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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님의 서재입니다.

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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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최근연재일 :
2017.12.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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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1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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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해의 그림자 50

DUMMY

오시수는 연향 이후로 역관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뭔가 소매끝에 불똥이 튀었는데 허겁지겁 감추려고 애를 쓰는 모양새였다. 마치 눈앞에 도화선이 있는 것처럼, 그 도화선에 불이 붙어 온통 불바다가 되기나 할 것처럼.


기이한 일은 평소 남인 편에 서서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하던 박정신 조차도 입을 닫은 것이었다. 변이보야 서인의 자금줄인 변승업의 조카이고, 당연히 서인 편에 서서 그렇다 쳐도, 남인과 한패인 박정신마저도 입을 닫은 것이 괘씸했다. 역관들은 수시로 관찰사 윤계의 처소에 불려다니면서 특히 긴장한 기색으로 나서곤 하였다.


이번엔 또 윤계가 박정신과 변이보, 김기문을 한꺼번에 불렀다. 세사람이 한꺼번에 윤계의 처소를 나오면서 옆구리를 찌르기도 하고, 날선 귓속말을 주고 받는다. 자신의 두눈에 포착된 묘한 분위기에 오시수는 눈에 가시가 박히는 느낌이었다.


"도성에 가서도 그 입들 조심하시지요."

"자네나 그 입 조심하게. 언제나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니."

"흥. 제가 미쳤습니까. 어쨌든 촛불에 불씨를 피우면 주변의 촛농이 제일 먼저 녹는 법. 두분 역시 살아남기 어려울테니 입조심들 하시지요."

"커흠..!"


박정신은 불편한 헛기침을 하였다. 참으로 골치아픈 일에 휘말려들었다. 당장 온몸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는 기분이다. 장효례의 지렁이 운운은 사석에서 보탠 말이라 굳이 옮겨담을 필요가 없는 일이라 쳐도, 황제가 직접 한비자의 애신편을 입에 담았다면, 정말로 왕이 서른넷에 요절한 것이 신하가 강한 탓이고 말한 것이라면, 이 일이 조선에 몰고 올 파장이 무시무시하다.


가뜩이나 어리다고 무시했던 용새끼인지 범새끼인지, 즉위하자마자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송시열을 덥썩 물어버렸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덕원부로 귀양을 보냈다. 이단하를 궁지로 몰아 송시열까지 몰아넣은 그 기백과 기세라면, 이번 일이 왕에겐 송시열을 죽일 구실이 될 터였다.


애신태친愛臣太親 필위기신必危其身,

인신태귀人臣太貴, 필역주위必易主位..


신하를 사랑하여 너무 가까이하면, 군주는 반드시 그 몸이 위태로워지고,

신하가 너무 귀해지면, 반드시 그 주군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미 장효례는 선왕이 젊은 나이에 죽어서 측은한 마음에 황제가 두번 치제를 명했다고 절반만 진실을 말했다. 차라리 다른 핑계였다면 모를까, 젊은 나이의 요절이란 대목을 입에 담았으니 한비자의 애신편과 결부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아니, 다들 심증이 가고 물증이 없으니 증거를 찾거나, 덮거나 하겠다고 혈안이 될 터였다. 당연히 도성이 온통 피바람에 잠길 거다. 그리고 자신들은 결코 무사할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들어도 못 듣고, 보아도 못 본 척하는 심정으로 그저 입을 닫아야만 한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라고, 사람이 앞에 있는 것도 못보나?"

"헉..대, 대감.."


박정신은 어느덧 눈앞에 나타난 오시수를 보고 헛숨을 들이켰다. 청국 칙사를 접대하는 원접사로 의주까지 올라오긴 하였으나, 오시수는 엄연히 형조판서다. 제후국의 도리로 최소한 정3품 이상이 사행을 떠나거나 접반사가 되어 사신을 맞는 만큼, 당연히 눈앞의 오시수는 실세 중의 실세였다. 그런 오시수가 뭔가 낌새를 맡고 자신 앞에 버티고 선 것이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


차마 눈도 못 마주치고 얼버무리면서 박정신은 자리를 피하려 했다.


"요즘 들어 선화당을 자주 들락거리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있긴요..그저 청국 칙사를 접대하는 문제로 뵈었을 뿐이지요."

