민은 당혹스러워한다. 복싱을 했다는 말에 당연히 선수일 거라고 생각하고 싸우자고 했었던 건데.


선수가 아니라꼬? 그럼 취미로 하는 놈이었다는 기가?


이현민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ㅈ만 한 놈한테 깨진 거지?


임정권이 그간의 일을 설명해준다.


“비싼 기계라서 (중략) 평지 달리는 거랑 별 차이 없고 (중략) 미세먼지 때문에 (중략) 공기청정기 있는 집 안에서 훈련을 (중략)...”

“아 그거 괜찮네예!”


하지만 지구력이라는 게 며칠 사이에 좋아질 리 없다.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트레드밀에서 내려온 정강준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샤워실로 들어간다.


정강준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임정권이 뒤를 이어 올라가 달린다. 정강준에 비해 훨씬 속도가 빠르고 폼이 안정적이다.


그런데 늦게 깨어나 눈을 비벼가며 임정권이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황충 황선의 얼굴에서 옅은 웃음기가 배어나온다. 이현민도 웃음을 참는다.


“행님. 행님도 운동부는 아니신 것 같은데예?”


그래도 정강준을 약 올릴 때보다는 좀 조심스럽다. 볼 밑이 확 붉어진 임정권이 말을 더듬는다.


“어? 아니 나는... 그... 흠! 어릴 때 부상을 당해가지고... 달리기는 잘 못하는...”


정강준으로 하여금 무자비한 인터벌부터 체험하게 했던 오태영과는 달리, 이성규는 아침운동까지 엄격하게 지도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시합이 임박했을 때가 아니면 임정권의 자율에 맡겼다.


물론 이런 태업의 1차적인 원인은, 이성규가 현역 때보다 살도 많이 찌고 아침잠도 많아지는 바람에 선수들이 하는 수준의 아침훈련을 직접 지도하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었다.


그리고 심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사실 이성규는 선수시절 본인이 아침운동 때문에 하도 고생을 해서 그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만일 가능했다면 숨도 쉬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도 이성규는 종종 400미터 트랙이 펼쳐진 운동장에서 끝없이 인터벌 훈련을 하는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날이 있다.


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임정권의 학업때문이었다. 수업을 빼줘 가면서까지 휴식시간을 보장해주는 중고등학교 운동부 선수들과는 달리, 임정권이 정상적으로 학업을 소화해야 하는 일반학생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다가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었던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임정권은 자랑할 만한 성적을 거둬 왔다.


이성규가 기초체력의 중요성을 몰랐다거나 게을렀기 때문은 아니다. 교육방식 차이로 이해하면 된다.


오태영이 자기 새끼를 절벽 아래로 내던진 뒤 알아서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편이라면, 이성규는 무리하지 않고 재미를 느끼며 따라오게 하다가 차차 훈련강도를 끌어올리는 편이었다.


임정권의 달리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이현민이 거들먹거리면서 황충에게 고갯짓을 한다.


“충아. 보여줘라.”


황충이 기다렸다는 듯 웃통을 홱 벗고 올라가 달리기 시작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정강준이 입을 벌리고 감탄할 정도의 속도다.


오태영이 보여준 스퍼트만큼은 아니어도, 한 번 끌어올린 속도가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트레드밀의 벨트가 부서질 것처럼 돌고 있다.


중등부 3년 동안의 하드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몸이다. 같은 고등학생이 아니라 성인 남자라고 해도 그렇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마치 자기가 달린 것처럼 의기양양해진 이현민이 눈을 빛내며 제안을 한다.


“봐라, 강준아. 내를 니 퓌지컬 트레이너로 고용하면 어떻겠나? 기초체력! 몸! 내가 다 완벽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임정권이 정강준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을 한다.


그러나 정강준은 망설인다.


“유도랑 복싱이랑은 운동 방식이 완전 다르지 않나...?”


그러자 손뼉을 딱 치며 호들갑을 떠는 이현민.


“그렇지! 바로 그거다! 내는 중2 때 봄까지는 부산 살았는데, 그때는 복싱부였다. 엄마 일 때문에 전학 오면서 유도로 바꾼 기다.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운동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임정권도 이미 이현민의 복싱 실력을 본 적이 있다.


“맞아. 얘 복싱도 잘 하더라.”

