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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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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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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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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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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돌아오다 - 21

DUMMY

이틀 뒤 서지터가 마이론홀드로 돌아왔다. 한스는 이사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며 다음 날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녹초가 된 서지터는 오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누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아, 피곤해. 진짜 이렇게 돌아다니는 건 너무 힘든 거 같아. 나도 한 군데 정착해서 살고 싶다. 에스나 데리고 나도 한스처럼 델로임에다 집이나 하나 장만할까?”


“돈도 없는 거지가 무슨 집을 사.”


“흑흑. 레일라, 진짜 너무해. 빚을 좀 탕감해 주면 살 수 있다고.”


“너 아직 빚 반 남았다?”


“이건 갈수록 빚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늘어나. 악덕 사채업자도 이런 사채업자가 없다니까. 나 진짜 동생 데리고 나와야겠어. 그분께서 참 말도 안 되는 짓을 하셨다니까?”


신성마법 주문서를 보던 파시비엔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가셔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혹시 사고 치신 건 아니지 말입니다?”


“사고 안 쳤어. 내가 그렇게 생각 없는 줄 아니? 몰래 들어갔다가 몰래 나왔어.”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서지터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친구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에스나가 해준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얘들아! 잘 들어봐? 너희들한테 배다른 형제가 있다면 어떨 거 같아? 그것도 지금까지 평생 모르고 살았다가 갑자기 그런 애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어. 그럼 어때?”


“에이, 설마. 지금 네 얘기 아니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일이······.”


눈치가 빠른 레일라가 설마 설마 하고 서지터의 말을 부정했다.


“미쳤으니까 그런 일이 생기지. 나보다 4살 어린 배다른 남동생이 있었대. 나 쫓겨난 후로 수소문해서 데려다 놓고, 가문을 이을 마법사로 키우고 계신단다. 믿어지니?”


서지터의 말에 카데스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허허! 말도 안 돼. 너 거짓말 하지 마.”


“아, 왜! 다 내 말을 안 믿어. 진짜라니까?”


“서지터님, 막 거짓말하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위대하고 자비로운 아그나달린님께서 용서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아주 싫어하시지 말입니다. 그리고 다 티가 납니다. 만약에 정말 그랬다면 서지터님이 이렇게 태연하게 말씀하실 수는 없습니다. 유반 땅 다 뒤엎고 오셨을 겁니다. 제 말이 틀립니까?”


파시비엔의 상당히 논리적인 말에 서지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우. 진짜야. 솔직히 이젠 그분이 무슨 짓을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냥 어이가 없을 뿐이야. 돌아가신 어머니만 불쌍하시지. 치가 떨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냐? 이미 벌어진 일들인데.”


“너 진짜야? 장난이지?”


여전히 레일라는 못 믿는 눈치였다. 대충 서지터의 집안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서지터와 여동생까지 모두 처참하게 배신을 당한 꼴이었다. 아무리 가문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런 짓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에스나한테 이름도 안 물어봤네. 뭐 암튼 볼 일도 없을 테니까 이름이 있든지 없든지 내 알 바 아니고. 암튼 전부 다 사실이고 마법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줄을 통해서 몇 년 뒤에 궁정 마법사로 넣을 생각이시란다. 게다가 카렌이랑 정략결혼도 추진 중이고.”


“으에에? 서지터님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카렌님을요? 안 됩니다! 저는 결사반대입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서지터님이 확 낚아채 가십시오! 그럼 그게 진정한 복수 아니겠습니까? 보나 마나 카렌님의 가문 때문에 엮으려는 거 뻔히 보입니다. 진짜 너무한 거 같습니다.”


파시비엔은 침이 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파시비엔의 사정을 몰랐던 서지터는 이미 친구들에게 자신과 카렌의 정략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파시비엔은 그런 사실은 몰랐다며 둘이 부디 잘 되기를 응원하며 열심히 놀리기 바빴다. 그런데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서지터의 배다른 형제가 등장해 카렌과 엮이려는 사실에 분노하는 파시비엔이었다.


“복수는 무슨······.”


“지터, 진짜야? 다른 동생도 있었어?”


“응, 그랬다고 하네.”


“형제가 또 있으면 좋은 거 아니야?”


