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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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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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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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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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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1

DUMMY

한스는 말 위에서 지도와 필토가 준 서류를 번갈아 보는 중이다. 가족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고, 델로임을 출발한 한스는 꼼꼼한 성격답게 또 한 번 서류들의 반복해서 읽었다.


그의 곁으로 레일라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뭐 특별한 거라도 있니?”


“일단은 가봐야 알겠지. 그때랑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 레일라가 한번 볼래?”


“글자만 봐도 머리 아파. 그냥 네가 얘기해줘.”


“하하하. 뭐 우선은 여기서 루노바까지 5일 정도 걸릴 거 같아. 근데 나보다 서지터한테 물어봐. 나는 서류를 있는 그대로 보지만 쟤는 안 보이는 다른 것들까지 생각해내니까.”


“뭐야? 쟤 이 서류 벌써 봤어?”


“응.”


“흥! 비협조적으로 나오더니 그래도 할 건 하네?”


레일라는 쌀쌀맞게 답하긴 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의뢰를 받기 전부터 반대한 서지터는 지금까지 줄곧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쨌든 서류들을 본다는 건 현실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일단 거기서 만날 사람은 누구야?”


“루노바의 행운이라는 주점에서 일하는 바텐더야. 이름이······.”


서류를 뒤적이던 한스가 뒤에 적힌 이름을 말해주었다.


“브리티나. 이름 보니까 여자 같지?”


“여자겠지. 그런데 난 좀 솔직히 놀랐어.”


“뭐가?”


“필토도 그렇고 곳곳에 리벨드 부인의 사람들이 박혀 있다는 거잖아? 도적 길드에 있으면서 그런 조직에 관한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어.”


“워낙에 은밀하게 행동했겠지. 조직 특성상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니까. 사실 나도 필토 사장님이 그런 이유로 히크에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상하긴 했어. 가게는 신경도 안 쓰고 맨날 밖으로만 싸돌아다녔으니까.”


지난날 필토의 행동들이 뒤늦게 이해가 갔다. 주로 낮에는 조용하고 밤에 활기찬 히크 거리에서 필토 상점은 유일하게 낮에 문을 열고 밤에 문을 닫는 잡화점이었다. 게다가 낮에도 수시로 문을 닫던 필토 상점은 서지터가 종업원으로 들어오면서부터 그나마 낮에는 항상 열려 있던 가게였다. 한 때 서지터가 사장님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적은 있었지만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류를 여전히 들춰보던 한스가 답답한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라톰프라는 신에 대해 파시비엔한테 물어봐도 잘 모른대.”


“어쨌든 그건 저 녀석이 알아내야지. 성직자잖아.”


“알았다 하긴 했어. 이번에 나름 책임감이 큰가 봐. 정식 사제가 되고 처음 맡는 일이니까.”


“기특하네.”


“서류에는 없는 루노바에 대해 내가 미리 알아봤는데 그래도 중소도시에 가까운가 봐. 인구도 제법 되는 편이고.”


“그래?”


“응.”


준비성이 언제나 철저한 한스는 이사를 하는 바쁜 와중에도 루노바에 대한 것들을 조사해두었다. 한스가 조사한 루노바는 왕국 남서쪽에 있는 중소도시다. 그곳의 주민들 대부분은 밀 농사나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고, 나름 특산품으로는 옥수수로 만든 독한 술이 유명한 곳이다. 루노바의 사람들은 순박하지만, 다혈질로 유명하고 왕국 건립 초기 영토를 넓힐 때 가장 뒤늦게 복속된 곳 중 하나였다.


“루노바 영주는 그나마 현 국왕이나 이스미르 후작 중에 어느 쪽에도 붙지 않았나 봐. 그냥 중립을 지키고 있는 거 같아.”


“그럼 일하는 데 크게 문제 될 건 없겠네. 영주가 이스미르 후작 사람이면 우리 일을 방해할 수도 있잖아.”


“그렇지. 더 자세한 건 그곳에 사는 브리티나라는 사람한테 듣자. 직접 듣는 게 더 좋겠지.”


한스는 브리티나라는 정보원을 만나 좀 더 정확하게 들어야 할 거 같았다. 루노바라는 지역은 크게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조사에 나설 라톰프라는 종교집단은 6개월 전과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다를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하지 않았다.


레일라도 한스가 루노바를 알아본 것처럼 이스미르 후작을 따로 조사했는지 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내가 이스미르 후작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 평판이 좀 많이 엇갈리나 봐.”


