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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무술 하는 늑대, 여우를 쫓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5.03.26 01:47
최근연재일 :
2015.05.14 00:49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3,897
추천수 :
958
글자수 :
240,275

작성
15.04.14 23:06
조회
954
추천
28
글자
11쪽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3)

DUMMY

6


다음 날, 서울역.


유민이 탄 KTX가 동대구역을 출발한지 2시간 만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정말 가까운 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살았나 싶었다.


-띠로롱. 띠로롱.


유민의 폰에서 문자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반장, 나래였다.


-배웅해주지 못해 미안. 잘 갔지? 언제든 또 놀러와. 비밀번호 안 바꿀 테니.


유민이 나래의 문자를 읽고는 싱긋이 웃는다. 나래의 집에서 보낸 이틀은 유민에겐 정말 오랜 만에 갖는 편안함이었다.


유민은 여전히 익숙한 곳에 오니 마음이 놓인다.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이 아는 곳이라는 게 이렇게 자신감을 갖게 해줄 줄이야. 유민은 자신이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민은 서울역에서 바로 지하철을 탔다. 당분간 거처할 곳을 알아봐야 하기에 집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충무로역에 도착한 유민은 6번 출구로 나갔다. 타고오던 기차 안에서 원룸을 검색을 해본 유민이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연락해서 담당자와 만나기로 약속해 두었다.


담당자와 약속된 원룸으로 가는 길에 진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그래.”

“그..래? 정말... 왜 전화 안 받아?”

진 과장이 엄청 화가 난 모양이었다.


“왜 또 그래? 안 그래도 힘든 사람한테.”

“자기만 힘드니? 나 힘든 건 생각 안 해?”


“그래 미안... 이제 그만해라, 좀.”

“...지금 어딘데?”


“충무로역 근처야... 집 좀 알아보려고”

“...저녁에 시간 되지? 좀 만나... 거기서 기다려.”


“...그냥 밖에서 보자. 피곤하니까...”

“자꾸 이러기야? 어차피 당장 잘 곳도 없잖아.”


“...알았어. 이따가 봐.”


유민은 진 과장과 전화를 끊고서야 비로소 현실을 깨달았다. ‘그래. 어제의 안락함은 잊어라. 또 다시 전쟁이다.’


원룸에 도착하니 소장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빌트인 되어져 있어서 몸만 들어오면 된다고 했다. 유민에게 적당한 조건이었다. 어차피 집수리가 끝날 때까지 지내면 되기에 유민은 까다롭게 고르긴 싫었다.


유민은 선금을 먼저 이체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내일 다시 만나 계약하기로 했다.


일을 대충 마무리한 유민이 중언에게 전화를 했다.


“중언아, 난데... 내일 얼굴 한번 보자고... 안 돼?”

“아니, 괜찮아... 당연히 봐야지. 언제 쯤 볼까?”


“일단 저녁에. 시간은 애들이랑 맞춰 보고 나중에 문자를 줄게.”

“알았다. 그래 문자 줘... 일단 내일 저녁 시간은 비워둘 테니까.”


“그리고... 전에 부탁했던 거 있잖아? 잘 좀 알아봐 주고, 알았지?”

“으응... 그건 이미 다 알아봐 뒀지. 걱정 말고.. 내일 얘기하자.”


그 다음은 진경이었다.


“야... 그때 알아봐 달라는 거... 아직 안 됐어?”

“다짜고짜...자식이. 내가 니 심부름꾼이야? 죽으려고...”


“아이고 무서워라... 알아본 모양이네? 세게 나오는 거 보니까.”

“그럼. 내가 누구냐? ...벌써 알아 놨지. 그거 땜에 전화한 거야?”

“아, 아니. 내일 모처럼 다 같이 얼굴 한번 보자고... 바쁘니, 내일?”

“아니. 바빠도 봐야지, 안 그래?”


“그래. 봐야지. 다른 친구들은 너가 좀 연락해라. 중언한테는 이미 얘기했다.”

“오냐... 언제로 할까?”


“내일 저녁 쯤... 시간은 알아서 결정하고, 결정되면 문자 주는 걸로.”

“오케이. 내일 봐.”


급한 일들은 일단 마무리되었다. 진 과장을 만나기로 한 저녁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았다.


충무로역 주변에서 젊은이들이 제법 보인다. 과잠바를 입고 다니는 모습에 문득 옛 생각이 났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참 좋은 시절이었는데...’ 유민은 과잠바를 입고 다니는 대학생들을 부러운 듯 쳐다본다.




7



11년 전, S대학교.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으로 복학한 유민. 군에 다녀오고 나니 대학 교정이 이전 같지 않게 느껴졌다. 더욱 유민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는 얼굴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2년도 안 되는 시간이 어떻게 이토록 사람을 사회와 격리시켜 놓을 수 있는지? 유민은 군대가 야속하기만 했다.