"접반사는 난데, 왜 관찰사한테 가는 것인가?"

"그야..관찰사 영감과 장통관이 어릴 적 죽마고우다 보니까..아무래도 도움 받을 일이 많아서지요."


처음만 놀랄 뿐이지, 이내 천연덕스럽게 둘러대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하기야 산전수전 다 겪는 직업이 바로 역관이다. 역상譯商이라 불릴 만큼 사신단의 일원으로 나라와 나라를 오가면서 교역을 하여 큰돈을 벌어들여 조선의 정치판도를 뒤흔들 만한 재력을 쌓기도 하고, 또한 국가간의 온갖 정보와 첩보를 입수하기도 하고, 청국이나 왜국에서 금지하는 서책이나 무기 등을 몰래 밀수해서 들여오는 일도 한다. 초보 역관도 아니고, 이골이 날 만큼 난 중견 역관인데 당연히 구렁이 담넘듯이 빠져나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명색이 당상관까지 오를 정도로 조정에서 잔뼈가 굵은 자신이었다. 그래도 고약한 냄새는 자신의 코끝에 남는다.


오시수는 입꼬리를 비틀어 웃으면서 황해감영의 선화당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통인 하나가 오시수와 눈길을 마주치며 후원 쪽으로 눈짓을 하였다. 오시수는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윤계와 장효례가 어릴 적 동무라는 사실을 익히 아는 터라, 주변의 통인을 매수하여 일거수일투족을 염탐케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꼬리를 밟았다.



"왜 날 보자고 했나. 무슨 바람이 불어서."

"바람은 무슨. 그냥 옛날 생각도 나고, 청파역에서 함께 미역도 감고, 말도 몰래 타보던 추억이나 돌아보며 옛정을 돌아보자고 청한 걸세."


갑작스레 기방으로 불려나온 장효례는 갑자기 연락을 취해온 윤계를 찜찜한 눈길로 보았다. 윤계는 능청스레 자신의 술잔에 쪼로록 술을 따라주며 제법 친근하게 대꾸한다. 하지만 그동안 만나자고 해도 만나주지 않던 윤계였다. 결코 사적인 친분만을 나누려는 것은 아닐 터였다.


황제가 하필 강신 운운하는 바람에 자신이 조선에 한번 나올 때마다 서인과 남인이 저마다 속내를 감추고, 또 드러내고 자신을 어르고 달랜다. 황제가 무슨 말을 했냐, 청국의 실정이 어떠냐..고래등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지만, 이미 청국의 사신단 일원인 자신은 새우등 싸움에 고래등이 간지럽다. 간지러워서 오히려 참을 수가 없다. 또 무슨 비밀스런 회담이라도 하겠다고, 기녀들도 물리고 단둘이 마주하는 윤계의 꿍꿍이를 참을 수가 없다. 술 한 모금이라도 함부로 얻어마시기가 불안해진다.


"자네 모친이 청파역에서 주막을 운영하는 건 잘 알테고."

"뭐?"

"간혹 가다 도성에서 도망나온 노비들한테도 방을 내어주는 것 같던데."


윤계의 말에 장효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술잔을 불끈 움켜쥐며 부들부들 떨리는 음성으로 되물었다.


"너 이 자식..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방금 들었지 않은가? 내가 경기감사와 좀 친분이 있어서 말일세. 옛정을 생각해서 자네를 위해서 내가 잘 부탁해보겠다 이걸세."


윤계가 비실비실 비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하는 말이었다. 장효례는 두눈을 지릅뜨고 날선 눈동자로 윤계를 쳐다보았다. 으르렁거리는 숨소리가 잇새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협박하는 건가?"

"협박까진 아니고..그저 협상을 하자는 걸세."

"..."


말만 다를 뿐이지 협박이 맞다. 윤계를 비롯한 서인 측에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자신의 어미를 올가미에 옭아맬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올가미에 걸려든 어미를 빌미로 자신을 협박하려 든다.


"이 좀스런 자식이..네놈이 웬일로 날 보자고 하는가 했다. 언제는 조선의 배신자라고 아는 척도 않더니.."

"담백하게 대화할 줄을 알아야지. 자네는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것이니, 부디 조용히 있다 가주게나."

