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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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병맛 사이다 프롤로그.
“시간하고 돈이 없지! 정의감과 가오가 없냐?”
*
어둑해진 시간. 인적 드문 도심의 한 하천의 다리 밑 산책로.
한 무리의 범죄인 기대주들이 교복도 벗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구역질나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폐가 썩어 들어가는 맛을 제대로 즐기는 듯 연신 거북선 마냥 연기를 내뿜는 양아치 지망생들.
“그니까! 니 월급으로 담배 두 보루만 갖고 오라고!”
“그... 그게.. 분명 지난번이 마지막이라고..”
편의점 조끼를 입은 동년배의 알바생은 곤란한 듯 자기를 둘러싼 일진들을 힐끗거렸다.
“이 찐따 새끼가 뭐래는 거야?! 마지막? 니 인생의 마지막을 지금, 여기서 장식해주랴?”
드물게, 지나가는 어른들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무럭무럭 성장하는 범죄 꿈나무들의 미래를 위한 질주를 멈추기엔 그들의 존재감이 너무나 미미했을 뿐.
누가 아웃 오브 안중으로 일관하는 저 일진들의 태도에 따끔한 일침을 가할 수 있겠는가.
불의임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의 실현이란 그저 객기에 불과한 것.
괜히 나섰다가 엮이기라도 하면 할 일이 태산인 내일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건실한 어른들에게 있어, 외면(外面)은 가장 성숙하고 유일한 처세였다.
*
“아재!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던 길 가시죠? 틀딱 냄새 거슬리니까!”
이십대 중반을 갓 넘긴, 꽃다운 나이에 들은 틀딱 소리.
다소 억울한 맘이 없진 않았지만,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건 익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최전방 수색대를 전역한 최익면.
상대가 대여섯은 돼 보이지만 그래봤자 젖비린내 나는 고딩들이다.
죽어라고 덤비면 충분히 이길 자신도 있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루 처 맞는다고 대가리 속 가득한 곰팡이가 박멸돼 개과천선, 환골탈태가 되겠는가?
궁색한 변명이 아니다.
자칫 잘못 개입하면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진술서 쓰고, 합의나 강요받겠지.
쌍방폭행이나 정당방위? 백번 양보해서 이게 성립한다고 해도, 그건 돈 많고 시간 많은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가까웠다.
재판 질질 끌어가며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 호출당하면 오늘하루 벌어, 내일하루 준비하는 서민 청년의 삶은 무너질 수밖에...
괜히 선량한 시민들이 눈감는 게 아니다. 아무렴 고작 몇 대 맞는 게 두려워 불의를 외면하겠는가?
이렇듯 법이란 게 정의의 편이 아니니, 일개 시민에 불과한 자신도 눈감을 수밖에..
각종 히어로들이 복면을 선호하는 것처럼 그려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그래.”
익면은 잠시 동안 상황을 응시했던 시선을 급하게 거두었다.
쪽팔림은 한순간일 뿐이다.
존재를 지우는 능력 같은 게 없는 이상.
정의 따위는 밥에 말아 후루룩 삼켜버리는 것이 인생엔 보약이 된다.
*
배때지가 찢어질 만큼 주워 처 삼킨 정의들 때문이었을까?
최익면! 얼굴 없는 단죄자로 각성했다.
‘정의? 그딴 거창한 건 모르겠고! 최소한 더 이상은 당면한 부조리에 고개 숙일 필요는 없겠네! 쓰레기 새끼들 다 디~졌어!’
선작, 추천, 댓글 환영! 악플도 받아요~
- 작가의말
새롭게 시작해 봅니다.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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