“오빠. 유민 오빠!”

이럴 수가? 유민은 자신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런데 누구지? 유민은 자신을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야...드디어 만났네요. 언젠가는 만날 줄 알았다니까...”

세영이었다. 주인집 딸. 초등학생, 아니 중학생이었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어.. 세영이? 그대로네... 이야... 반갑다야, 여기 다니니?”

“네.. 오빠가 이 대학 간 거 아니까... 한 번쯤 만나겠지 했어요.”


“허허허... 복학을 좀 만 더 늦게 헸다면 못 볼 뻔했네.”

“어머, 벌써 군대 갔다 왔어요? ...대박! 이젠 아저씨네. 깔깔깔”


“아주머닌 잘 계시지? 동생.. 이름이 뭐더라.. 아, 세민이도 많이 컸겠다.”

“네. 벌써 고2에요.”


“그렇겠다... 시간 참 빠르다... 참 넌 1학년? 무슨 과니?”

“네, 1학년..정외과요.”


“오..공부 잘했네... 지금 어디 가는 중이니?”

“네, 학생회관에요, 강의가 중간에 비어서요.”


“잘 됐네. 복학하니까... 아는 사람이 없다. 밥 먹을 사람도 없고.”

“대부분 그래요. 요즘 아웃사이더가 많아서 혼자 다니는 사람이 많아요.”


“아웃사이더?”

“네... 취업 준비하느라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못하는 거죠. 아니 그냥 포기하고 산다고 봐야죠.”


“요즘도 그런가 보구나... 좀 나아졌나 했는데...”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시간 괜찮니? 나랑 밥이나 먹자.”

“네. 오랜만에 만났는데...”


유민과 세영은 학생회관에 있는 교내식당으로 갔다. 두 사람은 점심을 같이하며 옛이야기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런 후에도 유민은 가끔씩 세영을 찾아가 같이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세영이 유민을 찾아오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은 캠퍼스 커플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


2학기가 끝나 갈 무렵에 세영이 유민을 불시에 찾아왔다. 막 강의에 들어가려던 참이라 유민이 나중에 보자고 했다. 그렇게 할 줄 알았는데 강의가 끝나도록 세영은 빈 강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왜... 오래 기다렸겠네?”

“괜찮아요. 책도 보고...하니까 금방 시간 가던데요, 머.”


“난 오늘 강의 다 끝났는데... 넌?”

“저도 오후 강의가 갑자기 휴강되는 바람에... .”


“그래? ...그럼 우리 바람이나 쐬러 갈까?”

“...어딜요?”


“..이제 알아 봐야지. 가..만있어 봐라...”

유민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남이섬은 어때?”

“여기서 가까워요?”


“용산에서 기차타면...1시간 정도.”

“..멀진 않은데...”


“가서 점심 먹고 조금 있다가 오지, 머.”

“...음...그럴까요?”



가평역에 도착한 유민은 세영을 이끌고 시티투어 승강장으로 갔다. 거기서 가평의 관광지를 순환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5분 정도를 가다가 유민과 세영은 남이섬에서 내렸다. 버스 배차 간격을 먼저 확인한 유민은 눈에 띄는 가까운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시간도 줄일 겸 두 사람은 막국수를 시켜 먹었다. 남이섬 티켓을 구매한 유민이 선착장으로 앞섰다.


유민은 많은 외국 관광객을 보며 ‘겨울연가’라는 드라마 열풍이 여전히 많은 외국인을 불러들인다는 사실에 마냥 신기해했다.

섬을 거닐던 두 사람이 드라마 주인공의 첫 키스 장소에 도착했다.


“오빤 첫 키스해봤어요?”

“아..아니, 그런 걸 왜 묻냐?”

세영의 난처한 질문에 유민이 당황했다.


“난... 키스 잘하는 남자가 훨씬 좋을 것 같은데... 못하는 남자보단.”

“얘가...얘가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네. 바람둥이 남자가 좋단 말이야?”

“키스 잘한다고 바람둥인가요? ...바람둥이라도 나만 사랑하면 괜찮아요.”

“키스 잘하려면 경험이 많아야겠지? 물론 타고난 놈도 있겠지만... 집에서 혼자 연습했겠냐? 경험이 많다는 게 바람둥이지. 그리고 바람둥이가 왜 꼭 너만 사랑할 거라 생각해?

“...그래도.”


유민은 세영의 순수한 생각을 꺾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한 번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기에. 두 사람은 길게 뻗은 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아무런 말없이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눈발이 마구 날리기 시작했다.


“어.. 눈 온다.”

세영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점점 눈발이 굵어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내리는 눈이 반가운 듯 환호성을 질렀다.


11월에 내리는 눈이 반갑긴 했지만 유민은 덜컹 돌아갈 걱정을 먼저 해야 했다.