"내 입 하나만 막는다고 되겠나? 그 자리에 조선측 역관이 셋이나 있었는데. 아니 넷인가?"


윤계는 장효례가 말하는 넷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박정신의 조카사위인 김지남까지 포함된 얘기라는 사실을 알아듣지 못한 채로 그는 고소를 머금었다.


"그건 걱정 안해도 되네. 내 이미 그자들의 입단속을 단단히 해두었으니."

"..."

"말했다시피, 자네만 조용히 있다가 가주면 되는 일일세."

"감히..."


장효례는 이를 악물었다. 소국인 조선의 황해도 감사 주제에, 고작 종2품 주제에, 대국인 청국의 사신단 일원인 자신을 협박한다. 정식으로 파견나올 때는 고작 통역관이지만, 국경지역의 분쟁이라든지, 청국에서 도망한 이들의 생환 문제라든지, 이런 소소한 일로 임시 칙사가 되어 조선땅을 밟는 자신이다. 그런데 감히 자신을 협박하려 든다. 협박 당하면, 순순히 협박 당할 자신도 아니다. 역으로 협박을 해야만 한다.


어디 두고 보자. 네놈들이 어미 문제로 나를 겁박하면, 나 또한 네놈들을 겁박할 터이니.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장효례는 최대한 조선의 실정을 탐지하여, 윤계의 덜미를 잡든, 서인의 덜미를 잡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내심 가슴 한구석이 불안하고 불편한 게, 자신의 노모를 인질로 저들이 협박을 해오면, 자신 역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막연한 자각이 있었다.


그렇게 장효례가 기방을 나오며 주먹을 불끈 쥐고 돌아서는 순간, 홍릉의 붉은 불빛이 부딪혀 사그라드는 담벼락에 바짝 붙어 지켜보는 오시수와 눈이 마주쳤다.


"황해도 감사가 혹여 장통관도 협박하더이까?"

"무슨..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재미있는 얘기나 해드리려 했는데."

"재미..있는 얘기?"

"윤계가 3년 전에 제주목사로 있을 적에 말이외다. 제주의 극악한 도적을 잡아다가 자복을 받아내곤 형조에 미리 고하지도 않고 모조리 죽여버린 죄로 큰벌을 받았었소이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윤계가 원래 제멋대로 일을 하는 습성이 있소이다. 허니 무슨 말을 듣더라도 너무 괘념치 마시오. 원래가 저리 생각없이 설치는 인간이니."

"..."


장효례는 어쩐지 오시수가 기방 안에서의 대화를 엿들었나 불안해졌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들은 것일까. 가슴이 답답해졌다.



도성에선 두가지 현안으로 서인과 남인이 온통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나는 몰래 숭릉에 숨어들어 선왕 현종에게 제사를 지낸 이구천의 일이었고, 또 하나는 청국 황제가 두번이나 치제를 하겠다고 칙사를 꾸려보낸 일 때문이었다. 모두가 숨죽이고 의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와중에, 보름 가까이 의주에 머물던 청 칙사 일행이 용만관을 떠나서 도성으로 오는 중이다.


정말로 선왕의 혼전인 효경전에서 또 치제를 올리려는 걸까. 이미 편전에서 상소 및 장계를 두고 왕과 논의를 거듭해서 공무를 처리하고도, 아직도 빈청에 남아서 대신들간에 서로 눈치만 보는 중이었다. 자신들 뿐만 아니라 왕도 사실 촉각을 온통 이구천과 청칙사에게 곤두세울 게 뻔하였다. 어린 맹수의 기질을 지닌 왕인 만큼, 한번이라도 물리면 끝장이다.


"허적이 내려갔으니 뭔가 소식을 물어올텐데.."

"그 인간이야..결정적인 순간에 몸 사리는 위인이니 만큼 걱정할 게 못됩니다. 오히려 일이 커지기 전에 덮어두려 할 수도 있지요."

"허면 전하께선.."

"전하께선 용만의 일에 신경을 쓰실 만큼 한가하지가 않습니다. 뭣하면 우리가 더 바쁘게 만들어드리면 될 일이고."