“어떤 면에서?”


“아마 시기가 우리가 마이론홀드를 떠나기 전인 거 같아. 여기랑 브리아 왕국 접경 지역에 헤르노아 공국이라고 작은 나라가 있거든. 그런데 국경 지역에서 크고 작은 전투가 많았나 봐. 아무래도 생긴 지 얼마 안 된 나라다 보니 영토 확장하는 와중에 부딪힌 거겠지. 그때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이스미르 후작이야. 현 국왕은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보니 대척점에 있던 게 그 사람이었던 거지.”


“그랬구나. 그 당시 우리야 평범한 초짜 모험가들이었으니까 그런 걸 알 리가 없지.”


“그래, 그래서 헤르노아 공국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난 다음에 현 국왕의 세력들이 이스미르 후작과 그를 옹호하던 자들을 모두 몰아낸 모양이야. 그래서 먼 곳으로 쫓겨난 거고. 거기서 아마 이를 갈고 다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거 같아. 마이론홀드 왕국 자체가 워낙에 마법사들도 많고 꽤 강대국으로 통하니까 강경책을 고수하는 사람도 아직 많고, 그가 옳다는 사람도 다수 있어. 너무 평화만 추구하면 얕보일 수도 있으니까.”


“복잡하구나. 정치적으로 엮이고 싶지는 않은데.”


“우리는 뭐 그가 하려는 짓들이나 막으면 그만이지. 정치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 우리는 딱 우리 할 일만 하자.”


“그래야지.”


한스와 레일라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가장 선두에서는 카데스와 파시비엔이, 가장 뒤에는 서지터와 아리엘이 윈드테일에 같이 탄 채 가고 있었다. 레일라는 문득 서지터의 생각이 궁금해졌는지 말의 속도를 살짝 늦췄다.


“야, 뭐하니?”


“아리엘이랑 수다 떠는 중.”


“헤헤, 레일라. 있잖아. 지터가 나중에 에로크나 대륙에 가보고 싶대.”


“거긴 뭐 주워 먹으러?”


“그냥 궁금해서. 베어 고향이니까.”


“여전히 베어는 보고 싶은 모양이네. 그건 그렇고 너 서류 언제 다 본 거야?”


“너 빈둥거리고 쳐 주무실 때.”


“그래서 네 생각은?”


“메롱, 안 알려주지.”


“메롱! 메롱!”


서지터가 레일라를 놀려대자 아리엘도 따라서 혀를 빼꼼 내밀어 장난을 쳤다. 그 모습이 너무나 한심해 보였는지 레일라는 인상을 팍 썼다.


“진짜 둘이 맨날 붙어있더니 아리엘도 옮아버렸구나. 장난하지 말고! 제대로 얘기 안 해?”


“무서워. 레일라 화내지 마. 히잉.”


“아리엘한테 그런 거 아니야.”


“으음. 어린 양이여, 진지한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진짜 죽을래?”


괜히 말을 걸었나 싶어 후회되는 레일라였다. 다크 스컬에 대한 조사도 거뜬하게 해냈고, 아리엘도 합류한 상황에서 이런 일은 우스워 보여 자신감이 충만한 레일라였다. 하지만 장난만 치는 서지터를 보며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모자란 사람처럼 저러고는 있지만 분명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계획들을 척척 짜내는 그였으니 말이다.


반면 언제나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서지터는 장난은 그만 쳐야 하는 시점이란 걸 깨닫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솔직히 가봐야 알지. 내가 무슨 예언가도 아니고 벌써 어떻게 아냐?”


“그럼 서류라도 본 소감을 말해보든지.”


“어디 봅시다. 일단 실종된 모험가 파티. 개인적인 소감은 진짜 냉정하게 말해 그저 그런 실력의 소유자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마법사는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3서클 정도 수준인 거 같고, 록스 쪽 성직자 역시 파시비엔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수준? 파시비엔한테 물어보니까 주로 산속에 처박혀 사는 드루이드들이 대부분 록스 신전 소속이래. 그럼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신성마법도 상당히 제한적이지. 나머지 전사들 실력은 잘 모르겠고. 솔직히 말해서 그런 사람들이 이 정도 규모의 의뢰를 받은 거 자체가 자살행위 같다는 생각.”


거침없이 그들의 실력을 헐뜯으며 주절주절 떠드는 모습을 보며 레일라가 인상을 썼다. 아무리 친한 친구지만 재수가 없었으니까.


