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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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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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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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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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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6

DUMMY

다음 날 저녁 서지터와 카데스는 신전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갑옷이나 방어구 같은 것도 다 벗어두고 무기들도 방에 고이 모셔뒀다. 말 그대로 평범한 여행객처럼 위장했다. 서지터는 와이번 가죽 갑옷을 벗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이상하냐?”


“괜찮은 거 같은데. 그냥 속옷으로 볼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럼 그냥 입지 뭐.”


한스의 말을 들은 서지터는 반쯤 벗었다가 다시 제대로 갖춰 입었다. 속옷 같은 와이번 가죽 갑옷 하나만 입어도 든든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괜찮을까? 위험할 텐데······.”


한스의 걱정에 레일라가 작은 크기의 단검 하나를 서지터에게 던져주었다.


“그거라도 하나 챙겨가. 내가 미리 낮에 좀 둘러보고 왔는데 경비도 제법 삼엄하더라.”


빈둥거리기 심심했던 레일라는 낮에 잠깐 신전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그곳엔 이미 건물들도 꽤 많이 지어져 있었다. 한창 건물을 짓는 노동자들부터 검과 창을 들고 경비를 서는 사람들까지 제법 많았다. 직접 눈으로 보고 왔으니 만약을 대비해 단검을 챙겨준 것이다.


“차라리 편하게 들어가게 돈을 주던가. 기부하고 들어가면 좀 좋아.”


“미쳤니? 돈 아깝게 왜 그래야 하는데? 게다가 기부하면 신전 깊숙한 곳까지 못 들어간다잖아. 어제 브리티나 얘기 못 들었니?”


“친구들 걱정은 하나도 안 하지? 됐다. 말을 말자. 카데스, 네가 챙길래?”


“아니, 괜찮아.”


“그럼 내가 챙길게. 으음. 어디다 숨겨야 하나.”


단검을 들고 한참 고민을 하던 서지터는 부츠 안쪽에다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자! 그럼 준비 끝. 가자.”


“응.”


두 사람이 여관 방문을 열려 하자 아리엘이 달려들어 둘을 안아주었다. 그녀도 꽤 걱정된 모양이다.


“지터, 카데스. 조심해야 해? 내가 계속 가서 정령들한테 부탁할게.”


“히히. 걱정하지 마.”


“너희는 따로 움직여 와볼 거지?”


“그렇습니다. 눈에 안 뜨이게 조용히 갈까 합니다. 카데스님, 식사 꼭 제때 챙겨 드시고 다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서지터님이 괴롭히시면 나중에 저에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응, 고마워.”


“그럼 갈게. 나중에 보자?”


둘은 곧장 여관 밖으로 나섰다. 9월이 되면서 조금씩 해가 짧아지기 시작해 이미 밖은 땅거미가 지고 어둑어둑한 상태였다.


너무 눈에 띄지 않게 옷가지를 넣은 가방도 짊어지고 망토도 챙겨 입어 평범한 차림으로 말도 챙겨가지 않았다. 슬슬 산책하듯 걸으며 루노바 동쪽 문으로 향하자 신전으로 가는 루노바 주민들이 제법 눈에 들어왔다.


“오! 사람 많네.”


“그러게.”


“이 사람들을 다 그놈들한테 낚인 거겠지?”


“그렇겠지.”


둘은 계속 사람들을 따라 라톰프 신전으로 향했다. 대부분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낮에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고 밤이 되어 신전으로 가는 터라 대부분 지친 발걸음이었다. 꾀죄죄한 몰골로 가는 루노바 주민들과 다르게 말끔한 둘은 의도치 않게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어! 저기 표지판이다. 라톰프 신전 입구라고 적혀있네.”


길 한쪽 모퉁이에 표지판을 발견한 서지터는 들떴는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지 즐거운 듯 보였다. 서지터는 카데스에게 조용히 말했다.


“야! 이제부터 우리는 은혜를 입기 위한 평범한 여행객이다?”


“알았어. 네가 상대해. 나는 그런 연기는 좀······.”