빈청에서 소리죽여 쑥덕이는 서인들의 말마따나, 여전히 여막에서 지내는 숙종은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빴다. 청칙사를 맞이하는 일로 절목과 절차를 논하기 위해 온갖 상소와 장계들이 올라온다. 아비의 묘에 몰래 제사지낸 이구천이나, 한번 지낸 제사를 또 지내겠다고 전례를 깨고 재차 사신단을 보내온 청국 황제나, 도대체 무슨 저의인지 답답하다.


최석정이 신속하게 언문의 비밀을 풀어준 덕에, 언문에 대해선 신경을 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좀더 느긋하게 이구천의 일과 청국 사신단의 일을 살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칙사의 영접 때 음악을 사용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부터 시작해서, 음악이면 향악을 써야 하냐, 아니면 아악을 써야 하냐, 악곡은 여민락과 보허사를 넣어도 되냐 등의 시시콜콜한 장계들도 올라온다.


그런데 어찌 보면 또 시시콜콜하지도 않다. 상중에는 음악을 듣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청국 칙사를 영접할 땐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 작년에도 상중이라 음악을 쓰지 않겠다고 하였다가 청 칙사들이 조선은 예를 모른다며 반발하여, 숙종만 음악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피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었다. 아직도 상중이라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게다가 연주하는 악곡도 조선 고유의 향악이냐, 중화의 아악이냐부터, 세종이 창안한 여민락이 좋겠다, 중국에서 전래되어 조선화된 보허사를 연주하는 것이 좋겠다 등등 악보까지 올라온다. 악보를 보려면, 악공까지 불러서 살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온갖 상소들이 다 올라온다. 심지어는 지금은 각전의 상궁이며 내시들도 자질구레한 상소들이 부쩍 늘었다.


"전하. 저희 경사전(인선왕후의 신주를 안치한 혼전)의 나인 김가가 궐밖 요양을 청하옵니다."


승하한 인선대비의 혼전상궁이 여막으로 철패 하나를 가져와서 윤허를 구했다. 궐안에 거처가 없이 출퇴근을 하는 직종인 무수리는 따로 나무로 만든 출입패가 있어 일일이 왕의 재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인들은 철패鐵牌라 하여, 철로 된 표신에 왕의 어필로 나갈출出자를 받아야만 궐밖을 나설 수 있었다.


숙종은 혼전상궁이 바치는 네모난 철패를 받아들고 힐끗 쳐다보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한 일이 많다. 하다못해 나인의 궐밖 출입 마저도 철패에 어필로 일일이 써줘야만 한다. 궐안 나인들의 수효만 무려 4백명인 만큼, 그 나인들이 휴가차, 혹은 요양차, 또는 공무차 궐밖으로 나갈 때마다 일일이 철패에 출出자를 적어줘야만 한다. 여기저기 손이 참 많이 간다.


"대전상궁! 잠시 안으로 들라!"


무심코 붓을 들어 철패에 나갈出자를 써준 숙종은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대전상궁을 여막 안으로 불렀다.


"부르셨사옵니까?"

"선대왕의 인삼차를 담당하던 상궁도 요양차 나갔다지 않았더냐?"


여막 문을 닫으려던 대전상궁은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하여 문 닫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렇사옵니다.."

"벌써 두달이 지났고..그 상궁이 지금쯤 병도 나았을테니, 이리 불러오거라."


대전상궁의 얼굴이 난처하게 굳어졌다. 도대체 왕은 사소한 일이라도 되새김질하는 성품인지, 어떻게 선왕조에 고작 차를 달이던 상궁까지 일일이 기억하고 만나보려는 것인지, 당혹스러웠다.


"어인 일로..."

"나는 최소한 그 상궁에게 나갈출出자를 써준 기억이 없다. 하여 어떤 경위로 나갔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전하, 보통은 전하의 어필을 받아야만 출궁이 가능하오나, 화급을 다툴 때엔 대전상궁의 권위로 임시로 출궁조처를 할 수가 있사옵니다."

"그 말은..자네가 하였다, 그 말이지?"

"예 전하. 워낙 몸이 불덩이라서, 학질일까 염려되어, 혹여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까봐 두려워서 그리하였사옵니다."

"그래?"


뭔가가 머릿속에서 철커덕 걸린다. 숙종이 짜증스레 돌아보려는데, 두광이 책을 한아름 안아들고 낑낑대며 열린 문틈으로 빼꼼히 얼굴을 비쳤다.