인간들의 가족 구성과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아리엘다운 말이었다. 홀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그녀 입장에선 화를 내는 친구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으음, 설명하기 엄청 복잡한데 그게 그러니까 결혼을 했는데 딴 여자한테 한눈을 판 거야. 엘프들도 일부일처제인가?”


“응. 아마 그럴걸?”


“한 사람만 보기로 그렇게 약속한 건데, 약속을 어긴 거야. 그것도 엄청나게 큰 약속을 어긴 거지. 설명하기 더 복잡한데 암튼 대충 그런 거야. 나쁜 짓을 한 거지.”


“그래도 가족이 더 있으면 좋잖아.”


“가족도 가족 나름이지. 누구인지도 모르고 20년 넘게 존재 자체도 몰랐는데 갑자기 형제라고 하면 인정하기가 힘들거든. 그걸 가족이라고 하기는 힘들어.”


“우움. 나는 잘 모르겠다. 좋은 거 같은데······.”


“히히히. 귀여워.”


서지터는 심각한 분위기가 된 게 미안했는지 애써 장난을 치며 아리엘의 볼을 잡아당겼다.


“으으으. 하디 마. 디터.”


“그건 그렇고 어때? 히크 거리 분위기는? 좀 알아낸 거 있어?”


급 분위기를 전환한 서지터가 레일라에게 히크의 분위기에 물어보자 레일라가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하하, 네가 직접 가 봐라. 기가 막힐 거다.”


“왜? 분위기 안 좋아?”


“아니? 오히려 동네 분위기가 너무 좋아져서 이상하지. 깨끗하고 냄새도 안 나고 벽화도 그려져 있단다. 옛날은 절망이 가득하고 우울한 동네였다면 지금은 희망차고 밝은 동네야.”


“너야말로 거짓말하지 마라. 그게 되니? 하루라도 피 안 보면 큰일 나는 그 미친 동네가?”


“어, 되더라.”


“필토 아저씨는? 만나봤고?”


“추억의 잡화점 자리 지금 카페로 변했어.”


“얘 제대로 미쳤네. 히크에 술집이면 몰라도 카페가 가당키나 하냐?”


카데스가 서지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한 마디 던졌다.


“진짜야.”


“어어. 그럼 빌리, 윌리 걔들은?”


“몰라? 아는 정보가 없네. 천천히 알아봐야지.”


“그럼 나 내일 히크 가볼래. 대체 어떻게 변했길래 그래?”


“안 돼. 내일 아침에 한스 오면 바로 나이트 플라워 갈 거야. 그런 줄 알고 얌전히 있어.”


“히잉! 맨날 나만 미워해. 너네 미워.”


“재수 없어! 어딜 감히 아리엘 흉내를 내고 있어? 죽고 싶니?”


“아아악!”


추악한 애교질에 서지터는 구타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리엘은 자신의 흉내를 낸 것이 재밌는지 해맑게 웃었고, 셋은 집단 구타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최근 들어, 가는 곳마다 구타를 당하는 전 검은 늑대 대원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

오래간만에 다 같이 뭉친 여섯은 엊그제 들렀던 나이트 플라워의 옆문에 서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서지터는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하아아암. 여기야?”


“그래.”


레일라가 대답을 해주고 노크를 했다.


- 똑똑.


한참이나 조용하던 문은 얼마 뒤에 천천히 문이 열렸다. 처음 네 사람을 맞아주었던 그 여인이 나타나 여전히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약속대로 시간 맞춰 오셨군요.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오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레일라를 선두로 이미 한 번 와보았던 셋이 뒤이어 따라 들어갔다. 그 모습이 이상한지 서지터는 다시 하품하며 말했다.


“흐아아아암. 뭐야? 왜 이리 능숙해. 먼저 와 본 거 아냐?”


“서지터님, 빨리 들어오십시오.”


- 툭툭.


한스가 밝게 웃으며 서지터의 등을 두드리며 앞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들어가자. 그리고 너! 이따 얘기하자? 벨한테 다 얘기 들었어. 정말 고마워.”


“뭐래.”


서지터가 마지막으로 눈을 비비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주점의 홀과 주방 사이에 있는 문이었다. 통로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 돌아가자 낯익은 얼굴이 환하게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서지터에게 돌진했다.