“건방진 얘기 잘 들었고, 종교집단에 대한 서류를 본 소감은?”


“선량하고 순진한 사람들 등쳐먹는 사이비 종교지 뭐.”


“그건 나도 대충 알 수 있는 거고, 다른 건?”


“느낌이긴 하지만 만약 거기에 교주 같은 놈이나 대주교 같은 신분을 가진 놈이 있으면 성직자나 마법사일 확률이 상당히 높겠지?”


“근거는?”


“사람들이 아무리 순진해도 많은 사람 중에 누구 하나라도 의심이란 걸 하게 마련이거든. 이 의심이란 게 참 무서워요. 아주 작은 의심이 생기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말씀. 그런데도 그들이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이유는? 마법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기 때문이겠지.”


마법에 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쉽게 유추해낼 수 있는 거지만 특히나 서지터는 마법과 연관된 것들에 대해 놓치지 않았다. 핵심만 정확하게 짚어주는 서지터의 머리에 오늘도 감탄하는 레일라였다.


“그럼 그놈만 붙잡으면 해결되겠네?”


“글쎄? 그렇게 쉽게 잡히게 가만히 있을까 싶네?”


“계획 없어?”


“아직은?”


“그래, 알았어. 그런데 너 진짜 에로크나 대륙 갈 거야?”


“나중에 나이 먹고 가볼까 하고. 히히. 에스나 시집 보내놓고 할 일없고 심심하면 가볼까 생각 중이긴 해.”


레일라는 서지터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들으니 괜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결국 여섯도 각자의 인생을 찾아가겠지만 적어도 가끔 얼굴을 볼 수 있는 거리에 모두 같이 살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에로크나 대륙을 간다는 말은 인연을 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거리감에 너무나 큰 곳이었다.


“사고 치지 말고 여기에 얌전히 있어.”


“그럼 미트러스 대륙이나 가볼까?”


“제발 좀 참아줄래? 대륙 망신이야.”


“히히. 소문을 들으니 미트러스 대륙은 우리 같은 용병이 드물다고 하더라. 마법사들만 바글바글하지. 그래도 거기 가면 대우가 남다르지 않을까?”


“마법사들한테 다굴 안 당하면 다행이지.”


“날 뭐로 보고. 아리엘, 내가 그럴 거 같아? 다굴이라니.”


“아니? 지터는 짱 세잖아.”


“그렇지! 역시 날 알아주는 건 아리엘밖에 없다니까?”


“헤헤.”


“어휴, 바보들 같아.”


“어디 보자. 에로크나 대륙에 가야 하면 일단 저번에 들렀던 헤르몬트라는 항구에서 배 타고 가면 되고, 미트러스 대륙으로 가는 거면 어디서 배 타야 하지?”


역시 대책 없이 계획부터 짜고 보는 성격. 두 군데 대륙을 가는 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우선 에로크나 대륙은 제약이 없긴 하지만 뱃길이 워낙 험한 편이다. 무역선의 3분의 1이 태풍이나 암초에 걸린다. 여기에 해적들까지 우글거리는 지역을 반드시 지나야 하기에 피해가 만만치 않다.


그리고 미트러스 대륙. 일단 왕국 연합 사절단에 들어가야 갈 수 있는 곳이다. 4년에 한 번, 왕국 연합 사절단은 모르베니온 왕국에서 출발한다. 사절단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다. 만약 운 좋게 미트러스 대륙에 발을 디딜 수 있다 해도 되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땅이 미트러스 대륙이다.


헛소리하는 서지터를 보며 레일라는 더 섞이기 싫었는지 다시 한스 쪽으로 앞서나갔다. 방금 서지터가 한 말을 한스에게 말해주고 싶었고, 바보같이 구는 친구의 얼굴이 꼴도 보기 싫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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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9 23.03.01 41 3 12쪽
34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8 23.02.28 4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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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화 돌아오다 - 23 23.02.13 46 3 12쪽
22 1화 돌아오다 - 22 23.02.10 44 3 13쪽
21 1화 돌아오다 - 21 23.02.09 49 3 12쪽
20 1화 돌아오다 - 20 23.02.08 58 3 15쪽
19 1화 돌아오다 - 19 23.02.07 54 3 13쪽
18 1화 돌아오다 - 18 23.02.06 57 3 18쪽
17 1화 돌아오다 - 17 23.02.03 49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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