"전하, 두광이옵니다. 들어가도 되옵.."

"들라!"


저리 책을 잔뜩 들었는데 기다리게 하는 것도 양심상 걸린다. 숙종은 신경이 분산되는 것에 은근히 짜증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두광을 들였다. 두광이 비틀대며 안으로 들어서다, 문을 닫는답시고, 맨위의 책 한두권을 떨어뜨렸다. 책장을 팔랑이며 책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엎어졌다.


동관록?


언젠가 진홍이 읽어보다 자신에게 들켰던 문제의 일기이다. 그러고 보니 아비도 몰래 사람을 심어 내명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곤 했다.


"원래 매달마다 수거하여 고해야 하는 것인데...소인이 잘 몰라서..."

"네가 언제는 아는 것이 있었더냐?"


골난 음성에 두광은 왕이 자신에게 은연 중에 불평을 하는 것을 깨달았다. 중궁을 좀더 여막 안에 머물게 하려는 왕의 뜻을 거역하고, 자신이 슬쩍 비위를 긁으며 중궁전으로 돌려보낸 일에 여지껏 앙심을 품은 모양이었다.


"최소한 상이 끝나기 전에 부부가 한방에서 한밤을 지내선 아니되는 것 정도는 잘 알지요."

"..."

"일기나 다오. 너는 나가보라."


숙종은 두광에게 손을 뻗으면서 대전상궁에게 못마땅한 눈초리를 건넸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전상궁이 고개를 조아리고 여막을 나가버렸다. 그게 또 괘씸하여 숙종은 닫히는 문을 괜히 쏘아보곤 동관록을 펼쳐 들었다. 주로 대비전과 중궁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비밀리에 기록한 일기였다. 동관록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이 누구인지 몰라도, 이리 내전을 감시하는 체제가 불편했다. 그런데도 또 호기심이란 것이 묘하여, 중궁에 대한 기록을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 을묘년 2월 19일.

서체연습에 매진하시다 대비전께 꾸중을 들으셨다. 송송이체를 그만두라는 대비전의 하교에 왕실의 서체를 원래대로 복구하려는 것이라고 답하시어, 결국 종아리에 회초리를 맞으셨다.


숙종은 너무도 놀라 두눈을 깜빡였다. 무려 중궁이다. 아무리 대비전이고 시어미라 하나 자그마치 국모의 자리에 오른 진홍을 함부로 때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회초리를 때리시다니. 어찌 이러실 수가 있는가?"

"..."


두광은 슬그머니 눈길을 피했다. 차라리 회초리가 약과이지, 대비전 성정에 온갖 막말도 서슴치를 않았다. 어린 중궁의 가슴을 후벼파는 신랄한 말들이라든지, 성교육을 시키겠다고 궁녀들을 지아비의 처소로 밀어넣는 모습을 두눈뜨고 보게 한 일이라든지, 차마 못할 짓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대비전의 성품은 잔뜩 독을 품은 두꺼비 같았다. 더군다나 갈수록 심해진다. 지아비 현종이 의문사를 당하고, 어린 아들을 왕위에 올리면서, 극도로 신경이 곤두서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해지는 모양이었다.


"중궁은 지금 어떠한가?"

"지금은..숙부 되시는 김응교께서 찾아오시어 만나보고 계시옵니다."

"김응교가?"


숙종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설문해자를 여막으로 들일 때의 김만중의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숙종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동안, 진홍은 김만중을 독대했다. 삼촌도 조카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나라가 조선이다. 당연히 진홍에겐 아비 같은 숙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김만중이 뜻밖의 제안을 한다.


"해례를...가르쳐주시겠다구요?"

"예. 혼자 읽긴 버거우실 것입니다."


진홍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가의 식구들이 너무 자주 찾아와도 시어미인 대비전의 눈밖에 날 일이었다. 요즘 자신을 보는 대비전의 눈초리가 어쩐지 가시가 박힌 느낌이라 불편하고 불안했다. 별궁에서 지낼 때야, 아비와 숙부가 교대로 찾아와서 자신에게 소학과 내훈을 가르쳤다. 그렇지만 중궁의 자리에 앉아서도 사가의 식구들에게 배우는 것이 괜찮을까.


