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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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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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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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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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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돌아오다 - 23

DUMMY

리벨드 부인은 별 볼 일 없는 서지터의 말을 듣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꿈. 너무나도 이루기 쉬운 꿈이었지만 서지터에겐 절대 쉽지 않은 꿈이었다. 그는 언제나 저 꿈 한 가지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리벨드 부인은 마음이 짠해졌다. 누구보다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자라온 서지터에겐 앞으로도 페트레빈 가문이란 딱지가 늘 붙어 다닐 것이고, 평범하게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랬기에 헬렌이 갑자기 떠올랐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일단은 중요한 의뢰에 대해 먼저 설명해주어야 했다.


“그래요. 그걸 물어본 이유는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여러분에게 드릴 의뢰와도 많은 연결고리가 있는 거 같아 다행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맡길 의뢰는 만약 거절하더라도 밖에는 절대 비밀로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수락을 하더라도 최대한 비밀로 해야 하고요. 이렇게 조심스럽게 일을 맡아줄 사람들을 찾은 이유는 무척이나 중요하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이스미르 후작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리벨드 부인의 질문에 여섯은 서로를 눈을 마주치며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없는지 파악을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눈빛이었기 때문에 한스가 대표로 말을 했다.


“저기,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리벨드 부인이 한스의 말을 듣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괜찮아요. 몇 년간 마이론홀드를 떠나 있었으니 모를 수도 있어요. 이스미르 후작은 현 국왕이신 팔라쥬르 왕의 이복동생입니다. 그리고 대단한 야심가지요. 제가 하는 일은 주로 이곳에서, 많은 귀족과 부호들, 힘을 가진 자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왕국에 떠도는 불안한 소문들을 모아 국왕께 보고한답니다. 왕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제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거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스미르 후작이 일을 꾸미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요. 4년 전쯤 미운털이 박혀 지방으로 쫓겨난 이스미르 후작은 인근의 영주들과 귀족들을 규합한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단순한 친분 유지였던 걸 확인했지만 약 2년 전쯤부터 출신도,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어떤 마법사가 이스미르 후작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 여러 곳에서 분란이 생기고 잡음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국왕께선 은밀히 제게 조사를 일임하셨고, 저는 셜레인과 함께 조사할 만한 모험가들을 뽑아 조사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일이기에 사제님의 신분 역시 그렇게밖에 할 수 없게 된 거죠. 2년 가까이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알아낸 거라고는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마법사가 남자라는 거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의뢰를 받았던 3개의 모험가 파티가 모두 실종되거나 사망한 상태입니다. 이 일은 언제 끝이 날지, 또 어떻게 끝이 날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믿을만한 모험가들이 필요하고, 실력 있는 모험가들이 필요하죠. 끝까지 이 일을 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말입니다.”


긴 설명이었지만 누구 하나 흘려듣지 않았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꽤 충격적인 말이었다. 워낙 보안을 철저히 했던 터라, 단순한 의뢰는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너무나도 큰 의뢰였다. 과연 여섯이서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비록 팔라고스 전쟁의 열쇠를 쥐고 임무를 무사히 끝낸 전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분명 상황이 매우 달랐다.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그런 의뢰였다.


조금은 표정이 어두워진 여섯을 커튼 너머로 지켜보던 리벨드 부인이 다시 설명했다.


“조금 전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한 말 기억하나요? 히크 거리를 장악한 자들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게 현재로선 이스미르 후작과 그와 뜻을 함께하는 자들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아그나달린 신전 역시 흔들어 놓으려는 계획도 있는 거 같습니다. 분명 신전은 왕실의 든든한 후원자니까 말이죠. 그리고 이 의뢰를 맡으신다면 그에 따른 모든 비용은 제가 다 지원할 겁니다.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원하는 걸 모두 드릴 수도 있습니다. 궁정 마법사가 되고 싶으시다면 충분히 그 자리에 올려드릴 수 있습니다. 길드 재건을 하시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죠. 또 출세를 원하시면 그에 따른 자리도 마련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담하며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이미 국왕께 인가를 받고 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셜레인만큼 여러분들이 마음에 듭니다. 지금까지 이 일을 맡았던 그 어떤 모험가들보다 든든한 것도 사실이죠. 어쩌시겠어요? 수락하시겠습니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섯 중 서지터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저기! 이런 중요한 일은 지금 바로 당장 수락할 수는 없겠는데요. 우선 우리끼리 상의를 좀 해보고 그런 후에 결정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저희는 누가 딱히 리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다음에 일을 진행하는 편이라서요.”


“그렇군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되도록 빨리 결정을 내려주면 좋겠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모험가들이라 말이죠.”


이번에는 레일라가 말했다.


“빨리 결정하기를 원하신다면 몇 시간 정도 얘기 나누면 될 거 같은데요?”


“그럴까요? 그럼 필토? 이분들이 쉬면서 얘기를 나눌 방을 준비해주도록 하세요. 점심 식사도 가져다드리고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그대가 설명해주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흠! 따라들 나와라. 내가 추가로 더 설명해주마.”


“그리고 서지터군은 잠시 남겠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아그나달린 신전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가문의 악령이 계속 따라다니고 있었다. 서지터는 친구들의 불안한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친구들과 필토가 모두 나가자 리벨드 부인은 커튼을 걷으며 얼굴을 보고 마주했다. 서지터는 5살 때 즈음 보았던 그 얼굴을 기억해 냈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다시 했다.


“맞네요. 잘 지내셨어요?”


“그래, 단둘이 있으니 내가 말을 편히 해도 되겠니?”