“내가 할게. 그냥 넌 옆에 서 있어.”


“그래.”


“우리가 잠입 같은 거 해본 적이 있나?”


“린투페에서 베넷씨 저택에 잠입한 적 있잖아. 정원사로 위장하고.”


“맞다. 그런 적이 있었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년 전 일이네. 그때 참 재밌었는데.”


가지 않겠다고 반대를 하긴 했지만, 막상 스릴 넘치는 짓을 하다 보니 즐거워진 서지터였다. 표지판을 지나 좁은 숲길을 벗어나자 드문드문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에는 아직 짓고 있는 건물들이 대부분이었고, 조금 떨어진 곳엔 멀쩡한 건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놈들의 규모나 대가리가 누군지, 또 우리 진짜 적이랑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해야 해. 너 밥 생각만 하면 안 된다?”


“알았어. 근데 조금 출출하긴 하다.”


“너 출발하기 전에 스튜 3그릇이나 먹었거든?”


“한참 걸었으니까.”


“하아, 진짜 이상해졌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다시 복기하며 두 사람은 건축 현장을 지나 새것 같은 건물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신전으로 다가갔다.


“허얼. 더럽게 큰데?”


“대단하네.”


둘은 이런 산속에 꽤 큰 규모의 신전과 그에 딸린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물을 보고 놀라버렸다. 최근 아그나달린 신전을 가보기는 했지만, 건물 규모 자체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그나달린 신전이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이 모습만 보더라도 루노바 사람들을 현혹해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신기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루노바 주민들을 따라 신전 안으로 들어가려던 둘을 향해 누군가가 외쳤다.


“거기 멈춰!”


가죽 갑옷과 검을 찬 사내 둘이 다가와 서지터와 카데스를 제지했다. 잠시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서지터는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허리를 굽신거렸다.


“안녕하십니까.”


“너희는 뭐지? 여행객인가? 여긴 무슨 일인가!”


둘을 막은 사내들은 검 손잡이에 손까지 올려놓고 경계심을 풀풀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쉽사리 기세에 밀릴 수는 없었다. 여기서 어설프게 굴었다간 잠입하기도 전에 모든 계획이 끝나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저희는 라톰프 신전이 대단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형제입니다. 제 형이 말을 못 해서 혹시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멀고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뭐라고?”


“저희 형제가 가진 건 별로 없지만 제 형이 치료만 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겠습니다.”


서지터는 역시나 레일라의 예상대로 너무나도 능숙하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카데스를 형으로, 게다가 아예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분명 둘은 닮아 보이지 않았기에 경비병들은 두 사람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저희 형제가 그래도 잠깐 용병 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별 볼 일 없는 저희를 거두어 주시면 최선을 다해 형님들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부디 불쌍한 형제에게 믿음을 주십시오.”


서지터는 천연덕스럽게 이제 막 만난 두 경비병에게 형님들이라고 부르며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 그 덕에 경비병 하나가 경계심을 풀고 다른 자에게 말했다.


“용병 생활 잠깐 했으면 쓸모 있겠는데? 가뜩이나 요새 건물 확충하느라 인원도 부족해서 경비 서기 힘들잖아. 잘됐네.”


하지만 다른 경비병 하나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너희 잘 들어라! 라톰프 신전에서 은혜를 받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 너희 같은 놈들에게 순서가 돌아가려면 아직 멀었단 말이야. 그리고 용병 생활했다면서 검도 없나?”


예리하다. 용병이라면서 갑옷도 입지 않았고, 무기도 없으니 이상하게 볼 수밖에.


“죄송합니다. 저희 형이 식탐이 많아 오는 길에 가진 걸 다 팔았습니다. 여기! 가진 건 이게 전부라 신전에 형제의 전 재산을 조금이라도 기부를 하겠습니다. 그럼 밥이라도 굶지 않게 해주십시오.”


서지터는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경비병에게 건네주었다. 주머니에는 은화 몇 개가 들어있었다. 경계하던 경비병은 헛기침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돈주머니를 품에 집어넣었다.