“어? 어? 뭐야? 뭐야?”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서지터는 벽에 부딪히며 더는 도망가지 못하고 멍하니 앞에 있는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왜 여기 계세요?”


“으하핫! 정말이구만. 너 이 자식아! 안 죽고 잘 살아 있었냐? 하하핫!”


낯익은 얼굴은 서지터의 검술스승이자, 사장이었던 필토였다. 카데스, 레일라, 파시비엔은 깜짝 놀래기 작전이 성공했는지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었고, 이곳에 처음 방문한 한스 또한 당황한 얼굴로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뭐야? 왜 필토 사장님이 여기 계셔?”


“하하핫!”


필토는 그대로 서지터를 꽉 끌어안았다. 반가움에 너무나도 세게 안았는지 서지터는 몸부림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저리 좀 가요! 징그러워! 뭐야! 뭔데 아저씨가 여기 있는데!”


“이놈 이거 힘세진 것 좀 봐라? 빌어먹을 녀석아! 하하핫!”


서지터는 힘으로 필토의 품에서 벗어나며 식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필토 상점은 어디다 팔아먹고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여기서 몸이라도 파시는 건가?”


“이 녀석! 예나 지금이나 말버릇은 고약하네. 일단 들어가자.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우와! 아저씨 어머니도 있었어요?”


“나는 그럼 알을 깨고 나왔을까? 그리고 그런 거 아니니까 들어가서 먼저 어머니부터 뵙고 천천히 얘기하자. 이제 정말 제법 용병 티가 좀 나는구나. 내가 제자 하나는 잘 키웠어. 하하핫!”


필토는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제자와의 재회가 무척 반가웠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앞서 먼저 걸어갔다. 서지터가 필토의 뒤를 따라가며 열심히 웃고 있는 친구들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미친 것들아! 너희 미리 와 봤지? 딱 기다려. 다 죽을 줄 알아.”


“서지터, 나도 몰랐어. 대체 무슨 영문인 거야?”


“그래! 한스만 이리 와. 아리엘한테도 실망이야. 이렇게 사람 놀라게 하는 게 어디 있냐?”


서지터는 가만히 있던 아리엘까지 째려보며 말하자 그녀는 미안한지 서지터의 옷깃을 잡고 졸졸 따라갔다.


“아니야. 애들이, 애들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그리고 난 처음 보는 분이잖아. 당연히 나도 모른단 말이야.”


“야, 이 녀석들아! 빨리 안 따라와?”


필토가 고개를 돌려 빨리 따라오라고 하자 배꼽을 잡고 웃는 셋도 겨우 진정을 하고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여섯은 필토를 따라 주점 건물 밖으로 이어진 저택의 앞마당을 지나갔다. 꽤 고풍스러운 저택 안으로 들어선 후에도 집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여섯은 화려한 장식으로 테두리가 둘린 문 앞에 도착했다.


“자, 다 왔다. 잠시 기다려라.”


- 똑똑!


“어머니. 신전에서 보낸 모험가들 데리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들어가라. 그리고 서지터 넌 인마! 말조심하고! 네가 함부로 말 막 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시니까. 알겠냐?”


“내가 또 언제 말을 막 했다고 그러실까? 바른말만 하니까 아저씨 귀에는 항상 막말로 들리는 거겠죠.”


“이놈의 주둥이! 확 그냥!”


“히히.”


서지터가 마지막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필토 역시 뒤따라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꽤 넓은 방 안에는 아리엘이 좋아할 법한 초록으로 뒤덮여 있었다. 곳곳에 관상용 식물과 화분들이 잔뜩 놓여있었고, 구석에서 깨끗한 천으로 나뭇잎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는 한 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정확하게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는 깔끔하게 정리해 묶어 올렸다. 백발이 성성한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할머니에 가까운 여성이었다. 머리만 보고 목소리만 들어도 꽤 나이가 많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인은 천천히 걸어와 얇은 커튼을 사이에 두고 여섯과 마주하고는 천천히 말했다.


“반가워요. 일단 자리에 앉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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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화 돌아오다 - 23 23.02.13 47 3 12쪽
22 1화 돌아오다 - 22 23.02.10 45 3 13쪽
» 1화 돌아오다 - 21 23.02.09 51 3 12쪽
20 1화 돌아오다 - 20 23.02.08 6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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