“그걸 어떻게 알아? 유도선수잖아.”

“네가 그날 굴다리 도착하기 전에, 일진 애들이 거기서 애먼 애 하나 잡아서 괴롭히고 있었거든? 그런데 얘가 혼자서 주먹으로 다 보냈어. 내가 영상도 찍어놨는데...!”

“아하. 나한테는 안 보내고 혼자만 보셨다 그거지?”


무심결에 털어놓고 당황하는 임정권.


“아니 나는 그... 너 나온 부분만 보내주면 될 거라고 생각...”

“그 동영상 안 지우면 내가 고소한다고 안 했던가?”


임정권은 우물거리며 말끝을 흐린다.


“아 지울게. 지울 건데... 조금만 더 보고 지워도 되잖아. 기술적으로 가치 있는 영상이니까...”


정색을 한 정강준이 쏴붙이기 직전, 이현민이 핑거 스냅으로 딱! 소리를 내 주의를 환기시킨다.


환상의 팀플레이. 정강준은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봐라. 내는 완벽한 트레이너다. 몸 만드는 거야 쪼매 다를 수도 있겠지만, 기초체력 쌓는 건 투기종목이면 어디든 다 그게 그거다! 그리고 내가 복싱 기술까지 가르쳐줄 수 있는데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뭐 있노?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자.”


어젯밤 집에 오면서는 이현민을 보고 네가 여기에는 왜 왔냐고 으르렁거리던 임정권도 역성을 들고 나선다.


“다른 건 몰라도, 훈련만 놓고 보면 이건 천우신조야. 도움이 되면 되지 절대로 손해는 안 날 거니까.”


찡긋, 이현민이 정강준 몰래 임정권에게 윙크를 보낸다.


집주인은 고민에 빠진다.


아니 그러면... 내 집에서는 언제 나가겠다는 얘기야?


*


교복으로 갈아입고 부엌에 들어온 정강준이 묻는다.


“내 우유랑 시리얼 어디 갔어?”


벌써 시리얼을 다 먹어치우고 봉지를 뜯어 설탕을 핥고 있던 이현민이 움찔한다. 그리고 딴청을 피운다.


“...그걸 다 먹었냐?”

“내가 먹을라꼬 먹은 기 아이고... 다 니를 생각해서 그런 기다. 원래 아침에는 밥을 챙겨먹어야 더 건강하니까.”

“밥은 남았고?”

“...그거는 밥솥한테 물어봐라.”


정강준이 발끈하려는 순간, 임정권이 선선히 웃는다.


“가는 길에 편의점 들렀다 가자. 내가 쏠게.”


이현민이 당장 손사래를 친다.


“아이고, 행님. 편의점 음식이 그리 몸에 좋지 않은데! 거 첨가물도 많이 드가고 해서 입에만 맛있지 운동에는 안 좋습니더.”


*


말은 그렇게 해놓고 이현민은 제일 많이 집어 들고 계산대로 온다. 임정권이 헛웃음을 짓는다.


이거 방송소재로는 확실한 놈 같은데 뭘로 내보내면 좋을까? 그냥 많이 먹고 기록 세우는 먹방만 찍어도 조회수가 꽤 나올 것 같아...


괜히 나섰다가 순식간에 지갑이 털린 임정권의 꼴이 웃겨서 정강준도 웃는다.


“그만 좀 먹어! 그러다 돼지 되겠어.”

“아이. 너는. 왜애. 치사하게. 먹는 거 가지고. 그러니?”


아쉬울 때는 자동으로 서울 말씨가 나오는 모양.


*


천원권투체육관.


운동을 하려고 들어온 정강준을 오태영이 사무실 안으로 부른다. 흔치 않은 일이다.


오태영은 조금 주저하다가 말을 꺼낸다.


“이제 너도 도 대표잖아. 그렇지? 제대로 게임을 하게 됐으니까,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해야 돼. 그리고 내 경험상 장비는 비싼 외제 사는 게 제일 좋다. 그런데 유명 메이커라고 해서 꼭 좋은 건 또 아니어서... 장비를 오래 만들어온 업체 아니면 신뢰하지 않는 게 좋아. 비싸기만 하고 얼마 안 가서 다 터지고 엉망 되는 것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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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우주인 24.02.20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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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맹점과 타이밍 24.02.17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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