“물론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되는데 친구들이랑 얘기를 나눠야 해서 빨리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알겠다. 이젠 다 컸구나. 내 얼굴이 기억나니?”


“네, 어릴 때 어머니 병문안 오셨을 때 모습이 기억나요. 절 안아주셨던 기억도 생생히 나고요.”


서지터의 말에 리벨드 부인은 옛일이 떠올랐다. 서지터의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있을 때 종종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서지터는 아픈 어머니의 곁을 떠날 줄 몰랐다. 리벨드 부인을 한 번 본 후로는 고작 서너 살짜리의 작고 여린 아이가 낯가림도 없이 안겨 와 배시시 웃어주었다. 아마도 따스하고 인자한 친할머니쯤으로 착각한 듯 굴었다.


리벨드 부인은 옛 기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기억해주니 고맙구나. 워낙에 많은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 있다 보니 몇 년 전에 네 소식도 들었단다. 안타까운 일이야. 대체 에반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혹시 다른 소식도 들었고?”


리벨드 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소식이란 것이 무언지 짐작을 한 서지터가 편안한 얼굴도 대답해주었다.


“배다른 동생 말씀이시죠? 여기 오기 바로 전에 잠깐 유반 들러서 동생 에스나 보고 왔는데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신경 안 쓰기로 했습니다. 원래 그런 분이고 이젠 저하고는 인연을 끊으신 분이니까요.”


“그렇구나. 괜찮다니 다행이야. 이젠 에스나도 숙녀가 다 됐겠어. 헬렌 그 아이가 죽은 후로 나도 유반에는 가보지 못했단다. 네 소식은 간간이 들었지만 마법학교를 나온 후로 알 수가 없었지. 필토 밑에 있던 직원이 너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게다가 이렇게 늠름한 청년이 되어 돌아왔구나. 헬렌이 자랑스러워하겠어. 내가 네 대모라는 건 알고 있니?”


“그렇습니까? 아뇨. 몰랐습니다.”


“네 할아버지인 에드먼드가 죽으면서 내게 그런 말을 남겼단다. 아들 성격이 워낙 차갑고 쌀쌀맞으니 후에 아들의 배필과 자식들에게 신경을 조금만 써달라고 말이야. 한동안 나도 병치레를 하느라 신경을 많이 못 썼다. 미안하구나.”


“괜찮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신 건가요?”


“그냥 그렇단다.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죽을 때가 된 게지. 그래도 죽기 전에 네 얼굴을 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구나.”


커튼을 치고 설명할 때와는 다르게 지금 리벨드 부인의 모습은 그냥 힘없고 평범한 노인에 불과했다. 주름이 가득한 그녀는 병을 얻은 후로 많이 말라 있었다. 친한 셜레인 대주교가 대단한 성직자긴 하지만 그들의 법이 자연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다. 리벨드 부인도 그냥 평범하게 늙어 남들처럼 아픈 몸을 가진 늙은 여인일 뿐이었다.


“네가 이 일을 맡아 잘 해결한다면 네 아비도 너를 그만 용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구나.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꼭 해주면 좋겠구나.”


“글쎄요. 그분이 저를 용서하신다면 아마 돌아가실 때나 가능할 거예요. 아시잖아요. 한 번 아니면 끝까지 아니신 분이니까. 솔직히 마이론홀드로 돌아와서 계속 페트레빈 가문과 엮이는 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전 기억이 없긴 하지만 페올루안테에서도 셜레인 대주교님이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래, 추천서에 적혀있더구나. 보면 꽤 놀랄만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거 같아 다행이야.”


“네, 하나 같이 정말 좋은 친구들이에요.”


“그럼 내가 제안한 의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글쎄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큰 의뢰인 거 같긴 하네요. 감당이 안 됩니다. 물론 레일라 일 때문에 무조건 걔를 도와야 하는 처지이긴 하지만 저는 이 의뢰는 맡고 싶지 않네요.”


“어째서? 아까 말했지만, 보상도 충분할 거란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으니까요. 용병단에 있으면서 많이 강해져 돌아오긴 했지만, 솔직히 저는 평범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거든요.”


“그래, 내가 강요할 수는 없겠지.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럴 법도 하겠구나. 만약 너와 친구들이 의뢰를 맡는다면 더없이 좋을 거 같아. 행여나 일을 맡게 된다면 너만 따로 특별대우를 하면 안 되겠지. 혹여 내가 냉정하게 대한다고 하더라도 본심은 아니라는 건 알아주면 좋겠다.”


“괜찮습니다. 그냥 막 대하셔도 돼요. 전 이제 어떤 대단한 가문의 자식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용병이거든요.”


“호호, 정말 다 컸구나. 어른이 다 됐어. 그만 가서 친구들과 의논해 보아라. 너무 오래 잡은 거 같아. 어떤 결정을 하든지 의견을 존중해주마.”


“네.”


서지터는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자 필토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너란 물건을 어떡하면 좋냐! 어디 어머니께! 확 그냥!”


“아저씨, 진짜 어머니 아니죠?”


“그래, 인마! 가자. 가서 얘기하자.”


오래간만에 만난 스승과 제자는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초짜 용병에서 이제는 어엿한 검은 늑대 출신의 제자로 말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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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화 보이지 않는 위험 - 9 23.03.01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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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화 돌아오다 - 24 23.02.14 43 3 12쪽
» 1화 돌아오다 - 23 23.02.13 47 3 12쪽
22 1화 돌아오다 - 22 23.02.10 44 3 13쪽
21 1화 돌아오다 - 21 23.02.09 4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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