"내용이 길지도 않으니 어쩌다 한두번 찾아뵈올 때 가르쳐드릴 것이옵니다."

"저...해례는 혼자 봐도 되니, 하도와 낙서를 배우고 싶습니다."


하도와 낙서는 단순히 숫자놀음이 아니었다. 거기엔 음양이 있고, 오행이 있었다. 진홍에겐 지금이 제대로 배울 기회였다.


"하도와..낙서요?"

"예. 재미있어 보여서요."


김만중은 묘한 눈빛으로 진홍을 쳐다보았다. 왕도 주역을 찾더니, 진홍도 주역의 하도와 낙서를 찾는다. 재미있어 보인다고? 그리 어설프게 둘러대는 핑계에 속아넘어갈 김만중이 아니었다. 언문과 주역이 이미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김만중이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엔 하도와 낙서의 흑백 바둑돌이 두장의 기보처럼 떠오르면서, 자음과 모음이 교차했다.


"그렇군요."

"네?"

"바둑판을 준비해 주십시오. 허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바둑판이요?"


김만중은 아예 바둑판과 문방사우까지 갖추고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고, 진홍도 듣다 보니 머릿속이 조금씩 트이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하도는 가운데의 5와 10을 중심으로 하여 천수(홀수)인 1,3,7,5,9 순으로 모여들고, 또 4,6,8,2,10 순으로 굽이치듯 모이면서 회오리 같은 태극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방향도 가장 완전한 수인 3이 동쪽..그래서 숫자 3이 우리 동국을 뜻하지요."


진홍은 설명을 들으면서 손가락으로 따라짚어보았다. 3이 동쪽이라는데 하도에선 방향이 다르다. 동서남북이 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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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이면 3이 4의 자리에 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왜 이렇게 됐죠?"

"아마도...복희가 용마의 등에 새겨진 그림을 보고 옮긴 거라 그런 것이겠지요. 우리는 그 이치만 깨우치면 됩니다."

"아니...저는 헷갈리니까 아예 그림을 바꿔서 공부해야겠어요."


진홍은 바둑돌의 위치를 서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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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二+++++++++++

+九+++++++++++++++++++++++++

+++++++++++++南+++++++++++++

+++++++++++++++++++++++++++

+++++++○─○─○─○─○─○─○七++++++

+++++++++++++++++++++++++++


만중은 굳이 전설의 하도를 건드리는 진홍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내 진홍의 입가엔 기분좋은 미소가 번졌다.


"이거 보세요. 맞추고 나니까 신기한 게 보여요."

"보이긴 뭐가 보입니까?"

"숫자와 방위가 글자가 닮았잖아요."

"네?"


김만중이 멍청히 되묻자, 진홍은 아예 바둑판에 대고 붓에 먹물을 묻혀 동서남북과 각 숫자들을 한자로 적어내렸다.


"여덟팔八자는 동녘동東과 다리모양이 똑같고, 넷사四자는 서녘서西자와 닮았고, 여섯육六자는 북녘北자와 닮았고, 일곱칠七자는 남쪽남南자와 머리모양이 닮았고..그래서 이 숫자들은 각각 5를 중심으로 서로 5를 더한 수끼리 붙어있네요."

"..."

"계속해주세요. 동쪽이 나무의 성질을 띠는 거죠?"

"예..예..헌데 그건 어떻게.."

"나무목木자가 동쪽동東자와 비슷하잖아요."


김만중은 얼굴을 굳히고 충고했다.


"그런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매번 모든 추측이 맞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가요?"

"예. 그래도 이번엔 옳게 추리하시긴 하셨습니다."

"정말인가요?"


진홍은 빙그레 웃으면서 동녁동東자 아래에 나무목木자를 적어넣었다. 그리고 남녘남아래 불화를 넣었다. 이어 서녘서 아래에 쇠금을, 그리고 북녘북 아래에 물수를 넣으려다 고개를 갸웃했다.


"맞나?"

"왜 그러십니까?"

"물수와 불화자가 이상하게 닮아보여서요."

"그럴 리가요.."

"남녘남南자와 불화火를 묶어놓고 보면 닮은 듯 하면서, 또 북녘북北자와 불화火자를 묶어놓고 보면 또 닮아보여요. 물수水와 불화火도 그렇구요."