“그럼 신분증이라도 내놔봐.”


돈을 받았지만, 여전히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지터는 순간 짜증이 솟구쳐 올라왔지만,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마이론홀드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돈을 조금 빌려서······. 여기까지 오는 여비 때문에 그랬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


“인마! 형님은 누가 형님이야? 신분증조차 없는 너희를 뭘 믿고 받아주냐!”


서지터는 경비병을 당장에라도 때려눕히고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멀뚱멀뚱 서 있는 카데스의 옆구리를 툭 쳤다.


“형, 빨리 인사드려.”


연기가 어색한 카데스가 서지터를 노려보며 허리를 숙여 최대한 비굴하게 굽신거렸다.


“저희 형제는 부모님도 어릴 때 돌아가시고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조금이나마 먹고살기 위해 용병이 되긴 했지만 거기서도 사기를 당하고 돈도 떼였습니다. 여기가 이제 저희 형제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시키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제 형의 치료는 몇 년이 지나도 좋습니다. 부디 하루 세끼만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서지터는 감정을 끌어올려 울먹거리기까지 하며 사정을 했다. 여기에 항상 배가 고픈 카데스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 꼬르륵.


카데스의 뱃속이 요동을 치자, 먼저 경계심을 풀었던 자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길던 형님, 이놈들 받아줍시다. 너무 딱하잖아. 너희들 몇 끼나 굶은 거냐?”


“그, 그게······. 지금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그제야 길던이라는 경비병이 경계심을 늦추었다.


“흠! 좋다. 받아주기는 하겠지만 대사제님과 경비대장님의 허락이 필요하다. 라톰프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놈들이 가끔 있어서 말이지. 오틀린. 저 녀석들 밥 좀 챙겨주고 쉴 곳 좀 마련해줘라. 집회가 끝나면 내가 경비대장님께 물어볼 테니까.”


“알겠수. 너희들 따라와라.”


“감사합니다!”


원래 계획은 이것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처음 작전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되었다. 서지터와 카데스는 오틀린이라는 경비병을 따라 드디어 라톰프 신전의 입성에 성공했다. 생각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 일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은 침착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신전 내부를 확인했다. 꽤 넓고 으리으리한 장식들과 비싸 보이는 그림도 걸려있었다. 내부 1층은 예배당인지 루노바 주민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예배당 곳곳에도 비싸 보이는 6개의 커다란 샹들리에가 간격을 맞춰 내부를 밝혔다. 화려하게 신전 안쪽을 꾸며놓은 걸 보아 조금 전 말한 대사제라는 자는 허영심이 가득한 인물일 거라 예상되었다.


오틀린은 신도들이 모인 예배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복잡한 길을 따라 둘을 데려가며 알아서 척척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 신전은 대사제님이 머무르시는 곳이라 우리 경비병 대부분도 여기에 머무른다. 외곽 경비를 맡은 자들만 따로 밖에 숙소가 있지. 대사제님은 하늘 같은 분이라 뵐 수는 없지만 부제님들이 몇 분 정도 계시니 혹여나 보면 깍듯이 인사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사제님은 그리도 대단하신 분입니까?”


“대단하고말고. 우리 모두 대사제님의 말씀을 따르면 영생을 할 수 있지. 믿음이 부족한 것들은 늙어 죽겠지만 우리도 엘프들처럼 살 수 있다. 그러니 믿음을 항상 가져. 그것만이 은혜를 받는 길이니까.”


“알겠습니다. 정말 영광입니다.”


두 사람은 오틀린을 따라 어두컴컴하고 습기 가득한 신전 지하로 향했다. 이제 들어오는 데 성공을 했으니 상황을 지켜보며 다음 계획들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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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9 23.03.01 41 3 12쪽
34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8 23.02.28 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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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화 돌아오다 - 23 23.02.13 46 3 12쪽
22 1화 돌아오다 - 22 23.02.10 44 3 13쪽
21 1화 돌아오다 - 21 23.02.09 49 3 12쪽
20 1화 돌아오다 - 20 23.02.08 58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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