“빨리 움직여야겠다. 이러다 길 막힐라.”

“이 정도는 괜찮아요... 예쁘다... 오빠, 우리 여기 좀 더 있다가 가요.”

유민이 걱정하자 세영은 오히려 이를 더 즐기고 있었다.


어느 순간 길가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세영이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 이젠 가봐야겠다.”


유민과 세영은 배차 시간에 늦지 않도록 서둘러 버스 승강장으로 갔다. 벌써 길가는 눈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가평역에 도착한 두 사람은 열차표를 예매한 후 대합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기차 출발 시간까지는 30여분이 남았다. 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눈이 와서인지 추웠다.


세영이 몸을 웅크리자 유민이 겉옷을 벗어준다. 세영은 거절하지 않는다. 유민은 역 입구에 놓여있는 자판기로 가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빼서 왔다.

“마시고 있어. 난 담배 한 대...”


유민은 내리는 눈을 감상하며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담배를 피웠다. 유민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그냥 담배 피우는 것보다 커피랑 어우러질 때가 가장 좋았다.


세영이 역 밖으로 나오자 유민이 말했다.

“왜 나와? 추운데...”

“...눈 구경.”


그렇게 얼마동안 두 사람은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봤다.

“참.. 예쁘다... 그쵸?”

“...저걸 예쁘다고 하는 너가.. 더.. 예쁘다. 히히”

유민이 쑥스런 말을 던져놓고는 세영의 눈을 피했다. 세영은 그런 유민을 잠시 보다가 웃었다.


작가의말

주인공의 첫사랑이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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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9장. 독립한 늑대, 어미를 찾아가다.(완결) +10 15.05.14 916 20 17쪽
36 9장. 독립한 늑대, 어미를 찾아가다.(3) +2 15.05.12 759 17 15쪽
35 9장. 독립한 늑대, 어미를 찾아가다.(2) +4 15.05.11 598 17 14쪽
34 9장. 독립한 늑대, 어미를 찾아가다.(1) +2 15.05.08 802 20 13쪽
33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5) +4 15.05.07 731 17 21쪽
32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4) +2 15.05.06 821 19 20쪽
31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3) 15.05.04 708 16 16쪽
30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2) 15.05.03 762 20 15쪽
29 8장. 사냥 나간 늑대, 새끼를 잃다.(1) +4 15.05.01 779 21 17쪽
28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5) +4 15.04.29 638 22 17쪽
27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4) +4 15.04.28 819 22 12쪽
26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3) +2 15.04.27 723 19 17쪽
25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2) +2 15.04.26 826 21 13쪽
24 7장. 배고픈 늑대, 사냥을 나가다.(1) 15.04.24 849 22 16쪽
23 6장. 상처 입은 늑대, 광야에서 울부짖다.(3) 15.04.23 854 24 17쪽
22 6장. 상처 입은 늑대, 광야에서 울부짖다.(2) +2 15.04.22 898 27 15쪽
21 6장. 상처 입은 늑대, 광야에서 울부짖다.(1) 15.04.21 662 22 22쪽
20 5장. 길 잃은 늑대, 불빛을 보다.(3) +4 15.04.19 838 21 14쪽
19 5장. 길 잃은 늑대, 불빛을 보다.(2) 15.04.17 1,220 21 12쪽
18 5장. 길 잃은 늑대, 불빛을 보다.(1) 15.04.17 687 23 15쪽
17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6) +6 15.04.16 1,028 26 13쪽
16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5) 15.04.15 1,124 24 13쪽
15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4) +4 15.04.15 822 24 11쪽
»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3) +2 15.04.14 955 28 11쪽
13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2) +2 15.04.12 1,080 28 14쪽
12 4장. 노출된 늑대, 은신처를 찾다.(1) +2 15.04.10 1,134 29 14쪽
11 3장. 철없는 늑대, 목줄에 묶이다.(3) +2 15.04.08 901 26 12쪽
10 3장. 철없는 늑대, 목줄에 묶이다.(2) +2 15.04.07 967 29 12쪽
9 3장. 철없는 늑대, 목줄에 묶이다.(1) +2 15.04.06 1,047 32 13쪽
8 2장. 어린 늑대, 산을 내려오다.(4) +2 15.04.05 929 33 15쪽
7 2장. 어린 늑대, 산을 내려오다.(3) 15.04.04 874 32 14쪽
6 2장. 어린 늑대, 산을 내려오다.(2) 15.04.02 1,078 30 11쪽
5 2장. 어린 늑대, 산을 내려오다.(1) +2 15.04.01 855 33 11쪽
4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4) 15.03.31 997 34 10쪽
3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3) +2 15.03.30 960 38 10쪽
2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2) +2 15.03.28 1,285 56 16쪽
1 1장. 집 나간 늑대, 새끼 쳐서 오다.(1) +8 15.03.26 1,969 4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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