"서로 엉기는 성격이 있으니까요. 엉기니까 불에 물을 끼얹으면 꺼지지요."


+++++++++++++++++++++++++++

++++++++○─○─○─○─○─○六+++++++

+++++++++++++北+++++++++++++

+++++++++++++水+++++++++++++

+++++++++++++ㅇ+++++++++++++

+○+++++++++++●一++++++++++●+

+│+++++++++++++++++++++++│+

+○+++++++++++++++++++++++●+

+│++++++十++++++++++++++++│+

+○+++++++●─●─●─●─●+++○+++●+

+│+++++++│+++++++│+++│+++│+

+○+++●+++│+++○+++│+++○+++●+

+│+++│+++│+++│五++│+++│+++│+

+○+++●+++│+○+○+○+│+++○+++●+

+│+西++│+++│+++│+++│++三+東+│+

+○+金+●+++│+++○+++│+++++木+●+

+│+ㅅ+++++│+++++++│+++++ㄱ+│+

+○+++●+++●─●─●─●─●+++++++●+

+│+++四+++++++++++++++++++│+

+○+++++++++++++++++++++++●+

+│+++++++++++++++++++++++八+

+○++++++++++○一○二+++++++++++

+九+++++++++++南+++++++++++++

+++++++++++++火+++++++++++++

+++++++++++++ㄴ+++++++++++++

+++++++○─○─○─○─○─○─○七++++++

+++++++++++++++++++++++++++


김만중의 설명을 듣고 진홍은 자신이 고쳐 배열한 하도를 가만히 살피며 나무목木의 아래에 ㄱ을, 쇠금金의 아래에 ㅅ을, 또 불화火의 아래에 ㄴ을 써보았다.


"이리 바둑판에 글자를 쓰시면 지우기가..."


하지만 진홍은 발음에 몰입하여 되뇌일 뿐이었다. 물과 불이 엉겨붙는다면 ㅇ과 ㄴ이 발음이 서로 엉겨붙어야 한다.


"가나, 강나, 강나루, 강나루, 강나루.."

"마마..?"

"발음이 엉겨붙는 건가?"


진홍은 혼잣말을 하며 해례를 들여다 보았다. 그런 진홍을 김만중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참 열심이다. 마음 둘 곳 없는 구중궁궐 속에서 언문에라도 마음을 붙이니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만큼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왕은 설문해자와 해례, 주역과 서경을 찾게 했고, 또 최석정을 불러 중성의 자철조형을 만들어 실험했다. 그리고 얼핏 김만중의 두눈에 비친 工자로 엉겨붙은 모음들..


언문에, 비밀이 있다. 그리고 그 비밀은 진홍이 말해줄 것이었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에게 차근차근 배우면서, 차곡차곡 단서를 쌓아올려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단서를 토대로 자신은 비밀을 알아내면 그만이었다. 도대체 최석정과 함께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일을 꾸미는지도 낱낱이 밝혀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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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97 뚱뚱한멸치
    작성일
    13.01.14 09:11
    No. 1

    진홍이 중궁되지 않았으면 뭐가 되었을까요?
    하기야 궐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저런 기회도 없었겠지만...
    즐겁게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01.14 14:21
    No. 2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저렇게 불태우는군요 ㅠㅠ
    어흐흫흐흐흐흫 ㅠㅠㅠㅠ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수훈
    작성일
    13.01.15 21:51
    No. 3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멋진 진홍이.....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3.01.16 08:27
    No. 4

    뚱뚱한 멸치님, 중궁이 되지 않았으면, 어느 양가집 안방마님으로 지내면서, 가끔 상소도 올리고 했겠지요. 광산김문 여인들이 남편 귀양갈 때면 상소 한번쯤은 올렸...(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3.01.16 08:27
    No. 5

    얼마 남지 않은 생...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3.01.16 08:28
    No. 6

    예, 수훈님 고맙습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주드마린
    작성일
    13.02.14 11:40
    No. 7

    이 글은 뭘 위한 건지 모르겟군요. 역사를 비튼 건지 아닌건지도 헷갈리는데다, 요즘은 국가 수뇌가 현안이 아닌 암호에 신경쓰면서도 정작 무엇이 확실한 보상이 있지도 않은 작업에 열중하다니.. 너무 답답해서 더는 못 보겟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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